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린 풍경들
김인호 지음 / 시와에세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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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둘 선명해지는 뭇 별빛 내린 자리마다 서릿발이 서린다. 삼백예순 날투병의 시간을 건너와 삼라만상 일깨우는 저 북소리 종소리 들으며 이 목숨소중함의 깨달음이 뭇 생명 소중함의 깨달음으로, 그 깨달음이 만물 사랑의손길로 번지기를 다짐해 보는 예불 시간은 참 맑아지는 고요의 시간이다.

_ 화엄사 저녁 예불 중 - P1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는 사슴 울음소리는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햅쌀자루 메고 와서 부르는 후배의 "형님" 소리가 바로 녹명이 아닐까!

_ 녹명 중 - P20

저 붉은 꽃빛이라니!
지리의 숲에는 도대체 얼마나 얼마나 많은 핏빛이 스몄기에 해마다 저리 붉은빛들이 스며 나오는지!
길에 나와 놀던 산토끼 한 마리 사라진 숲에 산수국 꽃빛 짙어지고물봉선도 하나둘 꽃문을 연다.

_ 저리터리풀 꽃빛 중 - P29

바람은 저 부드러운 곡선의 논두렁과 벼농사가 보전이 되어아름다운 풍경을 이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베트남에는 사파(SAPA)가 있지만 우리에겐 사포(浦)가 있다.

_ 사포마을 사계 중 - P55

생전 다시 볼 수 없다는 말에 저녁 모임도 빼먹고 홀로 정령치에 올라 4시간을 덜덜 떨면서 레드문을 담았는데, 안방에서 창문 열고 담은 아들 사진보다 못하다고 놀리니 좀 억울하기도 하다. 그래도 달빛 타는 지리 능선을 내내 마주할 수 있어 좋았고 깊은 어둠 속에 와운마을 불빛 하나가 친구처럼 자꾸 말을 걸어주어 좋았다.

_ 지리산 레드문 중 - P62

내가 아침 강을 좋아하는 것은 강을 붉게 물들이는 아침놀이 좋아서다.
강 노을은 하늘 놀빛과 강물에 번져 나는 반영 빛이 두 배로 가슴을 뛰게 한다.
내가 아침 강을 좋아하는 것은 산허리를 감싸고 천천히 흐르는 물안개가 좋아서다.

_ 섬진강 아침놀 중 - P72

"사람들은 슬플 때만 우는 줄 알지만 기쁨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되고, 노여움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되고, 사랑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미움이 극에 달하여도 울게 되고, 욕심이 사무치면 울게 된다. 답답하고 울적한 감정을 확 풀어 버리는 것으로 소리쳐 우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은 없다. 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뇌성벽력에 비할 수 있는 것으로 복받쳐 나오는 감정이 이치에 맞아 터지는 것이 웃음과 다를 것이 없다."

_ 한바탕 울음 우는 풍경들 중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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