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1 - 미천왕, 도망자 을불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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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무래도 작가 김진명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될 것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3권이 한 세트로 된 책인데, 책표지를 넘기면 누렇게 변색이 되었다.
이 소설의 초판 간행은 1993년 8월 10일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1994년 6월 30일 초판 88 쇄라고 기록되어 있다.

( 이책은 1993년판인데, 2011년 개정판이 나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김진명, 새움,2011)

벌써 근 20 여년이 지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그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소설이다.
그러니, 김진명은 이 소설로 인하여 일약 소설가로 데뷔하게 되는 것이다.

(1993년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작가 소개 사진)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의 의문의 교통사고를 연상시키는 이 소설은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인 핵무기가 개발된다는 설정과 박정희대통령이라는 그당시로는 소설에 등장하기 힘든 인물의 이야기가 어우러지게 되면서 미스터리한 설정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소설의 전개과정이 속도감이 있고, 박진감이 넘치면서도 김진명 특유의 문체가 돋보였기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그이후의 김진명의 소설들도 출간될 때마다 베스트셀러의 위치에 우뚝 솟았던 것이다.
그의 대부분의 소설이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할 정도로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았던 것이다.
특히 <황태자비 납치사건>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다루었는데, 경악을 금치 못하는 작품이었다.
또한 <하늘이여 땅이여>는 한국 주식시장을 노리는 미국의 핫머니 침투에 관한 소재를 담았는데, 이 소설이 발표된 때에 적절한 이야기여서 흥미진진했었던 기억이 난다.

(<고구려>의 작가 소개 사진 )

그런데, 이번에 작가는 <고구려>를 소설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작가가 책표지글을 통해서 밝혔듯이
"우리 젊은이들이 <삼국지>를 읽기 전에 <고구려>를 먼저 알기 바란다"라는 글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삼국지>의 주요 인물, 주요 장면 장면, 이야기의 전개과정은 소상하게 알고 있으면서 고구려의 안국군, 창조리, 을불, 상부 등의 인물은 그 이름조차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허다할 것이다.
솔직히, 나도 이 소설을 읽기 전에는 '고구려' 하면 소수림왕, 광개토대왕, 장수왕, 연개소문 정도 알고 있었을까....
이런 현실은 지금까지 역사는 승자를 중심으로 펼쳐지기에, 고구려는 한반도를 넘어 산둥이북과 요서에 이르는 거대한 영토를 가졌었음에도 삼국을 통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또한, 고구려의 영토가 분단에 의해서 북한의 땅임에 고구려의 역사를 소홀하게 다루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해 우리의역사가 왜곡당하고 있는 시점에서 고구려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김진명의 소설 <고구려>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고구려>가 인터넷을 통해서 연재될 때에 나는 거의 1권 정도의 이야기는 매일 매일 관심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고구려 1>, 부제 '도망자 을불'은 낯익은 이야기인 것이다.
작가는 이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쓴 후에 17년간에 걸쳐서 <고구려>를 집필하기 위한 자료 검토와 해석을 하였다고 하니 그 노력과 열정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고구려1~3>권은 고구려의 미천왕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이고, 여기에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섯 왕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고구려 1>의 내용은
고구려의 서천왕은 국상 상루에게 후계 절차를 주관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 천마성이 뜨면 임금은 대가 끊기고. 나라는 망하기 마련. 이제 고구려의 영웅들이 줄줄이 죽어갈 것이로다. 하늘이 뜻을 어찌 인간의 힘으로 거스를꼬" (p15)

서천왕의 의중에는 그의 동생인 안국군이 국왕의 재목이라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었지만, 자신의 아들인 상부를 태자로 삼아 둔 상황이었다.
상부의 측근인 상루는 서둘러 상부를 왕위에 올리게 되는데, 어진 왕이었던 서천왕과는 달리 상부는 포악한 인물인 것이다.
그런 상부가 작은 아버지인 안국군을 비롯한 왕손과 종친들을 그냥 두지는 않는 것이다.
그과정에서 안국군은 역모로 죽게 되고, 상부의 아우인 돌고는 글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인데, 자신의 아들인 을불을 지키기 위해서 상부에게 납작 엎드리는 시늉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들을 지키려던 돌고가 위험을 감지하고 을불을 도망시키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도망자가 된 을불이 낙랑에서 소금장수 다루로 변신을 하는데, 이곳에서 낙랑의 무예가 양운거를 만나게 되고, 주대부의 도움을 받게 되기도 하고...
" 낙랑의 부(富)와 모용외의 무(武)를 생각하면 언제 그런 날이 올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그들은 날로 힘을 키워 가는데 나는 내 나라 안에서조차 행적을 숨기고 다녀야 하는 형편이니....." (p286)
그이외에도 모용외, 최비, 주아영 등의 걸출한 인물들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왕손이지만 고구려를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고구려 백성들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게 되고, 고구려를 상부의 손에서 되찾고자 하는 마음을 다지는 시기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김진명의 소설들이 박진감이 넘치듯이 이 소설도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부터 이야기 속으로 푹 빠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잠깐 나의 어릴적 기억이 떠오르는데, 초등학교다닐 때에 사회시간이었다.
고구려를 배우는데, 미천왕이 나왔었다.
그런데, 옆의 짝이 미천왕을 미친왕이라고 잘못 이야기해서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나는 것이다.
그때 배웠던 미천왕.
그가 바로 고구려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는 을불인 것이다.

" 남을 통솔하려는 자는 힘보다 지혜가 있어야 한다. " (p8)

김진명의 <고구려>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결코 미천왕의 이야기를 깊이있게 알지 못했을텐데, 이번 기회에 미천왕에서부터 시작하여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 장수왕까지의 이야기를 통해서 고구려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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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쿵스레덴을 걷다 - '왕의 길'에서 띄우는 대자연의 메시지
김효선 지음 / 한길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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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우리의 삶에 활력소를 준다. 직접 떠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여행 관련 책을 읽으면 마음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든다.

여행 서적을 통해서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곳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그곳에서의 추억을 되새길 수도 있을 것이며, 가 보지 못한 곳이라면 새로운 곳에 대한 풍경과 함께 저자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읽는 것도 꽤 괜찮은 것이다.

그래서 자주 접하게 되는 여행 관련 서적들.

<스웨덴의 쿵스레덴을 걷다>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아주 낯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쿵스레덴'이 어디일까?

이 책의 저자인 김효선은 여행작가이다. 저자가 말하기를 '인생의제 3막'을 산다는 표현을 쓰듯이 중년의 나이에 접어 들었다.

두 딸은 유학중이다가 결혼을 했거나, 그곳에 머물고 있으니, 엄마로서의 시간적 여유는 꽤 있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여행을 즐기고, 여행 후에 책을 출간하곤 했다.

특히 걷기 여행을 즐겨서 산티아고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쓰기도 했다.

"누군가 좇아가는 메가트렌드 여행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여행을 새로운 트렌드로 만든다." (저자 소개 글 중에서)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찾는 여행, 저자의 여행 스타일은 느리게 걷는 여행, 녹색여행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이제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잘 알려졌고, 우리 나라의 몇 몇 곳에는 올레길, 둘레길 등이 생기면서 걷기 여행이 열풍을 가져 오기도 했다.

'빠르게'가 아닌 '천천히' 그 길들을 걸으면서 여행자는 자신의 인생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그런 여행을 선호하는 것이다.

나는 쿵스레덴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쿵스레덴은 스웨덴에 있는 트레일 코스이다. 스웨덴의 북부인 아비스코에서 출발하여 남쪽으로 내려가는 헤마반에 이르는 길로, 유럽이들이 꿈꾸는 도보 여행길이다.

유럽에 남아 있는 마지막 황무지. 야생코스인 것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노란 화살표(또는 노란 조가비)를 따라서 걷게 된다면, 쿵스레덴 길은 빨간 X 표를 따라서 걷는 길이다.

(사진 설명 : 산티아고 순례길을 표시한 노란 화살표)

산티아고 가는 길이 순례길이라면, 쿵스레덴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야생길인 것이다.

습한 길이나 덤불 숲, 험한 돌길 위에는 자작나무 널빤지로 길을 만들어서 멀리서 보면 마치 철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길이다.

그 길의 곳곳에는 긴 장대 끝에 빨간 X 표가 보이는데 겨울에도 그 정도까지 눈이 쌓이기 때문에 높다랗게 빨간 X 자가 길을 안내해 준다.

눈이 많은 지역이기에 여름길과 겨울길이 나누어지기도 한다.

저자는 쿵스레덴을 4명이 함께 걷기로 하지만, 일행 중의 이지송 감독은 새 작품을 하기 위해서 못가고, K와 함교수와 같이 걷는다.

그러나, 그들과도 중간에 헤어져서 홀로 그 길을 걷는다.

이제는 인생을 되돌아 볼 나이가 되었기에 그녀는 멋지게 나이들고 싶고,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아 보고 싶기도 하다.

느리게 걷는 도보 여행에서 삶의 여유와 희망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아비스코에서 헤마반까지 총 구간 430km중에 260km는 도보 여행을 하였고, 그 길위에서 19일 동안 머물렀던 것이다.

이 길위의 풍광은 정말 멋지다.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U자 계곡을 만날 수 있기도 하다.

" 산책을 즐기려고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왔다. 황금빛으로 물든 앞산이 떡 버티고 서 있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이런 장면을 보게 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백야 !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에 감사를 표한다. " (p. 198)

쿵스레덴 가는 길 위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과는 짧은 인연.

그러나 아무리 짧은 인연이라고 해도 헤어짐은 언제나 슬픈 것이다.

" 언제나 그렇듯 긴 도보 여행의 끝에는 채워지기 보단 이상하게 비워지는 마음과 진한 아쉬움으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게 된다. " (p. 279)

이 한 권의 책 속에는 쿵스레덴에 관한 모든 여행 정보가 담겨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진과 그 길 위에서의 느꼈던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책은 수도 없이 많이 출간되었지만, 쿵스레덴에 관한 책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지구상의 새로운 곳을 만난다는 것은 또다른 경이로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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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 푸른숲 새싹 도서관 1
김향이 글, 이덕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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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외동이들이 많은 가정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야기이다.

부모의 관심을 모두 혼자 독차지하기 때문에 '엄마는 형만 좋아해'. '나는 언제나 형때문에 미움만 받아' .

이런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형제자매가 많았던 시절에는 어느 집에서나, 이런 풍경을 접할 수 있었다.

우리집은 딸만 일곱이었다. 아버지, 어머니에게도, 자매들에게도 항상 큰 언니는 공주와 같은 존재였다.

부모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춘 언니였기에 우린 큰 언니에 대해서는 어떤 경쟁심(?)도 가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다른 자매들에 대해서는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부러운 점들이 많기도 했다.

예쁜 옷을 누가 입느냐에 대해서, 누가 더 공부를 잘 하느냐에 대해서...

나는 7 명의 딸 중의 넷 째였으니 위로도, 아래로도 중간적인 위치에 있었기에 성장하면서 열등감을 가졌던 시기도 있었지만, 독립심이 강해질 수 있는 위치였던 것같기도 하다.

언니와 동생들과 의논하기 보다는 내 일은 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곤 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를 읽게 되니, 어릴 적의 생각들이 떠오른다.

'언니만 잘 해주고..' , '동생만 잘 해 주고...' 그런 생각을 가졌던 어릴 적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 그림책은 형에 대한 열등감을 가진 아우의 이야기이다.

흔히 가정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지만, 아우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어린이들에게는 심각한 이야기이다.

형인 선재는 공부는 잘하지만, 몸이 약하고, 동생인 민재는 몸은 튼튼하지만 공부를 못한다.

그래서 엄마는 항상 몸이 약한 형을 먼저 생각한다.

동생 입장에서 보면 맛있는 음식도 형을 위해서 만드는 것 같고, 새 옷도 언제나 형이 입고.

동생은 형이 입던 헌 옷을 물려 입게 되고 엄마의 관심은 형에게만 쏠리는 것같다.

어느날, 동생 민재는 이가 아파서 " 엄마, 나 이 아파"하고 말하지만, 엄마는 형에게 줄 닭튀김만 열심히 만드신다.

그러니, "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어요"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엄마와 할머니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듣고서 엄마가 형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민재도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가정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부모와 자식 관계, 그리고 형제 자매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흔히 속담에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실상은 열 손가락 중에 더 아픈 손가락이 있고, 덜 아픈 손가락이 있기 마련인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가지는 생각도 더 생각하게 되는 자식과 덜 생각하게 되는 자식.

더 정이 가고, 덜 정이 가는 자식이 있게 마련이다. 물론 그 정도의 차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렇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그런 생각들을 자식들이 눈치 채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식을 향한 기본적인 부모의 마음은 같은 것이기에 자식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 자식에게나 똑같이 나타내야 할 것이다.

어릴적에 자녀들이 부모의 행동으로 생기는 마음의 상처는 성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부모와 자녀가 같이 읽으면서 부모의 마음은 모든 자식들에게 똑같음을 일깨워 준다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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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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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소설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지적 성찰의 집합체라는 생각이든다.

작가의 책들중에 에세이로 분류되는 책들인 <여행의 기술>, <불안>, <행복의 건축>, <공항에서의 일주일을>, <일의 기쁨과 슬픔> 등을 읽어 보아도 서정적인 에세이가 아닌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서 정치, 사상, 철학, 심리학 등의 지적 능력을 동원하여 관찰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알랭 드 보통의 이런 책들을 읽던 중에 그가 쓴 사랑에 관한 소설이라고 해서 읽게 된 책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이다.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이라고 불리는 소설 중의 하나이다.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너를 사랑한다는 건=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의 개정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이성이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되고 이별을 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달콤한 사랑의 이야기가 아닌 남녀의 심리분석과 철학적 사유에 이르는 글들로 채워 나간 독특한 소설이다.

그리고 알랭드 보통의 에세이들도 흔히 볼 수 있는 신변잡기들을 모아 놓은 글들은 아니다.

그의 에세이에는 문학, 철학, 역사를 모두 담은 일상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에세이들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 <여행의 기술>은 직접 자신이 어떤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따라잡기 하는 식의 내용의 글들이지만, 그 속에는 알랭 드 보통 만이 쓸 수 있는 지적 성찰이 담겨 있는 것이다.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도 독특한 내용의 글들이다.

이래서 나는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읽기를 즐긴다. 그러나 얼마전에 출간된 <사랑의 기초>는 공동작업이 아닌 단독으로 작업한 책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말로만 공동작업이지, 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의 글의 수준은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실망감이 더 컸었던 것이다.

그의 또다른 책인 <불안>은 구입한 지는 여러 달이 지났다. 이렇게 좋아한다는 작가의 책을 묵히고 묵히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역시 알랭 드 보통다움이 넘쳐 흐른다. 그렇지, 이런 글을 써야 보통다운 것이지.

어떤 작가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함, 지적 성찰, 일상의 철학, 그리고 그외의 역사, 문학, 철학, 잡학 등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듯하다.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미처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바로 나처럼 단순한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불안의 정의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정의라고 하면 단 한 줄이면 되겠는데...

역시 그는 다각적인 시선으로 '불안'을 대하는 것이다.

" 불안은 무엇보다도 불황, 실업, 승진, 퇴직, 업계 동료와 나누는 대화, 성공을 거둔 걸출한 친구에 대한 신문기사 등으로 유발된다. " (p. 8)

그는 우리들이 겪게 되는 불안 중에서도 사회적 지위와 관련된 불안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생각해 본다.

그래서 불안의 원인으로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을 든다.

또한, 그는 이런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한 해법으로 철학,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불안의 원인은 수긍이 가지만, 불안을 해소시키는 해법에 대한 내용은 책을 읽지 않으면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가늠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이야기이다.

저자는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불안의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찾아 나가는 접근 방식을 일관성이 있고, 있는 그대로 대상을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그의 책을 몇 권만 읽어 보았다면 알랭 드 보통의 관심사는 일상적인 삶 속에서 찾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랑도, 여행도, 건축도. 일도....

일상적인 삶 속에서 우리는 찾지 못하는 것들을 그는 철학, 예술, 문학 등의 지적 활동을 통해 찾아내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난다면 너무 건조한 이야기일텐데, 거기에 위트가 가미되기에 책을 읽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불안>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에서도 느끼는 것은 어떻게 이런 주제나 소재를 가지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평범한 주제도 그의 머리 속에 들어가면 신선하고 독특한 이야기로 변화시키는 마력이 작동하는 것이다.

아직도 알랭 드 보통의 책의 매력을 모른다면 그의 어떤 책이든지 한 권을 읽어 보기를 바란다.

책을 펼치는 순간 왜 알랭 드 보통의 글이 매력적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한국 독자를 사랑하는 마음은 책에 특별히 한국 독자에게 남기는 글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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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하루키 - 하루키의 인생 하루키의 문학
히라노 요시노부 지음, 조주희 옮김 / 아르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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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하루키>는 일본판으로는 <사람과 문학- 무라카미 하루키>로 일본 벤세이 출판의 <일본의 작가 100인> 시리즈 중의 한 권에 해당되는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하면 국내 독자들에게도 인기있는 작가이기에 큰 관심이 가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로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2004년 권위있는 문학상인 '프란츠 카프카'상을 수상하였는데, 이 상을 받는다는 것은 곧 노벨문학상을 받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인들을 비롯한 하루키의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2004년 노벨 문학상은 터키의 '오르한 파묵'에게 돌아 갔다.

지금까지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 수상)와 '오에 겐자부로' (1994년수상)가 있으니, 일본인으로서는 세 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 왼쪽 :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른쪽: 오에 겐자부로 - 사진출처 : Daum 검색)

내가 가장 먼저 읽은 하루키의 소설은 <상실의 시대 >이다. 일본에서는 <노르웨이의 숲>으로 발표된 작품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하루키'의 작품세계를 알았다기 보다는 그당시에 TV에 나오는 CF가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다.

음악이 흐르면서 상큼한 느낌의 여자가 <상실의 시대>를 읽고 있고, 그 곁으로 다가오는 남자의 모습을 담은 광고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책은 하루키가 좋아하는 비틀즈의 ' Norwegian Wood'에서 그 제목을 따왔다고 한다. 하루키가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그가 결혼후에 재즈 카페인 '피터 캣츠'를 운영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고, 그의 작품들 속에는 어긋없이 음악이 인용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1Q84>에 인용되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도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한 하루키의 책과의 만남은 <세상의끝과 하드 보일드 원더랜드>, <해변의 카프카> 그리고 하루키의 마라톤 이야기와 일상이 담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더 흥미로운 책으로는 일본 지하철 독가스 사건을 논픽션으로 다룬 <원더그라운드> <약속된 장소에서>도 있다.

최근의 작품으로는 <채소의 기분, 바다 표범의 키스>도 하루키의 에세이로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하루키의 소설을 읽다 보면 어떤 상황이 겹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소설 속의 캐릭터나 상황은 그의 삶 속의 어떤 부분들에서 가져온 것들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하루키의 에세이를 통해서는 그의 삶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어찌 하다보니, 하루키의 책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도 그런 하루키의 모든 것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특히, 하루키는 프라이버시 보호에 철저하고, 고집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의 문학적 이야기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린다고 한다. 또한 그의 저작권 관리는 부인이 하고 있는데, 사생활 침해에 대한 일화로는 몇 년전에 <노르웨이의 숲>에 나오는 두 여주인공이 하루키의 고등학교 시절의 여자친구인 K와 부인인 요코씨가 아닐까 하는 추측성 기사를 썼다가 큰 곤혹을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키의 작품 무대나 개인사와 연관되어 하루키가 언급한 이외의 글을 쓴 작가는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얼마나 까칠한 성격이면 하루키의 소설이 한국에서 그렇게 많이 판매되는데도 한국 독자들을 위한 사인회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럼, <하루키, 하루키>는 어떤 책일까?

이 책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일본 작가 100인>에 관한 시리즈이다.

그래서 1부는 평전, 2부는 하루키의 작품의 줄거리와 작품감상포인트, 그리고 마지막에 하루키 연보가 담겨져 있다.

살아있는 작가의 평전이라고 하니, 이 책의 저자도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것같다.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평전에 쓴 글들은 오로지 하루키에 관한 연구서, 소설, 에세이, 대담, 인터뷰 기사, 편지 등에 드러난 사실을 근거해서만 썼다고 밝힌다.

평전부분에서는 하루키의 성장기나 가정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그가 밝힌 부분만을 쓰고 있다. 하루키는 비교적 일찍 결혼을 하여, 그가 좋아하는 재즈 카페를 열게 되는데, 그의 결혼과 삶의 모습이 부모에게는 탐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루키가 문단에 데뷔하는 것은 29살인 1978년 봄이고, 데뷔작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인데, 그가 <위대한 캐츠비>의 작가인 F.스콧 피츠제럴드를 좋아했기에 미국 소설의 영향을 많이 받아 경쾌하고 세련된 글을 선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다음 작품인 < 1973년의 핏볼>은 <군조>라는 문예지에는 실렸지만, '아쿠타가와'상에는 낙선되었는데, 그는 이 상에 연연했다는 것을 다른 글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권의 책은 <하루키, 하루키>를 읽는 과정에서 하루키의 초기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재즈 카페를 운영하던 때에 밤에 한 장씩 쓴 작품으로 짧은 40개의 장으로 되어 있으며, <1973년의 핀볼>은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니, 시간이 되는대로 한 번 읽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이 책의 평전부분은 하루키의 작품들을 따라서 그 작품이 쓰여지게 된 배경과 작품의 성격 등, 그리고 일본 문단의 반응, 심사평 등을 중심으로 쓰여져 있다.

2부인 하루키의 작품 소개는 먼저 줄거리를 소개하고 작품마다의 감상 포인트를 제시한다.

하루키의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번역 출간되었지만, 그 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도 다수 있어서, 하루키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올해의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면 더욱 빛났을 책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하루키의 인생을, 하루키의 문학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알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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