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세계사 - 우리가 알지 못했던 43가지 역사 이야기
박은봉 지음 / 책과함께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적 사실은 분명히 과거에 일어난 하나 뿐인 이야기이지만 그 사실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시선은 여럿이며 끊임없이 변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역사의 기록은 승자들에 의해서 씌여지기에 패자들에게는 불리하게 씌여지게 되는 것이다.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세계사>에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역사 이야기, 어떤 이유로 숨겨졌던 이야기, 아니면 새로운 평가를 해야 할 이야기 등이 43편 실려 있다.

이 책은 저자인 박은봉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FM은 내 친구>와 <밤의 디스크 쇼>에서 '세계사 뒷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1993년 2월부터 1년 2개월동안 방송한 내용들을 <세계사 뒷 이야기/ 박은봉 ㅣ 실천문학사 ㅣ 1994>로 펴냈던 책을 수정, 보완한 책이다.

역사를 지루하고 재미없는 과목으로 생각했던 독자일지라도, 이 책 속에 담긴 내용을 읽는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은 역사 이야기이다.

그동안 역사책 읽기를 좋아해서 많은 역사 관련 책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어서인지, 언젠가 읽었던 세계사 뒷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는 많이 실려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사랑과 결혼을 주제로 한 첫 장에서는 베토벤, 도스토예프스키, 차이코프스키, 아폴리네르, 헤세, 주령비와 장순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도 있고, 남몰래한 사랑의 이야기도 있고, 첫사랑이야기도 있다.

그 중에 차이코프스키와 나데즈다 폰 메크의 사랑은 정신적 반려자 관계를 유지한 특이한 사랑이야기이다.

차이코프스키는 동성애자였기에 미망인인 나데즈다 폰 메크와의 사랑을 이룰 수는 없었지만, 13년동안에 걸쳐서 서로의 사랑, 인생, 음악,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1100 통이나 주고 받았으며, 나데즈다는 차이코프스키에게 매년 6천 루블을 보내줄 정도로 경제적인 도움도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로 만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그럼에도 나데즈다는 자신의 시골 별장에 차이코프스키를 초대하여 휴식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했는데, 그때에 나데즈다는 서로 만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산책 시간표를 보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우연히 마주칠 기회가 있었고, 그때에 차이코프스키는 정중히 인사만을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하니, 두 사람의 사랑은 정신적인 사랑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꿈과 욕망의 장에서는 역사를 뒤바꿀 정도로 콧대가 높았다는 클레오파트라를 재조명해 본다.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기록은 로마 입장에서 쓴 로마 전기작가인 플루타르크가 쓴 <영웅전>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야기들인데, 그녀를 요염한 여인으로 일컫는 것은 강대국인 로마에 맞서 이집트의 독립을 지키고자 했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클레오파트라는 2천년 가까이 선망 섞인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숨은 이야기 중에는 <삼국지>의 무대가 되는 위, 촉, 오, 세 나라 중에 유비가 다스리던 촉이 다른 두 나라에 비해서 열세에 놓여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소금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한다.

촉이 있던 곳은 내륙이었기에 소금을 구하기 힘든 곳이다. 그러나 인간은 소금을 먹지 않으면 생명 유지가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촉나라에서는 어떻게 소금을 구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땅을 깊이 파 내려 가서 깊이 1Km 정도 내려가면 염수층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염수층의 물을 끌어 올려서 솥에 끓여서 소금을 만들었기에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기원전 1세기에 땅을 파 내려가면 천연가스와 석유가 나오는 우물이 있음을 알고, 그 우물을 화정(火井), 석유를 석칠(石漆)이라 불렀다고 하는 기록이 6세기에 쓴 양신의 책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니, 중국인들의 시추술은 서양인보다 1900년 앞섰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재미있는 묘비명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도 다른 책에서 읽고는 웃음을 참아 낼 수 없었는데, 이 책에도 소개된다. 수학에 문자를 최초로 사용한 디오판 토스의 묘비명이다. 디오판토스가 몇 살에 세상을 떠났는지 한 번 계산해 보기를....

이 무덤 아래 디오판토스는 잠자고 있다. 이 경이에 찬 사람을 ! 여기에 잠자는 이의 기예의 힘을 빌려 묘비는 그 나이를 적는다. 신의 축복으로 태어난 그는 인생의 6분의 1을 소년으로 보냈다. 그리고 다시 인생의 12분의 1이 지난 뒤에는 얼굴에 수염이 자라기 시작했다. 다시 7분의 1이 지난 뒤 아름다운 여인을 맞이하여 화촉을 밝혔으며, 결혼한 지 5년만에 귀한 아들을 얻었다. 아! 그리고 그의 가엾은 아들은 아버지의 반 밖에 살지 못했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 깊은 슬픔에 빠진 그는 그 뒤 4년간 정수론에 몰입하여 스스로를 달래다가 일생을 마쳤다. (p. 306)

이 책 속의 내용은 서양의 이야기, 동양의 이야기,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시대를 불문하고 고루 담겨져 있다. 그중에 우리 역사 속의 이야기중의 하나는 TV 역사극의 단골 메뉴인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이야기이다.

흥미위주로 많이 소개되었던 이야기이기에 그 내용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왕비 자리를 두고 폐비가 되었다가 다시 왕비가 되는 엎치락 뒤치락하는 두 인물 위주의 이야기는 다분히 역사적 관점보다는 두 여인의 삶에 더 비중을 두고 이야기거리가 되지만, 과연 장희빈은 희대의 요녀였고, 악녀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남인이 집권하면 장씨가, 서인이 집권하면 민씨가 등장하는 역사속의 정치적 쟁점까지 읽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요즘 TV 드라마로 방영되는 장희빈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그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역사를 왜곡하게 되는 폐단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의 역사를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는 문제성이 있는 드라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책 속의 43편의 이야기는 짧은 이야기들이기에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역사 속의 중요한 사건을 많이 다루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사책은 누가 어떤 관점에서 썼느냐에 따라서 사건과 인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역사 속에 중요한 사건들, 숨겨진 사건들, 재평가해야 할 사건들을 이 책 속에서 골고루 접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 이야기이니, 역사를 싫어하는 독자들도 한 번 읽어 보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