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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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놀라운 스릴러이다.

 

이 책의 저자인 S.J. 왓슨은 물리학을 전공하고 청각 장애아동을 진단 치료하는 곳에서 일을 하면서 2009년부터 주말에는 런던의 파버 아카데미에서 작문 수업을 받는 사람이다.

 


중견 작가가 아닌 작가 지망생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한 치의 부족함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짜여진 구성과 주인공인 기억상실증 환자의 내면을 잘 엿볼 수 있는 심리적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모티브는 실화에서 얻었다고 하는데, 1953년에 간질 수술을 받은 후에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지 못해서 과거 속에서만 살다가 세상을 떠난 어떤 환자의 죽음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되면서 이 소설의 골격을 찾아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기억상실증 환자의 삶에서 일부 영감을 얻었을 뿐이지 책 내용은 허구라는 것이다.

 


이 소설은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천재 수학자가 단기 기억상실증으로 80분간의 기억만을 가질 수 없었기에 자신의 옷에 자신의 기억을 종이에 적어서  주렁주렁 달고 다녔던 이야기가 얼핏 생각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치매라고 하는 병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도 이런 유형의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니 이 소설의 심리적 묘사는 더욱 관심을 끌기도 하는 것이다.
어느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에, 자신의 옆에서 잠들어 있는 남편이라는 사람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리고 거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이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모습보다 20년은 훌쩍 늙어 보인다면...
집안의 모든 광경이 낯설기만 하다면...
어느날 자신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충격은 얼마나 클까.
잃어버린 과거, 크리스틴에게는  단 하루만의 기억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29살에 교통사고에 의해서 기억을 상실하게 된 크리스틴의 47살 어느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모든 것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 (...) 차가운 타일이 등에 느껴질 때까지, 문득 어렴풋한 기억이 떠오른다. 흐릿한 기억, 잡히지 않는 기억이다. 잡으려고 하면 미풍에 날아가는 재처럼 날아가  버린다. 내 인생에도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그런 시절, 과거가 있었구나. 그리고 지금 현재가 있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는 나를  이곳에, 그 사람에게 이 집에 데리고 온 기나긴 침묵의 공허밖에 없다. " (p16)

그녀의 주치의 낸시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의사는 옷장 속의 일기장을 보라는 말과 함께 만나기를 청한다.
그리고 의사를 통해서 알게 되는 사실들은 그녀가 단기 기억 상실증 환자라는 것이다.
단 하루만을 기억할 수 있는 기억을 가진 환자.
24시간까지는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동안 기억되었던 내용은 침대에 들어가는 순간 모두 사라진다.
크리스틴은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 의사의 지시에 따라서  매일 매일 자신의 모든 행동을 한 권의 일기장에 써 놓는다.
오늘의 일을, 오늘 알게 돈 사실들을 기록해 두어야 한다. 아니면 모두 잊어 버린다.
그녀는 일기를 쓰면서 더 많은 사실들을 기억해낸다.
일기는 기억이 의식의 표면에 되살아 나는 것을 도와준다.
그러나, 그 일기마저 의사가 전화를 해서 일기가 옷장 속에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어야만 기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일기 속에 자신이 기록해 놓은 사실들과 섬광처럼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인지 상상인지 모를 생각들을 기록해 나가면서 그녀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들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일기장 첫머리에 써 놓은 "벤을 믿지 마시오" (p44) 라는 자신의 글.
남편인 벤은 무엇인가 자신에게 숨기는 사실들이 있다는 것을 자신이 적어 놓은 일기를 통해서 알게 된다. 또한, 자신이 기억을 찾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 (...) 무얼 숨기려 하고 무얼 말해주려는 걸까?  (p145)
의사 낸시와의 만남도, 일기장의 존재도 숨긴채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일기를 통해서 차츰 차츰 찾아가는 단편적인 기억들.
물론, 그 기억들도 다음날 아침에는 모두 사라진다.
의사가 전화를 해서 일기장이 있는 곳을 알려 주지 않으면...
기억을 찾으면 찾을수록 혼란스러움과 불안함을 더욱 가중된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어떤 것이 거짓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진실,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은 마치 한 장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힘겹지만, 차츰 윤곽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 속에서 크리스틴의 과거의 삶의 이야기, 그리고 잃어버린 자아를 찾으려는 몸부림이 애처럽게 그려진다.
이 작품이 돋보이는 것은 스릴러다운 그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머리카락이 솟구치고, 닭살이 돋을 정도로 오싹한 반전....
상상이상의 클라이맥스.
광적인 클라이맥스.
그 이상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 번  이 책을 잡으면 이야기 속으로 푹 빠질 수 밖에 없는 <내가 잠들기 전에>를 읽을수 밖에 없는 것이다.

크리스틴의 사랑, 배신, 상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영원한 사랑의 이야기를 이 책은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의 이야기를 빌어서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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