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목소리, 빛나는 책장 - 도쿄 독립 서점 Title 이야기
쓰지야마 요시오 지음, 정수윤 옮김 / 돌베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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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 빛나는 책장

도쿄 독립 서점 Title 이야기 | 쓰지야마 요시오 | 정수윤 옮김 | 돌베개

서점에 가는 일은 즐겁다. 개인적으로 서점이 왜 좋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새 책도 있고, 종이책의 냄새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서점에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 이야기는 책장 구석구석에 숨어있고, 주변의 이웃들의 소곤대는 말 주머니 속에도 존재한다. 그리고 가만히 책장을 펼치는 이름 모를 누군가에도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또 생각해 본다. 내가 좋아하는 서점이란 과연 책들이 잔뜩 꽂혀있고, 책에 대해 대화할 그 누군가도 마땅치 않은 그런 곳인지...

내가 좋아하는 서점은 환대하는 곳이다. 우선 책이 나를 환대하고, 책방 지기가 환대하고, 그 공간 자체가 더 오래 머물라 가라고 말없이 의자를 내어주는 곳... 그런 곳은 대형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류이며 멋이다. 오직 빛나는 책장, 내 집으로 가져가고픈 책장을 지닌 마음이 맞는 동네 서점을 찾을 때 느낄 수 있는 기분이다.

이 책의 저자인 쓰지야마 요시오가 주변인들로부터 빛나는 책장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얼마나 행복했을지 상상이 된다. 도쿄에서도 무척 외곽인 곳에 위치한 서점 Tltle... 그는 말한다. 책장이란 책 구성에 다양한 틈을 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정수된 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불순물도 간간이 섞여서 일정한 톤을 이루어야 한다고... 내 생각엔 장르와 색을 통일해서 책장을 구성해도 좋지 않을까 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그는 말한다. 그런 책장의 구성은 사고의 폭을 좁게 한다고 말이다. 선택하지 못한 책들, 감히 선택할 수 없는 책들... 능히 읽을 수 있는 것만 읽는다면 그건 아마 편식과 다름없을 것이다. 그는 이것을 빈곤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간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그것들 중 어떤 것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어떤 것들은 책장 외곽으로 물러나고, 또 어떤 것들은 다시 박스에 담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책들의 순환이다. 책방 지기는 그 순환을 묵묵히 지키는 사람이다. 피가 돌게 하듯이 책들을 다시 고르고 담아야 한다. 사람들이 찾기 좋게, 톤을 맞추고, 원하는 주제가 드러나도록 서가를 꾸며야 한다. 모든 책들이 보석 같은 책 들일지라도 어떤 책들은 다른 책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순환하지 못하는 책장은 더 이상 빛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기회가 된다면 도쿄 오기쿠보에 다녀오고 싶다. 지금 일본에 가면 옆에도 한국인, 뒤에도 한국인이 있다고 하는데, 과연 이 작은 서점에도 한국인이 나타날까 싶기도 하다. 왠지... 음... 있을 것 같다. ㅎㅎ

책을 읽고 나니 나의 책장이 다시 보였다. 나도 빛나는 책장을 갖고 싶어졌다. 모든 책들을 다 읽지는 못하더라도 책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서로 서로 틈을 주고, 톤을 고르게 하고 싶다.

아... 잠 안 오는 어느 날, 책장 정리를 해야겠다. ㅎㅎ 나의 빛나는 책장을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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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리커버 일반판, 무선)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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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대단하다. 이 작가... 읽으면서 연신 감탄이 나왔다. 작가는 1939년생이다. 하지만 그의 필력이나 정신력은 이 시대의 가장 젊은 층 같은 느낌이다. 이러한 참신한 상상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한챕터씩 날짜를 계획해서 야금야금 읽으려고 했지만 소설은 나를 그렇게 놔주질 않았다. 결국 이틀에 걸쳐 읽어버린 [시녀 이야기]...

때는 어떤 정체불명의 혁명으로 모든 것이 뒤집어진 시기이다. 여성들은 단둘로 나뉜다. 임신 가능한지, 아니면 불임인지... 임신 가능한 여성은 따로 관리된다. 그녀들은 주기적으로 다른 아이가 없는 가정으로 보내진다. 그녀들은 시녀라고 불린다. 온통 빨간색으로 치장한 시녀들... 성경을 읽은 다소 황당한 신성한 의식 뒤에 행해지는 아이를 낳기 위한 행동들... 심지어 그 행위는 의례의 밤이라는 것으로 불린다. 시녀들을 배속 받은 사령관이나 저명한 지휘관들은 모두들 아내가 있다. 아내들이 늙거나 가임 하지 못할 때 그들은 시녀를 배속 받는다. 그리고 그 행위를 할 때조차 아내는 배석한다. 시녀들은 오로지 그녀들의 자궁만을 제공하는 존재일 따름이다.

소설은 자유분방한 삶을 살다가 하루아침의 혁명으로 시녀가 된 오브프레드...그녀는 한 사령관의 자택에 배속 받게 되고 그곳에서 시녀 생활을 해나간다. 앞을 알 수가 없는 위태로운 삶.. 임신을 하지 않으면 이곳을 나가 어디론가 가게 될지 모른다. 어쩌면 영원한 불임이 되어 콜로니 같은 독극물을 청소해야 하는 수용소로 보내질 지도... 오브프레드는 아이와 남편이 있었던 예전의 삶을 그리워하지만 이제는 다른 삶을 찾아야 한다. 사령관의 부인 세레나 조이의 권유로 닉의 처소에 숨어들어가 임신하기를 계획하는 오브프레드... 하지만 이는 그녀에게 새로운 감정으로 찾아온다. 오브프레드는 닉을 사랑하는 걸까? 닉은 과연 누구일까?

소설의 결말은 열려있다. 닉을 믿는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오브프레드의 마지막이 결정된다. 과연 그녀는 시녀 생활의 마무리를 어떻게 했을까? 나는 믿고 싶다. 닉을... 그녀는 절대 모이라처럼 텅 빈 눈을 갖지 않을 것이다. 싸우고 또 싸울 것이다. 어딘가 살아있을 그녀의 아이를 위해... 또 그녀의 뱃속에 존재할지 모를 닉과의 아이를 위해... 또 무엇보다 그녀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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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에디터스 컬렉션 1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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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다자이 오사무 |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사양이란 지는 해를 의미한다. 소설은 우울의 기운이 가득하지만 어쩐지 마지막은 희망적이다. 아니 애써 살 이유를 발견해야만 하는, 싸워야만 하는 씁쓸한 희망이라 해두자. 그래서 그런지 한편으로는 이 소설을 남기고 생을 달리했던 다자이 오사무를 생각하니 감정이입이 되고 말았다. 그는 살 희망을 애써서도 찾지 못하고 스스로 [사양] 속 주인공인 나오지처럼 천박해지기로 몹시도 결심했으니 말이다.

1945년 일본은 태평양 전쟁에서 패망한다. 그 후 젊은 일본인들은 많은 상실감에 시달린다. 특히 귀족 집단이라고 불린 사람들은 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가즈코도 마찬가지이다. 몰락한 귀족 가문의 딸인 가즈코는 병이 든 어머니와 시골마을 이즈에서 둘이 살고 있다. 남동생 나오지는 전쟁으로 징집되어 소식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가세는 기울어서 도쿄의 집을 삼촌의 주선으로 팔 수밖에 없었던 신세였던 가즈코다. 사실 그녀는 이미 야마키라는 남성과 혼인을 했지만 아이를 유산한 후 헤어지게 되어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친정에 사는 중이었다.

가즈코에게 일상이란 그저 버티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동생 나오지 걱정만을 했다. 나오지는 아편에 빠진 경력이 있는 문학가로 나오지만 그의 미래는 왠지 전망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그의 소식을 삼촌이 전해준다. 살아있지만 또 아편에 빠져있다고 말이다.

가즈코는 어느 날 나오지의 수기를 발견한다. 그때 그의 스승이었던 우에하라를 떠올리게 된다. 그가 느닷없이 자신에게 입 맞춘 순간을 말이다. 가즈코는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자신의 애인이 되어달라고... 사실 그는 이미 유부남이었는데 말이다.

어머니가 결핵으로 사망한 후 가즈코는 장례를 치른다. 그리고 도쿄로 가서 우에하라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곧 이어진 동생 나오지의 자살... 동생은 유서에서 말한다. 자신은 살아야 할 이유를 도저히 찾지 못하겠다고, 그리고 자신의 천박함의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전쟁 후 그렇게라도 살아야 하는 처지, 술 없이는 민중의 벗이 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더 일찍 죽어야 했지만 어머니 때문에 차마 그러지 못했다고... 그는 또 유서에서 말한다. 살고 싶은 사람만 살면 된다고....

연이어 동생의 장례까지 치르게 되는 가즈코...과연 그녀에게 누가 남았을까? 가족들은 모두 죽었고, 연인이라 칭할 남자는 이미 유부남으로 앞날을 기대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에게 어떤 것도 바랄 수 없음을 가즈코는 이미 알고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남모를 작은 희생자가 존재한다. 그녀는 자신의 뱃속의 아이를 그렇게 부른다. 그리고 그 아이와 2회전, 3회전의 혁명을 치를 생각이다. 그 혁명이란 삶의 혁명이다. 살아남을 혁명이다. 일상과 도덕의 혁명이다. 그녀에게는 나오지는 갖지 못한 삶의 이유가 생겼다.

몰락한 귀족을 이 소설이 출간된 후 사양족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저물어가는 해를 뜻하는 사양... 저물어가는 한 세대, 그 희망 없는 세대....

하지만 살 사람은 희망을 찾아야 한다. 비록 그 희망이란 것이 보잘것없는 것이라도 말이다. 소설에서 행복에 대해 말하는 대목이 있다. 어쩌면 행복이란 비애의 강물에서 반짝이는 희미한 사금 같다고 말이다. 여기서 드라마 해방일지의 5초의 행복이 떠올랐다. 그래, 그렇더라도 살아야지, 살아남아야지.... 어쩌면 살 이유보다 죽을 이유가 더 차고 넘치더라도 말이야... 가즈코가 우에하라에게 남긴 편지처럼 살아가는 동안 인간은 저마다의 투쟁을 계속 해나가는 것이리라. 그리고 자신의 해가 사양이든 뜨는 해든 그것은 사실 상관없다. 살아남기로 결심한 순간, 투쟁하기로 결심한 순간, 그것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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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양식·새 양식 열린책들 세계문학 284
앙드레 지드 지음, 최애영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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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양식 · 새 양식

앙드레 지드 지음 | 최애영 옮김 | 열린책들

내게 있어서 앙드레 지드를 말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아마 좁은 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지금 내겐 그의 대표적 서적이 지상의 양식에 있지 않나 싶다. 앙드레 지드의 근본적 삶의 변화와 문학에의 열정이 생긴 때는 바로 아프리카 콩고 지방 여행을 통해라고 알고 있다. 그 여행이 [새 양식]에서도 언급되고 이 글의 토대를 이루는 듯하다. 아마 그에게는 몹시도 강렬한 여행이었음이 틀림이 없다. 이를 통해 앙드레 지드의 관심사는 문학뿐만 아니라 사회와 종교 문제, 진정한 생명력과 후대에는 정치로의 관심으로 지드를 이끈다. 그는 그의 나이 81세에 폐렴의 악화로 인해 그 생명력을 다하지만 그의 책들을 후대에까지 남아서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책은 [지상의 양식]과 [새 양식] 두 권이 한 권으로 묶인 책이다. 솔직히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지금도 아직 좀 더 음미해야 할 구절들이 많다고 생각된다. 왠지 복음서를 읽는 기분이 든다. 한 단락, 한 단락이 무척 교훈적이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도발적이기도 하다.

그는 책 속에서 말하기를 미래에서 과거를 찾지 말라고 말한다. 순간마다 찾아오는 행복은 마주치는 그림자와 같다고 말이다. 어디서나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행복은 바로 그림자처럼 항상 곁에 있는 존재니까. 그는 사색에 대해서도 권리라고 말하고 있다.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사색하는 자가 가장 행복한 자라고 말하고 있다. 사색에 대해서도 분명한 자기 철학과 의지가 엿보인다. 그런 행복의 기쁨은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지드... 열정적인 삶을 위해서 스스로의 방, 스스로의 가족에서 떠나서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길 말하고 있다. 아마 그의 삶이 여행을 통해 바뀌었듯이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그 방법을 알려주는 듯하다.

지드 하면 왠지 청교도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는 절대 종교에 매인 편협한 자가 아니었다. 그 자신이 어린시절 규범, 도덕같은 규율들로 인해 고통받은 기억이 있어서인지 기독교 전통의 금욕과 맞서서 개인 스스로의 자유를 우선시했다. 그리고 동성애 역시 긍정하고, 식민주의, 전체주의, 스탈린 체제를 고발한 정치가이기도 하다. 그에게 있어서 문학은 하나의 해방구였다. 그에게 대립을 넘어설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으며 더 나아가 해방의 원동력이었다.

그는 사후의 천국이 아닌 지상의 현실에서 쾌락과 행복을 누리겠다고 선언한다. 이는 그의 결단이다. 그리고 그 실천을 통한 기록이 바로 이 [지상의 양식]인 것이다. 인간의 휴식을 발견하는 모든 장소 (집, 침실, 가족)와 도덕의 굴레, 기존 가치에 대한 순종 등이 그에게는 자유를 옭아매는 존재이자 안주케하는 덕목들이었다. 그는 말한다. 그 모든 것으로부터 탈주할 것을 말이다.

지드는 아프리카 여행을 통해서 순수한 경험들을 체험했다. 그동안 그를 간섭해오고 구속해왔던 기독교적 삶 속을 벗어나서 생의 쾌락들을 발견했다. 그는 그것을 생 자체의 설렘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상에서의 쾌락과 행복을 방해하는 어떤 속박도, 고정관념에도 매어있지 않은 진정한 인간이 되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또 말한다. 이 책은 삶을 마주한 수천 개의 태도 중 가능한 하나일 뿐이니, 온전한 자신의 것을 찾으라고 말이다.

[새 양식], [지상의 양식] 두 권 모두 행복과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스스로의 자아와 판단이다. 인간 스스로가 행복을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삶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확신을 거두지 말라고 지드는 거듭 말한다. 그리고 그 확신이란 다른 사람의 말속에 있지 않다. 스스로의 내면에서 찾아아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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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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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내가 고양이를 좋아했던 계기가 언제였더라... 아마도 아주 어린 시절부터였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나는 동물들을 좋아했다. 고양이뿐이야... 강아지, 토끼 등등 작고 귀여운 것이라면 다 좋아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말도 듣고 자랐다. 고양이는 요물이라느니... 할머니 집에 생선을 널어놓으면 귀신같이 와서 물어간다느니... 지금도 나이 많이 드신 어르신들은 고양이를 싫어하는 듯한데 한번 키워보면 그런 마음이 안 들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홀로 늙어가는 어르신들이 반려묘나 반려견을 키우면 우울증 예방에도 좋고, 여러모로 좋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내 주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고양이를 별로 안 좋아한다. 지금도 난 터키시 앙고라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 집사이다. 하지만 이는 시댁에는 비밀이다. 왜냐면 알려지면 시댁에서 싫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아이 있는 집에서 털 날리는 짐승을 키운다고 말이다. 하지만 털 조금 날리는 것이 낫지, 반려묘와 함께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포기할 수는 없다. 아이들도 엘사(고양이 이름이다)를 너무 좋아하고 말이다.

이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의 집필자는 바로 고양이다. 제3의 눈을 지닌 피타고라스 ㅎㅎ 그리고 물론 바스테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책을 읽다 보니 바스테트의 모델로 나왔던 베르나르의 고양이인 도미노가 21년 여름 스물한 살의 나이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고양이 나이로 스물한 살이니 천명을 다했지만 그래도 도미노와 함께 한 집사인 베르나르에게는 한순간이었으리라..... . 내 옆에서 가릉 거리면서 꿈 나라를 헤매고 있는 엘사 역시 함께한 지 이제 십 년이 넘어간다. 2014년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이 개봉되는 때에 나에게 온 엘사... 동물 병원에 누가 놓고 간 아이라 정확한 생년월일은 알지 못한다. 가끔 엘사의 야옹 소리가 안 들릴 때는 무섭기도 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엘사 있는 쪽을 쳐다 본다. 그러면 고개를 쳐들고 야옹~ 거릴 때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나이 든 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언제 네가 내 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같이 사는 일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 충격적인 사실은 옛날에는 전쟁에 고양이를 방패 삼아 이용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떠받들 때는 언제고, 이해관계가 바뀌니까 살아있는 동물을 방패에 묶고 적진으로 돌진했다니...... . 인간과의 싸움에 고통받는 것은 언제나 말 못 하는 동물이다. 고양이에 대한 역사뿐 아니라 고양이들의 습성까지 이 책은 백과사전과도 같다. 그리고 곳곳에 삽화와 사진으로 이해를 돕고 있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은 인간의 이해로 종들이 무분별하게 인위적 교배가 안 이뤄지는 것이다. 순전히 그들 나름의 진화 방법이 있을 터인데, 인간들은 인위적 교배로 온갖 종들을 만들어 놓았다. 그것이 그들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할지 모르면서 말이다. 갖가지 유전병들로 고생하는 동물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가르릉 거리는 고양이 소리를 모르는 사람, 고양이의 꾹꾹이 안마를 아직 받아보지 못한 사람... 삶의 즐거움 하나를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누리자. 삶의 즐거움... 고양이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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