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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쿵스레덴을 걷다 - '왕의 길'에서 띄우는 대자연의 메시지
김효선 지음 / 한길사 / 2012년 4월
평점 :
여행은 우리의 삶에 활력소를 준다. 직접 떠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여행 관련 책을 읽으면 마음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든다.
여행 서적을 통해서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곳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그곳에서의 추억을 되새길 수도 있을 것이며, 가 보지 못한 곳이라면 새로운 곳에 대한 풍경과 함께 저자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읽는 것도 꽤 괜찮은 것이다.
그래서 자주 접하게 되는 여행 관련 서적들.
<스웨덴의 쿵스레덴을 걷다>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아주 낯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쿵스레덴'이 어디일까?
이 책의 저자인 김효선은 여행작가이다. 저자가 말하기를 '인생의제 3막'을 산다는 표현을 쓰듯이 중년의 나이에 접어 들었다.
두 딸은 유학중이다가 결혼을 했거나, 그곳에 머물고 있으니, 엄마로서의 시간적 여유는 꽤 있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여행을 즐기고, 여행 후에 책을 출간하곤 했다.
특히 걷기 여행을 즐겨서 산티아고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쓰기도 했다.
"누군가 좇아가는 메가트렌드 여행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여행을 새로운 트렌드로 만든다." (저자 소개 글 중에서)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찾는 여행, 저자의 여행 스타일은 느리게 걷는 여행, 녹색여행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이제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잘 알려졌고, 우리 나라의 몇 몇 곳에는 올레길, 둘레길 등이 생기면서 걷기 여행이 열풍을 가져 오기도 했다.
'빠르게'가 아닌 '천천히' 그 길들을 걸으면서 여행자는 자신의 인생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그런 여행을 선호하는 것이다.
나는 쿵스레덴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쿵스레덴은 스웨덴에 있는 트레일 코스이다. 스웨덴의 북부인 아비스코에서 출발하여 남쪽으로 내려가는 헤마반에 이르는 길로, 유럽이들이 꿈꾸는 도보 여행길이다.
유럽에 남아 있는 마지막 황무지. 야생코스인 것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노란 화살표(또는 노란 조가비)를 따라서 걷게 된다면, 쿵스레덴 길은 빨간 X 표를 따라서 걷는 길이다.
(사진 설명 : 산티아고 순례길을 표시한 노란 화살표)
산티아고 가는 길이 순례길이라면, 쿵스레덴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야생길인 것이다.
습한 길이나 덤불 숲, 험한 돌길 위에는 자작나무 널빤지로 길을 만들어서 멀리서 보면 마치 철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길이다.
그 길의 곳곳에는 긴 장대 끝에 빨간 X 표가 보이는데 겨울에도 그 정도까지 눈이 쌓이기 때문에 높다랗게 빨간 X 자가 길을 안내해 준다.
눈이 많은 지역이기에 여름길과 겨울길이 나누어지기도 한다.

저자는 쿵스레덴을 4명이 함께 걷기로 하지만, 일행 중의 이지송 감독은 새 작품을 하기 위해서 못가고, K와 함교수와 같이 걷는다.
그러나, 그들과도 중간에 헤어져서 홀로 그 길을 걷는다.
이제는 인생을 되돌아 볼 나이가 되었기에 그녀는 멋지게 나이들고 싶고,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아 보고 싶기도 하다.
느리게 걷는 도보 여행에서 삶의 여유와 희망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아비스코에서 헤마반까지 총 구간 430km중에 260km는 도보 여행을 하였고, 그 길위에서 19일 동안 머물렀던 것이다.
이 길위의 풍광은 정말 멋지다.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U자 계곡을 만날 수 있기도 하다.
" 산책을 즐기려고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왔다. 황금빛으로 물든 앞산이 떡 버티고 서 있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이런 장면을 보게 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백야 !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에 감사를 표한다. " (p. 198)

쿵스레덴 가는 길 위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과는 짧은 인연.
그러나 아무리 짧은 인연이라고 해도 헤어짐은 언제나 슬픈 것이다.
" 언제나 그렇듯 긴 도보 여행의 끝에는 채워지기 보단 이상하게 비워지는 마음과 진한 아쉬움으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게 된다. " (p. 279)


이 한 권의 책 속에는 쿵스레덴에 관한 모든 여행 정보가 담겨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진과 그 길 위에서의 느꼈던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책은 수도 없이 많이 출간되었지만, 쿵스레덴에 관한 책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지구상의 새로운 곳을 만난다는 것은 또다른 경이로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