김택근의 묵언
김택근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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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딜런 토머스는 "맥박 그것은 제 무덤을 파는 삽질 소리"라고 했다. 허겁지겁 달려가다가 간혹 멈춰 서는 곳이 있다면 바로 장례식장이다. 망자앞에서 비로소 죽음을 떠올린다.

_ 네 죽음을 기억하라 중 - P89

사람들이 함부로 버려지고 있다. ‘인간의 최후‘가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다. 저들을 버리고, 저들의 주검을 방치하고 우리는 어디로 몰려가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들은 어디에 내릴 것인가. 내가 누군가를 버림은 나 또한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음이다. 오늘도 누군가 홀로 울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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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누가 홀로 울고 있다 중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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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근의 묵언
김택근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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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바람대로 잘 살고 있는가. 빛나는 도시인이 되었는가." 스스로에게 답한다. "평상의 어른들처럼 속기 없는 웃음을 터뜨린 적이 없구나. 도대체 잘 산다는 기준이 무엇인지도 알 수가 없구나.‘

_ 프롤로그 중 - P11

비운의 한반도에서 전쟁이 없는 시대를 살았다. 행운이다. 어쩌면전쟁을 치르지 않고 생을 마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무수한 폭력에시달렸다. 학교, 마을, 거리, 직장에서 폭력은 흔했다. 폭력은 반드시 희생 대상이 있다. 폭력은 또 삽시간에 전염된다. 무서운 돌림병이다.

_ 프롤로그 중 - P13

우리는 ‘조국 근대화‘와 ‘정의사회 건설‘ 같은 구호에 마냥 나부껴야 했다. 그것들은 국가 폭력의 다른 명칭이었다. 아픈 시절이었다.
세상에 순수한 폭력은 없다. 욕망의 그림자가 폭력화하지 않으려면참회를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참회하지 않았다. 모두가 공명하는 과거를 씻기는 거대한 의식을 치르지 않았다. 공적인 반성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국가와 직장, 심지어 종교마저 폭력을 품고 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미 군정, 독재 정권의 폭력이 남아 있다. 돈과 권력은 물론이고 학연, 지연이란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그 폭력의 실체를 발가벗기고 폭력 유발자들을 고발하고 싶었다.

_ 프롤로그 중 - P15

김민기는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세상을 바꾸려는 거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세상 속에 들어가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작은 오두막 하나 짓고 작은 일을 하고 싶어 했다. 투쟁 속에도 절망, 희망, 휴식, 연민이 들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세상을 편 가르는 어떤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_ 사람 김민기 중 - P28

워낭소리가 낭랑했던 시대와 기계음이 낭자한 시대에는 서로 다른 인류가 살고 있는지 모른다. 부리는 소와 먹는 소 사이에 우리가있다. 마른 일소와 살찐 육우 사이에 우리가 있다. 배가 움푹 패었던 아버지와 뱃살이 오른 젊은이들 사이에 우리가 있다.

_ ‘워낭 소리’ 끊긴 곳에서 우리는 중 - P40

열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 ‘세상의 출구‘에서 ‘추억의 입구‘로 변해버린 간이역. 이제 무엇이 우리를 추억 속에 내려줄 것인가. 열차는서지 않아도 간이역은 그대로 보존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설렘과 격정이 지워진 채 그리움으로 서 있는 간이역.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곳에 모일 수 있다.

_ 퇴출 간이역 중 - P43

가난한 나라의 입을 줄여준 사람들. 슬퍼할 겨를도 없던 사람들. 가난을 벗어났어도 여전히 허전한 사람들. 모국의 무관심에도 한국만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리고 서서히 잊혀가는 사람들. 이제 누가 저들을 기억할 것인가. 삼가 치열한 삶에 두 손을 모은다.

_ 미나리와 애틀린타 누나 중 - P50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공포다. 시골집을 떠나올 때도 막막하고 두려웠을 것이다. 자식들을 떠나보냈지만 정작 자신이 떠날 때가 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이웃이 죽거나 도시로 떠나가면 그때마다 가슴이 떨렸을 것이다. 어머니가 아프면 집에도 검버섯이 피었다. 어머니들을 잃은 마을은 여기저기 움푹움푹 꺼졌다. 그렇게 마을 공동체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떠나간 피붙이들이 돌아오지 않을 때부터 예견된일이었다. 별수 없이 도시로 나와 자식들에게 얹혀살아야 했다. 어머니들은 도시 어딘가에서 더듬더듬 길을 묻고 가만가만 숨을 쉴 것이다. 어머니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그때마다 죽음을 떠올릴 것이다.

_ ‘효’가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중 - P55

이념은 한때 횃불이며 총구였지만 인간의 땅에서는 한 줌의 비료도 되지 못했다. "아버지는 생각했겠지. 우리가 싸워야 할 곳은 산이 아니라고. 사람들이 불빛 아래 옹기종기 모여 밥 먹고 공부하고 사랑하고 싸우기도 하는 저 세상이라고." 그렇게 산을내려와 사람냄새를 풀풀 풍겼고 죽어서 빨치산도 빨갱이도 아닌 아버지로 돌아왔다.

_ 아버지 해방일기가 가리키는 곳 중 - P61

제자리를 지켰던 아버지는 영원한 북극성이었다. 나는 천둥 치는 무서운 밤에 눈앞의 번개를 보며 태연히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지나온 세월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자식들보다 항상 먼저 일어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자식들의 눈높이에서 반짝거리고 있을까. 아이들이 나를 절대로 알고 있을까.

_ 돌며 흘러야 붙박이별이다 중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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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린 풍경들
김인호 지음 / 시와에세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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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은은한 향을 풍기며 처음 피어나는 매화를 찾아가는 것을‘탐매‘라 하고 만개한 매화를 찾아 즐기는 것을 ‘관매’라 한다.

_ 홍매를 찾아서 중 - P134

「토지」를 쓴 박경리 선생은 생전에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 세 가지를들라면 아기 목구멍에 젖 넘어가는 소리가 하나요, 마른논에 물들어 가는 소리가 또 하나요, 자식 책 읽는 소리가 또 하나라고 했답니다.

_ 평사리 부부송 중 - P149

산을 오르는 길은 지나온 길과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반성이고, 산을 내려오는 길은 욕심을 비워내는 자성의 길입니다. 오늘은 눈보라의 채찍도 무서운 길입니다.

_ 천왕봉의 첫눈 중 - P158

이데올로기의 옳고 그름을 떠나 고독하고 두려움의 연속이었을 빨치산의삶을 택해야만 했던 그들의 외로움, 가족과 꿈꾸는 세상에 대한 그들의 그리움을 떠올려 보면 마음이 그만 아득해진다.

_ 지리산 빗점골 중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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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린 풍경들
김인호 지음 / 시와에세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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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둘 선명해지는 뭇 별빛 내린 자리마다 서릿발이 서린다. 삼백예순 날투병의 시간을 건너와 삼라만상 일깨우는 저 북소리 종소리 들으며 이 목숨소중함의 깨달음이 뭇 생명 소중함의 깨달음으로, 그 깨달음이 만물 사랑의손길로 번지기를 다짐해 보는 예불 시간은 참 맑아지는 고요의 시간이다.

_ 화엄사 저녁 예불 중 - P1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는 사슴 울음소리는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햅쌀자루 메고 와서 부르는 후배의 "형님" 소리가 바로 녹명이 아닐까!

_ 녹명 중 - P20

저 붉은 꽃빛이라니!
지리의 숲에는 도대체 얼마나 얼마나 많은 핏빛이 스몄기에 해마다 저리 붉은빛들이 스며 나오는지!
길에 나와 놀던 산토끼 한 마리 사라진 숲에 산수국 꽃빛 짙어지고물봉선도 하나둘 꽃문을 연다.

_ 저리터리풀 꽃빛 중 - P29

바람은 저 부드러운 곡선의 논두렁과 벼농사가 보전이 되어아름다운 풍경을 이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베트남에는 사파(SAPA)가 있지만 우리에겐 사포(浦)가 있다.

_ 사포마을 사계 중 - P55

생전 다시 볼 수 없다는 말에 저녁 모임도 빼먹고 홀로 정령치에 올라 4시간을 덜덜 떨면서 레드문을 담았는데, 안방에서 창문 열고 담은 아들 사진보다 못하다고 놀리니 좀 억울하기도 하다. 그래도 달빛 타는 지리 능선을 내내 마주할 수 있어 좋았고 깊은 어둠 속에 와운마을 불빛 하나가 친구처럼 자꾸 말을 걸어주어 좋았다.

_ 지리산 레드문 중 - P62

내가 아침 강을 좋아하는 것은 강을 붉게 물들이는 아침놀이 좋아서다.
강 노을은 하늘 놀빛과 강물에 번져 나는 반영 빛이 두 배로 가슴을 뛰게 한다.
내가 아침 강을 좋아하는 것은 산허리를 감싸고 천천히 흐르는 물안개가 좋아서다.

_ 섬진강 아침놀 중 - P72

"사람들은 슬플 때만 우는 줄 알지만 기쁨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되고, 노여움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되고, 사랑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미움이 극에 달하여도 울게 되고, 욕심이 사무치면 울게 된다. 답답하고 울적한 감정을 확 풀어 버리는 것으로 소리쳐 우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은 없다. 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뇌성벽력에 비할 수 있는 것으로 복받쳐 나오는 감정이 이치에 맞아 터지는 것이 웃음과 다를 것이 없다."

_ 한바탕 울음 우는 풍경들 중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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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스무 번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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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는 거짓이라고. 이진수가 자신에 대한 상관들의 처사를 바로 납득해서였다. 그는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인지를 잘 알고 있는것 같았다. 그것 말고 다른 이유도 있다는 뜻이었다.

_ 홀리데이 홈 중 - P66

가까이 있으면 거리를 두고 간혹은 적개심을 가지고 서로를 살피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친구였다.

_ 리코더 중 - P100

함께 살아났다는 것에 감동받은 적 없지만 적어도 안심은 됐다.

_ 리코더 중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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