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표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이대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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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표

이대연 소설 | 교유서가

소설을 읽고 나서 바로 검색해 본 단어는 바로 담치였다. 담치와 홍합의 차이랄까? ㅎㅎ 전문적인 직업인의 묘사가 잘 되어있어서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상상이 되었다. 그 치열한 현장, 자칫 잘못하면 거대한 쇠사슬에 딸려들어가는 아찔한 순간들...

소설 속 화자의 아버지는 어느 날 뺑소니 사고로 죽는다. 아버지의 유품에서 발견한 장기이식 기증자란 증서... 결국 아버지는 뇌사자 판정으로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각막을 기증하고 이승을 떠난다. 평생 아버지 노릇 한번 못한 채, 생활비 몇 푼도 받지 못했던 화자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은 후 손에 삼천만원을 쥔다. 아버지는 배를 타는 줄로만 알았던 가족들... 한번 떠나면 소식도 없고, 모진 세월을 어머니 혼자서 애태워야 했던 시간.... 아버지는 무리한 주식 투자로 여기저기 돈만 빌리고 다니고, 고시원 신세를 지면서 일용직 노동을 해나가던 중이었다. 그러면서 한번 보여줘야지, 내 한번 보여줘야지가 혼잣말이었다고 하니.... 그런 아버지는 바다가 아닌 횡단보도에서 신호위반 차량에 의해 뺑소니를 당했다.


부표를 손보는 아들, 머나먼 항해에서 안전을 위해 필히 해내야 하는 것들.... 그에게 부표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버지의 부표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버지가 마지막에 먹었던 홍합 국수.... 그것이 담치였다는 것을 아버지는 아셨을까? 삼우제를 준비하면서 어머니가 한솥 가득 끓였던 미역국... 그 속에 든 것이 홍합이었던 담치였던... 우리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는 것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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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아닌 잘못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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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아닌 잘못

아사쿠라 아키나리 장편소설 | 문지원 옮김 | 블루홀 6

자, 이제 모두들 달릴 준비되셨나요? 이 소설을 읽는 순간 왠지 어디론가 목적 없이 달려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목적이 없다는 것은 어디론가 가야 하는데 딱히 그곳이 어딘지는 모르는 것... 과연 나를 도와줄 그곳 혹은 사람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로지 스스로의 판단력과 두 발을 믿을 뿐이다. 왜냐면 사방이 나의 적이기 때문이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알고, 적으로 취급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키나리의 [내 것이 아닌 잘못]은 자신이 만들지도 않은 (10년 전 만들어진) 트위터 계정으로 살인의 흔적이 올라오고, 그것을 누군가가 리트윗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야마가타 다이스케... 다이테이 하우스에서 일하면서 나름 커리어를 인정받고 있고 지금은 컨테이너 하우스를 다이젠시 지사에서 판매하고 그곳에서 야마가타다이스케는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명 꼼꼼한 성격으로 말이다. 과연 그는 친구가 많을까? 적이 많을까? 주인공 다이스케는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하고 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주인공 다이스케가 생각하는 것만큼 주변 사람들이 과연 그를 그렇게 평가하고 있는 것일까?

우연치 않게 살인의 징후가 농후한 트윗을 보게 되고 그것을 리트윗한 쇼마... 그의 리트윗으로 인해 야마가타 다이스케는 하룻 아침 사이에 모두의 적이 되었다. 일부 과격한 유튜버들은 살인범을 잡겠다며 엉뚱한 노숙인을 공격해서 중상을 입힌다. 이 상황에서 다이스케가 본인이 아니라고 우겨도 그것을 누가 믿어줄까? 트위터 계정은 분명 그의 것이었고, 내용물도 그가 아니면 올릴 수 없는 것이었다. 모든 정황 증거가 그를 살인범으로 지목한다. 거기다가 설상가상으로 그의 집 창고에서 참혹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이제 방법이 없다. 두 발로 뛰어야 한다. 그의 얼굴, 그의 차 번호판, 모두가 노출되어 있다. 과연 이 모든 것을 꾸민 자는 누구일까? 그리고 야마가타 다이스케는 본인 스스로 범인을 밝힐 수 있을 것인가?

소설은 여러 인물들 사이를 오가면서 그들의 속내를 비춰준다. 본인인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것과 실상은 얼마나 다른지, 오해와 오해 속에서 그러려니... 하는 것들... 알게 모르게 본인이 남들에게 준 상처, 그리고 그 상처의 깊이, 사실 때린 사람은 몰라도 맞은 사람은 아는 것들.... 야마가타 다이스케는 본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깊은 오해를 풀고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결국 내 것이 아닌 잘못은 없었다. 사람이란 자체가 완벽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기억하지 못한 행동, 기억하지 못한 말들.... 그것들이 누군가에게 가서 칼이 되고 창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소설은 기가 막히게 독자를 달리게 하고, 범인은 누군지조차 짐작하지 못하게 한다. 설마... 설마... 하게 되는 것이다. (나 역시 설마 하면서 엉뚱한 사람을 추측했으니...)

이 모든 일이 무서운 것은 디지털 시대에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란 것이다. 잘못 올려진 사진 한 장이 불러오는 비극, 마녀사냥을 연상케하는 악의적인 댓글들....... . 모두 손끝을 보자. 그리고 그 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그 끝에 누가 위태롭게 서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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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백건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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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백건우 소설 | 교유서가

학창 시절 가장 무서운 책 중 하나가 에드가 앨런 포우의 단편집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알려진 [검은 고양이]... 작중의 남자가 한 행동도 놀라웠지만 벽 속에 남아있던 고양이의 모습은 아직도 나의 상상의 뇌리에 남아있다. 아... 왠지 인간보다도 더 한이 많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백건우의 소설 [검은 고양이]는 앨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와는 다르지만 신비와 한, 공포라는 의미에서는 같다. 소설 속 화자는 고미술이나 옛 것에 관심이 많다. 벼룩시장을 돌면서 옛 물건을 수집하거나 거기에 관련된 옛이야기를 알아내는 것 또한 화자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어느 날 화자는 벼룩시장에서 초라한 행색의 노인에게서 그림 한 점을 단 돈 팔천 원에 사게 된다. 바로 검은 고양이 그림이다. 그리고 그 후 집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개인적으로 단편인 것이 아쉬운 소설이었다. 무언가 기대되는 일들이 더 있을 법한데, 맥이 없어지는 느낌이랄까... 아.. 더 더 더.... ㅎㅎ 하는 욕망은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나는 흡사 그 그림 속 고양이를 정말로 보기 원했는가... 사실 우리 모두는 그림 속 고양이가 그저 그림 속에서만 존재하기를 원할 것이다. 고양이라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치부이거나 숨기고 싶은 그 무언가가 일 수도 있으니...... . 개인적으로 야사, 숨겨진 이야기들을 좋아하는데, 훅 빠져들었다. 언젠가 [홍문원]이라는 책에 대한 자료도 찾아보고 싶다. (혹시 이것도 상상인가... 있을까.. 음... 애매한 지고... )


여기서 잠깐!! 사실 검은 고양이는 그 색 때문에 불경하게 취급되는데, 알고 보면 검은색이야말로 모든 색이다. 그리고 검은색 고양이의 털이 얼마나 부드러울지는 상상 그 이상이다. (검은색이여... 영원하라...) 검은 고양이야말로 사랑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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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세기가 지나도 싱싱했다 : 오늘의 시인 13인 앤솔러지 시집 - 교유서가 시인선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공광규 외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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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세기가 지나도 싱싱했다.

오늘의 시인 13인 앤솔러지 시집 | 교유서가

여러 다양한 방면의 생각들이 한데 어우러진 듯 다채로운 시의 향연들은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풍요롭다고 해야 할까? 흔히들 요즘 사회를 시를 읽지 않는 사회라고 한다. (하지만 언제는 시를 읽는 사회였던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끈질지게 살아남아서 자기 할 도리를 기어코 하고 만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치는 오늘이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시 한 줄에 위로를 받고 눈물을 훔친다.

책의 운명, 방랑자들, 동서울 터미널, 환생들, 관성 등등 많은 시들이 가슴속에 머물렀다. 시집 띠지에 적힌 글... 지금 여기 가장 싱싱하게 일렁이는 시인 열세 명의 신작 시 모음이라고 했는데... 앗, 맞구나. 일렁인다는 것이 여기에 적합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시는 일렁인다. 그리고 아마도 시간이 흘러서 다시 시집을 펼쳐도 여전히 일렁일 것이다. 왠지 시들이 멀미 같다는 생각도 든다. 평상시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살아가다가 아차 하는 순간들이 있다. 시인들은 그것을 캐치하고 그려준다.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 느꼈더라고 하더라도 비루한 언어로 미처 표현되지 못했던 감정들은 시인들이 써놓은 시어로 마침내 살아난다. 그 산 것들이 멀미가 된다. 이제야 움직인다는 듯이... 이제야 생의 유한함을 느낀다는 듯이... 이제야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안다는 듯이...

혹여 지금의 삶에 멀미가 필요한 분이 있다면... 이 시집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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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의 크레이터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정남일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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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의 크레이터

정남일 소설 |교유서가

어떤 사람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찾으려 하고, 다른 어떤 이는 스스로가 존재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으려 한다. 정남일의 소설 [세리의 크레이터] 속의 세리는 바로 전자이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운석에서 찾는다. 미혼모인 엄마가 자신을 낳을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떨어지는 운석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러던 중 세리는 아이를 갖는다. 오와 나 사이에서의 아이... 극 중 화자는 그 아이를 오의 아이라고 확신 아닌 확신을 하지만 세리만이 아는 일이겠지..... .

소설을 읽고 크레이터가 운석이 떨어진 패인 자리이며, 초계 분지가 바로 오만 년 전 소행성이 떨어져서 생긴 지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초계 분지가 바로 경상남도 합천군 적중면과 초계면에 걸친 분지, 즉 작은 산으로 둘러싸인 동네라는 것도 말이다. 세리는 자신이 아이를 낳을 결심? 을 하러 운석이 떨어진 자리를 가 보기로 한다. 거기에 나는 아이 낳는 것을 말릴 목적으로 따라나선다. 과연 나의 결심은 성공할 것인가?

초계 분지를 멀리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보는 나는 시나브로 어떤 감정에 젖는다. 그 감정이 세리가 갖길 원한 건 아니었을까? 그 모든 이유가 모두 선이 되길 바라고 또 바래본다. 모든 우연에서 필연을 찾는 모든 이에게 이 소설이 작은 위로가 될 듯하다. 당신도 역시 이 소설을 읽고 초계 분지를 향해서 떠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우연을 바로 필연으로 만들기에 이보다 더 근사한 곳도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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