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의 세계 플러스 1 : 디자인.정보통신.제조 - 체험편 테크놀로지의 세계
체험 활동을 통한 기술 교육 연구 모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테크놀로지의 세계 플러스 >는 3권으로 구성된 책이다.

청소년들이 과학, 기술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국 산업 기술 진흥원'이 기업, 학교, 연구소 등으 연계시켜서 기획하게 된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개발 계획의 영향으로 이공계가 각광을 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에 와서는 '사' 자 들어가는 직업에 대한 욕망들이 커지면서 이공계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공계 영재 육성을 위한 정책이나 장학금제도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에 이 책은 청소년들이 기술지식을 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으며, 기술인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술은 비단 기계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에 깊숙히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도 있었다.

<테크놀로지의 세계 플러스>는 향후의 기술에 대한 이론서라고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청소년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펼쳐 나갈 것인가에 대한 전개과정을 보여주는 좋은 책이기도 하다.

자녀들이 초중고등학교에 다니게 되면, 발명품 대회에 출품할 작품들에 대한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로 만든 작품들을 제출하라는 과제물을 접해 보았을 것이다.

머리를 싸매고 골똘히 생각해도 좋은 아이디어는 그리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아이디어란,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어떤 제품을 사용하다가 불편한 점이 있게 될 경우 '이런 점이 불편하구나!' 하는 생각에서 떠오르는 것이고, 그것이 개선된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고, 그것을 개선한 제품으 손으로 직접 만든다면 그것이 신제품, 혹은 발명품이 되는 것이다.

* 제품의 문제 발생 → 문제점 해결 방안 → 구상, 수정 → 콘셉트 스케치 → 아이디어 실현 → 완성 → 성능시험 및 평가

" 마음에서 우러나는 창의성은 머리에서 이해된 것을 손으로 직접 창작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 ( 발간사 중에서, p. 5)

바로 이런 점을 이 책에서는 실행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책의 구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1) 무엇이 문제인가?

(2) 어떻게 풀어 갈까?

(3) 만들어 보자.

(4) 문제가 해결되었나?

이런 과정을 청소년들이 평소에 생활화한다면, 멋진 테크놀로지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의 내용 중의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보면,

의자는 다리가 4개 여야 할까? 등받이가 있어야 할까?

각종 디자인의 의자들을 살펴보자.

의료용 의자는 치료의 목적에 맞아야 할 것이며, 인체공학을 생각하여 만들 수도 있고, 기능성, 심미성, 상징성, 견고함, 우아함, 예술 작품과의 접목 등을 생각하고 디자인 될 것이다.

몬드리안의 그림에서, 자전거의 모양에서 의자의 디자인을 영감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디자인, 다양하고 참신한 디자인의 의자는 의자의 목적에 따라서, 만든 사람의 취향에 따라서 이렇게 다양하게 디자인된다.

스마트 폰의 터치 스크린을 몇 년전까지만 해도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지금은 대중화되었다. 이외에도 스크린이 음성, 모션을 인식하여 작동하는 인공지능 단계까지 온 것이다.

 

 

책꽂이는 꼭 기존의 모양으로 만들어야 할까?

계단을 책꽂이로 이용한다면, 가구와 책꽂이를 접목시킨다면, 두루마리식으로 수납공간을 만든다면, 등이 달린 책꽂이가 있다면, 칸의 모양과 위치를 변형시킨다면....

이 책은 이런 생각에서 끝나지 않고, 그런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들어 보도록 도와주고 있다.

 

 

 

3D 입체 이미지를 청소년들이 만들 수 있을까?

QR코드를 직접 만들어서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홍보할 수 있을까?

이런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3D 입체 이미지의 원리, 사진 찰영 방법, 적청 안경의 원리를 알려 주고, 적청 안경을 만드는 법, 3D사진 촬영을 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사진 촬영을 하게 한 후에 자신이 만든 3D사진 영상을 적정안경을 쓰고 관람할 수 있게 해주다.

 

 

물론, 이 책은 청소년을 비롯하여 그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제품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과 체험을 모두 할 수 있게 해준다.

 

 

원리를 알면 쉽게 만들 수 있는 재미있는 제품들의 제작과정이 소개되기 때문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따라해 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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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는 악어가 살지
파비오 제다 지음, 이현경 옮김 / 마시멜로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라고 하면 '할레드 호세이니'의 두 작품이 생각난다.

<연을 쫓은 아이 / 할레드 호세이니 ㅣ 열림원 ; 2003><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할레드 호세이니 ㅣ 현대문학 ㅣ 2007>이다.

비록,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성별과 나이는 다르지만, 그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질곡의 세월을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었다.

그런데,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소년의 이야기이지만, 이탈리아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 파비오 제다'가 쓴 소설이다.

 

 

 

 

 

 

 

자신의 출판 기념회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아프가니스탄 소년 에나이아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에나이아트는 9.11 테러가 일어나기 전에 아프가니스탄의 나바을 떠나서 먼 이탈리아의 토리노에 오기까지의 역경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의 형식은 이탈리아에서 토크쇼에 나와서 대담을 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긴 여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소년이 원해서 떠났던 길이 아닌, 꿈을 찾아서 길을 떠난 것이 아닌, 떠났을 수 밖에 없었고, 떠난 길에서 겪어야 했던 힘겨운 일들이 결국에는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곳으로, 그렇게 더 나은 곳을, 더 안락한 곳을 찾다가 보니 이탈리아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에나이아트가 살았던 곳은 하자라들이 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나바이다. 풍족하게는 살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계시고, 형제들이 있는 곳.

이곳에 탈레반들이 들어오면서 소년의 평화는 사라진다.

파슈툰에 의해서 트럭을 몰던 아버지는 강도를 만나 트럭을 빼앗기고 죽게 된다. 파슈툰은 빼앗긴 트럭의 값으로 에나이아트와 동생을 데려가려고 한다.

조용한 마을에 들이닥친 탈레반.

그들의 악행은 이미 잘 알고 있지만, 탈레반들이 하는 순간의 생각은 마을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기도 한다.

수염이 짧다고, 학교에 간다고... 탈레반에게 주민들을 총살시키는 일은 그들의 마음에 의해서 좌우된다.

소년은 학교에서 공부하던 중에 몰려 온 탈레반에 의해서 총살당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학생들을 가르치려는 일념으로 저항하던 선생님은 그렇게 세상을 떠나게 된다.

토크쇼에서 에나이아트는 질문자인 파비오 제다에게 말한다.

 

" 아프가니스탄인과 탈레반은 다르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선생님을 죽인 그 사람들의 국적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아요? (...) 사람들은 대부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 물론, 그들 중에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있긴 하죠. 하지만 그들만이 아니랍니다. " (p.42)

 

소년의 말처럼 우린 탈레반하면 아프가니스탄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는 그 보다 더 억울한 진실은 없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인들도 결국에는 피해자인데....

 

어느날 소년의 엄마는 소년만을 데리고 길을 떠난다. 걷기도 하고, 차를 타기도 하고 도착한 곳은 파키스탄의 퀘타이다.

엄마는 아들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

" 첫째, 마약을 하면 안 돼.

두 번째, 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돼.

세 번째로, 도둑질을 하며 안 돼."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에 엄마는 사라졌다. 엄마는 파키스탄에 에나이아트를 피신시키고 다시 자신의 두 아이가 있는 나바로 떠났던 것이다.

 

아들을 지키려는 엄마의 마음.

그 마음에 이 책을 읽는 나의 가슴은 저려올 정도로 아파온다.

앞으로 홀로 타국에서 아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도 불확실하지만, 차라리 그 길을 선택한 엄마의 마음이 진한 감동을 가져다 준다.

파키스탄의 퀘타에서의 생활, 약간의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게 되지만, 소년을 비롯한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불법체류자들.

소년은 몇 번의 불법체류자로 체포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을 향해서 새로운 곳으로의 떠남을 이어간다.

파키스탄, 이란, 터키, 그리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탈리아로의 목숨을 건 여정.

 

 

 

 

 

 

 

 

소년의 기나긴 7년간의 여정이 고스란히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 >에 담겨 있다.

아들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

떠나고 머무르는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되는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많은 일들이 진솔하게 그려진다.

열 살쯤에 집을 떠나 열 대여섯 살에 이탈리아로 오기까지 절대 희망을 놓치 않는 소년의 마음이 예쁘게 다가온다.

꿈을 버리지 않으면, 만남도 있고, 희망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우린 느끼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삶이 힘겹다고 외치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너의 지금의 상황이 에나이아트의 경우 보다 더 힘겨운 것이냐고....

 

지구상에 그 많고 많은 곳 중에 이 땅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생각해야만 하는 충분한 이유를 이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살아남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자 목표였" (책 뒷표지 글 중에서)던 에나이아트의 이야기가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에 있으니, 한 번 읽어보라고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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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1894년 여름 - 오스트리아인 헤세-바르텍의 여행기
에른스트 폰 헤세-바르텍 지음, 정현규 옮김, 한철호 감수 / 책과함께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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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서양인들이 찍은 조선의 개화기의 사진들이 공개되어서 우리들의 시선을 끌 때가 있다.

나의 눈에 비친 빛바랜 조선인의 모습과 서울의 거리 모습은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렇다면 그당시에 조선을 찾았던 그들의 눈에는 그런 모습들이 어떻게 비쳐졌을까 궁금하다.

개화기에 조선을 찾았던 사람들에는 미국의 선교사들이 있었지만, 유럽의 아름다운 나라 오스트리아인으로서 이 땅에 왔던 사람이있었다니 좀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것도 통상을 위해서 왔던 것이 아니라, 여행자로 왔다고 하니 더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조선, 1984년 여름>의 저자인 '에른스트 폰 헤세 - 바르텍'은 오스트리아 작가이자 여행가이다.

1872년에 남유럽을 여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서 세계 곳곳을 여행하게 된다.

세계일주 중에 일본을 여행하게 되고, 거기에서 '고요한 아침의 나라'인 조선으로의 여행을 결심하게 된다. 이미 그는 중국과 일본을 여행한 끝이기에 동아시아의 모습이 새삼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겠지만, 책 속의 글들을 보면 유럽인으로서는 분간하기 힘들다는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의 모습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민족마다의 특징을 간파했을 정도로 뛰어난 여행자의 감각을 가지고 있다.

1894년은 우리 역사상 어떤 해이던가?

격동의 해라고 할 수 있를 것이다. 한반도의 남쪽에서는 동학농민 혁명이 일어났고, 갑오개혁을 실시했으며, 청일전쟁이 발발한 해인 것이다.

일본에서 증기선을 타고 조선의 부산으로 건너오려는 에르스트에게는 전쟁터와 같은 나라에 발을 디딘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일본에서 조선 제2의 항구인 부산에 도착하여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그 풍경을 글로 자세하게 남겨 놓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인이 본 부산의 첫인상,

" 세상의 그 어떤 곳에서도 조선의 이곳에서 처럼 형언할 수 없는 슬픈 인상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 (p. 13)

에른스트가 본 부산에는 일본인이 거주하는 곳이 있었고, 그곳의 모습은 일본과 닮아 있었지만, 그외의 부산의 모습은 상당히 초라했던 것같다.

이미 그는 어디에서 들었는지, 관리들의 부패에 대한 정보까지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부산에서 동래까지 조랑말을 타고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부산의 모습을 하나 하나 살펴보게 된다.

다시 배를 타고 제주도, 다도해, 제물포에 도착하게 되는 과정이 상세하게 씌여져 있다.

제주도가 뭍에서 범죄자, 강도, 살인자, 부패한 관료들이 유배를 가던 곳임도 그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인천에서 다시 배를 타고 용산, 그리고 서울....

이런 식으로 조선의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면서 그의 느낌들을 적어 나간다.

책을 읽으면서 유럽인의 눈에 비친 조선의 불편한 진실들은 여과없이 그대로 드러난다.

남자들의 게으름, 모여 앉아 담배를 피고, 잠을 자고, 일을 하지 않는 모습, 여자들은 하루종일 일에 묻혀 사는 모습, 여닐곱살 된 남자아이들이 벌거숭이로 다니다가 아무데나 오줌을 누는 모습. 밤이면 거리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의 모습.

그의 눈에 들어온 조선인들은 깨끗함과는 불구대천의 원수인지, 몸은 지저분하여 해충들이 들끊고, 머리카락과 수염은 자르지도 않으며, 오물 한 가운데에서 살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거리는 울퉁불퉁, 집들은 초가집이 대다수로 가구도 주거시설도 없으며, 상하수도 시설도 갖추어진 모습, 시장에서는 개고기가 팔리고 있는 초라하기 그지 없는 모습으로 그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도시 중에서도 서울은 확실히 가장 기묘한 도시다. 25만 명 가량이 거줗는 대도시 중에서 5만 여 채의 집이 초가지붕의 흙집인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가장 중요한 거리로 하수가 흘러 들어 도량이 되어버린 도시가 또 있을까? 서울으 산업도, 굴뚝도, 유리창도, 계단도 없는 도시, 극장과 커피숍이나 찻짐, 공원과 정원, 이발소도 없는 도시다. 집에는 가구나 침대도 없ㅇ며, 변소는 직접 거리로 통해 있다. 남녀 할 것 없이 모든 주민들이 흰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다른 곳보다 더 더럽고 똥 천지인 도시가 어디에 또 있을까? 종교도, 사원도, 가로등도, 상수도도, 마차도, 보도도 없는 국가가 있을까? " (p. 83~p. 84)

 

이런 내용들은 나로써는 처음 접해 보는 글들이기에 그당시의 실정이 이토록 조선인들에게 힘든 상황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에르스트는 단순한 여행자가 아님을 그의 글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책의 목차만으로도 그것을 짐작할 수 있을텐데,

 

조선의 조정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왕, 왕비, 조정을 이끌어 가던 외척세력, 왕의 장례 절차, 군대, 정치 사회적 상황, 놀이, 교육제도, 종교관, 서양의료에 대한 조선인의 인식,화폐제도, 우편제도, 조상숭배, 재판, 산업, 토산품, 주변국가와의 관계 등에 대해서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었다.

 

직접 왕이 거처하는 궁궐에 가보기를 희망하지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자, 왕이 거처하지 않는 두 번째 궁궐에 가보게 된다.

 

 

에른스트를 단순히 동아시아를 여행하다 잠깐 들려 보고 가려는 여행자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이처럼 사전 조사인지, 직접 체험에서 얻은 지식인지 모를, 아니면 두 가지가 병행된 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시의 조선의 상황과 주변 국가와의 관계까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조선에 대한 서양인들의 글은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인용하여 자신의 글처럼 쓴 글들이지만, 에르스트의 글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한국인의 입장에서 <조선, 1894년 여름>은 그 어떤 조선인의 글이나 외국인의 글에서도 볼 수 없었던 당시의 이야기가 다양하고 체계적으로 다루어지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책의 내용을 읽으면서, 저자가 너무 서민들의 생활만을 보고 쓴 글이 아닐까 할 정도로 당시의 모습은 비참하리만큼 초라하게 기록되고 있다.

더욱 책의 내용 중에는 저자가 잘못 알고 있는 내용들도 눈에 들어온다.

그중의 하나는 우리나라는 대대로 중국이나 일본의 속국이었던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외국인의 시각에서는 중국에 조공을 바치는 것 등이 그렇게 비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이처럼 초라한 조선의 모습과는 달리 조선인들을 중국인이나 일본인들보다는 내면적으로 훌륭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조선인들의 내면에는 아주 훌륭한 본성이 들어 있다. 진정성이 있고 현명한 정부가 주도하는 변화된 상황에서라면, 이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 깜짝 놀랄 만한 것을 이루어낼 것이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조선의 대외교역의 통계 수치'가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 이 나라의 규모로 볼 때 아주 형편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전혀 교역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과, 오늘날의 교역이 단 10년 간의 결과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조선은 최근의 전쟁을 통해 이제 잠에서 깨어났다. 동아시아 열강들 사이의 경쟁심이 이 아름답고 부유한 나라가 앞으로 발전해나가는 데 더 이상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p. 314)

 

이만큼 그는 조선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조사하였던 것이다.

나중에 '에른스트 폰 헤세 - 바르텍'은 오스트리아 외교관으로 활약하게 되는데, 그런 측면과도 연결지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조선, 1894년 여름>은 당시의 사료들이 그리 많지 않고, 특히 외국인이 이처럼 다방면에 걸쳐서 조사하고 서술한 기록이 없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저자가 조선의 모습도 사진으로 남겼던 것같은데, 그런 자료까지 공개되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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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계곡 - 눈을 감고 길을 걷는 당신에게
유병률 지음 / 알투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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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다. 잘 나가는 기업이나,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아도 여건은 다르다고 해도 경제적으로 불안해 하고 있다.

우리들이 지금 처한 상황을 저자는 '죽음의 계곡'에 갇혀 있다고 표현한다. 불안과 절박함으로 가득찬 '죽음의 계곡'.

 

 

기업이나 개인이나 이 '죽음의 계곡'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죽음의 계곡'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

이곳을 빠져 나가기 위해서는 경제사를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사는 곧 경제사라는 말과 함께.

이쯤에서 경제에 문외한인 독자들은 좀 어렵고 힘겨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경제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6가지 인간형을 통해서 경제사를 풀어 나간다.

이 책에서 말하는 6가지 인간형이 이 책의 목차이자, 세계 경제사의 흐름을 짚어 나가는 키워드가 되는 것이다.

 

 

 

 

1장 : 데스벨리 원주민 - 아무도 떠나지 않았기에 누구도 떠나지 못한 죽음의 계곡.

미국 서부 오리건 주 윌래밋 밸리의 이야기이다. 전설 속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이 아름다운 계곡에 사는 원주민들은 원인 모를 질병으로 죽어 나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 이 계곡을 나가게 되지만, 살아서 이 계곡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결국에는 백인들의 총부리를 등지고 떠나게 되지만...

그들이 계곡을 떠나지 않은 것은 '원래 그렇게 사는 것'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이 죽음 앞에서도 계곡에 머물러야 했던 것은 축복의 땅에 살기 위한 댓가라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주입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 여건들이 죽음의 계곡의 실체는 아닐까.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죽음의 계곡을 빠져 나가는 안목을 키운다면 죽음의 계곡은 '기회와 보상'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2장 서커스단 코끼리 인간형 - <오케이 목장의 결투>같았던 미국 자본주의의 탄생.

본격적인 자본주의 경제사가 시작된다. 이 장에서는 미국의 경제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된다. 그것은 '미국의 경제사는 한국 경제사를 비추는 창'이라고 할 정도로 발달과정이 같고, 처한 상황도 따라가기 때문이다.

재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들이 어떠게 부를 형성해 나가는가를 생각해 본다.

2장의 빛바랜 사진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어린이 노동력 착취.

1900년경 미국에서는 200 여만 명의 16세 이하 어린이가 공장에서 중노동으로 혹사당했다. 마치 오늘날의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노동현장을 들여다 보는 것같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이룩한 재벌 기업들의 부. 초기의 미국 기업가들은 자비와 교양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1890년대 이후에 기업가들의 기부가 이루어지게 되었고, 이것은 기업가의 두 얼굴이기도 했다.

지금, 미국에서 기부 문화가 확산되는 것의 시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야만의 시대에는 노동자들은 자유가 무엇인지 알았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은 아무런 희망이 없이 하루 하루 길들여지는 삶을 살았다. 그들에게 노동은 생존을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3장 : 양계장 암탉 인간형 : 평생의 시간을 팔아 넘기고 얻은 보금자리.

유아에서부터 어른들까지 감명을 받았던 책인 <마당을 나온 암탉>을 생각하면 이 시기에 대한 설명이 될 것이다. 타협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는 20 C 중반의 경제사이다.

<마당으 나온 암탉>에서 닭장을 빠져 나온 암탉은 단 한 마리이다. 그곳에서 빠져 나온 순간 자유는 얻을 지 모르나, 모이를 구하는 것, 편안한 거처를 구하는 일은 암탉의 몫이다.

'나의 새끼는 자유롭게 살게 하리라." 그 단 한 마디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다른 암탉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탈출.

20C 중반은 '자본주의 황금기', ' 풍요한 사회', '중산층의 시대', ' 복지국가'등으로 넉넉한 말들로 불리는 시대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 중반의 미국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과 타협을 하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민권운동, 대항문화운동, 반전운동 등 그이전까지 한낱 노동현장의 나사 밖에 안 되었던 노동자들의 자유에 대한 욕망. 그리고 그것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

 

 

4장 : 지킬과 하이드 인간형 - 가치와 생존사이에서 갈등하는 두 얼굴의 자본주의.

1980 년대 이휴, 미국 자본주의를 생각해 본다.

1973년, 1979년의 두 차례에 걸친 오일 쇼크.

그러나, 기업가들에게는 위기는 절호의 찬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시기의 노동자의 울타리가 되었던 노조의 해체, 사회전체의 복지 시스템의 해체.

컨테이너 박스가 세계 무역의 역사에 혁명을 가져오게 되고, 세계화에 따른 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되는 시기.

경제의 세계화는 상품운반 뿐아니라, 저렴한 임금, 저렴한 가격까지 운반하게 되니....

지킬과 하이드에서 자기계발인간형의 삶을 생각해 보게된다. 무한 경쟁 속에 남을 무너뜨리고 더 높이 올라가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경제 인간형.

 

 

5장 : 악마의 맷돌 - 기회와 보상의 새로운 분포가 만들어낸 자기계발형 인간.

경제학자 '칼 폴라니'는 시장경제를 '악마의 맷돌'이라 지칭한다.

" 시장에 정치적 사회적 보호막이 없으면 노동과 자연과 돈을 모두 한 순간에 황폐하게 만드는 것이 시장경제의 속성" ( p. 216) 이라고 경고한다.

악마의 맷돌은 쉬지 않고 돌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가루가 되어 버릴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혹독한 경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소중한 삶이 우선시 되어야 함을 상기해야 될 것이다.

 

 

6장 : 귀신고래 인간형 : 수평적 생태계의 흐름에 따라가는 진정한 탈출

지식경제사회에서는 '창조'라는 열린 생태계를 지향하게 된다.

IT 발전은 진보적인 가치와 연결된다. 개인의 관심과 재능, 자율과 창조성을 중시하게 되고, 다양한 차이 속에서 우리사회는 풍요로워질 수 있다.

경제적이기만한 인간형에서 벗어나 진짜 자기 자신을 찾을 때.

 

 

우리는 경제학에 관련된 공부나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에 경제사를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불안하고 두려운 경제 상황으로 가득찬 '죽음의 계곡'에서 벗어나기위해서는 경제사를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렵게만 생각되었던 경제, 그리고 더더욱 경제사.

그러나, 저자는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데스벨리의 원주민, 서커스단의 코끼리, 마당을 나온 암탉, 악마와 맷돌, 지킬과 하이드, 귀신고래 이야기를 통해서 경제사를 이야기 해주기에 무거운 주제임에도 이해하기 쉽게 도움을 준다.

거기에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경제사의 한 시점을 상기시켜주는 귀한 사진 자료들을 책 속에 함께 담고 있다.

'경제사를 모르면 눈을 감고 길을 걷는 것과 같다.'( 책 속의 글 중에서) 고 한다.

<죽음의 계곡>을 통해서 자신들이 처한 경제 상황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면 이 책은 그 가치를 발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의 계곡>을 통해서 경제사를 어렵다 생각하지 말고,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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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다 죽다 - 정사情死의 정치학 혹은 지독한 순정이나 아련한 절망의 형식
박종성 지음 / 인간사랑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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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다 죽다>

 

 

제목만으로는 이 책의 장르를 짐작하기 조차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 책의 부제인 <정사의 정치학 - 혹은 지독한 순정이나 아련한 절망의 형식>만으로도 이 책의 장르를 알 수 없는 것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에세이나 가벼운 인문학 서적으로 생각했다면 읽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밝혀 두건데, 이 책은 사회학 관련 책이다.

철학책을 읽는 것보다도 더 책장이 넘어가지 않고, 읽으면서 과연 어떤 내용인지 쉽게 이해가 안될 정도로 난해하다.

이 책의 저자인 박종성는 정치행정학 교수이다.

그의 저서를 훑어 보는 것만으로도 저자의 학문의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혁명의 이론사>, <박헌영론>, <왕조의 정치변동>, <강점기 조선의 정치 질서>, <정치는 파벌을 낳고 파벌은 정치를 배반한다>, <한국의 파벌정치> 등.

그리고, 재미없는 정치에 짜증난 학생들을 위해 영화와 문학을 강의실로 옮겨와서 < 정치와 영화>, <포르노는 없다>, <씨네 폴리틱스> 등이 있다.

이렇게 저자의 저서를 나열하는 것은 그만큼 저자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으면 이 책을 읽기가 난해하다는 것이다.

처음 어느 정도의 책읽기는 저자의 글쓰기 성향을 알지 못하면 따라 읽기가 힘들다.

정사라고 하면, 현해탄에 몸을 던진 '사의 찬미'의 윤심덕이 생각나지 않던가~~

'정사의 정치학'이란 부제 역시, 책의 1장에 해당하는 ' 연애, 그 막막한 정치 : 그리고 자살의 인문학'을 읽을 때까지는 이 책이 '정치를 정사에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인가, 아니면 정사를 정치에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인가' 조차 혼돈스러울 정도로 저자의 글은 현란한 문체로 쓰여져 있다.

" '기어이', '사랑을 이루기 위해', ' 이루지 못한' 과거를 분연히 딛고 서는 철저한 자기부정. 하지만 이처럼 죽어서라도 끝내 사랑의 연을 잇거나 혹은 그 좌절을 느끼며 죽음을 다짐하려는 논리적 모순은 당사자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정치적 인과관계를 이룬다. " (p. 26)

" 그러다 끝내 스스로 사라지는 어느 한쪽의, 아니 둘 모두의 '죽음'을 세상은 언제부턴가 '정사'라 부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가혹한 자살이요, 누구도 등 떠밀지 않은 가련의 결행이었다. 저들의 숱한 죽음은 무엇보다 '시대'와 '인습'에 대한 저항이었다. 게다가 상식의 파괴로 엄혹히 기억되고 있다. "( p. 27)

사랑때문에.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사랑의 이름으로.

사랑을 건지려는 정사.

이는 자기중심적이라기 보다는 그 밑에 해당하는 이기주의의 행동일 것이다.

그것은 '정사'의 당사자들은 남느 이의 마음은 죽음을 가로막을 어떤 장해도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저자는 '정사'를,

'왕조시대의 사랑과 이별',

'넘쳐나는 미련과 절제의 빈곤'

'그러나 정사가 드문 세상'으로 나누어 설명을 해나간다.

여기에서 왕조시대란 조선을 중심으로 정사를 생각해 본다.

 

 

조선은 유교 사상이 바탕이 되어 남녀차별의 사회갈등이 심했던 양성 불평등의 사회였다.

세상은 남성중심으로 돌아갔고, 여성은 속박과 질곡의 나날을 보내야 했고, 여기에 계층과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 존재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물론, 문학작품이나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읽거나 보았을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조선시대의 정사 통계'를 보여준다.

조선조의 761건에 이르는 자살이 통계에 올라와 있다.

이런 자살의 통계가 겉으로는 동일한 것같지만, 그 자살의 사연은 다양했을 것이다.

 

 

열녀라 불리는 여인들의 자살. 그리고 이루지 못한 사랑때문에 한 자살.

남성들이 적어 놓은 다종다양한 열녀의 자살은 사회적 강요나 정치적 반복 학습에 의한 기형적 자학일 수도 있음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불륜에 관한 문헌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은 왕조 시대의 사랑의 어긋남을 말해주는 것일 것이다.

조선의 신분사회가 강요한 복종의 일방성이 '정사'에 있어서도 위선의 문화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식민지 시대의 정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근대'라는 개념은 선망과 이상의 인프라가 작옹하는 시기이다.

암울했던 식민지 시대에 나타나게 되는 신여성들.

그들은 의식수준과 형태의 파격을 함축하는 아이콘이었을 것이다.

이 시대에 떠오르는 정사의 인물은 단연 윤심덕이다.

<다뉴브 강의 잔물결>을 번안한 윤심덕의 <사의 찬미>는 그의 정사만큼이나 애절하게 들린다.

" 정사가 한낱 숙고와 심사의 대상이 아니라, 결국 지독한 이기와 용서받지 못할 원색적 탐욕의 봉우리에서 치러지는 고결한 탈주의적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p. 146)

이처럼 저자의 문체는 직설적인 문장들이 아니라, 현란한 문장이어서 난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며, 그래서 읽는 독자들은 정확한 글의 의미를 깊이 해석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사의 현대사이다.

 

 

해방이후 한국사회가 정사를 보는 시각은 많이 희석된다. 지금의 추세는 정사를 그리 크게 다루지도 않고, 별로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 듯하다.

" '사랑하다' 죽지만 그 경우들 대부분은 '사랑으로' 같이 목숨걸거나, '사랑때문에' 함께 이승을 등지는 과거의 낭만성을 보이기 보다 주관적 분노나 의심에서 비롯된 자기 파괴적 행태를 보인다. 원인은 '사랑이지만' 결과는 '홀로 무너지는' 예외적 일탈행위로 볼 일이다. " (p. 217)

" 오늘의 정사는 '보여도', '드러나지 않으며', '희미하건만', ' 질기고', '아쉽게' 지탱한다. " (p. 220)

이처럼 조선시대부터 식민지를 거치면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정사의 정치학'을 설명해 준다.

대학 논문보다도 더 어렵게 느껴질 정도로 쓰여진 글이지만,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많은 사례들과 통계자료, 도표 등을 이용하고 있다.

그 누가 '정사의 정치학'을 생각했겠는가, 서로 어울리지도 않고, 어떤 연관이 있으리라는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을 저자는 이렇게 서로 연결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많이 힘겹게 읽히는 책이지만 사회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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