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1 - 미천왕, 도망자 을불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래도 작가 김진명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될 것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3권이 한 세트로 된 책인데, 책표지를 넘기면 누렇게 변색이 되었다.
이 소설의 초판 간행은 1993년 8월 10일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1994년 6월 30일 초판 88 쇄라고 기록되어 있다.

( 이책은 1993년판인데, 2011년 개정판이 나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김진명, 새움,2011)

벌써 근 20 여년이 지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그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소설이다.
그러니, 김진명은 이 소설로 인하여 일약 소설가로 데뷔하게 되는 것이다.

(1993년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작가 소개 사진)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의 의문의 교통사고를 연상시키는 이 소설은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인 핵무기가 개발된다는 설정과 박정희대통령이라는 그당시로는 소설에 등장하기 힘든 인물의 이야기가 어우러지게 되면서 미스터리한 설정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소설의 전개과정이 속도감이 있고, 박진감이 넘치면서도 김진명 특유의 문체가 돋보였기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그이후의 김진명의 소설들도 출간될 때마다 베스트셀러의 위치에 우뚝 솟았던 것이다.
그의 대부분의 소설이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할 정도로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았던 것이다.
특히 <황태자비 납치사건>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다루었는데, 경악을 금치 못하는 작품이었다.
또한 <하늘이여 땅이여>는 한국 주식시장을 노리는 미국의 핫머니 침투에 관한 소재를 담았는데, 이 소설이 발표된 때에 적절한 이야기여서 흥미진진했었던 기억이 난다.

(<고구려>의 작가 소개 사진 )

그런데, 이번에 작가는 <고구려>를 소설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작가가 책표지글을 통해서 밝혔듯이
"우리 젊은이들이 <삼국지>를 읽기 전에 <고구려>를 먼저 알기 바란다"라는 글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삼국지>의 주요 인물, 주요 장면 장면, 이야기의 전개과정은 소상하게 알고 있으면서 고구려의 안국군, 창조리, 을불, 상부 등의 인물은 그 이름조차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허다할 것이다.
솔직히, 나도 이 소설을 읽기 전에는 '고구려' 하면 소수림왕, 광개토대왕, 장수왕, 연개소문 정도 알고 있었을까....
이런 현실은 지금까지 역사는 승자를 중심으로 펼쳐지기에, 고구려는 한반도를 넘어 산둥이북과 요서에 이르는 거대한 영토를 가졌었음에도 삼국을 통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또한, 고구려의 영토가 분단에 의해서 북한의 땅임에 고구려의 역사를 소홀하게 다루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해 우리의역사가 왜곡당하고 있는 시점에서 고구려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김진명의 소설 <고구려>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고구려>가 인터넷을 통해서 연재될 때에 나는 거의 1권 정도의 이야기는 매일 매일 관심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고구려 1>, 부제 '도망자 을불'은 낯익은 이야기인 것이다.
작가는 이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쓴 후에 17년간에 걸쳐서 <고구려>를 집필하기 위한 자료 검토와 해석을 하였다고 하니 그 노력과 열정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고구려1~3>권은 고구려의 미천왕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이고, 여기에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섯 왕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고구려 1>의 내용은
고구려의 서천왕은 국상 상루에게 후계 절차를 주관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 천마성이 뜨면 임금은 대가 끊기고. 나라는 망하기 마련. 이제 고구려의 영웅들이 줄줄이 죽어갈 것이로다. 하늘이 뜻을 어찌 인간의 힘으로 거스를꼬" (p15)

서천왕의 의중에는 그의 동생인 안국군이 국왕의 재목이라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었지만, 자신의 아들인 상부를 태자로 삼아 둔 상황이었다.
상부의 측근인 상루는 서둘러 상부를 왕위에 올리게 되는데, 어진 왕이었던 서천왕과는 달리 상부는 포악한 인물인 것이다.
그런 상부가 작은 아버지인 안국군을 비롯한 왕손과 종친들을 그냥 두지는 않는 것이다.
그과정에서 안국군은 역모로 죽게 되고, 상부의 아우인 돌고는 글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인데, 자신의 아들인 을불을 지키기 위해서 상부에게 납작 엎드리는 시늉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들을 지키려던 돌고가 위험을 감지하고 을불을 도망시키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도망자가 된 을불이 낙랑에서 소금장수 다루로 변신을 하는데, 이곳에서 낙랑의 무예가 양운거를 만나게 되고, 주대부의 도움을 받게 되기도 하고...
" 낙랑의 부(富)와 모용외의 무(武)를 생각하면 언제 그런 날이 올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그들은 날로 힘을 키워 가는데 나는 내 나라 안에서조차 행적을 숨기고 다녀야 하는 형편이니....." (p286)
그이외에도 모용외, 최비, 주아영 등의 걸출한 인물들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왕손이지만 고구려를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고구려 백성들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게 되고, 고구려를 상부의 손에서 되찾고자 하는 마음을 다지는 시기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김진명의 소설들이 박진감이 넘치듯이 이 소설도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부터 이야기 속으로 푹 빠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잠깐 나의 어릴적 기억이 떠오르는데, 초등학교다닐 때에 사회시간이었다.
고구려를 배우는데, 미천왕이 나왔었다.
그런데, 옆의 짝이 미천왕을 미친왕이라고 잘못 이야기해서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나는 것이다.
그때 배웠던 미천왕.
그가 바로 고구려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는 을불인 것이다.

" 남을 통솔하려는 자는 힘보다 지혜가 있어야 한다. " (p8)

김진명의 <고구려>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결코 미천왕의 이야기를 깊이있게 알지 못했을텐데, 이번 기회에 미천왕에서부터 시작하여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 장수왕까지의 이야기를 통해서 고구려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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