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세계사 - 우리가 알지 못했던 43가지 역사 이야기
박은봉 지음 / 책과함께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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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실은 분명히 과거에 일어난 하나 뿐인 이야기이지만 그 사실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시선은 여럿이며 끊임없이 변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역사의 기록은 승자들에 의해서 씌여지기에 패자들에게는 불리하게 씌여지게 되는 것이다.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세계사>에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역사 이야기, 어떤 이유로 숨겨졌던 이야기, 아니면 새로운 평가를 해야 할 이야기 등이 43편 실려 있다.

이 책은 저자인 박은봉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FM은 내 친구>와 <밤의 디스크 쇼>에서 '세계사 뒷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1993년 2월부터 1년 2개월동안 방송한 내용들을 <세계사 뒷 이야기/ 박은봉 ㅣ 실천문학사 ㅣ 1994>로 펴냈던 책을 수정, 보완한 책이다.

역사를 지루하고 재미없는 과목으로 생각했던 독자일지라도, 이 책 속에 담긴 내용을 읽는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은 역사 이야기이다.

그동안 역사책 읽기를 좋아해서 많은 역사 관련 책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어서인지, 언젠가 읽었던 세계사 뒷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는 많이 실려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사랑과 결혼을 주제로 한 첫 장에서는 베토벤, 도스토예프스키, 차이코프스키, 아폴리네르, 헤세, 주령비와 장순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도 있고, 남몰래한 사랑의 이야기도 있고, 첫사랑이야기도 있다.

그 중에 차이코프스키와 나데즈다 폰 메크의 사랑은 정신적 반려자 관계를 유지한 특이한 사랑이야기이다.

차이코프스키는 동성애자였기에 미망인인 나데즈다 폰 메크와의 사랑을 이룰 수는 없었지만, 13년동안에 걸쳐서 서로의 사랑, 인생, 음악,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1100 통이나 주고 받았으며, 나데즈다는 차이코프스키에게 매년 6천 루블을 보내줄 정도로 경제적인 도움도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로 만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그럼에도 나데즈다는 자신의 시골 별장에 차이코프스키를 초대하여 휴식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했는데, 그때에 나데즈다는 서로 만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산책 시간표를 보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우연히 마주칠 기회가 있었고, 그때에 차이코프스키는 정중히 인사만을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하니, 두 사람의 사랑은 정신적인 사랑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꿈과 욕망의 장에서는 역사를 뒤바꿀 정도로 콧대가 높았다는 클레오파트라를 재조명해 본다.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기록은 로마 입장에서 쓴 로마 전기작가인 플루타르크가 쓴 <영웅전>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야기들인데, 그녀를 요염한 여인으로 일컫는 것은 강대국인 로마에 맞서 이집트의 독립을 지키고자 했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클레오파트라는 2천년 가까이 선망 섞인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숨은 이야기 중에는 <삼국지>의 무대가 되는 위, 촉, 오, 세 나라 중에 유비가 다스리던 촉이 다른 두 나라에 비해서 열세에 놓여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소금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한다.

촉이 있던 곳은 내륙이었기에 소금을 구하기 힘든 곳이다. 그러나 인간은 소금을 먹지 않으면 생명 유지가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촉나라에서는 어떻게 소금을 구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땅을 깊이 파 내려 가서 깊이 1Km 정도 내려가면 염수층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염수층의 물을 끌어 올려서 솥에 끓여서 소금을 만들었기에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기원전 1세기에 땅을 파 내려가면 천연가스와 석유가 나오는 우물이 있음을 알고, 그 우물을 화정(火井), 석유를 석칠(石漆)이라 불렀다고 하는 기록이 6세기에 쓴 양신의 책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니, 중국인들의 시추술은 서양인보다 1900년 앞섰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재미있는 묘비명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도 다른 책에서 읽고는 웃음을 참아 낼 수 없었는데, 이 책에도 소개된다. 수학에 문자를 최초로 사용한 디오판 토스의 묘비명이다. 디오판토스가 몇 살에 세상을 떠났는지 한 번 계산해 보기를....

이 무덤 아래 디오판토스는 잠자고 있다. 이 경이에 찬 사람을 ! 여기에 잠자는 이의 기예의 힘을 빌려 묘비는 그 나이를 적는다. 신의 축복으로 태어난 그는 인생의 6분의 1을 소년으로 보냈다. 그리고 다시 인생의 12분의 1이 지난 뒤에는 얼굴에 수염이 자라기 시작했다. 다시 7분의 1이 지난 뒤 아름다운 여인을 맞이하여 화촉을 밝혔으며, 결혼한 지 5년만에 귀한 아들을 얻었다. 아! 그리고 그의 가엾은 아들은 아버지의 반 밖에 살지 못했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 깊은 슬픔에 빠진 그는 그 뒤 4년간 정수론에 몰입하여 스스로를 달래다가 일생을 마쳤다. (p. 306)

이 책 속의 내용은 서양의 이야기, 동양의 이야기,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시대를 불문하고 고루 담겨져 있다. 그중에 우리 역사 속의 이야기중의 하나는 TV 역사극의 단골 메뉴인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이야기이다.

흥미위주로 많이 소개되었던 이야기이기에 그 내용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왕비 자리를 두고 폐비가 되었다가 다시 왕비가 되는 엎치락 뒤치락하는 두 인물 위주의 이야기는 다분히 역사적 관점보다는 두 여인의 삶에 더 비중을 두고 이야기거리가 되지만, 과연 장희빈은 희대의 요녀였고, 악녀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남인이 집권하면 장씨가, 서인이 집권하면 민씨가 등장하는 역사속의 정치적 쟁점까지 읽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요즘 TV 드라마로 방영되는 장희빈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그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역사를 왜곡하게 되는 폐단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의 역사를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는 문제성이 있는 드라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책 속의 43편의 이야기는 짧은 이야기들이기에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역사 속의 중요한 사건을 많이 다루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사책은 누가 어떤 관점에서 썼느냐에 따라서 사건과 인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역사 속에 중요한 사건들, 숨겨진 사건들, 재평가해야 할 사건들을 이 책 속에서 골고루 접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 이야기이니, 역사를 싫어하는 독자들도 한 번 읽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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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어느 여행자의 기억
변종모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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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모의 책 중에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는 짙은 외로움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대부분을 길 위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그에게 여행은 생활이자 불치병임에는 틀림이 없다.

언제 떠나서 언제 돌아오리라는 기약도 없이 발길이 닿는 곳에서 머물고 싶으면 몇 달이고 머물다가 문득 떠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면 훌쩍 떠나는 그는 8년간에 걸친 사랑이 단 8분도 채 안되는 전화 한 통으로 끝나 버리는 아픈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그는 길 위에서 어머니를 생각한다. 언젠가는 '폭풍같은 후회'를 할 것이라는 예감을 가지고 있었던 그에게 날라온 소식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니....

그래서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는 짙은 외로움이 뚜욱~ 뚜욱 ~ 떨어지는 감성적인 글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라면 그 치유 방법은 좋은 사람과의 인연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된 변종모의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는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와 그리 다르지 않은 감성적인 글들이 담겨져 있다. 그 글과 함께 실린 사진들은 사진을 보는 순간 글 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줄 것만 같은 느낌이 있는 사진들이다.

 

구태여 두 책을 비교하자면, 책 속에 담긴 여행지는 같은 곳일지라도 그 곳에서 느끼는 생각들은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는 외로움이 담겨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에는 조금은 그 외로움이 덜어진 느낌이 든다. 그것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함께 나눈 음식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 먹기 위해서 준비하는 조촐한 식사, 누군가가 만들어 준 한 끼 식사, 스스로가 먹기 위해서 한 음식 이야기가 외로움을 덜어내 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여행 중 길 위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그 사람들이 소박하게 내 놓았던 음식 이야기, 그리고 그가 만들어 준 음식의 레시피(?)가 담겨 있다. 레시피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하면 안 되고, 그냥 그만의 음식 만드는 방법이 몇 개 소개된다.

말하자면, '음식이 가져다 준 먼 곳의 당신 이야기'이다. (작가는 유독 당신이란 지칭을 많이 쓴다)

" 세상은 아직도 많이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길 위의 당신들. 그때 당신이 보잘 것 없다 말한 그 한 그릇이 나에겐 너무나 넘쳐 났으므로, 언젠가 그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따뜻한 한 끼, 그기로 그것을 채워주던 따뜻한 시간들. 그 속에 당신이 있었기 때문에." (prologue 중에서)

 

훈자에서, 그리고 이집트에서 또 다시 만났던 그녀, 그녀와 그의 공통점은 길 위에서 같은 슬픔을 맞이했었다. 누군가의 죽음을 길 위에서 듣게 된다면 그 슬픔은 얼마나 클까?

그녀가 해 준 따뜻한 한 그릇의 식사는 하얀 쌀밥과 고소하게 볶아진 감자볶음. 이 소박한 한 끼의 식사를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길 위에서 맛보는 행복이 아닐까.

새해 아침에 엄마가 끓여 주던 만둣국을 생각하면서, 그는 사과를 뚝뚝 잘라 넣고 사과향이 새콤하게 번지는 만둣국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만난 잠깐의 가족들과 그 음식을 먹기도 한다.

 

푸리에서는 '진짜 피자를 먹고 싶다는' 브론과의 생각의 일치로, 푸리에서 방갈로르까지 피자를 사기 위해서 기차를 타고 달려 가기도 한다.

" 페페로니 가득한, 브론이 말하던 진짜 피자. 치즈가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지고 고소한 빵에 자글자글 기름이 흐르는, 브론이 말하던 그 진짜 피자. 이 뜨거운 남인도의 열기보다 더 열정적인, (...) 어느 지독한 여름날에 문득 오늘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저지른 이 무모함이 따뜻한 한 조각의 기억이 될 수 있을까 ? (p. 147)

그러나 " 늘 지나고 나면 후회하는 것이 삶이고 늘 후회하면서도 반성하지 못하던 시절은 이제 다 지나가 버렸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후회만 남는 것들이 있다." (p. 60)

어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단 한 마디의 말씀, " 밥은 먹고 다니냐?" (p. 223) 그러나 이제는 들을 수 없는 말. 그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새콤 달콤한 물김치가 길 위에 선 그의 머리 속에 맴돌기도 한다.

 

여행자에게는 홀로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월남쌈인데, 그는 제법 전문가다운 레시피를 공개한다. 아니 월남쌈은 재료의 종류가 많다고 가격이 비싼 것이아니고, 번거로운 요리 과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의 말처럼 칼질만 조금 열심히 하면 여러 명이 즐겁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월남쌈을 만들어서 함께 먹기를 청하니, 이제 그는 그리 외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기억 속에도 어떤 여행지에서 맛 본 잊을 수 없는 음식들이 있고, 그 음식을 함께 먹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비록 내가 해 준 음식이 아니고, 그가 해 준 음식이 아니건만 오래도록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 따뜻한 인사 나 그 보다 더한 결속이 될 수도 " ( 책 속의 글 중에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음식은 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그 느낌들은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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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2 4 - 하지만 언젠가 봄이 오리라 ㅣ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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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은 만화가 서나래의 필명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그녀의 사진이 나오는데, 어딘지 그의 만화 주인공을 닮았다. 그건 바로 <낢이 사는 이야기>가 바로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만화가가 된 것은 대학 시절에 미니홈피에 <낢이 사는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다이어리 형식의 만화를 올렸는데, 인기가 폭발적이었고, 2004년부터는 개인 홈피를 열어서 만화를 연재했다.

그녀의 만화들은 <낢이 사는 이야기>라는 책으로 엮어졌고, 이번에 <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 2>의 네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지금은 부모로 부터 독립하여 직장인이 된 남동생인 '식'과 함께 살고 있으며, 냥이 3마리도 그녀의 가족이다. 그래서 이 책 속에는 뚱이의 기생충 감염이야기와 웅이의 배뇨이상에 대한 만화도 실려 있다.

2012년 낢은 서른이 되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서른이 되면 경제적 여유도 있고, 후배들에게 삶의 노하우를 전해주는 나이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남들은 서른이 되는 것을 두려워 하지만, 그녀는 어쩐지 멋있어 보이는 나이라고 생각했건만, 역시 스무 살이나, 서른 살이나 그리 달라진 것이 없는 거의 비슷한 일상 생활이 계속된다.

그래서 낢의 이야기는 처음보다 그리 많이 달라진 것은 없다. 가족들이 만화의 소재가 되고, 자신의 일상이 만화의 소재가 된다. 그리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읽으면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 <낢이 사는 이야기>에 담겨 있다.

이 책은 <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 2의 마지막 이야기로, 그녀의 나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와 직장에서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가 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그려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낢의 책 중에 <낢부럽지 않은 네팔여행기>가 있는데, 이번 책에는 중국 나들이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내몽골에서의 나무 심기 봉사를 한 나흘간의 이야기이다.

이 책으로 시즌 2가 끝나니, 앞으로는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곁에 찾아 올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20대를 넘어 30대에 들어선 낢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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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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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작품으로는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를 읽은 적이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우울을 넘어 상처로 뒤범벅이 된 사람들이다. 소설의 상당 부분을 읽을 때까지도 어떤 내용이 전개될 것인지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불분명하게 다가온다. 그것은 소설의 내용이 이야기 위주라기 보다는 심리 묘사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나'는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였는데, 영아원에 있다가 마음 착한 부부에게 입양이 되지만 그들의 포기로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가게 된다. '나'는 베란다에서 떨어져 자살을 하려고 하는데, '그사람' 이 구해준다. 그리고 어려울 일이 있을 때마다, 힘겨울 때마다 '나'를 붙잡아 주던 '그 사람'이 있다. '그사람'은 '나'를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사람이자, '나'를 교도관이 되게 한 힘이기도 하다.

'나'는 구치소에 들어온 살인범 '야마이'를 만나게 되고, 그는 18살이 몇 달 지났기에 사형을 선고받는다.

이 소설은 '나'와 '야마이'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나'의 자살한 보육원 친구 '마시타'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세상에 홀로 떨어진 보육원 아이들의 이야기는 부모들의 모책임한 행동이 그들의 자녀이 세상을 살아갈 때에 얼마나 힘겹게 살아 가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해 준다.

이 소설은 '나'와 '야마이'의 이야기와 함께 '나'의 자살한 보육원 친구 '마시타'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이 소설은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이 얼마나 힘겹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가를 말해주기도 한다. 그밖에도 '부모들의 행동과 역할' '범죄에 대한 인식'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 '사형제도의 존폐여부' 등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준다. 이 소설은 별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작가가 세상을 향해서 그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하는가를 파악한다면 꽤 의미깊은 소설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읽게 된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왕국>은 사기 매춘으로 세상의 권력있는 자들을 무너뜨리는 유리카의 이야기이기에 전체적인 소설의 배경이 어둡고 칙칙하고 혐오스럽기도 하다.

앞에 소개했던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의 주인공들처럼 창녀인 유리카나 하세가와 등도 아동시설 출신이다. 누군가에게 입양되었다가 파양되는 아픔을 겪기도 하는 어린 시절이 있는 자들이다.

유리카가 하는 일은 야다의 지시에 따라서 매춘을 가장하여 어떤 상대방을 만나게 되지만, 매춘이 목적이 아닌, 그녀가 만나는 사회적 유명인사들의 약점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서 사진과 동영상에 담아 사회적으로 파멸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성적인 수치심이 느껴질 수 있을 만한 증거를 담아 넌지시 야다에게 넘겨 주는 일이 그녀의 일이다.

유리카가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보육원에서 만난 언니인 에리가 죽은 후에 남겨진 아이인 쇼타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쇼타는 심장이식 수술을 해야 했기에 많은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는 속절없이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후에도 유리카는 사기매춘을 하면서 세상의 운명을 뒤바꿀 수 있는 배신을 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게 된다.

세상의 운명을 가차없이 비웃게 만드는 유리카, 유리카에게 그런 일을 시키는 야다, 유리카를 '전설의 창녀'로 회자되도록 상황을 조작하려는 의도를 가진 기자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야다와 기자키의 틈바구니에서 둘 중에 어느 편에 붙는 것도 위험하다면 어느 편에도 붙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운 유리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가 이 소설의 중반 이후의 궁금증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유리카가 하는 일이나 붉은 달의 등장 등은 다분히 두 소설을 모두 읽은 독자라면 연상되어지는 장면들이다.

달이 상징하는 이미지가 무엇인가는 명확하게 소설 속에서 찾아 낼 수 없었지만, 소설 전체에 널리 퍼져서 신비한 빛을 발휘하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게 된 동기로, '인류 최초의 직업이 매춘이었고, 그 다음이 소매치기였다'는 말을 듣고 그 두 가지를 결합한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그 첫 작품이 <쓰리>였고, 그 다음에 쓴 작품이 <왕국>이라고 한다. 두 소설은 각 장의 수가 같고, 페이지 수도 2페이지 밖에 차이가 안 난다고 한다. 먼저 쓴 <쓰리>의 자매편이 <왕국>이니, 그 작품을 같이 읽으면 좋다는 말을 덧붙인다.

두 작품의 연결고리가 되는 것은 '기자키'인데, <쓰리>에서는 소매치기 '니시무라'의 운명을 거머쥔 인물로 신적인 쾌감을 맛보는 자이고, , <왕국>에서는 매춘 여성 유리카의 운명을 거머쥔 인물로 악을 상징하는 자이다. 어쩌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선과 악의 두 모습을 한 인물에서 느끼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지만, 아직 <쓰리>는 읽지 않았기에 더이상의 설명은 할 수가 없다.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내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게 언제쯤이었을까. 지금도 나는 그것을 갖고 싶은 것일까. 만일 그것이 내 손에 들어온다면 무엇을 할까" (p. 203)

<왕국>은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소설 중에 두 번째 읽게 된 작품이지만, 처음부터 몰입이 잘 되지 않아서 상당 부분의 이야기가 진행될 때까지 쉽게 읽히지 않은 소설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 소설을 "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누아르는 독자로 하여금 배신감이 들지 않게 하면서도 끝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가운데 감성소설에서 철학적 스릴러로 변형시킨다" 는 찬사를 보내지만, 내가 읽기에는 그 의미를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소설이다.

아무래도, 내가 즐겨 읽는 소설과는 취향이 좀 동떨어진 소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소설이 궁금하다면 <쓰리>와 함께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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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말하기 연습 - 나와 당신, 세상을 이어주는 소통의 시작
김재원 지음 / 푸르메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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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미지 않고, 덧붙이지 않고, 마음에서 숙성된 담백한 언어로 말하기" ( 책 속의 글 중에서)

<마음 말하기 연습>은 KBS 김재원 아나운서가 쓴 에세이이다. 그는 얼마전까지 '아침마당'에서 깔끔하고 담백한 사회를 보았으며, 지금은 <6시 내고향>에서 시청자들의 저녁 시간을 책임지고 있다.

저자를 TV를 통해서 볼 때마다 느끼는 느낌은 '꾸미지 않고, 덧붙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아나운서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반득하고 깔끔한 외모에 과장되지 않고, 포장하지 않고, 떠벌리지 않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그의 말도 진솔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느껴진다.

예전과 같지 않은 아나운서들의 말과 행동이 때론 곱게 보이지 않는데 비하여 그는 신뢰감이 가는 말과 행동을 보여준다.

이 책은 아나운서가 쓴 말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기에 어떻게 하면 자신의 생각을 청중들에게, 아니면 상대방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게 되었지만, 책의 내용은 말하는 방법만을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말솜씨를 자랑하기 보다는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이 상대방과의 '소통'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격을 쌓아야 하고, 자기 계발을 위한 사고도 하여야 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사려잡을 수 있는 배려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침마당' 프로그램을 통해서 진행자로서 친근한 이미지와 유머감각을 엿 볼 수 있었던 그를 우리는 그리 잘 알지 못했었다. 그런데, 책 속에는 그동안 방송을 통해서, 강의를 통해서, 자신의 인생 속에서, 생활 속에서 느꼈던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내용은 큰 주제에 따른 소주제별로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내용을 담아 놓았기에 읽기에도 편하고, 이해하기도 쉽게 구성되어 있다.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기를 원한다면,

첫째,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야 한다.

둘째, 진정성이 있는 말을 해야 한다.

셋째, 올바르고 정확한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 언어는 자신의 삶의 색깔을 캔버스에 펼치는 붓입니다. 언어는 자신의 삶의 악보를 연주하는 피아노입니다. 언어는 자신의 삶의 영상을 남겨주는 카메라입니다. " (p. 146)

흔히, 아나운서를 비롯한 유명인들이 쓰는 책들이 수박 겉핥기식의 신변잡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담아 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아나운서 자신이 '언어 정책학'을 배우기도 했고, 대학에서 '소통학'과 '스피치코칭'을 가르치기도 하기에 언어학자 못지 않은 언어학에 대한 깊이있는 내용의 글들도 담겨 있다.

그는 우리가 하는 말을 백김치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그 내용이 인상적이다. 마치 김재원 아나운서에게서 느끼는 그 이미지가 담백하고 시원하면서도 맛깔스러운 백김치와 같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우리가 하는 말이 백김치 같으면 좋겠습니다. 나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꾸미지 않고 화장하거나 덧붙이지 않고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 진솔하게 드러나면 좋겠습니다. 맑은 느낌 그대로의 모습이 진솔하게 드러나면 좋겠습니다. 맑은 그낌 그대로 말입니다. 강하지 않고 도전적이지 않고 시원하고 깨끗한 말을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 (p.111)

이 책은 일반인들이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말하기에 대한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도 좋은 책이지만, 진행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아나운서 선배로서 들려주는 가장 값진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 마음에 시계가 있습니다.

마음 시계는 태엽이 필요합니다.

말하기는 마음 시계의 태엽입니다.

말하고 나면 마음 시계가 흘러갑니다.

마음 시계가 멈춰 있다면 지금 말하십시요.

당신의 마음이 보입니다." (p.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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