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그레이티스트: 무하마드 알리 평전
월터 딘 마이어스 지음, 이윤선 옮김, 남궁인 해제 / 돌베개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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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하마드 알리'의 전성기는 내가 철들기 한참 전에 지났지만, 그래도 내 세대까지 무하마드 알리는 신화였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말은 까부는 남자아이들이 등장하는 만화에서 수도 없이 봤고, 권투에 딱히 관심이 없었던 나는 권투 챔피언은 무하마드 알리와 홍수환, 마이크 타이슨밖에 없는 줄 알았다(...)


이 평전은 무지 짧지만 짧은 만큼 박진감이 있다. 무하마드 알리의 권투선수로서의 성취, 정치적 신념, 종교적 신념,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 병마와 싸우는 예전 챔피언들의 운명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정도로 사람을 몰입하게 만든다. 


하지만 역시 권투라는 스포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권투는 투견 경기를 닮았다. 돈 없는 젊은이들이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택할 수 있는 길이 권투 뿐이라면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출구라도 있는 사회가 없는 사회보다 나은 것일까. 학문부터 연예계까지 젊은이들을 밀어내고 순종시키기 위해 꽉 짜여져 있는 것 같은 구조를 보면,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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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된 사람들 - 아홉 명의 아동 성범죄자를 만나다
패멀라 D. 슐츠 지음,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옮김 / 이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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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성폭력을 겪은 사회학자가 아동성폭력범들을 인터뷰하고 분석한 책이다. 아동성폭력범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반론에 대해 저자는 '그들을 괴물로 타자화시키면 문제는 더욱 파편화된다. 가해자들을 이해하는 것도 범죄의 예방에 필요하다'고 꿋꿋이 반응한다. 


가장 끔찍했던 에피소드는, 남성 범죄자가 5세에 여자사촌에게 섹스(이 책에서는 삽입섹스보다 더 넓은 함의를 가진다.)하자는 제의를 받고 행위를 했다는 일화였다. 알고보니 삼촌이 사촌 자매들을 다 건드렸던 것이다. 5세 여자애는 아버지가 '좋은 것'이라고 세뇌했던 걸 사촌과 한번 해보고 싶었겠고.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싶었다. 그리고 부모나 아는 사람에게 아동성폭력 피해를 증언해도 그것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 전에는 '지워져 버리는' 장면들도 너무 자주 있는 일이라 소름이 끼쳤다. 아동성폭력 피해자가 나이를 먹으며 가해자가 되는 현상에 대해서는...그저 한숨만 나왔다. 혐오나 폭력은 정말 감염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아동성폭력도 마찬가지고.


또, '아동이 조금만 거부감을 느끼거나 반항하는 것 같으면 (진도를) 멈췄다. 나는 동의 하에만 했다'는 가해자 이야기도 소름끼쳤다. 이 사람 우리나라에서는 무죄나 훈방, 집행유예 정도로 풀려났을 것 같은데. 멀쩡히 일상생활 잘 영위하며 누군가의 딸이나 아들 머리를 귀엽다고 쓰다듬을 것 같은데. 


하나 아쉬운 것은 여성 가해자의 이야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수적으로도 훨씬 적고 정형성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이 책에서 볼 수 있듯이 아동이 아동을 유혹하거나 청소년이 아동을 유혹하는 데는 남녀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 범죄자들이 만들어지는 구조와 그들의 심리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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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승의 선지자
김보영 지음 / 아작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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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갸웃갸웃하게 만드는 지점들이 있다. 이것이 소설인지, SF인지, SF라는 틀에 조응할 필요가 있는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반짝거리고 잘 만든 조형물인 건 알겠는데 무슨 용도지? 같은 느낌이다. 


가끔가다 전자책이 한 페이지씩 통째로 날아간 곳들이 있어서 내가 더 내용 파악을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진화신화>는 재미있었는데 이 작품은 영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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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언어의 온도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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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교과서에 실리던 수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좋은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뒤돌아서면 머리에 남는 게 없다. 괜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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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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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아들이 아버지를 극복하거나, 계승하거나, 애증하는 이야기는 많았다. 어머니와 딸의 감정적 비틀림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아버지를 믿고 사랑하던 딸이 아버지의 독선과 거짓을 극복하는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픽션 논픽션을 막론하고.


이 책의 가치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아버지를 사랑하고 과학자로서 존경하는 딸이, 아버지가 죽은 후 아버지가 옛날에 저지른 범죄와 학문적 거짓말에 대해 알게 된다. 딸 페이스는 아버지의 살인범을 잡아내어 복수하는 전통적 아들의 역할과, 아버지를 부정하고 극복하며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여성들의 연대에 대해 눈뜨게 되는 여성이다. 각자의 발디딤 위에서 세계와 싸워나가는 여성들, 스치듯이 지나가는데도 깊은 인상을 주는 여성들의 연대(동성애적 관계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가 인상깊다. 딸이 아버지의 권위와 독선에 맞서 싸워 이기는 이야기가 더 많이 창작되고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나중에 다른 소녀가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책을 대충 훑어보다가 학계 저널에 있는 각주를 우연히 발견하고 거기 적힌 ‘페이스 선더리‘라는 이름을 읽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페이스라고? 소녀는 생각할 것이다. 이건 여자 이름이잖아. 여자가 이걸 했단 말이지. 그렇다면...나도 할 수 있겠네. 그렇게 작은 희망의 불길, 자신에 대한 믿음과 투지가 다른 소녀에게 전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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