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바벨탑
박태엽 지음 / 북캐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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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에게는 큰 돈 만들기의 역할을 하여 주는 은행.
그 은행이 망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1997년 말 IMF가 터지면서 은행들은 구조 조정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은행간의 합병이 있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어느 여 행원의 눈물이었다. 아마도 평생 직장이라는 생각으로 몸담고 있던 은행원의 자리를 잃게 되었으니, 가족들의 생계를 비롯한 수많은 생각들이 그녀를 투쟁 장소에 있게 했을 것이다.
그후에도 금융 조정은 계속되고 있다. 어떤 은행이 매각되고, 어떤 은행이 합병이 된다고 하더라는 소문이 무성해지면서 그 베일이 벗겨진다.
근래에 우리는 새마을 금고의 부실로 인한 서민들의 눈물을 또 보아야 했었던 것이다.



이 소설은 2010년부터 또다시 떠오르는 몇 개의 은행 합병과 매각이라는 사실을 밑바탕에 둔 픽션인 것이다.
물론, 픽션이라고는 하지만, 은행 합병이 정상적인 방법에 의한 것인가, 또는 어떤 정치적 목적, 어떤 세력들의 야심에 의해서 은폐되고, 조작되는 음모들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 일반인들에게는 이 소설이 어렴풋하지만, 그 어떤 의문들의 중심에는 뭔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확신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의 저자인 '박태엽'이 18년간 은행에 몸담아 왔던 사람이기에 그 진상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경제부 기자인 오영일이 성진건설의 회장 강민철의 권총 자살 소식, 우수은행과 은화은행의 합병 소식이 담긴 신문이 놓인 사무실에서 회상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오영일의 친구였던 강민철의 아버지 강필수.
그의 증오가 빚어낸 엄청난 소용돌이가 이야기의 얼개인 것이다.
아니, 그것은 증오가 아닌 서로를 믿지 못한 어리석음이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강필수의 아버지는 빨치산이었고, 그에게 평생 증오의 대상이었던 성도훈의 아버지는 전라도 광주부근의 진내리 경찰이었다.
강필수의 아버지가 빨치산 토벌에서 잡혀, 선처를 구했지만 싸늘한 시체로 변한 모습을 보고 그때부터 쌓였던 증오는 끝없는 날개를 달고 날아 오른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연좌제를 풀기 위해서 대학생 프락치로 활동하면서,교우들을 밀고하고, 성도훈의 애인을 자신의 아내로 만들고, 처가의 기업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어 버리고....
인간으로 할 수 없는 모든 악행이란 악행은 모두 저지르는 그런 인물로 승승장구하게 되는데, 자신을 그렇게 만든 것은 성도훈에 대한 증오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증오의 시작마저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 아닌, 성도훈과 자신의 아내에 의한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증오의 고리는 이어지고, 증오를 위한 증오는 계속되는 것이다.
강필수의 증오가 빚어내는 은행 합병이 이야기의 밑바탕에 깔려 있기는 하지만, 이 소설 속에는 인간은 본성, 타인에 대한 배려, 불신 등에 관한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이다.
가족, 친구, 이웃과의 믿음이 실종되었을 때에 빚어질 수 있는 엄청난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기때문이다.
소통이 결여된 가정, 불신이 난무하는 사회....
인간의 야욕이 저지를 수 있는 끔찍한 결말까지.

이 책의 제목인 <녹색 바벨탑>의 의미는 녹색은 그린 달러, 괴물, 거인 들을 상징하는 단어이고, 바벨탑은 성경에 나오는 인간의 교만, 헛된 욕망을 일컫는 것이다.
즉, 괴물과 같은 헛된 욕망으로 무너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자 한 것이다.



책은 500 페이지가 약간 넘는 분량이지만, 이야기의 호흡이 상당히 짧다.
그래서 읽기에는 부담감이 안 가는 분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의 아쉬운 점이라면, 소설의 내용이 너무 나열식, 설명식으로 처리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첫 장면에서 강민철의 자살이 있었기에, 결말이 너무 뻔하게 보이는 단점이 있고, 소설 속의 사건 사건들의 진행과정이 독자들에게 그냥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동안의 긴장감이 떨어진다.
등장인물들의 갈등구조도, 심리 묘사도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 소설이 미스터리 소설이 아닌 기업소설임을 표방하고 있기는 하지만, 딱 기업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작가가 이 소설을 쓰고 다듬기 위해서 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은 책을 읽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소설이 남기는 것은 기업 소설이란 생각보다는
야욕에 불타는 행동이 얼마나 헛되고 덧없는가를...
그리고, 누군가를 믿어줄 수 있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
모든 결과는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지, 타인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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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낯선 길을 헤매고 있는 너에게 - 현실은 막막하고 미래는 불안한 서툰 청춘에게 보내는 희망의 편지
엘린 스프라긴스 지음, 박지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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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는 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이 원하는 길로 나가서 자신의 뜻을 펼치면서 멋지게 살아보리라 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만의 스펙을 쌓아가지만 막상 사회에 나오면 세상은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포기하고....
이런 과정을 겪다보면 자신만만하던 모습은 점점 작아만지고, 자신의 곁에는 도움의 말을 해 줄 사람조차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나는 과연 지금 인생의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는 것일까?
인생의 낯선 길에서 홀로 방황하고 있는 청춘들에게 그들이 가는 길이 결코 그처럼 험난한 길만은 아니며, 실패란 인생의 끝자락이 아닌 것이며, 인생은 외길이 아닌 무수히 많은 선택의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책이 있으니, 바로 <인생의 낯선 길을 헤매고 있는 너에게>이다.



이 책은 청춘들 중에서도 여자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들이다.
물론, 남자들도 사회생활이 힘겹고 어렵겠지만, 워킹맘들에게는 더욱 힘든 것이 아닐까...
가정과 일,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너무 많은 고충이 따르는 것이다.






이 책에는  청춘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33명의 여성 커리어 우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너무도 당당하기에 이들에게는 오늘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순탄한 길을 걸었으리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여성들이다.
천문학적인 숫자의 연봉, 자신감넘치는 말과 행동,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우뚝 솟은 완벽할 것만 같은 그녀들에게도 가정환경과 학교생활, 외모 콤플렉스, 결혼의 실패, 병투병, 가정과 일과의 사이에서의갈등 등 각자마다의 힘겨움이 있었던 것이다.

"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어나고,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우듯이 눈부신 그녀들에게도 길을 잃고 흔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p7)

이 책은  33명의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그녀들은  "오늘의 나"가 있을 수 있게 해준 "어제의 나"에게 편지를 보낸다.

  
  
   

"어제의 나"는 그녀들이 가장 힘들었던 시절인 학창시절일 수도 있고, 가정환경이 안 좋았던 성장기일 수도 있고, 결혼을 하여서 일과 가정생활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육아문제가 힘들었던 시절일 수도 있고, 결혼에 실패한 시절일 수도 있고, 그녀들이 가장 힘들었던 시절인 것이다.
흔히, 청춘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들이 성공담을 담은 것에 비한다면, 이 책은 성공한 여성들의 실패담을 담은 책이다.
인생의 어디쯤에서 실패하고 좌절하던 시절에 그녀들이 겪었던 실패담에서 성공의 요인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그녀들이 공통점으로 말하고 싶은 것들은 
세상사람들의 잣대에 의해서 자신의 길을 가지 말고,자신을 가장 빛낼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조금 돌아가도, 실패를 해도, 거기에 연연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천천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라고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길을 가지 말라고 말한다.
가정과 일 중에서 힘들어 할 때는 둘 다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니, 너무 애쓰지 말라고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다만, 자신에게 주어진 길에서, 자신을 가장 빛나게 할 수 있는 길에서 최선을 다해 걸어가라고 말한다.
이 책이 많은 청춘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힘들었던 때에 보내는 편지였기에 자신을 가장 잘 살펴 볼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청춘들도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를 가장 잘 아는 내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
진솔한 마음이 담긴 편지.
편지를 쓸 시점을 정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나에게 편지를 써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럼, 가장 정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그로 인하여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이 생기게 될 것이다.
청춘들이여 !!
자신을 가장 빛나게 할 수 있는 일에 다시 한 번 도전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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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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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놀라운 스릴러이다.

 

이 책의 저자인 S.J. 왓슨은 물리학을 전공하고 청각 장애아동을 진단 치료하는 곳에서 일을 하면서 2009년부터 주말에는 런던의 파버 아카데미에서 작문 수업을 받는 사람이다.

 


중견 작가가 아닌 작가 지망생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한 치의 부족함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짜여진 구성과 주인공인 기억상실증 환자의 내면을 잘 엿볼 수 있는 심리적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모티브는 실화에서 얻었다고 하는데, 1953년에 간질 수술을 받은 후에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지 못해서 과거 속에서만 살다가 세상을 떠난 어떤 환자의 죽음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되면서 이 소설의 골격을 찾아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기억상실증 환자의 삶에서 일부 영감을 얻었을 뿐이지 책 내용은 허구라는 것이다.

 


이 소설은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천재 수학자가 단기 기억상실증으로 80분간의 기억만을 가질 수 없었기에 자신의 옷에 자신의 기억을 종이에 적어서  주렁주렁 달고 다녔던 이야기가 얼핏 생각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치매라고 하는 병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도 이런 유형의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니 이 소설의 심리적 묘사는 더욱 관심을 끌기도 하는 것이다.
어느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에, 자신의 옆에서 잠들어 있는 남편이라는 사람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리고 거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이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모습보다 20년은 훌쩍 늙어 보인다면...
집안의 모든 광경이 낯설기만 하다면...
어느날 자신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충격은 얼마나 클까.
잃어버린 과거, 크리스틴에게는  단 하루만의 기억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29살에 교통사고에 의해서 기억을 상실하게 된 크리스틴의 47살 어느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모든 것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 (...) 차가운 타일이 등에 느껴질 때까지, 문득 어렴풋한 기억이 떠오른다. 흐릿한 기억, 잡히지 않는 기억이다. 잡으려고 하면 미풍에 날아가는 재처럼 날아가  버린다. 내 인생에도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그런 시절, 과거가 있었구나. 그리고 지금 현재가 있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는 나를  이곳에, 그 사람에게 이 집에 데리고 온 기나긴 침묵의 공허밖에 없다. " (p16)

그녀의 주치의 낸시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의사는 옷장 속의 일기장을 보라는 말과 함께 만나기를 청한다.
그리고 의사를 통해서 알게 되는 사실들은 그녀가 단기 기억 상실증 환자라는 것이다.
단 하루만을 기억할 수 있는 기억을 가진 환자.
24시간까지는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동안 기억되었던 내용은 침대에 들어가는 순간 모두 사라진다.
크리스틴은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 의사의 지시에 따라서  매일 매일 자신의 모든 행동을 한 권의 일기장에 써 놓는다.
오늘의 일을, 오늘 알게 돈 사실들을 기록해 두어야 한다. 아니면 모두 잊어 버린다.
그녀는 일기를 쓰면서 더 많은 사실들을 기억해낸다.
일기는 기억이 의식의 표면에 되살아 나는 것을 도와준다.
그러나, 그 일기마저 의사가 전화를 해서 일기가 옷장 속에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어야만 기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일기 속에 자신이 기록해 놓은 사실들과 섬광처럼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인지 상상인지 모를 생각들을 기록해 나가면서 그녀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들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일기장 첫머리에 써 놓은 "벤을 믿지 마시오" (p44) 라는 자신의 글.
남편인 벤은 무엇인가 자신에게 숨기는 사실들이 있다는 것을 자신이 적어 놓은 일기를 통해서 알게 된다. 또한, 자신이 기억을 찾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 (...) 무얼 숨기려 하고 무얼 말해주려는 걸까?  (p145)
의사 낸시와의 만남도, 일기장의 존재도 숨긴채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일기를 통해서 차츰 차츰 찾아가는 단편적인 기억들.
물론, 그 기억들도 다음날 아침에는 모두 사라진다.
의사가 전화를 해서 일기장이 있는 곳을 알려 주지 않으면...
기억을 찾으면 찾을수록 혼란스러움과 불안함을 더욱 가중된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어떤 것이 거짓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진실,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은 마치 한 장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힘겹지만, 차츰 윤곽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 속에서 크리스틴의 과거의 삶의 이야기, 그리고 잃어버린 자아를 찾으려는 몸부림이 애처럽게 그려진다.
이 작품이 돋보이는 것은 스릴러다운 그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머리카락이 솟구치고, 닭살이 돋을 정도로 오싹한 반전....
상상이상의 클라이맥스.
광적인 클라이맥스.
그 이상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 번  이 책을 잡으면 이야기 속으로 푹 빠질 수 밖에 없는 <내가 잠들기 전에>를 읽을수 밖에 없는 것이다.

크리스틴의 사랑, 배신, 상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영원한 사랑의 이야기를 이 책은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의 이야기를 빌어서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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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혹은 여행처럼 - 인생이 여행에게 배워야 할 것들
정혜윤 지음 / 난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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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혜윤  PD의 글을 참 좋아한다. 그의 글에는 느낌이 있고, 감동이 있고, 유익함이 함께 있다.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를 읽으면서 그의 독서기에 매료되기도 했지만, 그가 만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11명의 인터뷰이들의 삶을 바꿔 놓았던 책들에 관한 이야기가 정혜윤 PD의 독특한 구성에 의해서 전개되는 내용의 글을 읽으면서 참 많은 깨달음을 가졌던 것이다.
그 책이가져다 주었던 인터뷰와 독서 에세이의 절묘한 만남은 그 어떤 책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나에게 유익함을 안겨 주기도 했던 것이다.



내가 이번에 출간된 <여행, 혹은 여행처럼>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꼭 읽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도 바로 저자의 책들이 주는 그런 느낌들때문이었던 것이다.
저자가 대단한 독서광이라는 것도, 여행을 즐긴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들이기에, 그녀에게 여행, 독서, 삶이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곁에 다가올까 참 궁금하기도 했다.

역시, 이번에도 나에게 기대이상, 그 이상을 가져다 준 책이다.
여행과 삶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우리는 여행에서 어떤 깨달음을 갖게 될까.
그런 깨달음을 삶에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을까.
나의 여행에 대한 생각들도 차분하게 되짚어 보게 되는 시간이다.
여행은 일상의 탈출이 아니라, 일상의 연속이 아닐까.
여행은 삶은 참 많이 닮아있다. 그러나 또 여행은 삶에서는 행하지 못하는 그 이상의, 아니 그 반대의 행동을 가능하게도 해주는 것이다.


 
" 오로지 익숙하고 낯익은 것에만 머무르려하지 않음, 낯선 것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두려 함, 도리어 차이에서 어떤 가치를 끌어내려 함, 일상에 돌아올 우리가 여행에서 바로 이런 간절함을 배운다면 우리는 길을 물어보는 낯선 사람, 우리와 완전히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도 더 친절할 수 있을지 모른다. " (p99)

여행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삶에서도 여행의 이런 점을 배운다면 우리는 덜 과시적이고, 덜 속물적이고, 덜 불행해질 것이다.
물론, 저자의 생각을 옮겨 놓은 것이지만, 나 역시 그런 생각이다.

"우리는 여행지에서 가끔 이런 절박함을 갖는다. 내가 언제 또 이 도시를 찾을 것인가? 그 여행은 단 한 번 주어진 기회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에서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언제 또 이 모습으로 이 삶을 살아 갈 것인가?
그 질문 속에서 우리 인생은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다. " (P192)

<여행, 혹은 여행처럼>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여행과 삶의 연관관계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가 여행에서 깨달을 수 있었던 것들을 어떻게 삶에 적용시키면서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저자는 자신에게 스스로 물어보지만, 그것은 독자들을 향한 목소리인 것이다.
이 책의 첫부분에는 저자의 부모가 어떻게 만나서 자신이 태어났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에 대한 이야기가 책 이야기와 함께 담겨 있다.
그것은 바로 저자 자신에 대한 여행인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여행을 떠나듯이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그 이야기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담아낸다.
그것 역시 독자들을 향한 또다른 목소리인 것이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했다>처럼 우리들이 모두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군대에 간 남편이 보내오는 편지를 읽지 못하는 문맹이었지만, 꼬박꼬박 편지를 보내오던 남편에게 뒤늦게 답장을 보낼 수 있게 된 시골 할머니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이제는 한글을 배우고, 노인들을 위한 시창작반에서 시까지 쓰신다는 할머니의 <무식한 시인>이란 시를 비롯한 몇 편의 시는 시골 할머니의 시라고 보기에는 순수하기도 하지만 읽는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그밖에 캄보디아를 매년 찾아간다는 사진작가 임종진, 버마에서 온 이주노동자 소모뚜, 인생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 기막힌 사연인 시인 송경동, 나무를 세다 보니 어느덧 나무 박사가 된 강판권, 그리고 진드기와 진딧물도 구별 못하던 진딧물 박사 김효중, 지도를 만드는 송규봉 박사, 라틴어를 따라 여행을 다니는 교수 안재원 등의 인생 이야기를 정혜윤 PD는 인터뷰하고, 그 속에서 여행과 인생, 그리고 독서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것이다.

책 첫부분에 나오는 해바라기 한 송이를 들고 파리의 오스카 와일드 무덤을 찾아온 더블린의 부부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오로지 동화 '행복한 왕자'를 읽고 작가의 무덤을 찾겠다고 돈을 모으고, 그날을 기다리던 그 부부의 이야기가 너무도 아름다운 것이다.
여행은 바로 이런 것이고, 이것이 인생이고, 이런 것들에서 우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2011년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었지만, 그 책들 중에서 그 어떤 사람에게 추천을 해 주어도 좋을 듯한 책.
책 속에 여행이 있고,
책 속에 책이 있고,
책 속에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책.
그 책은 <여행, 혹은 여행처럼>이다.


     ( 책표지가 펼치니 한 장의 사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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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서야 알 수 있는 것들
노승현 지음, 박건주 사진 / 시공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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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때에 열다섯 살이었던 저자.
일흔 살도 훌쩍 넘은 나이에 한 편의 에세이를 우리 앞에 내 놓았다.



저자가 누구인지도 우린 잘 모른다.
저자 소개글에 보면 "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 대한도시가스의 고문과 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도시가스 명예회장으로 있다."라는 글이 있을 뿐이다.
책 내용을 보면 근대기 최고의 출판사였던  박문서관의 맏손녀로 태어나서 굶주리고 가난한 시절에도 남부러울 것없이 여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의 사진첩에 보면 어머니가 시집올 때의 예단을 싣고 오던 사진이 있는데, 인력거가 여러 대에, 예단을 나르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물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남편도 일찍 세상을 떠났으니, 그 시대의 여성으로는 어려운 세월을 살았을 수도 있지만, 남편이 하던 사업을 이어 받아 경제계에서 활동을 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젊은 층의 세대들에게는 좀 공감이 가기 힘든 이야기일 수도 있다.





<지금에서야 알 수 있는 것들>은 저자가  인생의 뒤안길에서 자신이 지나온 날들의 이야기를 24절기에 맞추어서 독자들에게 인생과 삶의 철학을 들려주는 형식의 글인 것이다.
" 겪어 온 세월의흐름 속에서 변한 세상의 모습과 그 안에서 변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 ( 프롤로그 중에서, p7) 가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을 쓴 이유라고 생각된다.

인생에 있어서 그 시기, 시기마다 우리들이 느끼고 깨닫는 것들은 매우 다르기도 하다.
20대에 미처 느끼거나 깨닫지 못한 것들이 그 다음 30대, 40대.... 로 가면서 또다른 깨달음을 가져 오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 30대를 살았을 때는 내가 보였고
                 40대를 살았을 때는 가족이 보이고
                 50대를 살았을 때는 주변이 보였다
                 50년
                 그리고 이제,
                 70년을 조금 넘게 산 지금에서야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이 보인다."
                                                                ( 저자 소개글 중에서) 






라고 말하고 있듯이 70 고개를 넘어서면서 저자는 자신의 깨달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기에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러기엔 출판계에는 너무도 많은 에세이와 자기계발서가 쏟아져 나와 있으니, 공감을 얻기는 그리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노인이 되는 것과 같은 순리를 닮은 24절기.
책의 구성이 24절기에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들보다는 24절기에 맞춘 삶의 철학이 담긴 글들이 아름답기도 하고, 교훈적이기도 하고, 많은 깨달음을 갖게 하기도 한다.
"누군가 그랬다. '인생의 깊이는 주름의 깊이와도 같다'고
세상과 함께 늙어가는 기쁨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 (p185)





그리고 한 권의 사진집으로 소장해도 좋을 것같은 포토 그래퍼 박건주의 감성적인 사진들이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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