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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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신영복의 책을 읽게 되었다는 기쁨도 잠깐, 주문한 책들 속에 끼어 있는 <변방을 찾아서>를 보는 순간 너무도 얇은 책임에 약간은 실망감이 들었다.

 

 

책을 구입할 때에 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이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던 저자의 책은 별다른 검색없이 구입하기에 이런 일이 나에게는 자주 일어난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저자의 책들로는 <더불어 숲>, <나무야 나무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등이 참 좋았던 책들이다.

<나무야 나무야>도 꽤 얇은 책이기는 하지만, <변방을 찾아서>는 그 보다도 더 얇은 150 쪽이 채 안 되는 책이다.

이 책에 실린 8편의 짧은 글들은 <경향신문>에 연재되었던 '변방을 찾아서'의 글을 모은 것이다.

그당시 취재 대상이 되었던 곳은 저자가 그동안 의뢰를 받아서 현판, 문학비, 추모비 등의 글을 써 주었던 곳들을 찾아 떠나서 그곳의 이야기를 담아 내는 것이었다.

연재 글의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변방은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공간적인 의미에서 그렇지만, 성격상으로도 주류 담론이 지배하는 공간이 아닌 곳이다.

주류담론으로부터 소외된 곳을 의미하는 것이다.

" 누구도 변방이 아닌 사람이 없고, 어떤 곳도 변방이 아닌 곳이 없고, 어떤 문명도 변방에서 시작되지 않은 문명이 없다. 어쩌면 인간의 삶 그 자체가 변방의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변방은 다름 아닌 자기 성찰이다. " (p. 13)

먼저 저자는 '책머리에'서 그가 쓴 글씨를 찾아서 떠났던 8곳의 성격에 대해서 세세하게 설명을 해 준다.

여기까지만 읽어도 책의 내용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한 내용이다.

 

8곳의 변방은 다음과 같다.

꿈은 가슴에 담는 것 해남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
우리 시대에도 계속 호출해야 하는 코드 강릉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통한의 비련, 그 비극적 파토스
박달재
탈근대의 독법으로 읽는 『임꺽정』
벽초 홍명희 문학비와 생가
지혜, 시대와의 불화
오대산 상원사
역사의 꽃이 된 죽음 앞에서
전주 이세종 열사 추모비·김개남 장군 추모비
민초들의 애환, 700리 한강수
서울특별시 시장실의 '서울'
새로운 시작을 결의하는 창조 공간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석

 

한국의 변방인 강원도, 그곳에서도 또다시 변방인 초당동에 있는 허균과 허난설헌의 기념관은 바로 근처의 이율곡, 신사임당의 유적지와 여러 면에서 비교가 되는 곳이다.

이율곡, 신사임당이야, 도도한 주류 담론이었기에 허균과 허난설원의 기념관이 더욱 변방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1998년에 벽초 홍명희 문학비를 건립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글씨를 써서 보내 주었는데, 이곳은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곳이다.

홍명희의 아버지는 경술국치 후 자결을 한 애국자였고, 홍명희 역시 항일운동과 신간회 창립 등를 통해서 독립 운동가로 활약을 했지만, 해방후에 이승만 정부가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여 월북을 하게 된다.

이후에 북한에서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부수상, 과학원 원장 등의 요직을 지내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이런 이력이 보훈 단체 회원과의 마찰을 빚게 되는 것이다.

 

 

상원사 현기 스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음 것은,

" '깨달음은 없다' 는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가 반성해야 하는 것은 깨달음마저도 소유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끊임없는 불화와 긴장 그 자체가 지혜인지도 모른다. 용과 고래의 한판 쟁투가 우리 시대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지혜의 현실적 모습인지도 모른다. " (p. 103~105)

 

 

 

저자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 온 날벼락같은 일로 인하여 20년 20일이라는 긴 수형 생활을 하였고, 그후에도 오로지 변방에서도 가장 막다른 변방을 헤매고 다녔던 것이다.

그의 생각 역시도 주류 담론이 아니었기에 언제나 변방에 밀려 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저자가 써 준 글씨 마저도 변방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여정을 따라 가는 길은 남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래서 어쩌면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 지도 모를 일이다.

" '변방을 찾아 가는 길' 이란 결코 멀고 궁벽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님을, 각성과 결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변방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 (p. 143)

 

 

저자는 역사 속의 이야기를 통해서 변방이 영원한 변방이 아니었음을 은연 중에 이야기한다.

 

 

<변방을 찾아서>는 얇은 책이었기에 순신간에 읽어 내려 갈 수는 있었지만, 책 속의 내용은 가볍게 읽어 내려 가기에는 묵직한 바위처럼 느껴지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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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애플 Inside Apple - 비밀 제국 애플 내부를 파헤치다
애덤 라신스키 지음, 임정욱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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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중에는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주로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는데, 깔끔한 슬라이드와 설득력있는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은 청중들을 사로 잡는 쇼와 같은 마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에 사전에 치밀한 계획과 반복적 연습이 담겨 있는 그만의 프리젠테이션 !

스티브 잡스를 다룬 책 속에서 이미 애플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 놓을 수 있었던 것은 애플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애플 문화였음을 알 수 있기도 하였다.

애플의 경영 방침은 철저한 '비밀주의'와 '효율성'을 거부한다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은 일반인의 출입이나 언론의 방문 취재가 이루어지지 않는 철저하게 비밀이 유지되는 곳이다.

그래서, 애플의 신제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그 어떤 사소한 것까지도 세상에 공개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애플 직원들은 상부 조직에 의해서 직접 관리가 이루어지기에 제한적인 권한만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영은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의 방침이었기에 그가 없는 애플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세상의 이목은 집중되기도 하였다.

이 책의 저자인 '애덤 라신스키'는 경제 전문지 <포춘>의 기자로 IT 와 금융 분야 전문 기자이다. 외부인으로는 애플 경영에 대하여 가장 깊숙이 탐구한 저널리스트이기도 하다.

그는 이런 애플의 경영에 대하여 다각도로 분석을 하여 <Inside Apple>이란 책을 쓰게 되었다.

저자가 애플은 " 비상식적일 정도로 위대한 (insanely great) 회사다" (p.7) 라고 말할 정도로 애플은 현대 경영에서는 보기 드문 경우의 회사이다. 그런데도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였기에 다른 회사들에게 애플의 경영을 본받으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경영은 다른 회사에 적용하기에는 애매 모호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애덤 라신스키가 애플을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애플의 임직원은 아무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전직 직원이나 애플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만이 취재에 응하였던 것이다.

애플의 역사를 1976년 워즈니악이 애플 컴퓨터를 만든 때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때에, 아니면, 애플의 잡스화 ' job -ian'가 본격화된 것이 1997년부터 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 그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애플은 다른 기업에서는 볼 수 없는 너무도 빠른 성장을 하였던 것이다.

이런 바탕에는 스티브 잡스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잡스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결단력과 설득력을 갖추었으며, 놀라운 창의력을 가진 완벽주의자이다. 그렇기에 자아도취적이고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동안 애플을 경영하는데 있어서 세밀하게 조직의 하위단계까지 직접 관리를 하였고,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는 행위를 해 왔던 것이다.

그는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은 물론이고, 제품 포장 박스까지도 신경을 쓸 정도였기에 그 모든 것은 애플과 다른 기업과의 차별화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 세부적인 것까지 집착에 가깝게 챙기고 제품의 자잘한 기능 하나 하나까지 집중하는 것은 경쟁자와 애플을 차별화하는 핵심요소이다. " (p. 87)

이 책에서 흥미로운 내용은 애플을 이끌어 가는 주요 인물들의 분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떠난 후의 애플이 걱정되기도 하였지만,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는데, 그는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에 팀 쿡에게 CEO 의 자리를 넘겨 주게 된다.

그를 비롯한 세상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잡스가 없는 애플은 반 년만에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애플의 신제품에 대한 기대와 함께, 애플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분석에 따르면,

잡스는 자기 주위의 인재들을 각자가 지닌 재능에 따라 자신의 확장판으로 만듦과 동시에 그들 스스로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해 주는 인물로,

현재 애플의 CEO 인 쿡은 빈틈업는 시스템 전문가로 공급망과 물류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의 관리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사람으로,

" 그는 진실성에서 비롯된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 (p. 150)

수석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는 기술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드는 재능을 가진 디자이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폰 개발자인 스콧 포스톨은,

" 그는 영민하고 소박하며 재능있는 엔지니어이며, 특히 멋진 발표자 그 이상입니다. " (p. 158)

책 속에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대하는 자세'라는 아주 짧은 내용도 실려 있다.

뉴욕 5번가의 애플 스토어와 LA의 애플 스토어를 들렸던 경험이 있기에 책 속에 담겨 있는 애플 스토어에 관한 내용은 애플의 아주 작은 단면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애플의 모습임을 느끼게 해 준다.

" 애플 스토어를 방문하는 것은 다른 판매점에 들어 서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깨끗하고 넓은 테이블 위에는 직접 만져 보고 사용해 볼 수 있는 애플 제품들이 놓여 있다. 유리로 된 우아한 나선 계단으로 연결돼 있는 2층으로 올라가면 푸른색 티셔츠릉입은 판매원들이 고객을 도와주는 지니어스바가 자리잡고있다. 다른 곳에서는 '세일즈 전문가'들이 돌아 다니며 고객의 질문에 답하고 제품을 설명한다.

애플 스토어의 판매원들은 절대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다. 고객이 먼저 사고 싶어 안달 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구매를 강요하겠는가?' (p. 217)

테이블마다 놓여진 애플의 제품들을 마음껏 경험해 보고 사고 싶으면 사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세일즈 전문가의 설명을 들을 수 있고, 구입하고 싶으면 구입할 수 있는 애플 스토어에는 항상 고객들이 바글바글하다. 그리고 제품을 경험해 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모두 흥미로워 보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있게 '비밀 제국 애플 내부를 파헤치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애플의 내부는 너무도 높은 벽으로 둘러 싸여 있기에 완전히 애플을 파헤쳤다고 보기에는 아쉬운 점들이 많이 있다.

저자가 팀쿡을 2010년 10월 20일 애플 본사에서 열린 제품 발표회 후 몇 달 동안에 걸쳐서 취재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는 공식적인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애플은 잡스의 경영 방침인 비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애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는 자세하게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철저함과 완벽함이 있었기에, 거기에 애플의 비밀주의가 함께 했기에 애플의 명성은 오늘날에 이른 것이고,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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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예술 산책 - 작품으로 읽는 7가지 도시 이야기
박삼철 지음 / 나름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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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자주 걸어 다녔던 길들.

정동길, 광화문 거리, 북촌길, 인사동길...

그러나 한동안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이 길들 중의 몇 곳을 가끔씩 가게 되면서 그 길 위에서 추억을 만날 수 있었다.

아니, 많이 변한 모습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천천히 걸으면 좋은 길들. 그런 길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속에 오롯이 박혀 있다.

도시는 삭막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데, 그런 삭막함을 달래주는 조형물들.

가끔은 그런 조형물들을 보면서 왜 이곳에 저런 모습으로 서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조형물들이 유명 예술인들의 값비싼 예술품임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때론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우리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거리의 예술품들을 만나기도 한다.

<도시 예술 산책>에서는 길 위의 작품 147개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 나간다.

여러 책들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기는 했지만, 같은 장르의, 같은 주제의 그런 어떤 책들보다도 깊이 있고, 폭넓은 이야기들이 담겼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은 대략 3가지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시의 작품들을 사진과 함께 세세하게 설명해주고 평가해 주는 내용, 그리고 도시와 예술을 다양한 주제로 풀어나가는 도시 담론, 그리고 서울의 9개 동네길의 마을 예술지도 그리기로 꾸며져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책의 내용과는 무관한 영문학을 전공했다. 스포츠 조선 문화부에서 미술을 담당하게 되는 첫 직장생활을 울면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첫 직장생활 6년만에 다른 부서로 옮길 때는 울면서 그만두었다고 한다.

물론,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그만큼 예술과는 동떨어진 전공을 가졌던 사람이었기에 더 열심히 예술을 공부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6년간에 걸친 직장생활이 그를 이주헌, 이섭,김진하 등 선배 큐레이터들과 함께 미술 기획사를 차릴 수 있게 했고, 끝내는 공공미술을 전공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내용은 그저 도시의 공공미술 작품만을 보여 주고, 설명해 주는 단계를 훌쩍 뛰어 넘어 다양한 주제로 도시읽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예술 작품의 설명은 문학, 철학, 사상 등과 접목되어서 상당히 수준높게 이루어진다.

이 책에 실린 몇 몇 작품들은 도시를 거닐면서 마주쳤던 예술품들이기에 낯익은 작품들이다.

삼청동 국제 화랑의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지붕 위를 걷는 여자>, 낙산의 백민준 작가의 <가방 든 남자와 강아지>, 옛 정동의 배재학당의 교사 한 채와 조각 기둥. 63 빌딩 앞의 <생명의 숲>, 대치동 포스코 센터의 <아마벨> 등.

" '시간의 디자인'이 공간 곳곳에 여울져 흘러 시간과 공간, 그 속의 기억으로서의 사건이 함께 산다." (p. 96 - 옛 배재학당의 모습에서)

작년 겨울에 광화문의 <해머링 맨>이 털모자를 쓴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노동자의 모습을 거대하게 표현한 모습도 모두 작가가 의도한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사진 출처: 나의 사진첩에서)

시민 참여 작품인 <서울, 황금알을 품다>, < 인왕산에서 굴러온 바위>는 작가의 생각에 따라 시민들이 그 자리를 메우는 참여가 필요한 작품들이고, 그래서 그 의미가 더 큰 것이다.

특히 < 인왕산에서 굴러온 바위>는 잊혀진 장소에 서린 기억을 한데 모아, 공동의 기억창고를 만들자는 의미라고 한다.

'돌을 쌓아 주세요, 바위가 소원을 들어 줍니다.'

돌을 쌓는 그 손길에 소원을 바라는 그 마음이 함께 할 수 있으니, 아니 좋을 수 있겠는가 !

포스코 센터에 있는 아마벨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신선한 발상이라기 보다는 좀 거부감이 생겼는데, 실제로도 '아마벨'의 설치 배경이나 그 후의 철거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눈에 들어오는 도시의 예술품들을 보면서 그 의미가 궁금했던 것들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작가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쉽게 된다.

그러나, 모든 예술 작품이 그렇듯이,

"작가에겐 표현할 자유가 있지만, 보는 이에겐 해석할 자유가 있다" (p. 150) 는 것이다.

내 맘대로 해석해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내가 본 예술 작품은 내 수준으로 보이는 것이기에.

신선한 발상으로 받아 들일 수 있는 작품에 최정화의 <천개의 문>이 있다. 이것은 건물 리모델링의 공사 가림막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파사드라고 해서 디자인이 화려하고 다양하다. 우리나라도 철제로 막아 놓던 것을 지나 산뜻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들이 많다.

그래도 아직은 많이 변화하지 않은 모습들을 보게 되는데, 최정화의 <천개의 문>은사람들이 실제 거주했던 집의 방문 711개로 만든 가림막이다.

발상이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도시 곳곳에는 내가 천천히 걸으면 만날 수 있는 예술품들이 널려 있는 것이다.

 

(사진 출처 : 나의 사진첩에서)

마지막으로 서울의 대표적인 9개 길을 따라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지도와 함께 부록처럼 수록되어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서울의 이 길들로 나가보면 어떨까

 

" 걷자, 느리게, 살자, 느리게.

그러면 도시가 작품이 된다. 삶과 일상이 예술이 된다.

더는 전원을 꿈꾸며 삶을 유예하지 말자.

바로 이곳, 도시에서 '다른 삶'을 살자." (책 뒷표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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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혼자 올 수 있니
이석주 사진, 강성은 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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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혼자 올 수 있니>는 출간 당시 (2010년 12월)부터 관심을 가졌던 책이다.

책표지에서 느껴지는 아련함과 함께, 사진작가 이석주의 유고 사진 에세이집이라는 것이 가슴에 와닿았다.

사진작가 이석주가 누구인지는 잘 몰랐다. 다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 밖에는.

나중에 알게 된 그에 대한 정보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스튜디오를 열어 예술인들과의 교류가 많았던 장래가 촉망되는 사진작가였다는 것,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사진들의 전시회를 준비하던 2010년에, 만 스물 여덟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그는 눈을 아주 좋아했던 것같다.

" 눈은 아무도 모르게 내릴 때 제일 예쁜 것 같아요...." (p. 5)

책의 시작인 '빛을 비우는 눈들의 이야기'에서 시인 김경주는 절친 이석주의 사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 그의 사진은 온통 하얗게 표백된 쓸쓸함 투성이였다. 그의 사진을 볼 때마다 그는 사진을 아직 시작하기 전 어떤 묽은 질감을 먼저 여백에 담아 놓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사진에 담긴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 6)

이석주만이 가지고 있는 사진의 스타일은 희뿌연 막이 한 곂 덮여져 있는 듯 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사진이란 빛을 담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석주는 사진이란 빛을 비워내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진 속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것에 대해서도 '사람을 담으면 너무 그리울 것 같아서'라고 이야기한다.

두고 가야 하는 이 세상이 사진작가의 눈에는, 마음에는 너무도 그리울 것 같았나 보다.

이런 시각에서 찍은 온통 눈으로 덮힌 그의 사진들에 시인 강성은이 글을 올렸다.

나는 그동안 여행에서의 감성적인 사진과 함께,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언어가 담겨져 있는 책들을 수없이 읽었다.

이병률의 <끌림>, 김동영의 <나만 위로할 것>, 변종모의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테오의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백승선, 변혜정의 <행복이 번지는 크로아티아>를 비롯한 번짐 시리즈...

그러나 <너 혼자 올 수 있니>는 그런 책들에 비하면 조금은 가슴에 와닿는 울림이 적은 사진과 글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 이석주의 블로그 중에서 -

어쩌다 슬픈 이야기를 하려 하면

괜찮다 다들 슬픔은 있어.

어쩌다 아픈 이야기를 하면

괜찮아 다 나을 수 있어.

어쩌다 외로운 이야기를 하면

괜찮아 누구나 혼자야, 라고 말했다.

그럼 난 그냥 웃었지.

어쩌다 너에게 슬픔이 올 때

어쩌다 너에게 아픔이 올 때

어쩌다 너에게 외로움이 올 때

그때 넌 정말 괜찮았니? "

" 시들지 않는 건 없지만

영원할 수 없지만

잃어 버린 것을 기억하는

아름다운 시간은 지속된다. " (p.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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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태양꽃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어른을 위한 동화 16
한강 동화,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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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책 중에 '어른을 위한 동화' 시리즈 20권이 있다.

그중에 가장 잘 알려진 동화로는 황석영의 <모랫말 아이들>, 안도현의 <연어>가 있다.

작가 한강의 글이 단아하면서도 섬세하여서 몇 권의 책을 찾아 읽던 중에 <내 이름은 태양꽃>을 읽게 되었다.

이전에, 작가의 동화로 <눈물상자>와 <붉은 꽃 이야기>를 감명깊게 읽었기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읽게 되었지만, 앞의 동화들에는 조금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에 짧은 글 속에서 우리들의 마음에 파고 드는 메시지는 있지만, 가슴이 뭉클하게 다가오는 그런 감동은 없는 것이다.

아마도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읽었기에 그럴 지도 모르겠다.

짧은 동화 속의 이야기는,

하루종일 햇빛이라고는 들지도 않는 버려진 땅에 불과한 담장 밑에서 어린 싹이 얼굴을 들이 내민다.

힘껏 떡잎으로 흙을 밀치고 나왔지만, 세상은 어두컴컴하기만 하다.

흙에서 나오면 밝은 세상이 있을 줄 알았는데, 새 싹이 만난 세상은 담장으로 가려져서 어둡고 답답한 세상이다.

그런데, 담장에 붙어 있던 담장이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힘차게 자라난다. 담장이는 새싹에게 말한다.

담장을 벗어나서 밝은 곳으로 가겠다고....

정말 담장이는 힘껏 담장을 넘어 밝은 세상으로 가 버리고, 그의 긴 다리만이 새 싹의 옆에 남아 있게 된다.

( 사진 출처: 나의 사진첩에서)

떡잎도 조금씩 자라서 꽃을 피우지만,

벌도, 잠자리도, 호랑나비도, 바람도, 그 꽃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한다.

그 누구도 이런 꽃은 처음 본단다.

'어떻게 생겼기에?'

아무도 그 꽃을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색깔이 없는 꽃, 투명한 꽃이라고만 말한다.

그는 담장 밑에 핀 보잘 것없는 풀 한 포기인 것이다.

부러워, 부러워~~

담장 너머의 정원에 예쁘게 핀 장미도, 봉숭아도, 그리고 저 멀리 담장 밖으로 나간 담장이도.

풀꽃은 자신의 꿀을 맛나게 먹으러 오는 꿀벌도, 나비도 귀찮아진다.

항상 풀꽃의 존재를 잊어 버리고 풀꽃을 아프게 하는 바람도 귀찮기만 하다.

모두 귀찮아 다시는 오지마.

어느 날 밤, 그렇게 쓸쓸하게 지내던 풀꽃에게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담장 바로 밑에서 싹을 틔워내려고 애쓰는 작은 풀의 목소리.

작은 흙구덩이를 밀고 나오기 위해서 애쓰는 풀의 목소리를.

견디라고, 강해져야 한다고, 더 견뎌야 한다고...

며칠 비가 내리고,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하던 그 풀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의 모습이 궁금했던 풀꽃, 자신이 피운 꽃이 화려하지 않아서 힘들어 했던 풀꽃.

그래서 풀꽃은 자신을 둘러 싼 모든 것을 미워했지만, 결국엔 사랑의 마음을 갖게 된다.

사랑의 마음을 갖게 된 보잘 것 없었던 풀 한 포기는 태양보다 더 밝고 환한 꽃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그 어떤 꽃보다 가슴 아픈 상처와 절망을 이겨냈기에.

( 사진 출처: 나의 사진첩에서)

"왜 슬퍼하지 않느냐구요?

이제는 알고 있는걸요. 나에게 꽃이 피기 전에도,
그 꽃이 피어난 뒤에도, 마침내 영원히 꽃을 잃은 뒤라 해도,
내 이름은 언제나 태양꽃이란 걸요" (p. 106)

한강의 동화를 읽으면 참 마음이 예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담장 밑에 핀 보잘 것 없는 풀 한 포기.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 풀 한 포기이지만, 작가의 눈에 들어가면 아름다운 이야기로 표현이 된다.

작가의 가슴에 들어가면 아름다운 이야기로 태어난다.

지금 이 순간이 힘들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보다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줄 수 있는 한 편의 동화인 것이다.

그런데, 이미 이런 소재가 동화에 많이 쓰여졌기에 신선함이 덜 한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존재가 화려하게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를 동화 속에서 이미 많이 접했기에 그 감동이 반감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화의 그림은 동양화를 전공한 삽화가이자 동화작가인 김세현이 그렸는데, 화선지 위에 먹물의 농담만을 준 그림이기에 조금은 칙칙함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 그림에서만 꽃에 색을 주었다.

아무래도 담장밑의 어두컴컴한 그 분위기를 살리기는 했겠지만, 그래도 맑은 분위기의 잔잔한 그림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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