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심벌 1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적인 미술작품인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등에 다빈치가 의도적으로 숨겨놓았다는 암호를 찾아서, 예수의 마지막 성배를 찾아서 유럽의 각 성당과 성채를 드나들면서 보여주던 '다빈치코드'.

그리고 '다빈치코드'보다 더 치밀한 구성의 작품이었던 '천사와 악마'에서 첨단 과학과 바티칸 교황청에 대한 비밀, 비밀결사단인 일루미니티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 바티칸 교황청 하늘위까지 넘나들던 '로버트 랭던'이 '댄 브라운'의 새로운 소설인 '로스트 심벌'로 워싱턴을 무대로 박진감넘치는 한판 승부를 보여주고 있다.

 

 

 댄 브라운은 <다빈치코드>가 8,100만 부, <천사와 악마>가 4,500만부이상 판매되면서,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00인'에 올랐고, 세계 언론은 그를 '소설계의 빅뱅'으로 부르고 있다. (책날개글 중에서)

 

'로스트 심벌'을 통해서 댄 브라운의 소설을 오랜만에 접하게 되니 읽기도 전부터 흥분이 된다. 그가 그동안의 작품들 속에서 보여주었던 놀라운 추리력과 상상력이 느껴지기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의 댄 브라운의 상상력은 워싱턴 D.C. 의 도시 곳곳에 숨겨져 있는 '프리메이슨'의 놀라운 비밀들을 찾아가면서 피라미드와 갓돌에 얽힌 암호를 풀어나가는 과정들이 그려진다. 이전의 작품들에서도 언급되곤 했던 '프리메이슨'이 미국 건국을 비롯한 도시건설에도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지금도 정치, 경제계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 알게 모르게 작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워싱턴 D.C. 16번가에 위치한 거대한 건물은 기독교 이전 시대의 신전을 재현한 곳, '마우소로스 왕의 신전'의 템플룸에서 이루어지는 의식, 처음부터 긴장감이 감도는 의식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입회자가 두 손에 힘을 주어 해골을 입으로 가져가자, 메마른 뼈에 입술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눈을 감고 해골을 자신의 입 쪽으로 기울였고, 한번도 입을 떼지 않고 포도주를 마셨다. 이윽고 그 섬뜩한 잔이 비자, 그는 천천히 해골을 내려 놓았다. (...) 입회자는 큰 숨을 내쉬고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어리석게도 아무 의심도 없이 자신을 이 조직의 가장 은밀한 서열로 승급시켜 준 잿빛 눈동자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제 곧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P15)

바로 '잿빛 눈동자'의 주인공인 피터 솔로몬은 프리에이슨 33등급의 가장 높은 서열에 해당하는 사회사업가이자 역사학자, 과학자이며 로버트 랭던에게는 12살이나 연사이기는 하지만 친구이자 멘토, 그리고 아버지같은 느낌을 주는 인물이다. 그의 부드러운 잿빛 눈동자에서 우러나오는 겸손함에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그런 관계이다.

추악한 악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말라크는 피터 솔로몬과의 악연으로 뭉쳐진 인생을 산 인물이다. 프리메이슨의 33등급에 올라가기 위해 오늘을 기다렸을지도 모르는 인물. 왜 '프리메이슨'의 단원이 되기 위해서 이 날을 기다렸을까? 그것은 비밀의 장소를 알기 위해서이다. 이것을 밝혀줄 인물은 물론, 로버트 랭던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국회의사당을 무대로 차츰 차츰 가려졌던 비밀은 조금씩 밝혀지지만, 그것은  댄 브라운의 다른 작품에서처럼 기호학과 암호풀이, 그리고 미국 수도인 워싱턴의 건물들에서 벌어지는 쫒고 쫒기는 추격전이 한 몫을 차지하는 것이다.

'프리메이슨'의 비밀.... 항상, 관심이 가는 부분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얻어지는 그에 관한 지식들도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소설적 장치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진실과 허구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있다.

" 랭던 교수님." 뒷줄에 앉아 있던 곱슬머리 남학생이 말했다. "메이슨이 비밀 결사체도 아니고, 기업체도 아니고, 종교 단체도 아니라면,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음, 만약 메이슨 단원한테 그런 질문을 던지면 아마 이런 정의를 내놓을 겁니다. 메이슨은 비유로 가려지고 상징으로 예시되는 도덕 체계다." (P57)

말라크에 의해서 착착 진행되는 끔찍한 사건....

랭던에게 고대의 수수께끼에 숨겨진 지식의 세계를 드러낼 신비의 관물으 열라는 명령을 보낸다. 그것은 랭던의 친구인 피터 솔로몬의 잘라진 오른손을 통해서....

그것도 워싱턴 중심부의 국회의사당의 '로툰다'의 방에서.

바로 워싱턴 D.C에 숨겨진 아주 소중한 보물.... 잃어버린 고대의 지혜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댄 브라운의 소설의 특징은 암호해독이 아닐까?

 

 
 

그가 가지고 있던 피라미드의 갓돌에 새겨진 암호을 찾아라.그리고 그것으로 소중한 비밀의 지도를 읽어라.

메이슨의 피라미드는 지도? 갓돌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보물, 잃어버린 지혜가 숨겨진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

'비밀은 질서속에 숨어 있다.'

 

 

 

댄 브라운은 소설속에서 문화, 예술, 건축, 역사 등의 깊은 부분까지 다루기 때문에 그의 소설을 읽으려면 많은 사전 지식이 필요한 경우에 부딪치기도 한다.

그가 검색창에 쳐보라고 했던 '조지워싱턴 제우스' 를 친다면 정말 어떤 내용이 나올까?

잃어버린 심벌을 찾기 위해서 로버트 랭던과 숨막히는 도주를 계속하면서 하나 하나 파헤져 나가다 보면 긴 겨울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읽게 되는 것이 바로 댄 브라운의 소설들이다.

이 책 역시 까만 밤을 지새게 만들고, 작가의 작품속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진실인지를 생각해 보게 만들기도 하면서, 내내 흥미진진한 추격적에 동참하게 만드는 박진감 넘치는 소설이다.

영화로 제작되었던 '다빈치코드'나 '천사와 악마'가 소설에 미치기 못한 점들이 있는데, '로스트 심벌'도 책으로만 읽기에는 그 소설속의 배경들에 대한 지식이 없는지라 아쉬움이 남는 부분들이 많은데, 영화화 된다면 또한 심리묘사나, 인물묘사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런 작품은 영화와 소설을 함께 읽고, 보는 것이 작품 이해에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
아카가와 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은 우리 영화 '마누라 죽이기'를 연상시키는 소설이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을 하고 살 것같았기에 부부가 된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미움이 싹트기 시작하고 웬수처럼 느껴지다가 마침내 마누라를 죽이는 법을 생각하게 된다면.... 현실속의 이야기일까. 소설속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현실과 소설속을 넘나드는 이야기일까.

'아카가와 지로'는 1976년에 등단하여 그동안 약 500 여편의 소설을 썼고, 그중에 12편은 영화로 만들어지고, 64편이 TV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한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은 이미 1980년에 발표된 작품인데, 그당시 '놀랄 정도로 참신한 플롯을 가진 소설' (P339)이라는 평을 받았는데, 21세기인 지금에도 여전히 '눈부시게 새로운 소설'(P339)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나 역시 이 소설을 읽는내내 새로운 구성에 한껏 몰입되었으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였다.

 

   

 

별 볼일없는 4명의 남자들이 '니시코지도시가즈'라는 하나의 필명으로 소설을 공동 집필하게 된다. 그들은 제각각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 공통점을 찾는다면 글을 쓰는 직업이라는 ~~~ 그런데, 이들이 쓰는 소설은 어느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게 되고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된다.

'니시코지도시가즈' 의 필명의 주인공들.

니시: 니시모토 야스지 (41세) 전직 소설가, 신인상수상

코지: 고지 다케오 (35세),  시나리오 작가

도시: 가게야마 도시야 (42세), 전직 신문기자

가즈: 가가와 가즈오, 시인

이들이 구상하는 새로운 장편소설의 주제는 '마누라 죽이는 법'

결혼전과는 달라진 아내들 또는 연인.

그들은 자신들의 아내를 생각하면서 마누라를 가장 세련되게 살해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물론, 자신들이 범인으로 지목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들을....

그런 그들이 구상하고 초안을 잡은 작품들은 우연하게도 현실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듯한데.....

마치 자신이 쓴 창작의 세계가 그대로 현실이 된 듯한... 물론, 우연의 일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 (P145)

그들의 '마누라 죽이는 이야기'는 현실속의 이야기일까. 소설속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현실과 소설속을 넘나드는 이야기일까....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은 작품속에서 또다른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니시코지도시가즈'의 4 명의 작가들이 내놓는 작품들로~~

4 명이 내놓는 소설초안은 소설속의 또다른 소설로 일종의 옴니버스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 소설속에서 한 명의 작가가 쓴 작품인데, 이렇게 다채로운 문체와 내용으로 새로운 4 편의 소설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들의 전직이 말해주듯이, 소설, 시나리오 대본, 취재형식, 시 등으로 다양한 모습의 글로 쓰여진다. 또한 소설속의 소설 내용이 흥미롭기에 반전을 기대해 보기도 하고, 충격적인 결말을 기대해 보기도 한다.

마치 5 편의 소설을 한꺼번에 읽으면서 한 편, 한 편의 이야기에 유쾌하게 웃어보기도 한다.  '마누라 죽이는 이야기' 인데 어떻게 웃음이 나올까 하는 반문은 이 소설을 읽어보아야만 이해가 된다.

재미있게 한 편의 영화를 본 듯도 한... 그리고 옴니버스 소설을 읽은 듯도 한....

 

어떻게 한 작가가 이렇게 색다른 느낌의 이야기를 한 권의 소설에 담아낼 수 있을까.

역시 '아카가와 지로'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딸이라서 행복해 - 오늘 미워하고 내일 또 사랑하는 엄마와 딸 이야기
홍희선 글.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엄마와 딸 !!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때문에 가장 큰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에게 엄마는 추억 속의 아련한 모습만이 남아 있고, 내가 엄마의 입장이 되었을 때는 딸이 없이 아들 하나뿐이니, 이 책 속의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부럽고 부러운 이야기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제는 엄마 산소에 아주 작은 연보랏빛이 도는 소국과 함께 작은 송이의 분홍색 카네이션을 한다발 놓아 드리고 왔다.

그리고 <엄마 딸이라서 행복해>를 읽는 마음은 쓸쓸하기도 했지만, 우리 엄마를 생각할 수 있어서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의 어떤 엄마보다도 반듯하시고, 가정적이셨던 엄마를 기억한다는 것이.

<엄마 딸이라서 행복해>는 감성 에세이이기도 하지만, 엄마와 딸에 관한 이야기를 취재한 인터뷰집이기도 하다.

모두 12커플의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다.

12커플의 이야기는 다양하면서도 특별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시각장애인 엄마와 어린 딸의 이야기, 영화 배우인 엄마가 이혼후에 쌍둥이 딸을 키우는 이야기, 청각장애인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엄마 - 자신 - 며느리, 3대가 해녀인 가족의 엄마와 딸, 시어머니와 며느리이야기.

시각장애인으로 도쿄대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전영미와 딸 신비의 이야기는 아직 딸이 너무 어려서 서로가 느끼는 모녀의 이야기를 말 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니다.

 

 
엄마는 딸에게 말한다.

 

"네가 옆에 있어도 엄마는 항상 네가 보고 싶단다." (p30)

이 책속 인터뷰어 중에 퇴근길에 집근처에서 성폭력을 당해서 미혼모가 된 김선희는 딸 은비를 키우면서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은비와의 만남은 선택된 만남이 아닌 몸과 마음의 상처가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태에서 만나게 되었지만, 그녀가 딸 은비를 만난 것은 운명같은 힘을 느끼게 해준다고.

아마도 엄마는 어떤 고통으로 태어난 생명에게서도 이런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인가보다.

배우 송옥숙의 경우에는 친딸과 입양한 딸이 있다. 입양한 딸은 10살때에 입양하여 자신의 딸보다 2살이나 많고, 이젠 사춘기에 접어 들었다고 한다.

 

 

서로 다른 의미의 딸일수도 있지만, 그녀는 두 딸에 대한 심경을 너무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1년 전쯤 정말 힘들었어요. 도저히 자신이 없더군요. 지원이을 위해서나 저를 위해서도 파양해야겠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지원이를  제 딸로 받아들인 이후 늘 우리의 인연에는 뭔가 특별한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 지원이를 통해 제 자신을 돌아보게 돼요. '나도 우리 엄마에게 비슷한 딸이었지 않았을까.... (...)"  (p146)

 

태어나는 순간 부모의 걱정 속에 살아가는 것이 자식이라고 한단다.

 

 

 

 

이보다 더 특별한 엄마와 딸은 트랜스젠더'슈퍼모델' 최한빛과 그 엄마의 이야기이다.

 

 

"나는 분명 여자인데, 나의 몸은 남자인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그래서 진짜 몸을 찾았는데 이번엔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한다. 겨우 '나'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를 가짜란다. " (p107)

쉽지 않은 선택을 한 딸이지만, 그것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엄마가 있었기에 최한빛은 세상을 질타 속에서도 굳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다.

최한빛에게 엄마는 '거울'이라고 한다.

" 내가 웃을 때 같이 웃고, 내가 슬플 때 같이 우는,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는 거울" (p191)

 

 

      

 

<엄마 딸이라서 행복해>에서는 인터뷰이들의 거침없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숨김없이 소개된다.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있으련만, 그대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 것이다.

특히 이책의 저자가 찍은 사진들은 인터뷰이들의 표정과 단란한 모녀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그와 함께 꽃사진들이 읽는 이의 마음을 황홀하게 만들어준다.

 

 

저자가 꽃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이런 행운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가 그리워진다면, 지금 당장 한 통의 전화를 걸어서 엄마 목소리를 들어 보면 어떻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야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엄마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딸이라는 생각으로 엄마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법정, 나를 물들이다 - 법정 스님과 행복한 동행을 한 사람들
변택주 지음 / 불광출판사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우린 그 누구나 법정스님을 생각할 때는 '무소유'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쉽고도 깊이있는 말씀을 대중들에게 남겼기에 마음 한 구석에 법정스님이 남기신 가장 큰 가르치심인 '무소유'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가실 때도 입던 장삼에 대나무로 엮은 평상 위에 놓여서 가사만 덮은 채로 편백나무 숲 속의 다비장으로 향하시던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했다.

그런데, <법정, 나를 물들이다>에서는 "법정스님이 전하려던 메시지는 무소유가 아니었다"(책표지글에서)라고 하니,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찬찬히 이 책을 읽노라면 그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이다.

" 법정 스님하면 선뜻 '무소유'를 떠올리지만, 스승이 전하려던 메시지는 무소유가 아니었다. 곱다랗게 가지런한 '함께 하는 삶' 이다.

함께하는 삶

있고 없음은 서로를 낳아주고,

쉽고 어려움은 서로 이루어 주며,

길고 짧음은 상대를 드러내 주고,

높고 낮음은 서로 다하게 하며,

음과 소리는 서로 화답하고,

앞과 뒤는 서로 뒤따르는 삶이다. " (p169)

 

 

바로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 함께 가면 함께 행복하다"라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법정 스님과의 인연을 맺었던 19명 사람들이 스님의 생전의 모습과 함께 나누었던 말씀들이 소개된다.

 

 

물론, 그들 중에는 스님들도 있지만, 종교가 다른 천주교의 장익 주교나, 원불교 교무 박청수와의 인연도 소개된다.

장익주교와 법정 스님은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언제든지 만나서 거창한 이야기보다는 그냥 차 한 잔을 나누면서 서로 편안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서신 연락을 주고 받았던 사이였던 것이다.

스님이 거처하셨던 길상사의 관음상은 아마도 많은 책들에 소개가 되었을 것이다.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소녀상을 닮은 관음상.

이 관음상을 조각한 조각가 최종태와의 인연도 남다르다.

우리나라 불상은 우리 소녀를 그려냈다고 이야기하는 선생은 평생 소녀상만 조각하고 그렸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길상사의 관음상으로도 조각된 것이다.

 

 

조각가 최종태가 말하는 법정스님은

" 법정은 맑아요. 맑은 사람이 옆에 있으면 그 맑음이 옮아요. 가슴 속이 눈 쌓이는 밤처럼 시원해요. 좋은 그림 앞에 있으면 좋은 기운이 내 마음에 스며들어 오는 것처럼" (p47)

법정스님의 엄격하신듯한 외모와는 다르게 스님의 해맑은 모습이 그의 말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이 책 속에서는 스님이 생각하는 '무소유'는 철두철미하게 '함께 나누는 공유'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텅빈 충만'

어떻게 보면 서로 상반되는 단어이기에 함께 쓰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바로 이것이 법정스님이 말씀하시는 '무소유'인 것이다.

법정스님과 행복한 동행을 하였던 사람들 중 19명과의 인연을 통해서 그들은 스님의 모습을 기억하고, 스님의 말씀을 전달하고 있다.

 

 

 

법정 스님의 마음이 책갈피 갈피마다 있기에 우리는 은연중에 그들이 스님의 삶에 물들여졌던 것처럼, 스님의 말씀에 물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스님의 향기를 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프카 살인 사건
크리스티나 쿤 지음, 박원영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중학교때는 '셜룩 홈즈'와 '루팡', 그이후에는 아가서 크리스트의 추리소설에 푹 빠졌던 적이 있다.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는 역시 범인이 누구일까를 추측하면서 읽다가 내가 지목했던 인물의 혐의가 벗겨지면 또 다른 인물이 범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는 재미일 것이다. 근래의 추리소설의 작가하면 '존 그리샴'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가 미시시피대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였기에 그의 추리소설은 법정 문제가 대두된다. 그런데, 이번에 읽게 된 '카프카 살인 사건'은 프란츠 카프카라는 서양문학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실존주의 작가의 작품이 대두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이야기할 때는 '카프카'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작가인 '크리스티나 쿤'은 어릴 적부터 무시무시한 이야기에 매혹되어 수많은 지적 추리소설을 섭렵했다. 2001년에 '물고기는 침묵할 수 있다'로 데뷔하여 여러 차례 여성추리 작가상 후보에 오르면서 추리소설 작가로서의 자리를 굳히게 된다. 그녀는 대학에서 독문학과 예술사를 공부했는데, 이 소설의 바탕에 그녀의 카프카에 대한 지적인 관심이 깔려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고양이 이름이 '카프카'라고 하니 '카프카'에 대한 그녀의 관심이 엿보이기도 한다.

 

 

 

먼저 책표지의 그림이 '드가'의 발레리나가 비스듬히 쓰인 책제목과 함께 눈길을 끈다. 그리고 남자의 얼굴과 갇힌 새장에 핏자국.....

그리고 이 소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첫번째 살인사건의 시작인 '프랑크푸르트암마인 4월 27일 금요일'에서부터 마지막 '프라하 베네딕트 거리 5월 30일 수요일'의 이야기로 470여 페이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 장의 첫 문장은 사선으로 쓰여졌다. (그런데, 나는 이 의미를 찾지 못했다.)

프랑크푸르트의 아주 작은 방에서 20세가량의 여자가 죽었다. 그 현장은 온통 피로 범벅이 되었다. 그녀는 발레리나인 헬레나이다. 프라하에서 어머니의 죽음후에 독일을 찾아온 소녀이다. 빨간 티셔츠 정도의 드레스를 걸치고 쉬지않고 춤을 추는 그녀에게 누군가가 금속 채찍으로 죽을 때까지 내려 친 것이다. 온 몸의 살이 터지고 그곳에서 피가 흘러 몸속의 피가 모두 쏟아져서 과다 출혈로 죽었다. 헬레나는 음악에 맞추어 쉬지 않고 돌아가는 발레리나 도자기 인형처럼 춤을 추면서 죽어갔다. 그 음악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다. 그리고 죽은 그녀의 머리에는 예리한 칼로 K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옆에는 카프카의 '서커스의 관람석에서'의 책이 함께.....

 

처음의 살인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젊은 여검사 미리엄이 프랑크 푸르트에서 일어난 두 건의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긴장감 넘치는 추리소설로, 극적인 반전의 묘미도 갖추어진 잘 짜인 범죄 스릴러다. 하지만 오로지 흥미와 긴장감만을 추구하는 통속적인 추리소설,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 바로 이야기 속에서 20세기의 대작가 프란츠 카프카를 대놓고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카르카를 폭력 판타지에 사로잡힌 정신이상자로 바라보며, 그의 숨겨진 미발표 초고를 들춰내다. 몰론, 그 초고들은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것으로, 실제 작품보다도 훨씬 더 암울하고 폭력적이다. 그리고 작가는 카프카가 인간의 폭력성을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어던 것은 카프카 자신이 그런 폭력성에 지배당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P474~475, 옮긴이의 말 중에서)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면 이 소설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프란츠 카프카'는 유럽에서는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주목받는 소설가이다. 그가 '변신'과 같은 작품을 쓰게 된 것도 그의 가정생활이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야만 했던 아픈 생활이 있었던 것이다. '변신'에서 작은 곤충으로 변하여 가족들에게 거치장스러운 존재로 외롭게 사라지는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카프카에 대한 평가가 나온다. '그의 작품에 나타난 폭력은 언제나 개인 즉 개별적 자아를 향해 있다고. 작품 하나 하나. 묘사 하나 하나가 소름이 돋고 오싹해 등에 식은 땀이 흐르죠. 맞습니다. 카프카는 예언자가 아니라 사이코 패스였어요, 광기의 기록자였던 거죠, 심지어 프로이트를 능가할 정도로 광기로 잘 표현했죠. (P150)

그리고, 두번째 살인 사건이 카프카의 '단식광대'라는 글과 함께 잔인한 방법으로 발견된다.

그렇다면, 살인자는 누구이며, 살인 동기는 무엇이고, 왜 '카프카'의 미발표 작품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일까?

이 소설에는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카프카'를 연구하는 교수인 양성애자 '밀란허스' 그의 제자들인 '저스틴' '파울오리비에' 발레리나인 '헬레나' 그리고 '헬레나'를 딸처럼 생각하여 그 소녀를 지키고 싶어하는 창녀 '제스' 그리고 '헬레나'의 살인 현장을 발견한 '밀란'교수의 아들 '다비드'그리고 친구 '시몬'

이들은 아버지와 아들, 교수와 제자, 동료와 연인 등으로 얽히고 설켜서 등장한다.

낙태의 아픈 기억때문에 안정된 결혼 생활과 출산을 꺼리는 여검사'미리엄'과 형사반장 '헨리'의 이야기도 한 몫을 한다.

살인자는 자신을 심판자로 자청한다.

'그 무엇도 단식광대를 구할 수 없었다. 단식 광대자신도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평온해질 테고 아무 욕심도 없게 될 것이다. 바로 그것을 위해 심판자는 행했던 것이고, 이제는 옳은 일을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안정되었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았다. 심판자는 그것을 확인했다. 누구도 지켜보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나는게 중요하다. 죽음은 은밀한 곳에서 탄생하는 예술이다. 그것은 자신과의 이별이 아니라, 단지 다른 이들과의 이별일 뿐이다. 이를 진정 느끼지 못하는 자들을 이해시킬 수는 없다. 심판자는 꿈꾼다. (중략) 사람들은 올 것이다. 이유도 모른 채. 그것을 위해 심판자는 살아 있는 자들을 심판한다. 바로 죽음이 아니라 삶이 형벌이기 때문이다.'(P208~209)

이처럼 살인자는 카프카의 미발표 작품들이라는 글들을 이용해서 자신의 살인의 타당성을 이야기한다. 과연 삶의 끝내게 할 수 있는 심판자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결말과 살인의 동기를 알기 위해서는 '증오의 대상이 아버지'였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과연, 이 등장인물들 중에 아버지와 평화로웠던 사람은 있었을까?

 

'또한 작품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범인의 살해 동기는 카프카 작품의 특징 그 자체이다. 바람피우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한 어머니. 아이는 그런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았고 아버지에게 복수의 칼날을 품는다. 그는 아버지가 쌓은 사회적 명성을 무너뜨리고 그를 자살로 내몰기 위해 그의 주변 인물들을 차례차례 죽이고 범행 현장에는 아버지가 범인으로 몰릴 수 있을 만한 증거를 남긴다. 카프카의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나 「변신」에 잘 나타나듯이,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이다. 존경과 동경의 대상이 아닌,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아버지가 소설 속에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것이다. 크리스티나 쿤은 이 추리소설 속에서 부모의 무관심과 방관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또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를 ? 보여주고 있다.(출판사 리뷰중에서)'

 

 

이 소설이 추리소설이기는 하지만, 소설을 읽기 위해서는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세계에 대한 어느정도의 사전 지식과 함께 (물론, 소설중의 인물의 대사를 통해 많은 부분을 알 수있기는 하다.) 살인의 동기가 된 아버지에 대한 증오이다. 어린시절의 가정환경이 인간의 성격형성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카프카'역시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해서 아버지가 증오의 대상이 되었을 수도 있고, 그의 작품세계에 미친 영향도 있다. 부모의 무관심과 방관, 그리고 폭력, 어머니의 자살, 이혼, 부모의 외도 등이 모두 이 소설에 나타나 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존경과 동경의 대상이 아닌 증오의 대상이었다는 것이 작가가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어서 독자들에게 말하고자한 가장 큰 메시지인 것이다.

아주 잘짜여진 구성과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이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같아서 재미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