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는 악어가 살지
파비오 제다 지음, 이현경 옮김 / 마시멜로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라고 하면 '할레드 호세이니'의 두 작품이 생각난다.

<연을 쫓은 아이 / 할레드 호세이니 ㅣ 열림원 ; 2003><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할레드 호세이니 ㅣ 현대문학 ㅣ 2007>이다.

비록,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성별과 나이는 다르지만, 그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질곡의 세월을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었다.

그런데,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소년의 이야기이지만, 이탈리아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 파비오 제다'가 쓴 소설이다.

 

 

 

 

 

 

 

자신의 출판 기념회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아프가니스탄 소년 에나이아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에나이아트는 9.11 테러가 일어나기 전에 아프가니스탄의 나바을 떠나서 먼 이탈리아의 토리노에 오기까지의 역경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의 형식은 이탈리아에서 토크쇼에 나와서 대담을 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긴 여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소년이 원해서 떠났던 길이 아닌, 꿈을 찾아서 길을 떠난 것이 아닌, 떠났을 수 밖에 없었고, 떠난 길에서 겪어야 했던 힘겨운 일들이 결국에는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곳으로, 그렇게 더 나은 곳을, 더 안락한 곳을 찾다가 보니 이탈리아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에나이아트가 살았던 곳은 하자라들이 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나바이다. 풍족하게는 살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계시고, 형제들이 있는 곳.

이곳에 탈레반들이 들어오면서 소년의 평화는 사라진다.

파슈툰에 의해서 트럭을 몰던 아버지는 강도를 만나 트럭을 빼앗기고 죽게 된다. 파슈툰은 빼앗긴 트럭의 값으로 에나이아트와 동생을 데려가려고 한다.

조용한 마을에 들이닥친 탈레반.

그들의 악행은 이미 잘 알고 있지만, 탈레반들이 하는 순간의 생각은 마을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기도 한다.

수염이 짧다고, 학교에 간다고... 탈레반에게 주민들을 총살시키는 일은 그들의 마음에 의해서 좌우된다.

소년은 학교에서 공부하던 중에 몰려 온 탈레반에 의해서 총살당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학생들을 가르치려는 일념으로 저항하던 선생님은 그렇게 세상을 떠나게 된다.

토크쇼에서 에나이아트는 질문자인 파비오 제다에게 말한다.

 

" 아프가니스탄인과 탈레반은 다르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선생님을 죽인 그 사람들의 국적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아요? (...) 사람들은 대부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 물론, 그들 중에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있긴 하죠. 하지만 그들만이 아니랍니다. " (p.42)

 

소년의 말처럼 우린 탈레반하면 아프가니스탄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는 그 보다 더 억울한 진실은 없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인들도 결국에는 피해자인데....

 

어느날 소년의 엄마는 소년만을 데리고 길을 떠난다. 걷기도 하고, 차를 타기도 하고 도착한 곳은 파키스탄의 퀘타이다.

엄마는 아들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

" 첫째, 마약을 하면 안 돼.

두 번째, 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돼.

세 번째로, 도둑질을 하며 안 돼."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에 엄마는 사라졌다. 엄마는 파키스탄에 에나이아트를 피신시키고 다시 자신의 두 아이가 있는 나바로 떠났던 것이다.

 

아들을 지키려는 엄마의 마음.

그 마음에 이 책을 읽는 나의 가슴은 저려올 정도로 아파온다.

앞으로 홀로 타국에서 아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도 불확실하지만, 차라리 그 길을 선택한 엄마의 마음이 진한 감동을 가져다 준다.

파키스탄의 퀘타에서의 생활, 약간의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게 되지만, 소년을 비롯한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불법체류자들.

소년은 몇 번의 불법체류자로 체포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을 향해서 새로운 곳으로의 떠남을 이어간다.

파키스탄, 이란, 터키, 그리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탈리아로의 목숨을 건 여정.

 

 

 

 

 

 

 

 

소년의 기나긴 7년간의 여정이 고스란히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 >에 담겨 있다.

아들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

떠나고 머무르는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되는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많은 일들이 진솔하게 그려진다.

열 살쯤에 집을 떠나 열 대여섯 살에 이탈리아로 오기까지 절대 희망을 놓치 않는 소년의 마음이 예쁘게 다가온다.

꿈을 버리지 않으면, 만남도 있고, 희망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우린 느끼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삶이 힘겹다고 외치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너의 지금의 상황이 에나이아트의 경우 보다 더 힘겨운 것이냐고....

 

지구상에 그 많고 많은 곳 중에 이 땅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생각해야만 하는 충분한 이유를 이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살아남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자 목표였" (책 뒷표지 글 중에서)던 에나이아트의 이야기가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에 있으니, 한 번 읽어보라고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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