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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딸이라서 행복해 - 오늘 미워하고 내일 또 사랑하는 엄마와 딸 이야기
홍희선 글.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엄마와 딸 !!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때문에 가장 큰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에게 엄마는 추억 속의 아련한 모습만이 남아 있고, 내가 엄마의 입장이 되었을 때는 딸이 없이 아들 하나뿐이니, 이 책 속의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부럽고 부러운 이야기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제는 엄마 산소에 아주 작은 연보랏빛이 도는 소국과 함께 작은 송이의 분홍색 카네이션을 한다발 놓아 드리고 왔다.
그리고 <엄마 딸이라서 행복해>를 읽는 마음은 쓸쓸하기도 했지만, 우리 엄마를 생각할 수 있어서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의 어떤 엄마보다도 반듯하시고, 가정적이셨던 엄마를 기억한다는 것이.
<엄마 딸이라서 행복해>는 감성 에세이이기도 하지만, 엄마와 딸에 관한 이야기를 취재한 인터뷰집이기도 하다.
모두 12커플의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다.
12커플의 이야기는 다양하면서도 특별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시각장애인 엄마와 어린 딸의 이야기, 영화 배우인 엄마가 이혼후에 쌍둥이 딸을 키우는 이야기, 청각장애인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엄마 - 자신 - 며느리, 3대가 해녀인 가족의 엄마와 딸, 시어머니와 며느리이야기.
시각장애인으로 도쿄대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전영미와 딸 신비의 이야기는 아직 딸이 너무 어려서 서로가 느끼는 모녀의 이야기를 말 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니다.
엄마는 딸에게 말한다.
"네가 옆에 있어도 엄마는 항상 네가 보고 싶단다." (p30)
이 책속 인터뷰어 중에 퇴근길에 집근처에서 성폭력을 당해서 미혼모가 된 김선희는 딸 은비를 키우면서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은비와의 만남은 선택된 만남이 아닌 몸과 마음의 상처가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태에서 만나게 되었지만, 그녀가 딸 은비를 만난 것은 운명같은 힘을 느끼게 해준다고.
아마도 엄마는 어떤 고통으로 태어난 생명에게서도 이런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인가보다.
배우 송옥숙의 경우에는 친딸과 입양한 딸이 있다. 입양한 딸은 10살때에 입양하여 자신의 딸보다 2살이나 많고, 이젠 사춘기에 접어 들었다고 한다.
서로 다른 의미의 딸일수도 있지만, 그녀는 두 딸에 대한 심경을 너무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1년 전쯤 정말 힘들었어요. 도저히 자신이 없더군요. 지원이을 위해서나 저를 위해서도 파양해야겠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지원이를 제 딸로 받아들인 이후 늘 우리의 인연에는 뭔가 특별한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 지원이를 통해 제 자신을 돌아보게 돼요. '나도 우리 엄마에게 비슷한 딸이었지 않았을까.... (...)" (p146)
태어나는 순간 부모의 걱정 속에 살아가는 것이 자식이라고 한단다.
이보다 더 특별한 엄마와 딸은 트랜스젠더'슈퍼모델' 최한빛과 그 엄마의 이야기이다.
"나는 분명 여자인데, 나의 몸은 남자인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그래서 진짜 몸을 찾았는데 이번엔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한다. 겨우 '나'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를 가짜란다. " (p107)
쉽지 않은 선택을 한 딸이지만, 그것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엄마가 있었기에 최한빛은 세상을 질타 속에서도 굳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다.
최한빛에게 엄마는 '거울'이라고 한다.
" 내가 웃을 때 같이 웃고, 내가 슬플 때 같이 우는,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는 거울" (p191)
<엄마 딸이라서 행복해>에서는 인터뷰이들의 거침없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숨김없이 소개된다.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있으련만, 그대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 것이다.
특히 이책의 저자가 찍은 사진들은 인터뷰이들의 표정과 단란한 모녀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그와 함께 꽃사진들이 읽는 이의 마음을 황홀하게 만들어준다.

저자가 꽃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이런 행운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가 그리워진다면, 지금 당장 한 통의 전화를 걸어서 엄마 목소리를 들어 보면 어떻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야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엄마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딸이라는 생각으로 엄마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