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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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 김난주 (옮김) | 태일소담출판사 (펴냄)

어릴 적 막연히 동경만 했던 세계가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다면 기분이 어떠할까? 처음에는 신기하고 볼을 꼬집어 볼만큼 현실이 아닌 것같을 것이다. 두근 두근 거리는 세계... 하지만 막상 그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내가 상상했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어...하게된다.

학교 졸업 후 직업을 구하게 됐을때 나의 느낌이 그러했다. 처음에는 막연히 방송국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셰계 속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좋아보였다. 어찌 어찌해서 들어간 그곳은 내가 상상하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매일 매일 야근이 이어졌고 부당한 모습도 보이고, 무척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그렇지 않은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한 선배는 나에게 이런 말도 했다. 여기에서 일을 하려면 허영심이 필수라고 말이다. 허영심이 있어야지 이 생활을 버틸 수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고 스스로가 계속 속삭이는 와중에 그 생활을 계속 해내갈 자신이 나에게는 없었다.

여기 가오리의 소설 속에는 세명의 주인공들이 나온다. 학창시절 나란히 출석부에 적힌 이름 스와, 세노, 세이케 덕분에 쓰리 걸스로 불리우게 되어 친해진 여성들... 그들은 학창시절을 지나서 오십대의 여성의 모습이 되어서 다시 만나게 된다. 아마도 다분히 에쿠니 가오리 스스로의 나이도 짐작하게 되는, 그녀의 모습일까도 싶은 추측을 불러들이게 하는 소설이었다.

돌싱인 세이케 리에는 자유분방한 여성의 대명사이다. 자유롭게 즐길줄 아는 그녀는 일적인 면으로도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다. 그녀가 돌연 영국생활을 접고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바야흐로 쓰리 걸스가 삼십년만에 다시 뭉치게 되는 것이다.

리에가 싱글인 채로 여든이 된 어머니와 함께사는 스와 다미코의 집으로 들어오면서 소소하지만 작은 회오리같은 일상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주부로 사는 세노 사키의 일상마저도 잔잔히 술렁인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첫 문장처럼 각 집에는 소소한 그 집안만의 해결해야할 고민이 있다. 겉에서 봤을때는 모르지만 속으로 찬찬히 파고 들어가면 다른 이면이 보인다.

스와, 세노, 세이케는 학창 시절에 자신들의 이런 삶을 상상했을까? 그들이 그 시절 느꼈던 셔닐 손수건의 촉감와 캔털루프 멜론 맛은 아직도 그대로 일까?

상상 속의 미래를 만지거나 볼 수 있다면 그 당시 우리는 지금 이 삶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마지막 그들이 나눴던 상상의 반전이란 이런 것이 아닐지 싶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래서 더 재미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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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 - 모성, 글쓰기, 그리고 다른 방식의 사랑 이야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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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글쓰기란 이런 것이 아닐까한다. 모성에 대한 잔혹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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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왕의 방패 - 제16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을 리가 없어! 1
이마무라 쇼고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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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보는 작가 중 한명이 되어버린 이마무라 쇼고 최고의 창과 방패의 그 결말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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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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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을 에쿠니 가오리의 책으로 마무리한다면 왠지 따뜻할 듯하다. 어서 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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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 - 사로잡힌 영혼들의 이야기
비비언 고닉 지음, 성원 옮김 / 오월의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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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미국과 공산주의자라니...이런 말도 안되는 조합이 어디있을까?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자가 비비언 고닉이라고? 아니, 내가 아는 고닉이 맞아? 그 [사나운 애착]과 [멀리 오래 보기]의 작가라고? 그 두 권의 책은 여전히 내 책장에 꽂혀있지만 이 책과 나란히 하리라곤 생각할 수도 없었다. 물론 내가 고닉에 대해 철저히 개인적인 감정이 있었다면 전작들도 모조리 챙겨 읽는 열정이 있었겠지만 그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 책 [ 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는 비비언 고닉이 1970년대에 미국에서 공산당원으로 활동했던 수십 명을 인터뷰한 책이다. 무려 1977년도에 펴낸 책이라니. 그 책이 2020년에 새로운 서문을 덧붙여 재발간 된 것이다.


난 예전부터 사람들이 공산주의에 대해 오해를 한다고 생각했다. 공산주의가 가진 근본 철학은 모른 채 그것을 물려받았다고 자신하는 정권에 속아서 억압당하고 착취당해서 그 의미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무려 우리가 페미니즘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과 오해를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진짜 공산주의, 진짜 페미니즘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는 것과 무척 다른 것은 아닐까? 억압과 통치행위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굴레로서의 공산주의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자유와 번영을 누리고 자본의 가치에 잠식 당하거나 돈만을 위해 평생을 내쳐지는 삶을 살지 않도록 해주는 것...


비비언 고닉은 뉴욕 브롱크스 좌파 노동계급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 속에서 사회주의자와 공산주의자 틈새에서 성장했다. 그녀가 친구들과 공산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때 이해할 수 없다는 그들의 표정이 상상이 되어진다.


고닉은 서문에서 이야기한다. 공산당원인 된 사람들에게 마르크스주의는 헬레네와 같은 존재라고 말이다. 인간에게 존재하는 가장 극심한 갈망이 공산당이라는 페르소나를 뒤집어쓴다. 그리하여 의미있는 삶을 살고자하는 욕망에 허기가 붙는다. 그 허기가 공산당원에게 따라붙어 떨어지지않지만 나중에는 그 허기가 그들을 살게 했다고 말이다. 모든 이데올로기의 중심에는 바로 갈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이제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있다. 정의와 공정에 대한 갈망, 인간다움에 대한 갈망으로 사람들은 촛불을 그리고 응원봉을 들었다.

잘못된 것은 모두가 알지만 용기있게 지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자신의 안위와 영달에 대한 생각에만 사로잡혀있는 사람을 지도자로 뽑았을때 온 국민이 어떤 사태에 직면하게 되는가? 자칫하면 나라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 더 많은 과제가 남아있지만 두 손에 불을 드는 시민들이 있는 나라에 산다는 것은 참으로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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