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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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신영복의 책을 읽게 되었다는 기쁨도 잠깐, 주문한 책들 속에 끼어 있는 <변방을 찾아서>를 보는 순간 너무도 얇은 책임에 약간은 실망감이 들었다.

 

 

책을 구입할 때에 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이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던 저자의 책은 별다른 검색없이 구입하기에 이런 일이 나에게는 자주 일어난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저자의 책들로는 <더불어 숲>, <나무야 나무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등이 참 좋았던 책들이다.

<나무야 나무야>도 꽤 얇은 책이기는 하지만, <변방을 찾아서>는 그 보다도 더 얇은 150 쪽이 채 안 되는 책이다.

이 책에 실린 8편의 짧은 글들은 <경향신문>에 연재되었던 '변방을 찾아서'의 글을 모은 것이다.

그당시 취재 대상이 되었던 곳은 저자가 그동안 의뢰를 받아서 현판, 문학비, 추모비 등의 글을 써 주었던 곳들을 찾아 떠나서 그곳의 이야기를 담아 내는 것이었다.

연재 글의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변방은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공간적인 의미에서 그렇지만, 성격상으로도 주류 담론이 지배하는 공간이 아닌 곳이다.

주류담론으로부터 소외된 곳을 의미하는 것이다.

" 누구도 변방이 아닌 사람이 없고, 어떤 곳도 변방이 아닌 곳이 없고, 어떤 문명도 변방에서 시작되지 않은 문명이 없다. 어쩌면 인간의 삶 그 자체가 변방의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변방은 다름 아닌 자기 성찰이다. " (p. 13)

먼저 저자는 '책머리에'서 그가 쓴 글씨를 찾아서 떠났던 8곳의 성격에 대해서 세세하게 설명을 해 준다.

여기까지만 읽어도 책의 내용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한 내용이다.

 

8곳의 변방은 다음과 같다.

꿈은 가슴에 담는 것 해남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
우리 시대에도 계속 호출해야 하는 코드 강릉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통한의 비련, 그 비극적 파토스
박달재
탈근대의 독법으로 읽는 『임꺽정』
벽초 홍명희 문학비와 생가
지혜, 시대와의 불화
오대산 상원사
역사의 꽃이 된 죽음 앞에서
전주 이세종 열사 추모비·김개남 장군 추모비
민초들의 애환, 700리 한강수
서울특별시 시장실의 '서울'
새로운 시작을 결의하는 창조 공간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석

 

한국의 변방인 강원도, 그곳에서도 또다시 변방인 초당동에 있는 허균과 허난설헌의 기념관은 바로 근처의 이율곡, 신사임당의 유적지와 여러 면에서 비교가 되는 곳이다.

이율곡, 신사임당이야, 도도한 주류 담론이었기에 허균과 허난설원의 기념관이 더욱 변방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1998년에 벽초 홍명희 문학비를 건립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글씨를 써서 보내 주었는데, 이곳은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곳이다.

홍명희의 아버지는 경술국치 후 자결을 한 애국자였고, 홍명희 역시 항일운동과 신간회 창립 등를 통해서 독립 운동가로 활약을 했지만, 해방후에 이승만 정부가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여 월북을 하게 된다.

이후에 북한에서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부수상, 과학원 원장 등의 요직을 지내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이런 이력이 보훈 단체 회원과의 마찰을 빚게 되는 것이다.

 

 

상원사 현기 스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음 것은,

" '깨달음은 없다' 는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가 반성해야 하는 것은 깨달음마저도 소유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끊임없는 불화와 긴장 그 자체가 지혜인지도 모른다. 용과 고래의 한판 쟁투가 우리 시대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지혜의 현실적 모습인지도 모른다. " (p. 103~105)

 

 

 

저자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 온 날벼락같은 일로 인하여 20년 20일이라는 긴 수형 생활을 하였고, 그후에도 오로지 변방에서도 가장 막다른 변방을 헤매고 다녔던 것이다.

그의 생각 역시도 주류 담론이 아니었기에 언제나 변방에 밀려 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저자가 써 준 글씨 마저도 변방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여정을 따라 가는 길은 남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래서 어쩌면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 지도 모를 일이다.

" '변방을 찾아 가는 길' 이란 결코 멀고 궁벽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님을, 각성과 결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변방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 (p. 143)

 

 

저자는 역사 속의 이야기를 통해서 변방이 영원한 변방이 아니었음을 은연 중에 이야기한다.

 

 

<변방을 찾아서>는 얇은 책이었기에 순신간에 읽어 내려 갈 수는 있었지만, 책 속의 내용은 가볍게 읽어 내려 가기에는 묵직한 바위처럼 느껴지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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