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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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아들이 아버지를 극복하거나, 계승하거나, 애증하는 이야기는 많았다. 어머니와 딸의 감정적 비틀림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아버지를 믿고 사랑하던 딸이 아버지의 독선과 거짓을 극복하는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픽션 논픽션을 막론하고.


이 책의 가치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아버지를 사랑하고 과학자로서 존경하는 딸이, 아버지가 죽은 후 아버지가 옛날에 저지른 범죄와 학문적 거짓말에 대해 알게 된다. 딸 페이스는 아버지의 살인범을 잡아내어 복수하는 전통적 아들의 역할과, 아버지를 부정하고 극복하며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여성들의 연대에 대해 눈뜨게 되는 여성이다. 각자의 발디딤 위에서 세계와 싸워나가는 여성들, 스치듯이 지나가는데도 깊은 인상을 주는 여성들의 연대(동성애적 관계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가 인상깊다. 딸이 아버지의 권위와 독선에 맞서 싸워 이기는 이야기가 더 많이 창작되고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나중에 다른 소녀가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책을 대충 훑어보다가 학계 저널에 있는 각주를 우연히 발견하고 거기 적힌 ‘페이스 선더리‘라는 이름을 읽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페이스라고? 소녀는 생각할 것이다. 이건 여자 이름이잖아. 여자가 이걸 했단 말이지. 그렇다면...나도 할 수 있겠네. 그렇게 작은 희망의 불길, 자신에 대한 믿음과 투지가 다른 소녀에게 전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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