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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
아카가와 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평점 :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은 우리 영화 '마누라 죽이기'를 연상시키는 소설이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을 하고 살 것같았기에 부부가 된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미움이 싹트기 시작하고 웬수처럼 느껴지다가 마침내 마누라를 죽이는 법을 생각하게 된다면.... 현실속의 이야기일까. 소설속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현실과 소설속을 넘나드는 이야기일까.
'아카가와 지로'는 1976년에 등단하여 그동안 약 500 여편의 소설을 썼고, 그중에 12편은 영화로 만들어지고, 64편이 TV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한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은 이미 1980년에 발표된 작품인데, 그당시 '놀랄 정도로 참신한 플롯을 가진 소설' (P339)이라는 평을 받았는데, 21세기인 지금에도 여전히 '눈부시게 새로운 소설'(P339)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나 역시 이 소설을 읽는내내 새로운 구성에 한껏 몰입되었으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였다.
별 볼일없는 4명의 남자들이 '니시코지도시가즈'라는 하나의 필명으로 소설을 공동 집필하게 된다. 그들은 제각각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 공통점을 찾는다면 글을 쓰는 직업이라는 ~~~ 그런데, 이들이 쓰는 소설은 어느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게 되고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된다.
'니시코지도시가즈' 의 필명의 주인공들.
니시: 니시모토 야스지 (41세) 전직 소설가, 신인상수상
코지: 고지 다케오 (35세), 시나리오 작가
도시: 가게야마 도시야 (42세), 전직 신문기자
가즈: 가가와 가즈오, 시인
이들이 구상하는 새로운 장편소설의 주제는 '마누라 죽이는 법'
결혼전과는 달라진 아내들 또는 연인.
그들은 자신들의 아내를 생각하면서 마누라를 가장 세련되게 살해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물론, 자신들이 범인으로 지목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들을....
그런 그들이 구상하고 초안을 잡은 작품들은 우연하게도 현실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듯한데.....
그들의 '마누라 죽이는 이야기'는 현실속의 이야기일까. 소설속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현실과 소설속을 넘나드는 이야기일까....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은 작품속에서 또다른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니시코지도시가즈'의 4 명의 작가들이 내놓는 작품들로~~
4 명이 내놓는 소설초안은 소설속의 또다른 소설로 일종의 옴니버스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 소설속에서 한 명의 작가가 쓴 작품인데, 이렇게 다채로운 문체와 내용으로 새로운 4 편의 소설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들의 전직이 말해주듯이, 소설, 시나리오 대본, 취재형식, 시 등으로 다양한 모습의 글로 쓰여진다. 또한 소설속의 소설 내용이 흥미롭기에 반전을 기대해 보기도 하고, 충격적인 결말을 기대해 보기도 한다.
마치 5 편의 소설을 한꺼번에 읽으면서 한 편, 한 편의 이야기에 유쾌하게 웃어보기도 한다. '마누라 죽이는 이야기' 인데 어떻게 웃음이 나올까 하는 반문은 이 소설을 읽어보아야만 이해가 된다.
재미있게 한 편의 영화를 본 듯도 한... 그리고 옴니버스 소설을 읽은 듯도 한....
어떻게 한 작가가 이렇게 색다른 느낌의 이야기를 한 권의 소설에 담아낼 수 있을까.
역시 '아카가와 지로'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