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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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소설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지적 성찰의 집합체라는 생각이든다.

작가의 책들중에 에세이로 분류되는 책들인 <여행의 기술>, <불안>, <행복의 건축>, <공항에서의 일주일을>, <일의 기쁨과 슬픔> 등을 읽어 보아도 서정적인 에세이가 아닌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서 정치, 사상, 철학, 심리학 등의 지적 능력을 동원하여 관찰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알랭 드 보통의 이런 책들을 읽던 중에 그가 쓴 사랑에 관한 소설이라고 해서 읽게 된 책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이다.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이라고 불리는 소설 중의 하나이다.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너를 사랑한다는 건=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의 개정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이성이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되고 이별을 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달콤한 사랑의 이야기가 아닌 남녀의 심리분석과 철학적 사유에 이르는 글들로 채워 나간 독특한 소설이다.

그리고 알랭드 보통의 에세이들도 흔히 볼 수 있는 신변잡기들을 모아 놓은 글들은 아니다.

그의 에세이에는 문학, 철학, 역사를 모두 담은 일상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에세이들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 <여행의 기술>은 직접 자신이 어떤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따라잡기 하는 식의 내용의 글들이지만, 그 속에는 알랭 드 보통 만이 쓸 수 있는 지적 성찰이 담겨 있는 것이다.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도 독특한 내용의 글들이다.

이래서 나는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읽기를 즐긴다. 그러나 얼마전에 출간된 <사랑의 기초>는 공동작업이 아닌 단독으로 작업한 책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말로만 공동작업이지, 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의 글의 수준은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실망감이 더 컸었던 것이다.

그의 또다른 책인 <불안>은 구입한 지는 여러 달이 지났다. 이렇게 좋아한다는 작가의 책을 묵히고 묵히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역시 알랭 드 보통다움이 넘쳐 흐른다. 그렇지, 이런 글을 써야 보통다운 것이지.

어떤 작가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함, 지적 성찰, 일상의 철학, 그리고 그외의 역사, 문학, 철학, 잡학 등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듯하다.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미처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바로 나처럼 단순한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불안의 정의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정의라고 하면 단 한 줄이면 되겠는데...

역시 그는 다각적인 시선으로 '불안'을 대하는 것이다.

" 불안은 무엇보다도 불황, 실업, 승진, 퇴직, 업계 동료와 나누는 대화, 성공을 거둔 걸출한 친구에 대한 신문기사 등으로 유발된다. " (p. 8)

그는 우리들이 겪게 되는 불안 중에서도 사회적 지위와 관련된 불안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생각해 본다.

그래서 불안의 원인으로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을 든다.

또한, 그는 이런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한 해법으로 철학,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불안의 원인은 수긍이 가지만, 불안을 해소시키는 해법에 대한 내용은 책을 읽지 않으면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가늠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이야기이다.

저자는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불안의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찾아 나가는 접근 방식을 일관성이 있고, 있는 그대로 대상을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그의 책을 몇 권만 읽어 보았다면 알랭 드 보통의 관심사는 일상적인 삶 속에서 찾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랑도, 여행도, 건축도. 일도....

일상적인 삶 속에서 우리는 찾지 못하는 것들을 그는 철학, 예술, 문학 등의 지적 활동을 통해 찾아내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난다면 너무 건조한 이야기일텐데, 거기에 위트가 가미되기에 책을 읽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불안>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에서도 느끼는 것은 어떻게 이런 주제나 소재를 가지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평범한 주제도 그의 머리 속에 들어가면 신선하고 독특한 이야기로 변화시키는 마력이 작동하는 것이다.

아직도 알랭 드 보통의 책의 매력을 모른다면 그의 어떤 책이든지 한 권을 읽어 보기를 바란다.

책을 펼치는 순간 왜 알랭 드 보통의 글이 매력적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한국 독자를 사랑하는 마음은 책에 특별히 한국 독자에게 남기는 글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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