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쓴 인생론
박목월 지음 / 강이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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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 건너서 / 밀밭길을 // 구름에 달 가듯 / 가는 나그네 // 길은 외줄기 / 남도 삼백리 // 술 익은 마을마다 / 타는 저녁놀 // 구름에 달 가듯 / 가는 나그네 //

박목월의 시 <나그네>를 읊조리면 그 누구나 학창시절이 떠오를 것이다. 마치 내가 남도의 길 위에 서 있는 듯한 생각이 들게 하는 주옥같은 이 시는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 사진출처: Daum 이미지 검색)

박두진, 조지훈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불리우는 박목월이 쓴 인생론은 어떤 이야기일까 관심이 가는 책이다. <밤에 쓴 인생론>은  1975년에 三中堂에서 간행된 초판을 바탕으로 재정리한 책이다.

그는 이미 1978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약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고, 이 책에 실린 글들 중에는 시인의 20대, 30대 시절의 이야기들도 담겨 있으니 지금의 우리들 관점에서 본다면 수용하기 힘든 내용들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 추측은 맞아 떨어졌다. 책의 내용 중의 첫 부분에 해당하는 박목월의 아내와 박목월이 생각하고 있는 '부부의 대화- 야내의 변, 남편의 변' 그리고 위대한 모성 - 딸에게 주는 글' 등은 요즘 세대의 부부관, 자녀관에는 전혀 맞지 않는 그런 내용의 박목월의 생각 그리고 아내의 생각들이 담겨 있다.

'부부의 대화 - 아내의 변 중의 한 부분을 살펴본다. " 아무리 여자가 훌륭한 자질을 갖추었다고 또 사회적인 활동을 한다더라도 부부라는 뜻에서는 그 남편에 속한 것이며, 남편을 섬기고 받들어야 화목한 가정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믿습니다. " (p.7)

" 다만 남편의 직업이 무엇이든 아내는 남편을 통하여 사는 길이 열리는 것이며 사람마다 그 길에서 제대로의 보람을 가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p.12)

이렇게 시인의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하는 아내의 도리를 이야기하고, 시인 역시 남편의 변을 통해서 아내, 주부, 어머니의 역할을 해야 되는 여인들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현대인의 생각에는 맞지 않는 진부한 아내의 도리, 남편의 도리, 부부관이지만, 이런 부부관을 총정리하는 내용은 부부간의 인간적인 신뢰를 이야기한다.

" 그러므로 아내가 남편엑, 남편이 아내에게 구하는 것은 사랑이기 보다 이해일 것이며 사랑은 이해를 베풀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이해하는 것으로 우리가 획득할 수 있는 인간적인 신뢰는 하늘 같은 것이다. "(p. 22)

박목월이 1916년생이니, 약 100 년 전에 태어난 그 시절의 부부관은 아무래도 순종을 미덕으로 하는 아내의 변이 타당할 것이며, 그래도 그 바탕에 신뢰가 깔려 있어야 함을 강조한 듯하다.

딸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그 시절의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엿 볼 수 있다. 딸이 대학 진학을 앞두고 학과 선택을 할 때에 아버지의 생각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딸의이야기이지만 아버지는 딸에게 자신의 길을 발견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성을 불어 넣어 주체적인 정신을 확립시켜 주려는 마음이 엿 보인다.

이렇게 <밤에 쓴 인생론>은 앞 부분에서는 현대적인 사고와는 엇 박자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 부분을 지나면 박목월의 폭넓은 생각과 올곧은 가치관에 시공간을 초월하는 공감을 받게 된다.

가정의 의미, 자녀의 도리, 사랑, 종말, 실연, 고독, 행복 등을 주제로 자신의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을 가치있게 살아 가는 것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동화 형식으로 쓰여진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간단한 이야기 속에서 인생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라 나도 여러 번 읽고 또 읽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인간세상으로 추방당한 천사 미카엘이 무엇을 느꼈는가를 생각하게 해 준다. 인간의 가슴 안에 사랑이 있다는 것을, 인간은 미래의 시간이나 운명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존재이기에 현재의 시간 만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 인간은 자신이 자신의 문제를 생각하는 것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써 사는 것입니다. " (p.p. 78~79)

박목월은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톨스토이, 헤세, 릴케 등의 작품 속에서 그들의 생각을 찾아 본다.

이 책을 읽으면 잔잔한 여운이 울린다. 특히 30년전의 이별 후에 이승을 떠나기 전에 꼭 한 번만 다시 만나 보려던 젊은 날의 그 생각을 실행한 이야기는 서럽고도 담담한 여인과의 해후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 속에는 문호들의 작품의 일부, 시 그리고 자신의 시들이 많이 담겨 있다. 특히 자신의 작품세계 (시의 세계)에 관한 해설은 그의 시를 이해하고 그가 우리나라에서 현대 시사에 미친 영향력을 생각해 보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박목월은 '독서의 즐거움'에 관한 내용으로 이 책을 끝맺는다.

" 이 아담하고 흐뭇한 자기의 세계에 파묻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독서를 즐기는 것은 인생의 모든 낙(樂) 중 에서도 가장 으뜸이 될 것이다. " (p. p. 239~240)

우리들의 학창시절을 풍요롭게 해 주었던 박목월 시인은 <밤에 쓴 인생론>에서 그의 작은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내면에서 생각하고 깨달은 다양한 가치관들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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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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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의 일상은 어떨까?" 철저한 과학적 사고로 무장한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인 이기진 교수의 연구실을 들여다 보면 온통 잡동사니로 꽉 차 있으니 여기가 물리학자의 연구실인지, 아니면 골동품상의 창고인지, 아니면 잡동사니 수집상의 방인지 모를 정도로 이상한 물건들로 들어차 있다.

손잡이가 깨진 하얀 도자기 포트, 목각인형, 연필깎기, 목각인형, 설탕 펜치, 개집, 여기저기 벗겨진 낡은 그릇, 실밥이 터진 야구공....

이쯤 되면 '저장 강박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저분하게 널려 있는 물건들을 보면 정신이 없을 정도다.

그의 물건들은 그동안 국내외 벼룩시장 등에서 수집한 물건들인데, 그 물건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살펴보면 범상치 않은 물건들임을 알 수 있다.

오래된 물건들, 그 안에는 서로 다른 시간 여행의 축이 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축이 만드는 타임캡슐 같은 공간이 존재한다.

25년 전, 아르메니아가 어떤 나라인지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때에 그곳의 연구소에서 일하게 되고,우연히 수집하게 된 설탕펜치.

일본에서 함께 일하던 교수가 준 연필깎기, 그가 쓴 동화책인 <박치기 깎까>...

   

그의 물건들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르메니아의 씨앗가게에서 우연히 발견한 낡은 그릇이다. 여기 저기 벗겨져서 쓰레기통에나 들어갈 이 그릇의 바닥에는 '압록강', ' MADE IN D.P.R. OF KOREA'라고 씌여 있다. 이 물건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의미있은 그릇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여기에 맥주를 따라 마시면 적격이라고 하니?.... 맥주잔 보다는 막걸리잔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이 그릇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부터가 그의 생각과 행동은 '딴짓' 고수라 아니할 수 없다.

세상을 살아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있겠지만 그의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자꾸만 딴짓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같다.

그는 그르노블에서 열린 학회에 갔다가 우연히 알프스의 프라리옹에 오르게 된다. 그를 계기로 '내 인생은 프라리옹에 오르기 전과 후로 나뉜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프라리옹에 가서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그 이후에 생각을 가다듬고 싶으면 그곳을 찾곤 한다.

과거를 잊고 현재의 나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싶을 때에,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고 싶을 때에.

학교 운동장에서 발견해 주워 온 실밥이 터진 야구공, 이건 왜 주워 왔을까?

그의 어린날에는 아픈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 수업시간에 책을 읽게 되었는데 더듬더듬 읽다가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고 그 충격으로 학교를 그만둔다. 그것이 그에게 다른 사람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후에 야구에 빠져 지낸 적이 있는데, 실밥이 터진 야구공은 그의 어린시절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감정이입의 수단이라 할 수 있기에 그에게는 소중한 물건이다.

그의 연구실 한 편에 놓인 용마루가 있는 개집. 연구실에 왜 개집이 놓여 있을까?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방에서 키우는 애완견이 아닌 마당에서 키우던 잡종견들에 대한 추억을 살릴 수 있는 물건이다.

이 책의 4장 할머니의 골동부엌에서는 주방용품이 소개된다. 야채 수프용 국자, 레몬 & 오렌지즙짜는 기구, 제빵 방망이, 도시락용 유리그릇, 도자기 냄비, 달걀 자르기용 도구, 샐러드 탈수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수집한 많은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것들에 대한 의미 부여에 집중해서 책을 읽게 되었지만 그의 생활 패턴도 범상치는 않다.

그에게는 두 딸이 있는데, 큰 딸인 채린은 투애니원의 '씨엘'이다. '씨엘'을 보면 그 아버지를 알 수 있다고 하니, 개성 넘치는 '씨엘'에 주목하라.

        

 

물리학자가 쓴 책 답게 책 속의 이곳 저곳에는 물리학 이론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학창시절 어렵게만 생각했던 물리학도 그의 글을 통해서 읽으니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설명해 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하는 그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만날 수 있다. 무엇엔가 몰입하면 거기에 집중하는 물리학자의 삶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마날 수 있다.

재미난  딴짓을 하는 물리학자 이기진은,

" 하나만 하고 살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다. 하나만 하다. 죽기엔 인생은 너무나 길다" ( 책 속의 글 중에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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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캠프 - 지식세대를 위한 서재컨설팅
김승.김미란.이정원 지음 / 미디어숲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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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집을 방문하였을 때에 그 집의 서재를 보면 주인의 지적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어떤 책이 꽂혀 있느냐에 따라서 서재 주인의 성향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한때는 졸부들이 자신의 집에 서재를 만들기 위해서 전집류를 책들을 마구잡이로 사서는 꽂아만 놓지 책 장을 펼쳐 보지도 않았다는 그런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기도 했다.

집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서재, 그곳은 가장 편안한 공간이고 지식의 원천이 되는 곳이다.

'지식세대를 위한 서재 컨설팅'이란 부제가 붙은 <베이스 캠프>에는 저자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꾸며 놓은 멋진 서재를 만나게 된다.

저자는 교육 전문가인데, 초중고등학교의 진로, 인성, 학습, 습관 교육을 비롯하여 영재 교육에 이르기 까지 교육 컨설팅을 하며, 이를 위해서 연구하고 집필하고 강연을 한다. 또한 대학생들에게는 비전 설계와 멘토링을 하고, 기업에서는 인재 선발에 관한 일을 하기도 하는 교육 컨설팅 전문가이다.

 

" (...) 내가 어느 곳에 있든지 나는 '교육'이라는 영역에서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의 삶을 살 것이다. 내가 깨달은 모든 지식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지식이다. 나는 그 지식을 아낌없이 공유하고 나누며 살아갈 것이다. " (p.15)

그가 평소에 가지고 다니는 가방 속에 담겨 있는 물건들을 보면 언제, 어디에서나 일을 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추어져 있다. 노트북을 비롯한 각종 기기들, 2권의 책. 그는 1권은 인생의 방향에 관한 책, 1권은 인생읩방법에 관한 책이 담겨 있다. 한 마디로 그의 가방은 이동하는 사무실의 역할을 한다.

그의 가방에 한 번 놀랐다면, 그의 서재를 방문하면 더 크게 놀라게 될 것이다.

그의 서재는 집안에 있지 않고, 집에서 떨어진 독립된 공간에 있다. 그곳은 웬만한 도서관 보다도 잘 꾸며져 있다. 책장에는 책들로 가득 차 있는데, 그 책들은 저자만의 분류 방법에 의해서 언제든지 필요한 책들을 찾아 볼 수 있도록 꽂혀져 있다.

이 책은 서재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의 서재를 보기 위한 방문 인터뷰가 진행된다.

첫 번째 만남은 서재는 회복 그루터기

두 번째 만남은 서재는 역사의 궤적

세 번째 만남은 서재는 본질과 변화를 잇는 다리

네 번째 만남은 서재는 희망을 찾는 인간극장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서재에는 'The Right Time, The Right Person, The Right Book.' 라는 문장이 적혀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의 서재에 대한 의미이다. '적절한 시기에,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소개해 주는 것'  


"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책을 읽는 것을 강조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책을 읽느냐가 중요하며, 책을 잘 선별하여 읽는 사람들에게는 책을 통해 얻는 지식은 어디에 사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는 목적, 지식의 목적이 선하고 아름다워야 합니다. " (p. 53)

서재의 책 분류를 살펴보면, 그의 책읽기를 알 수 있는데, 한 권의 책을 읽고 다양한 형식으로 책의 내용을 메모하여 놓기도 하고, 책을 읽은 후에 어떤 작가에 대하여 관심이 가게 되면 그 작가의 책을 모두 골라 읽고는 그것을 정리하여 지식 바인더에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보관하여 놓는다.

서재 방문자인 미란이 서재를 보면서 정리해 놓은 '미란의 지식 수첩'은 이 책에서 우리가 생각하고 느낄 수 있고, 깨달은 부분들을 정리해 놓은 수첩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책과의 만남을 갖는다. 그 책들에서 작은 깨달음을 가진다.  한 권의 책이 주는 행복을 한 곳에 모아 놓은 서재, 서재는 그 사람의 베이스 캠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고 연구하고, 분류하고 정리해 놓은 작은 공간인 베이스 캠프는 삶의 현장이자 지식의 원천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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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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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을 펼치기 전에 생각나는 책이 있다. 괴테는 1786년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가 베니스, 로마, 나폴리, 시칠리아 등을 여행하면서 많은 편지을 쓰게 되는데, 그 편지를 토대로 해서 쓴 책이 < 이탈리아 기행/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이다. 이 책에서는 자신이 가는 곳마다 접하게 되는 풍물들과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 담겨져 있다. 괴테의 작품들을 읽을 때와는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은 소설이 아닌 여행기를 통해서 괴테의 생각을 직접 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18세기 유럽에서는 명문가 자제들이 그랜드 투어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이기도 했기에 여행이란 그들에게 새로운 문물을 접하는 경험의 장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괴테를 비롯한 많은 문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 밖으로 나가서 풍부한 체험을 했으며, 그것이 그들의 작품 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데미안><수레바퀴 아래서>는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의 필독서이기에 많이 읽힌 책들이고, 이 책들을 통해서 많은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이 책을 쓴 '헤르만 헤세'는 초기에는 낭만적인 시도 많이 썼지만 그의 소설은 인간 내면의 변화를 주제로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은 후에 갖게 되는 생각들은 삶에 대한 성찰이 아닐까 본다.

'헤르만 헤세'는 아마도 그런 성찰를 여행을 통해서 얻지 않았을까? 그는 자신에게 방랑벽이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여행을 다녔다. 누구에게나 여행을 떠날  때에는 여행의 목적이나 의미가 있기 마련인데, '헤세'에게 있어서의 진정한 여행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 <헤세의 여행>속에 담겨 있다.

" '자연' 가까이에서 자연의 힘과 위안을 맛보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장소로 여행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널리 만연한 오류이다. 뜨거운 거리를 피해 달아난 도시인에게 바닷가나 산 속의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가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그것으로 만족해한다. 그는 더 신선한 기분을 느끼고 더 심호흡을 하며, 잠을 더 잘 잔다. 그리고 '자연'을 이제 제대로 즐기고 내부에 흡수했다고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귀향한다. 그런데 그는 그 자연으로부터 가장 피상적인 것, 가장 비본질적인 것만 받아들이고 이해했으며, 가장 좋은 것은 발견하지 못하고 길가에 놓아두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런 자는 보고 찾아내며 여행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한다. " (p.p. 42~43)

'헤세'에게 있어서의 여행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의 체험, 분위기 그리고 여행을 통한 자아의 길찾기이다.

" 여행은 언제나 체험을 의미해야 한다. "

" 정신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환경에서 뭔가 가치있는 쳇험을 할 수 있는 것 "

" 깊은 의미에서 하나의 체험이 되려면 확고하고 특정한 내용과 의미를 지녀야 한다. " (p.13)

" 우리 여행 충동의 진정한 의미인 체험은 자신의 광채를 결코 완전히 잃지 않으리라. 내가 10 년이나 20 년이 지나 지금과는 다른 견해나 체험, 다른 삶의 감정으로 세상을 여행한다면 그것은 결국 지금과 같은 의미에서 일어날 것이다. 나라와 민족의 온갖 차이나 매력적인 대립성을 넘어서 모든 인간성의 통일적인 의미는 내게 점점 더 많이 또 점점 더 분명히 다가올 것이다. " (p.p. 134~135)

'헤세'는 1901년(24살), 1911년, 1913년에 이탈리아를 여행, 1904년에는 보덴 호를 산책, 1911년에는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지의 아시아 여행, 1919~1924년에는 테신지역 소풍, 1920년에는 남쪽 지역으로의 방랑, 1927년에는 뉘른베르크 등지로 낭송여행을 갔다.

이와같이 '헤세'는 24세에서 50세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서 여행과 소풍을 하게 되는데, 그에 대한 에세이와 여행기록의 짧은 글들을 모아서 엮은 책이 <헤세의 여행>이다.

    

'헤세'의 여행기 중에서 이탈리아를 비롯한 독일 등 유럽의 여행 보다 더 관심이 가는 아시아 여행에 관한 글들이다. 특히 그는 <싯다르타>를 쓰기도 했기에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많으리라 추측했는데, 그는 인도, 인도차이나, 싱가포르, 수마트라 섬 남동쪽에 있는 수상가옥 도시인 팔렘방, 스리랑카 중부도시인 캔디에 이르기까지 여행가가 아니면 좀처럼 찾지 않는 구석구석까지도 여행을 한다. 서양인의 시각에서는 동양이 제공하는 많은 것들이 눈요깃거리가 될 수도 있을텐데, 과연 그는 아시아 여행 중에는 동양인 가계를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그곳의 다채로운 상품들에 관심을 보낸다. 인도 보석상, 중국인 가게, 일본인 가게, 자바인과 타밀인 가게들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때론 미심쩍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남기기도 한다.

이렇게 만나게 되는 아시아는 '헤세'에게는 그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체험이기에 먼훗날 이때를 기억하게 된다면 아름다운 청춘의 한자락으로 기억되리라.

이 책에서는 마지막 부분에 속하는 뉘른베르그 등지의 낭송여행에서는 낭송회에 대한 심적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여러 도시를 돌면서 자신의 글을 낭독하는 일이 한 시간 정도의 시간임에도 낭송이 끝난 후에는 탈진해 쓰러질 정도로 지치기도 했다고 이야기한다. 요즘 작가들의 독자와의 만남과 같은 행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헤세의 여행>에는 이렇게 헤세의 여행과 소풍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작품으로는 만날 수 없은 '헤세'의 민낯, 속마음을 들여다 보는 듯하다. '헤세'에게 여행은 체험이기도 하지만 내면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사유와 성찰의 시간이었으리라.

이 책의 글들은 '헤세'의 감성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섬세한 문체로 쓰여졌기에 읽는내내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더군다나 여행 중에 찍은 '헤세'의 사진들을 보는 재미도 한 몫을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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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PD의 여행수다 - 세계로 가는 여행 뒷담화
탁재형 외 지음 / 김영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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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팟 캐스트 < 탁 PD의 여행수다>에서 방송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책이다. 이 방송의 진행자인 탁재형 PD는 <도전! 지구 탐험대>를 비롯하여 해외 관련 다큐멘터리를 여러 편 제작하였고, 전명진은 공동 진행자인데, <KBS 1박2일>팀과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준 사진작가이다. 여기에 김태영은 방송 엔지니어, PD로 참여하였다.

탁재형, 전명진, 김태영 - 여행이라면 그 누구 보다도 많은 곳을 다녔고, 많은 것을 보았고, 방송에 담아왔던 3사람이 모여서 여행에 관한 수다를 떤다. 그리고 각 여행 마다 guest가 참여하여 신나는 여행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여행 이야기를 방송 대본 그대로 책으로 옮겨 놓았다.

처음에는 이런 구성이 좀 낯설었지만 몇 장을 읽다 보니 더 정겹게 느껴진다. 숨기지 않고,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그 상황에 따라서 흥미롭게 이야기하니, 여행자의 민낯을 대하는 듯하다.

방송 되었던 내용 중에서 ' 내 인생에서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나라'들이 소개되고, 그 나라에서도 여행자가 많이 찾는 곳 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에서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수다를 떤다. 남자들의 수다도 여자 못지 않게 시끌 시끌하다. 물론 들리지는 않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니...

 

이 책에 소개된 10곳의 여행지, 10가지 여행법을 알아 보자.

브라질 :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놀지어다.

인도 : 충격과 공포에 대응하는 방법

제주 : 세계 어디에도 없는 곳

페루 : 나만의 풍경으로 기억되는 여행

호주 :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

영국 : 여행할 것인가 vs 머물 것인가

파키스탄 : 부디 지속 가능한 평화가 그들에게 찾아 오기를

이탈리아 : 폼생폼사, 그 당당한 멋에 빠지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 제대로 고생 = 제대로 여행

뉴질랜드 : 즐기려는 자, D.I.Y를 익혀라.

10곳의 여행지, 어떤가?

2014년 월드컵이 열려서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던 브라질에서는 세계 3대 축제 중의 하나인 '히우 지 자네이루 카니발'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모든 게 자유롭고 오픈 마인드를 가진 브라질인이라서 가능한 열광적인 카니발

" 브라질은 슬픈 역사를 많이 지녔지만, 자연이라든가 거기서 파생되는 문화들이 남미 다른 나라들과는 확연히 달라요. 언어  뿐만 아니라요. 같은 라틴 아메리카 안에서도 독보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 강렬한 색채와 공기가 있는, 그래서 언제든지 다시 가고 싶은 곳 입니다. " (p. p. 57~58)

인도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시스템, 모든 상식이 부정당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도 충격과 신선함이 다가오는 나라이다. 갠지즈 강이 바라나시를 휘감아 도는 모습을 보면서 여행자는 인도를 느낀다.

" 힌두교권이 굉장히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을 기릴 줄 안다는 거예요." (p. 97)

제주 여행은 모터 사이클로 떠나니, 거기에 여행의 특별함이 있다. 여행은 낯섦과 마주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

<꽃 보다 할배>, <꽃 보다 누나>에 이어서 아무 준비도 없이 납치하듯 비행기에 태워서 여행지에 떨어뜨려 놓았던 <꽃 보다 청춘>

아무 준비도 없이, 마음 맞는 사람들과 떠난 여행, 그곳에서 세 남자는 경이로운 모습을 보게 되고, 그들은 중년 남자들의 눈물을 떨구게 하였던 페루, 그리고 마추픽추.

<꽃 보다 청춘>을 보면서 '과연 마추픽추를 내가 일생에 한 번 갈 수는 있을까? ' 내 자신에게 물어 보았던 그곳에서도 <탁 PD의 여행 수다>는 계속된다.

전혀 이질적인 것들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낸 조화로움. 그건 바로 페루의 모습이다.

파키스탄에서 탈레반을 만나다? 아프가니스탄과 근접한 파키스탄을 간다고 하니 '왜 그렇게 위험한 곳을 가느냐?'는 반응이 나왔지만 그래도 유별남 작가는 그곳으로 떠났다.

" (...)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생각한다고, 파키스탄이 뉴스에 많이 나오긴 하지만 실제로는 너무 평화롭고 아름답고 또 좋은 사람들이 많은 곳이에요" (p.332)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그의 말이 틀렸음을 그대로 증명해 준다. 탈레반은 아니고, 무시무시한 강도를 만나게 된다. 모든 것을 털리고, 겨우 목숨만을 건지게 된 사연. 그 충격은 오래도록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그런데, 그는 그런 와중에도 강도를 당한 다음날, 아프가니스탄의 나사르바흐 난민촌에서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부상을 당한 아이들을 만난다. 그때 유별남은 고통받고 신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찍으려는 마음을 갖게 되고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파키스탄이 그에게 준 아픔은 뒤로 하고, 그는 이곳의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는데, 그 시작은 몽당연필을 모아서 그들에게 보내 주는 것이었다. 

여행 관련 서적을 많이 읽어 보았지만 <탁 PD의 여행 수다>는 특별하다. 구성에서 부터 서로의 대화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점도 특별하다. 그리고 책 속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 특별한 여행법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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