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 작가이자 다작의 작가로도 잘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자신의 사생활이 거의 노출되지 않은 작가이다. 데뷔작 이후 20여 년에 걸쳐서 50편 이상의 작품을 썼으니 그의 작품을 따라 읽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몇 년이 되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교통경찰의 밤>을 읽게 되었는데, 그 책 속에 담겨 있는 작가의 '10년만의 후기'가 인상적이었다.

이 책이 간행된 것은 약 10년전이다. (...) 어떤 작품을 써도 팔리지 않고 찬사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나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여러 분야에도 도전했다. 아이디어를 짜내기보다 소재거리를 찾아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한심한 짓을 하기도 했다. <교통경찰의 밤> 중에서 p.268

지금은 꽤 잘 알려진 추리소설 작가에게도 이런 시기가 있었다고 하니, 지금에야 에피소드로 넘길 수 있겠지만 당시의 작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교통경찰의 밤>에는 6 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는데, 작가 자신이 자동차 부품 회사 엔지니어였던 경험과 교통사고라는 주변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이야기를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가 소름이 끼치도록 섬뜩하게 다가온다. 처음에 한 두 편은 결말을 예상해 보기도 했지만 이내 섣부른 결말을 예측할 수 없음을 알게 되면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관심이 가게 된다.

그의 작품들 중에 <옛날에 내가 죽은 집>, < 백야행>,< 탐정클럽>, < 교통경찰의 밤>, < 용의자 X 의 헌신> 을 읽었는데, 작품들마다 섬뜩한 살인사건이 담겨 있었으며, 추리소설의 묘미인 기막힌 반전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는 살인사건도, 이야기를 풀기 위한 추리도 담겨 있지 않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얼기 설기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야기와 이야기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마치 흩어진 퍼즐이 하나 하나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퍼즐 맞추기라면 우선 큰 그림을 알고 있기에 큰 그림을 생각하면서 작은 조각들을 이리 저리 꿰맞추어 보고 안 맞으면  다른 퍼즐 조각을 다시 맞추어 가면서 큰 퍼즐의 판을 완성시키게 되는데, 이 소설은 그렇지가 않다. 각 장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다가, 방심하고 다음 이야기를 넘어가서 읽다보면 그 이전에 이미 나왔던 이야기와 또 다른 이야기가 연결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각들은 모여서  큰 틀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것도 30 여 년이라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아마도 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도 힐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소설에 따라서 치밀하게 짜여진 구성과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으로 인하여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 있는가 하면, 어떤 소설은 너무도 흔한 내용과 급조한 듯 결말을 짜맞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이 있다. 그래서인지 작가가 모든 작품을 쓴 것이 아니라, 누군가 조력자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건 한 작가가 그렇게 왕성하게 작품을 쓰기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그가 추리소설작가이기는 하지만 본격 추리소설만 쓰는 것이 아니라, 추리소설의 틀 속에 학원물, 서스펜스, 패러디, 엔터테인먼트, 로맨스 등의 다양한 장르를 가미시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기에 베일에 가려진 작가에 대한 사생활이 그런 추측을 해보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의 소설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백야행>, <용의자 X 의 헌신>이 있어서 비록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그의 작품은 잘 알려져 있다.

얼마전에 출간된 <몽환화>는 앞의 작품들과는 또다른 재미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편소설이다. 혹시 노란색 나팔꽃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어릴 적부터 나팔꽃을 많이 보고 자랐는데, 아버지가 심어 놓은 장미와 라일락, 사루비아, 봉숭아, 과꽃 사이에서 덩굴을 따라 살짝 얼굴을 내밀면서 뻗어나가는 나팔꽃은 아침 일찍 피곤했다. 꽃이 지면 황금색에 가까운 씨가 맺히는데, 그것을 벗기면 까만 씨가 몇 개 나오곤 했다.

그래서 낯익은 나팔꽃, 나팔꽃은 청자색, 분홍색, 흰색 그리고 테두리는 흰색이고 가운데는 분홍이나 청색이니 분명 노란색 나팔꽃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일본의 에도 시대에는 노란색 나팔꽃이 있었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노란색 나팔꽃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고 한다. 사라진 노란 나팔꽃을 소재로 쓴 <몽환화>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독자들은 이미 노란 나팔꽃의 추척하는 미스터리의 세계로 빠져 들게 된다. 그런데 처음부터 2개의 프롤로그가 심상치가 않다. 예측할 수 없는 결말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조차 상당부분을 읽을 때까지 감(感)을 잡을 수 없다.

첫 번째 프롤로그 도쿄 올림픽이 일어나기 2년전인 어느 여름날, 평범한 건설회사 직원인 신이치는 출근길에 누군가가 휘두른 일본도에 찔려서 죽고, 그의 아내인 가즈코는 가까스로 생명을 구하게 된다.

두 번째 프롤로그 첫 번째 프롤로그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 같은 이야기로 다이토 구 이리야에서 칠석에 열리는 나팔꽃 시장 순례 이야기이다. 가모 가족은 연례 행사로 나팔꽃 순례시장을 가게 되는데, 14살 소타는 가족 행사로 나팔꽃 순례를 하던 중에 이바 다카미를 만나 첫사랑을 하게 되지만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급진전이 되어서 소타 집안과 리노 집안의 이야기로 바뀌게 되는데....

올림픽 수영선수였던 리노는 갑작스럽게 사촌인 나오토의 자살을 접하게 되고, 얼마 안 있어서 홀로 살던 할아버지가 누군가에 의해서 살해된다. 할아버지의 죽음 이전에 리노는 식물을 연구하던 할아버지가 많은 꽃을 재배하는 것을 보게 되고, 그것을 블로그에 올려주는 작업 중에 할아버지가 은밀하게 키우는 노란꽃 화분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살인 사건 이후에 그 노란꽃 화분이 없어지니....

원자력 공학을 공부하던 소타는 리노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과정에서 그의 형이 노란꽃에 관심을 가지고 사건 형사인 하야세와 접촉을 하는 것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가 마지막 피웠던 노란꽃, 그러나 세상에 알리기를 꺼렸던 노란꽃. 그 노란꽃을 노리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리노의 사촌인 나오토의 죽음과의 연관은?

그 노란꽃은 에도시대에 번성했으나 지금은 없어진 노란 나팔꽃.

" 짙은 노란색을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카로니토이드 계열의 색고사 꼭 필요해. 이것은 현존하는 나팔꽃에는 포함되지 않아. 그래서 환상의 꽃인 거지." (p. 217)

"  어떤 꽃은 피워도 좋지만 노란 나팔꽃만은 쫒지 마라. 이유를 물었더니 그것은 몽환화이기 때문이라고 했어"

" 몽환화?"

" 몽환(夢幻)의 꽃이라는 의미일세, 그 뒤를 쫒으면 자기가 멸하고 만다고, 그렇게 얘기했어. " (p. 220)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퍼즐 맞추기 그리고 씨줄과 날줄의 만남이 이 소설의 결말에 도달하게 해준다.

크게 두 개의 축으로 소설 속의 이야기를 분류할 수 있는데, 한 축은 리노와 소타가 사건 해결을 위해서 동분서주하면서 알아내는 이야기, 그리고 한 축은 소타의 형인 요스케와 이 사건을 맡은 형사인 하야세가 노란꽃의 진실을 찾아 가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분명 어떤 연결도 감지할 수 없었던 독자들은 MM사건이 결말에 이르는 힌트임을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마릴린 몬로의 팬이었던 사람이 그녀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일으키게 되는 살인사건, 그리고 나팔꽃의 진실만을 찾던 독자들은 노란 나팔꽃이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주 나중에야 알게 된다. 전혀 감지 할 수 없었던 노란 나팔꽃, 그런데, 과연 꽃 자체에 결정적인 문제가 내재되어 있었던가...

여기에 이 소설이 가지는 독자의 허를 찌르는 한 방이 있다.

몽환화, 몽환, 환각... 마성의 식물.

작가는 이 작품을 이미 10년전에 <역사가도>라는 잡지에 연재하였는데, 당시에 작가는 자신이 역사물에관련된 소설을 쓰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집필을 꺼렸지만 편집자가 권유해서 썼다가 다시 그 틀만 남겨 놓고 다시 쓴 소설로 긴 기간이 약 10년이 걸렸다.

<몽환화>를 읽게 되면 홍보글에는 '에도시대'라는 말이 나오지만 역사적 사실은 거의 이 소설에 담겨 있지 않다. 오히려 노란 나팔꽃을 다시 재배하기 위한 식물학자의 이야기 속에서 식물에 관한 이야기와 소타가 자신이 전공한 원자력 공학에 회의를 느끼게 되는 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더 심도있게 다루어진다.

그렇다면 <몽환화>를 통해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몽환화인 노란 나팔꽃이 없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대비하여 원자력 발전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원자력은 분명 인간들에게 이로운 점이 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큰 해(害)가 존재한다. 그래서 소타는 자신의 전공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원자력 발전, 그건 지금에 와서 사용하지 않는다 해도 지금까지 보다 더 높은 기술이 요구되니. 작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에 이 소설을 새로 쓰기로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 세상에는 빚이라는 유산도 있어. 소타군." 다카미는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모른 체해서 없어지느 거라면 그대로 두면 되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이어받아야 하잖아? " (p. 409)

 "그냥 내버려둬서 사라진다면 그대로 두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받아들여야 해. 그게 나라도 괜찮지 않겠어?"  (p. 420)

<몽환화>는 처음에는 얽히고 설킨 이야기의 매듭을 풀기가 힘들어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지 궁금증이 많이 드는 이야기이지만 한 겹, 한 겹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그 존재를 잊어 버려야 하는 것들이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사라진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에, 그리고 사라진 것을 다시 존재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원자력과 관련된 부분은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부각시키고 싶었던 이야기임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책의 말미에 크게 깨닫게 된다.

추리소설이라는 하지만 범인 색출에 집중되는 그런 추리소설이 아닌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추리소설이기에 <몽환화>가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탄탄한 구성과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그 어느 추리소설 보다 돋보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 5월 주목신간 *

 

1. 책등에 베이다 / 이로 / 이봄

 

책을 소재로 한 책은 상당히 많이 출간되었다. 자신의 독서경험이나 작가, 줄거리 등을 주로 책 속에 담아내는데, 이런 책들을 읽으면 책 속의 책들을 읽을 당시의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나와 다른 독자인 저자의 독서 수준을 가늠해 볼 수도 있다. 물론, 나 보다는 엄청 많은 독서량을 가진 저자들의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서평들을 접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소개글이 많이 들어 왔다.

' 훌륭한 독자만이 뽑아 낼 수 있는 인용물들, 그것이 아주 사적인 인용문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이 책은 책을 소재로 하기는 했지만 기존의 이런 부류의 책들과는 차별화가 될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 소개나 책의 줄거리, 책 속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점들을 나열한 책이 아닌, 저자만의 책읽기이고 그 책에 대한 글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내가 지금까지 하던 독서가 아닌 저자만의 독서법을 배울 수 있을 듯하다.

 

 

 

2. 천 개의 바람이 되어 / 신현림 / 사과꽃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추도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어 본다. 이 책은 추모의 글들과 시가 담겨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을 읽는내내 마음이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별, 헤어짐.... 그런 글들을 읽으면서 내 삶에 대하여 잠시나마 생각해 보고 싶다.

 

 

 

 

 

 

 

 

 

 

 

3.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 / 피에르 쌍소/ 공명

 

 이 책은 10년 전 쯤에 읽은 책이다. 그 책의 개정판이다. 물론, 구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퇴색한 그 책을 다시 집어 들기는 쉽지 않다.

새로운 기분으로 개정판을 읽고 싶다. 이 책이 출간될 당시에 빨리 빨리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일깨워 준 책이기도 하다.

빨리가 아닌 느리게...

우리가 가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그 답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하자면 좋은 사람 마음산책 짧은 소설
정이현 지음, 백두리 그림 / 마음산책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이현의 작품을 처음 읽은 건 <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ㅣ 문학과지성사 ㅣ 2006 >이다. 도시적 삶의 이야기를 작가만의 날렵한 필치로 잘 표현한 작품으로 정이현을 대표하는 소설로 꼽힌다.

그러나 나는 < 달콤한 나의 도시 > 보다는 작가가 "진심을 다해 소설을 썼고 세상에 내놓았다. 그것이 전부다" (작가의 글 중에서) 라고 말했던 < 너는 모른다 > 를 더 좋아한다.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을 읽다보면 첫 문장의 시간에 대한 묘사에서 부터 세밀한 표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나 조차도 모르는 나, 그런데, 복잡한 관계로 얽히고 설킨 '너'에 대해서 내가 무엇을 알겠는가.

나는 너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너에 대해서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이야기를 남겨 주는 소설이 < 너는 모른다 >이다.

추리소설의 구성으로 쓰여진 < 너는 모른다/ 정이현 ㅣ 문학동네 ㅣ 2009 >는 단절된 가족간의 관계를 통해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파헤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고 난 후에 깊은 생각에 잠겼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 너는 모른다 >의 연장선 상에서 읽을만한 작품은 < 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ㅣ 창비 ㅣ 2013 >이라고 생각된다.

 

     

성장기 3명의 주인공을 통해서 감당하기 힘들었던 그들의 성장통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지만 먼훗날까지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수 없는 어쩌면 평생 고통으로 점철되는 기억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의 열일곱 살 기억을 더듬어 볼 것이고, 1990년대를 살아 온 독자들이라면 그때의 기억을 되짚어 보게 된다.

정이현의 소설은 바로 이렇게 사회적 문제를 그만의 독특하고 까칠하고 감각적인 시각으로 풀어나간다.

이번에 정이현은 좀더 편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작품이 <말하자면 좋은 사람>이다.

 

" 본업을 대하는 냉정하고 엄숙한 태도에서 조금은 비켜나 자유로운 형식으로 자유롭게 썼다" (작가의 말 중에서)

그런 마음으로 쓴 책이 < 말하자면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도 작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결코 무디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어쩌면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어떤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열 한 편 들려준다. 작가만의 날렵한 시각으로 바라본 그 순간의 이야기를.

그런데, 열 한 편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는 단편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아주 짧은 이야기이다. 산문을 쓰던 써 내려간 글 같지만, 그 이야기 한 편 한 편은 읽으면서, 읽은 후에 마음이 아려오는 순간도 있고, 먹먹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순간들도 있다.

일상의 어떤 순간들이 과거의 연속이자 결과물이기도 하고, 그 순간은 미래로 이어지기도 한다. 오롯이 혼자인, 혼자가 되어 버린 그 순간의 이야기.

궁금한 마음으로 책 속의 열 한 편의 짧은 이야기를 단숨에 읽어 내려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몇 작품을 소개하면,

첫 번째 이야기인 '견디다' 대학 졸업식을 앞둔 여대생, 그녀에게 당면한 문제는 취직, 그러나 쉽지 않은 취업의 문턱. 가까스로 취직한  ○○교육은 교재를 팔기 위한 사기성 취직임을 깨닫게 되는데....

집안 사정도 그녀의 사정과 그리 다르지 않아, 어느날 아버지는 2천만원이란 돈 대신 늙은 개 한 마리를  데려온다. 빚쟁이들이 지나간 그 집에 남은 것은 늙은 개  한 마리  뿐이었기에. 그런데 늙은 개는 일주일이 되도록 변을 보지 않으니.... 묶여져 있는 상태로는 볼 일을 보지 않는 늙은 개.

그건 늙은 개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니...

그녀는 개를 가고 싶은 곳으로 보내려고 뒷산에 풀어주지만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알지 못한다. 마치 그녀가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처럼.

우리는 이런 순간에  많이 부딪히게 된다.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야 할 순간. 내 자신이 가야할 곳을 찾아야 할 순간. 그러나 그 순간 속에서 어찌 할 바를 몰라 하던 그 순간을 지나 왔으리라.

요즘의 세태와 아주 잘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는 '비밀의 화원'이다. SNS의 범람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군상들의 순간. 이야기 속의 남편은 어느 순간부터 아내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스마트 폰에 빠져 사는 아내는 뭔가 숨기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는 택시 안에 스마트 폰을 놓고 내리게 되고.... 택시기사는 남편에게 연락을 하게 되어 아내의 스마트 폰 속의 세계를 들여다 보게 된다. 페이스북 속에 존재하는 아내는 낯선 이름인 김나나. 멋진 라이프 스타일의 20대 여성이다. 해외여행의 즐거움을, 맛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범상하지 않은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그 속에 담아 놓고 있다. 그 일상을 보는 사람들의 찬사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면서.

모든 것이 오픈된 세상.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그 누구나 부러워할 수 있는 존재로 탈바꿈시켜 자신인양 가짜인생, 쇼윈도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시하기'는 초등학교 시절의 왕따는 여전히 사회인이 되어서도 왕따일까 하는 의문을 풀어주는 이야기이다. 옛 추억과 기억에 가물거리는 친구를 만나게 되는 동창회. 그런데, 항상 동창회 후유증이 뒤따르는 것이 동창회를 참석하고 오는 날 느끼게 되는 마음이다. 학창시절과 엇갈리게 되는 상황이 가져오는 이야기이다. 이런 순간을 경험한 독자들이라면 공감될 수 있는 씁쓸한 순간이 아닐까.

" 시티투어 버스'는 연인과의 이별 후의 이야기. 하필 헤어진 날이 12월 31일이라면, 그 날은 두고 두고 마음에 남지 않을까. 이별을 경험했던  한 남자와 한 여자가 1월 1일 시티투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면, 그들은 각자의 헤어짐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이런 우연은 필연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 1월 1일, 오전 10시.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시작이었다. " (p. 91)

' 그 여름의 끝'은 어느날 날아온 청첩장. 그 청첩장을 보면서 18 년 전의 어느 여름날을 돌이켜 본다. 스무 살 시절, pc통신을 통해서 만났던 청첩장의 주인공인 Y와 J를.

" 우리들이 처음 만난 것은 18년 전의 어느 여름날이었다. 나의 여름이, 장난처럼  끝났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영영 돌아오지 않을 여름이었다. " (p. 157)

작가는 이 책 속의 순간들은 " 그들이 잠시 혼자였던 바로 그 순간" (책 속의 글 중에서)이라고 말한다. 오롯이 혼자, 아무도 없이 뚝 떨어진 혼자. 사실상 그런 혼자의 순간은 아니다. 가족도 있고, 부모도 있고, 친구도 있고, 직장동료도 있고, 남편도 있고, 연인도 있지만 그래도 자신만 혼자인 것처럼, 아니 사실 마음은 혼자이기에 외롭고, 막막하고, 서글프고, 힘들고 어찌 해야 할 지 모르는 그 순간들의 이야기이다.

어쩌면 이런 순간들이 있기에 우리는 나를 되돌아 볼 수 있고, 나 자신에 대해서 좀더 깊이있게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군중 속에서도 혼자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그 순간들. 그러나 그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역시 정이현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날렵하게 사람들의 일상을 잘 들여다 보고, 그들이 외롭던 그 순간을 잘 포착한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정이현이 프랑스의 작가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쓴 <사랑의 기초- 연인들>을 읽고는 좀 실망스러웠던 순간이 있었다. 그건 이전에 읽었던 다른 나라의 남녀 작가가 이와같은 기획으로 쓴 작품들과 같은 구성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가져다 준 잘못된 생각이 이 작품을 제대로 읽을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나중에 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시 그 작품을 읽지 않았기에 확실한 평은 할 수가 없다.

 

이번에 <말하자면 좋은 사람>을 접했을 때도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다. 열 한 편의  짧은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도 있엇다.

그러나 200자 원고지 20~30 매의 분량의 이야기로도 충분히 우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정이현의 필치가 빛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잠시 혼자였던 바로 그 순간'

작가는 그 순간을 '둘이 되기 위한 준비의 시간, 둘의 시작' 이기도 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우리에게 순간, 순간 그 순간이 오더라도 너무 쓸쓸해 하지는 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제는 매혹적인 대화법이 이긴다 - 왜 그 사람의 말은 행동하게 할까?
이정숙 지음 / 나무생각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 어디서나 낯선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해야 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사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다른사람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대화는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런 매혹적인 대화가 있다면 한 번 따라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미사여구로 꾸미라는 뜻은 아니다. 모든 대화에는 상대방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신뢰와 진정성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함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매혹적인 대화법'의 의미부터 알아보자.

"나만 돋보이게 하거나 생존경쟁에서 이기게 만들어 주는 대화기술을 한 차원 넘어서는 대화법" (p. 5)을 말한다.

너무 피상적이라고 생각된다면 이 책을 펼치고 '나의 대화법에 있어서 매혹점수'부터 알아보면 나의 대화가 매혹적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나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본다면 독자들은 매혹적인 대화법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각 장의 주제들은 그 자체가 곧 '매혹적인 대화법'의 메뉴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4장 : 매혹적인 대화법의 사례를 살펴보자.

매혹적인 대화법과 매혹적이지 않은 대화법을 정리해 놓았다.

* 매혹적인 대화법의 강력 포인트 7

1. 내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2. 타인의 문화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먼저 한다.

3. 나만의 대화 콘텐츠를 만든다.

4. 사소한 용어도 신중히 선택한다.

5. 반드시 대화 매너를 지킨다.

6. 언어의 생물적 본성을 이해한다.

7.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한다.

* 매혹적이지 않은 대화법의 강력 포인트 8

1. 원색적 표현을 한다.

2 내 비밀을 타인이 휘드르게 한다.

3. 남의 눈치를 보며 말한다.

4. 사소한 경쟁도 본인 위주로 내린ㄷ.

5. 논쟁을 싸움으로 변질시킨다.

6. 의견이나 신념을 나타내기 위해 단정적 표현을 한다.

7. 대화중 스마트폰을 계속 들여다 본다.

8. 노골적으로 자기 홍보를 한다.

이에 관한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면 이해가 더 빠르다.

우리는 어릴적부터 대화에 대한 연습(?)이 부족한 교육을 받았기에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대화에는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좀더 신중하게 대화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어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대화의 기법을 설명해주는데, 매혹적인 대화의 바탕에는 너그러운 말, 진정한 찬사, 따뜻한 격려의 말들이 깔려 있어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대화자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기준에 맞춘 편협한 마음을 가지고 대화에 임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적인 대화의 달인인 '오프라 윈프리'는 달변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귀재로도 알려져 있다.

매혹적인 대화란 꼭 내가 상대방을 매혹시킬 수 있는 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화에 있어서 최고의 매혹은 경청이다. 경청이란 듣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를 존중한다','그의 의견을 소중히 여긴다.', ' 그에게서 배우고 싶다'라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경청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토론이나 토크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화의 중요성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자신의 말만 주저리 주저리 내뺃는 사람, 잘난척 하는 사람, 경솔한 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

방송을 통해서 보여지는 모습들이 이렇다면 우리의 대화수준은 심각하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매혹적으로 말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듣기 좋은 달콤한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말이나 포장된 말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진심이 담긴 말,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말, 내 생각을 이해시키고 상대방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대화를 하라는 의미이다.

즉, 상대방의 마음에 내 생각을 각인 시킬 수 있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책은 그런 매혹적인 대화의 테크닉을 알려주는 책이다.

구체적인 사례들과 자신의 대화에 대한 진단, 매혹적인 말과 그렇지 않은 말을 비교하는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알기 쉽게 쓴 책이기에 대화의 비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2 : 자연 명승 편 - 김학범 교수와 함께 떠나는 국내 최초 자연유산 순례기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2
김학범 지음 / 김영사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를 칭하기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한다. 얼마나 아름답기에 비단으로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울까 !!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2>에 나온 사진들을 보니 황홀감에 빠지게 된다. 정말 아름답다.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강렬한 유화 속의 풍경을 보는 듯, 아련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산야이다.

이 책은 2013년에 출간된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 역사 문화 명승편>에 이은 2편에 해당되는 책이다.

명승(名勝)이라 하면 '우리나라 문화재 보호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국보, 보물, 사적, 천연기념물, 명승 등의 문화재 중하나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이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은 문화재를 사적, 천연기념물, 명승으로 분류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자연절경은 국가지정 문화재인 명승에 해당한다. 국가 차원에서도 명승의 지정은 좀 늦은 편인데, 2003년에 7건이 지정되었고, 2014년 5월까지 107건이 지정되어 있다. 그중에 가장 아름다운 절경 55곳을 이 책 속에 실어 놓았다.

책의 구성은 제1장은 명산, 제 2장은 계곡지형, 제3장은 해안과 도서, 제4장은 하천과 폭포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읽어왔던 우리나라 여행 관련 책과는 차별화된 책이다. 책제목에 '기행'이란 단어가 있어서 자칫 여행서로 생각하기 쉬우나, 이 책은 우리나라 곳곳에 자리한 빼어난 자연절경 중에 명승에 해당하는 곳에 대한 고찰이다. 명승에 담긴 역사적, 문화적, 지형적, 지질학적인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기는 하지만 비교적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여졌다. 그래서 각 명승에 대한 설화(전설), 이름의 유래, 활용적 가치까지 섭렵하기에 재미있게 즐기듯이 읽으면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책이다.

이 책에 실린 명승들의 대부분은 한 번 이상 가본 곳들이지만 사진을 보는 순간 낯설게 느껴지는 곳들도 있다. '내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하는 경우인데, 그건 같은 곳이라고 해도, 계절에 따라서, 날씨에 따라서, 보는 방향에 따라서 다양한 자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호남지방에서 회자되는 말에 '춘백양추내장'이란 말이 있다. 봄에는 백양사, 가을에는 내장산이라는 의미인데, 봄철 백양사의 신록이 빼어나서, 가을엔 불타는 듯한 내장산의 단풍의 아름다움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내장산 부근을 여러 차례 갔지만 언제나 가을 단풍을 보러 갔으니, 백양사의 신록은 접한 적이 없다. 

아름답기로는 미황사의 일몰을 어찌 빼놓고 말할 수 있을까. 달마산에는 삼황의 아름다움이 있는데, 불상과 바위 그리고 석양빛이다. 그중의 황의 아름다움, 즉 미황(美黃)은 미황사의 일몰을 말하니 그 아름다움을 본 사람들은 그 석양빛을 평생 잊지 못하리라.

제주 산방산의 수직면은 주상절리가 풍화되어 이룬 경관인데, 비위기둥이 다발로 세워좋은 듯한 그 모습.

설악에 가면 이곳 저곳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명승이 있지만 그중에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을 살펴본다.

" 구름바다는 참 아름답다. 비쭉비쭉 연이어 솟아오른 공룡의 등줄기 같은, 날카롭게 줄지어 선 공룡의 이빨 같은 험준한 바위들이 날을 세운 산 능선 아래에 구름바다가 넘실댄다. 운해가 자욱하게 깔려 빚어내는 이 비경은 설악의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신비의 풍광이다. 세상에 신선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그는 분명 설악에서 살 것이다. 강인하고 웅장한 산줄기, 설악의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에는 이렇듯 신비스러운 운해의 비경이 장엄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 (p.p 105~107)

이 책에 실린 사진을 보면 막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고, 그 곳을 설명한 글을 읽으면 마치 그곳의 모습을 보는 듯 설명이 잘 되어 있다.

이렇듯, 산이 있으면 계곡이 있기 마련이니, 아름다운 산의 곁에는 신비로운 비경을 자아내는 계곡이 자리잡고 있다. 청학동 소금강, 불영사계곡, 도솔계곡, 한신계곡, 영월 선돌, 영실기암과 오백나한, 멍우리협곡 등....

또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에는 바다지형도 장관을 이룬다. 서해안, 동해안, 남해안은 그 특색이 각각 다르니 경관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바다를 배경으로 연출되는 일몰과 일출 또한 장관을 이룬다. 해안지형에는 깎아지른 경사지가 많으니 해변의 풍경은 아름답고, 짙푸른 바다로 이어진 해금강에서 통영에 이르는 곳은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아름다운 곳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슬픈 곳, 그곳은 진도일 것이다. 이곳에서 '한국판 모세의 기적'을 1년중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4월 간조에 만날 수 있으니, 그곳이 진도 신비의 바닷길이다.

이때만 되면 이 특이한 바다갈림을 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너비 10~40 m, 길이 3km로 길게 휘어진 바닷길이 열린다.

 

마지막으로 하천과 폭포에 관한 장에서는 한강, 낙동강, 금강과 더불어 여러 강과 시내가 산줄기를 감돌아 흐르니 신비로운 풍광이 펼쳐진다. 곡류, 폭포, 못과 호소.

'우리의 명승이 이토록 아름다운지는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라는 말이 나온다.

이 책은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경관을 소개해 준다. 명승 속에 담긴 문화적 의미를 밝혀 명승으로서 가치를 높이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생각까지 곁들여진 우리나라 명승 55곳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자연 유산 순례기이다.

아마 이 책의 첫 페이지를 펴는 순간 읽고 또 읽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는 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오래도록 소장하고 싶은 아주 맘에 드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