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담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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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니다, 우주일지>도 그러더니 또 우주선이 고장나서 유닛을 분리하고 죽어가는 우주인 이야기다. 이 모티브에 뭔가 남성작가들의 심금을 울리는 부분이 있나보다. 


전체적으로 나하고 안 맞는 작품인 것 같다. 일단 화자 역할에 해당할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말하는 코미디 부분이...하나도 안 웃겼다...ㅠㅠ 게다가 읽어가다보니 '엥 이게 무슨 소리야 그래서 동생이랑 여자 둘이랑 제사장과 무녀가 되어 우주 속으로 표표히 사라진 남자를 추모한다는 건가 이게 무슨 셰인도 아니고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쾌하려는 문체와 가벼우려는 강박 속에서 느껴지는 건 결국 한국 순문학 남자 작가의 감성이었다(술먹고 누나 같은 여자랑 사고치는 것까지 아주 그냥 판박이). 한번 의식하다 보니 읽으면서 계속 의식이 되는 바람에 영 끝맛이 비렸다.


박한 리뷰에 즐겁게 보신 분들까지 감정 상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난 마이너 중에서도 캐마이너 감성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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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 - K-pop 스크린 광장 여이연문화 5
김은하 외 지음, 조혜영 엮음 /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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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재미있다. 이 책에 나오는 문화예술작품들을 거의 다 모르는 나도 재미있게 읽었으니 아는 사람은 더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나의 10대, 20대 때는 소녀라는 말을 낯간지러워서 쓴 적이 없었다. '소녀'라고 하면 만화에 나올 법한 폣병 걸린 귀족 소녀, 세상 물정 모르고 시집 끼고 다니는 여자애, 이런 비현실적인 이미지만 생각났고, 나나 우리 세대가 10대 여성으로서 자신을 정체화했던 건 오히려 '여중생'이나 '여고생'에 가깝다. 대중매체에서 '소녀'가 호명된 것은 역시 소녀시대의 데뷔 이후가 아닐까.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부터 K-팝에서 소녀가 차지하는 위상까지 종횡무진으로 달리는 논문집이라 뚜렷이 결론을 내린다든가 하는 것은 없지만, 저자들은 모두 '소녀문화'가 새로운 저항문화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 같지만 '과연?' 싶다. 왜냐하면 스크린에, 화면에 재현된 소녀들 말고 한국의 10대 소녀들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가 아직 안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녀'를 아직 다 모른다. 


마지막이 '촛불소녀' 이야기라서 두근대며 읽었지만 홍승은 씨가 글을 잘 쓰는 것과 별개로 촛불소녀가 2008년의 촛불소녀 분석이 아니어서 좀 아쉬웠다. 2016년 참여한 여성들은 역시 '촛불소녀'가 아니라 헬페미가 맞지 않을까. 2008년 촛불소녀들의 이야기를 '촛불시위를 이끌어낸 발화점'이나 '광장의 마스코트' 정도로만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계급적 구성(강남촛불소녀들이 빠지기 시작할 때 '하층' 촛불소녀들이 충원되기 시작했다든가), 그들이 촛불시위 중 겪은 성추행/강간, 그들이 돌아간 공간 등에 대해 따로 서술한 책이 하나쯤은 나왔으면 좋겠다. 2008년 촛불소녀들을 '진보저씨'들이 추행한 사건도 꽤 있었지만 그때야말로 적아대립의식으로 다들 가득차서 입다물고 넘어갔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절대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할 수 없다). 


'소녀'가 더 많이, 더 깊이, 더 전체적으로 탐구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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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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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다. 잘난 척이나 괴짜 흉내가 아니라, 한국 소설 특유의 질척거리는 정서와 등장인물들의 논리적으로 모자라는 사유, 어슴푸레한 감정으로 행동하는 방식이 나하고 참 안 맞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정말 좋았다. 이 작가는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작가지만 진정 아깝고 서운했다. 


이 작품은 드물게도 '죄의식'이라는 주제를 탐구한다. 문체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단순함이 그로테스크로 이어지고, 마지막 마무리는 사르트르의 단편 '어느 지도자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물론 장편과 단편이 다르고, 박지리의 소설이 더욱 복잡하고 여러 가지 문제를 건드린다). 


오랜만에 읽은 역작이었다(원고지 2.900매에 달한다고 한다). 엘리트 소년들의 기숙사 학교라는 설정이 주는 고딕고딕함도 좋았고, 언뜻언뜻 보이는 BL적 요소와, 마냥 밝기만 한 청소년 시절을 보내는 듯한 주인공들이 순간순간 위선과 침묵을 합리화하는 쪽으로 마음을 비트는 장면들도 좋았다. 이 작품은 부디 오래 남아 컬트적 사랑을 받는 고전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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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출판사 2017-11-0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사계절출판사 다윈 영 편집자입니다. 덕분에 다윈 영 2쇄 들어갑니다. 속표지 뒤에 독자분들 리뷰를 발췌해 넣으려고 합니다. ˝오랜만에 읽은 역작이었다. 이 작품은 부디 오래 남아 컬트적 사랑을 받는 고전이 되면 좋겠다. -별의아이˝ 이렇게 넣으려고 하는데 괜찮을지요?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주시면(literature@sakyejul.com) 박지리 작가의 신작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책은 12월 초에 나올 예정입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전자책] [세트] 흰 사슴 잉그리드 (총6권/완결)
흰울타리 / 라렌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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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서 굉장히 기독교적이라고 생각했다. 삶의 의미 같은 건 없지만 그럭저럭 잘 살던 방탕막장남이 잉그리드(신적인 존재)와 계약 결혼을 하게 되는데, 인간은 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후회와 과대망상과 편집증과 자학으로 점철된 괴로운 회개와 속죄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뒷부분은 망상증 편집증 약물중독 치료 임상 보고서 읽는 기분으로 읽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는 자기가 개짓거리 하고 자기 무덤 삽질한 다음 그 안에 들어가 고이 파묻히는 이야기를 너무나 좋아하는구나!'(악취미...) 하고 깨달았다. 마음 약한 분들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하차합니다' '이건 매 회가 고구마야' '리건이랑 잉그리드 언제 행복해지나요'를 외치는 와중에 나 혼자 낄낄거리며 '왜 이걸 고구마라고 하지 매 회가 사이다인데...' 하고 읽었다. 만약 내가 저질렀다면 부들부들하며 이불속에서 얼굴이 빨개진 채 하이킥하고 있을 짓들도 로판 남주가 해주니까 괜찮더라(...)


호불호가 정말 많이 갈릴 작품이다. 지인은 리디연재분 2회까지 읽고 막장남주를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고 하차했다. 하지만 한번 펼쳐보고 자기 취향이 맞는지 시험해볼 만한 작품이기는 하다. 일단 취향이 맞으면 그 다음의 재미는 보장할 수 있는 퀄리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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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아이돌론
사이토 미나코 지음, 나일등 옮김 / 한겨레출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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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독서>부터 범상치가 않다고 느꼈는데, 이걸 어째, <문단 아이돌론>은 <취미는 독서>보다 세 배 이상 재미있다. 일단 다루는 인물들 자체가 흥미롭다. 무라카미 쌍둥이(류와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다치바나 다카시, 우에노 치즈코 등(나머지는 국내에서 거의 못 본 작가들이다). 그야말로 '문단 아이돌'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로 친다면 '한강, 김연수, 귀여니, 정희진, 정재승, 공지영' 등의 작가론을 한 파트씩 써서 묶은 것인데, 오마나, 재미있다. 아는 작가는 아는대로 재미있고, 모르는 작가는 모르는 대로 맥락만으로도 재미있다. 특히 우에노 치즈코 부분은 웃겨서 데굴데굴 굴렀는데...이미지만 말하자면 우리나라판 진중권+낸시 랭이다. 더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 포함이 될 것 같다. 


역자의 말처럼 이 책이 꼭꼭꼭 많이 팔려서 사이토 미나코의 글을 우리나라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에노가 스타가 될 수 있었던 두 번째 이유는 이 영웅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녀는 카피라이트 센스에서는 한참 뒤떨어지지만 논쟁에서만큼은 무척 강했습니다. 거꾸로 말해, 안티 페미니스트 가운데 그녀를 이길 수 있는 논객이 없었습니다.
1) 도발에는 맞받아친다. 2) 걸어온 싸움은 모두 받아들인다. 3) 한번 올라탄 배에서는 결코 내리지 않는다. <여자 놀이>의 저자 소개에 실린 처세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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