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쓴 인생론
박목월 지음 / 강이북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강나루 건너서 / 밀밭길을 // 구름에 달 가듯 / 가는 나그네 // 길은 외줄기 / 남도 삼백리 // 술 익은 마을마다 / 타는 저녁놀 // 구름에 달 가듯 / 가는 나그네 //

박목월의 시 <나그네>를 읊조리면 그 누구나 학창시절이 떠오를 것이다. 마치 내가 남도의 길 위에 서 있는 듯한 생각이 들게 하는 주옥같은 이 시는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 사진출처: Daum 이미지 검색)

박두진, 조지훈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불리우는 박목월이 쓴 인생론은 어떤 이야기일까 관심이 가는 책이다. <밤에 쓴 인생론>은  1975년에 三中堂에서 간행된 초판을 바탕으로 재정리한 책이다.

그는 이미 1978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약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고, 이 책에 실린 글들 중에는 시인의 20대, 30대 시절의 이야기들도 담겨 있으니 지금의 우리들 관점에서 본다면 수용하기 힘든 내용들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 추측은 맞아 떨어졌다. 책의 내용 중의 첫 부분에 해당하는 박목월의 아내와 박목월이 생각하고 있는 '부부의 대화- 야내의 변, 남편의 변' 그리고 위대한 모성 - 딸에게 주는 글' 등은 요즘 세대의 부부관, 자녀관에는 전혀 맞지 않는 그런 내용의 박목월의 생각 그리고 아내의 생각들이 담겨 있다.

'부부의 대화 - 아내의 변 중의 한 부분을 살펴본다. " 아무리 여자가 훌륭한 자질을 갖추었다고 또 사회적인 활동을 한다더라도 부부라는 뜻에서는 그 남편에 속한 것이며, 남편을 섬기고 받들어야 화목한 가정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믿습니다. " (p.7)

" 다만 남편의 직업이 무엇이든 아내는 남편을 통하여 사는 길이 열리는 것이며 사람마다 그 길에서 제대로의 보람을 가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p.12)

이렇게 시인의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하는 아내의 도리를 이야기하고, 시인 역시 남편의 변을 통해서 아내, 주부, 어머니의 역할을 해야 되는 여인들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현대인의 생각에는 맞지 않는 진부한 아내의 도리, 남편의 도리, 부부관이지만, 이런 부부관을 총정리하는 내용은 부부간의 인간적인 신뢰를 이야기한다.

" 그러므로 아내가 남편엑, 남편이 아내에게 구하는 것은 사랑이기 보다 이해일 것이며 사랑은 이해를 베풀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이해하는 것으로 우리가 획득할 수 있는 인간적인 신뢰는 하늘 같은 것이다. "(p. 22)

박목월이 1916년생이니, 약 100 년 전에 태어난 그 시절의 부부관은 아무래도 순종을 미덕으로 하는 아내의 변이 타당할 것이며, 그래도 그 바탕에 신뢰가 깔려 있어야 함을 강조한 듯하다.

딸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그 시절의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엿 볼 수 있다. 딸이 대학 진학을 앞두고 학과 선택을 할 때에 아버지의 생각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딸의이야기이지만 아버지는 딸에게 자신의 길을 발견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성을 불어 넣어 주체적인 정신을 확립시켜 주려는 마음이 엿 보인다.

이렇게 <밤에 쓴 인생론>은 앞 부분에서는 현대적인 사고와는 엇 박자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 부분을 지나면 박목월의 폭넓은 생각과 올곧은 가치관에 시공간을 초월하는 공감을 받게 된다.

가정의 의미, 자녀의 도리, 사랑, 종말, 실연, 고독, 행복 등을 주제로 자신의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을 가치있게 살아 가는 것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동화 형식으로 쓰여진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간단한 이야기 속에서 인생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라 나도 여러 번 읽고 또 읽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인간세상으로 추방당한 천사 미카엘이 무엇을 느꼈는가를 생각하게 해 준다. 인간의 가슴 안에 사랑이 있다는 것을, 인간은 미래의 시간이나 운명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존재이기에 현재의 시간 만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 인간은 자신이 자신의 문제를 생각하는 것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써 사는 것입니다. " (p.p. 78~79)

박목월은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톨스토이, 헤세, 릴케 등의 작품 속에서 그들의 생각을 찾아 본다.

이 책을 읽으면 잔잔한 여운이 울린다. 특히 30년전의 이별 후에 이승을 떠나기 전에 꼭 한 번만 다시 만나 보려던 젊은 날의 그 생각을 실행한 이야기는 서럽고도 담담한 여인과의 해후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 속에는 문호들의 작품의 일부, 시 그리고 자신의 시들이 많이 담겨 있다. 특히 자신의 작품세계 (시의 세계)에 관한 해설은 그의 시를 이해하고 그가 우리나라에서 현대 시사에 미친 영향력을 생각해 보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박목월은 '독서의 즐거움'에 관한 내용으로 이 책을 끝맺는다.

" 이 아담하고 흐뭇한 자기의 세계에 파묻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독서를 즐기는 것은 인생의 모든 낙(樂) 중 에서도 가장 으뜸이 될 것이다. " (p. p. 239~240)

우리들의 학창시절을 풍요롭게 해 주었던 박목월 시인은 <밤에 쓴 인생론>에서 그의 작은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내면에서 생각하고 깨달은 다양한 가치관들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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