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칭하기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한다. 얼마나 아름답기에 비단으로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울까 !!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2>에 나온 사진들을 보니 황홀감에 빠지게 된다. 정말 아름답다.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강렬한 유화 속의 풍경을 보는 듯, 아련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산야이다.
이 책은 2013년에 출간된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 역사 문화 명승편>에 이은 2편에 해당되는 책이다.

명승(名勝)이라 하면 '우리나라 문화재 보호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국보, 보물, 사적, 천연기념물, 명승 등의 문화재 중하나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이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은 문화재를 사적, 천연기념물, 명승으로 분류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자연절경은 국가지정 문화재인 명승에 해당한다. 국가 차원에서도 명승의 지정은 좀 늦은 편인데, 2003년에 7건이 지정되었고, 2014년
5월까지 107건이 지정되어 있다. 그중에 가장 아름다운 절경 55곳을 이 책 속에 실어 놓았다.

책의 구성은 제1장은 명산, 제 2장은 계곡지형, 제3장은 해안과 도서, 제4장은 하천과 폭포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읽어왔던 우리나라 여행 관련 책과는 차별화된 책이다. 책제목에 '기행'이란 단어가 있어서 자칫 여행서로 생각하기 쉬우나,
이 책은 우리나라 곳곳에 자리한 빼어난 자연절경 중에 명승에 해당하는 곳에 대한 고찰이다. 명승에 담긴 역사적, 문화적, 지형적, 지질학적인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기는 하지만 비교적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여졌다. 그래서 각 명승에 대한 설화(전설), 이름의 유래, 활용적
가치까지 섭렵하기에 재미있게 즐기듯이 읽으면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책이다.

이 책에 실린 명승들의 대부분은 한 번 이상 가본 곳들이지만 사진을 보는 순간 낯설게 느껴지는 곳들도 있다. '내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하는 경우인데, 그건 같은 곳이라고 해도, 계절에 따라서, 날씨에 따라서, 보는 방향에 따라서 다양한 자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호남지방에서 회자되는 말에 '춘백양추내장'이란 말이 있다. 봄에는 백양사, 가을에는 내장산이라는 의미인데, 봄철 백양사의 신록이
빼어나서, 가을엔 불타는 듯한 내장산의 단풍의 아름다움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내장산 부근을 여러 차례 갔지만 언제나 가을 단풍을 보러 갔으니, 백양사의 신록은 접한 적이 없다.
아름답기로는 미황사의 일몰을 어찌 빼놓고 말할 수 있을까. 달마산에는 삼황의 아름다움이 있는데, 불상과 바위 그리고 석양빛이다. 그중의
황의 아름다움, 즉 미황(美黃)은 미황사의 일몰을 말하니 그 아름다움을 본 사람들은 그 석양빛을 평생 잊지 못하리라.

제주 산방산의 수직면은 주상절리가 풍화되어 이룬 경관인데, 비위기둥이 다발로 세워좋은 듯한 그 모습.

설악에 가면 이곳 저곳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명승이 있지만 그중에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을 살펴본다.

" 구름바다는 참 아름답다. 비쭉비쭉 연이어 솟아오른 공룡의 등줄기 같은, 날카롭게
줄지어 선 공룡의 이빨 같은 험준한 바위들이 날을 세운 산 능선 아래에 구름바다가 넘실댄다. 운해가 자욱하게 깔려 빚어내는 이 비경은 설악의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신비의 풍광이다. 세상에 신선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그는 분명 설악에서 살 것이다. 강인하고 웅장한 산줄기, 설악의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에는 이렇듯 신비스러운 운해의 비경이 장엄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 (p.p
105~107)

이 책에 실린 사진을 보면 막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고, 그 곳을 설명한 글을 읽으면 마치 그곳의 모습을 보는 듯 설명이 잘 되어 있다.

이렇듯, 산이 있으면 계곡이 있기 마련이니, 아름다운 산의 곁에는 신비로운 비경을 자아내는 계곡이 자리잡고 있다. 청학동 소금강,
불영사계곡, 도솔계곡, 한신계곡, 영월 선돌, 영실기암과 오백나한, 멍우리협곡 등....
또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에는 바다지형도 장관을 이룬다. 서해안, 동해안, 남해안은 그 특색이 각각 다르니 경관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바다를 배경으로 연출되는 일몰과 일출 또한 장관을 이룬다. 해안지형에는 깎아지른 경사지가 많으니 해변의 풍경은 아름답고, 짙푸른
바다로 이어진 해금강에서 통영에 이르는 곳은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아름다운 곳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슬픈 곳, 그곳은 진도일 것이다. 이곳에서 '한국판 모세의 기적'을 1년중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4월 간조에
만날 수 있으니, 그곳이 진도 신비의 바닷길이다.
이때만 되면 이 특이한 바다갈림을 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너비 10~40 m, 길이 3km로 길게 휘어진 바닷길이
열린다.

마지막으로 하천과 폭포에 관한 장에서는 한강, 낙동강, 금강과 더불어 여러 강과 시내가 산줄기를 감돌아 흐르니 신비로운 풍광이 펼쳐진다.
곡류, 폭포, 못과 호소.

'우리의 명승이 이토록 아름다운지는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라는 말이 나온다.

이 책은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경관을 소개해 준다. 명승 속에 담긴 문화적 의미를 밝혀 명승으로서 가치를 높이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생각까지 곁들여진 우리나라 명승 55곳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자연 유산 순례기이다.
아마 이 책의 첫 페이지를 펴는 순간 읽고 또 읽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는 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오래도록 소장하고 싶은 아주
맘에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