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한정판 더블 커버 에디션)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이 시대의 스탕달', ' 닥터 러브' 라는 별명이 붙은 '알랭 드 보통'.

또한 그의 이름 앞에는 '일상의 철학자'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어쨌든 '알랭 드 보통'의 작품은 평범하지는 않다.

처음 읽었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ㅣ 청미래 ㅣ 2002>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남녀가 옆 자리에 앉을 확률까지 계산하고, 연인의 만남, 헤어짐 등에 철학자의 생각을 인용하면서 사랑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에 기가 (?)가 찰 정도로 특이한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서는 낭만적인 사랑 그리고 사랑의 전과정을 위트와 유머까지 곁들여서 철학적으로 분석한다.

어떻게 보면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도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같은 의도에서 출발한 소설이고, 소설의 형식은 좀 다르지만 그 책을 읽을 때의 생각이 문득 문득 떠오를 정도로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알랭 드 보통'이 21년 만에 쓴 소설이다. 그러나 소설이기는 하나 소설과 에세이가 한 권의 책에 함께 담겨 있다.

소설적인 내용과 그 내용을 곧바로 뒷받침하는 철학적 통찰이 담긴 에세이가 실린다.

사랑,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 순간부터 사랑하고 고백하고 결혼하고 2세를 낳고 키우고, 갈등하고 미워하고 헤어지려는 마음까지도 가져 보고....

그러나 결혼의 연륜이 쌓이면 그때는 정말 결혼의 의미를 느끼게 되고....

"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사랑이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 논의를 펼친다. " (작가 소개글 중에서 )

'알랭 드 보통'은 달콤하고 행복하기만 할 것같은 낭만적인 결혼에서 점점 멀어지는 결혼 생활의 현실을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 결혼의 시작은 청혼이 아니고, 첫 만남도 아니다. 그보다 훨씬 전에, 사랑에 대한 생각이 움틀 때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맨 처음 영혼의 짝을 꿈꿀 때 다. " (p. 12)

 

사랑, 결혼이란 잘못된 통념에서 벗어날 때에 결혼의 진실을 알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라 생각된다.

소설적인 재미 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만남에서 결혼 그리고 그 이후의 일상까지 들여다 보기에 어떤 내용들에서는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라 생각되어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이건 작가 자신의 체험에서 나온 내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결혼 :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 (p; 65)

 

" 현대사회는 부부가 모든 면에서 평등하기를 기대한다지만, 실제로는 고통의 평등을 기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괴로움의 복용량을 확실히 똑같게 측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불행은 주관적인 경험으로, 각 당사자가 실제로는 자신의 삶이 더 저주받았으면 파트너는 이를 인정하고 속죄하지도 않는다는 진지하면서도 경쟁적인 확신에 빠질 유혹이 상존한다. 자신이 더 힘들게 살고 있다는 자기 위안식의 결론을 피하려면 초인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 (p. 194)

" 결혼 : 자신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대단히 기이하고 궁극적으로 불친절한 행위." (p. 237)

" 이 세상에 항상 나쁘기만 한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 스스로도 고통스럽다. 그러므로 적절한 대응은 냉소나 공격이 아니라, 드문 순간이나마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사랑해 주는 것뿐이다. " (p. 270)

소설 속에서 라비 칸이 결혼의 준비는 결혼 생활이 16년 쯤 지난 후에 결혼이 무엇인가를 자각할  때  쯤에 느끼는 것처럼, 결혼이란 서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서로의 장단점을 이해할 수 있을 때에 진정한 결혼의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 보다 훨씬 지난 후에도 결혼의 의미를 찾지 못하기에 결혼을 깨뜨리는 이혼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결혼은 낭만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일찍 깨닫는다면, 일상의 사랑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제목만을 보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라오스를 여행하고 쓴 에세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이 책 속에는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미국의 보스턴, 포틀랜드, 뉴욕, 아이슬란드, 그리스의 미코노스 섬과 스페체스 섬, 핀란드,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일본의 구마모토에 관한 내용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가 대부분 그렇듯이, 이 책도 그동안(1995년~ 2015년) 하루키가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몇 개의 잡지에 기고한 에세이 열 편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그 중에는 일본 항공에서 발행하는 <아고라>에 연재되었던 일곱 편의 글이 있는데, 그당시에 <아고라>에 싣는 글을 쓰면서 나중에 단행본으로 묶을  때를 대비하여 짧은 버전과 긴 버전으로 따로 썼기 때문에 <아고라>에 실린 에세이 보다는 좀 긴 글이 됐다.

책제목인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는 하루키가 일본에서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에 가는 직항이 없어서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경유를 하게 되는데, 그때에 베트남인이 하루키에게 물어 본 말이다.

그 사람의 말인즉은, '베트남에는 없고, 라오스에는 있는 것이 무엇이냐?' 라는 뜻인데, 그러니까 왜 라오스에 가는냐는 질문이라고 볼 수 있다.

" 루앙프라방의 특징 중 하나는 어디에나 이야기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대부분 종교적인 이야기다. 사원 벽 곳곳에 이야기를 담은 듯한 그림들이 가득 그려져 있다. 하나같이 왠지 모르게 신비롭고 의미심장해 보인다. " (p. 178)

" 내가 라오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는, 소소한 기념품 말고는 몇몇 풍경에 대한 기억뿐이다. 그러나 그 풍경에는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고, 감촉이 있다. 그곳에는 특별한 빛이 있고, 특별한 바람이 분다. 무언가를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다. 그때의 떨리던 마음이 기억난다. 그것이 단순한 사진과 다른 점이다. 그곳에만 존재했던 그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 입체적으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꽤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 (p. p. 181~182)

한때 하루키가 살았던 보스턴에 관한 이야기는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스턴 마라톤에 6번이나 참가하기도 했던 하루키는 매일 아침 찰스강변을 달리곤 했었다.

하루키는 오래 전에 보스턴 주민으로 살았던 그곳을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찾게 된다.

세계 작가 회의 참석차 간 아이슬란드, 푸른 이끼와 온천이 있는 곳, 그곳 사는 퍼핀이라는 새는 부모새가 어느 정도 보살피다가 새끼만 두고 떠나는데, 남겨진 새끼 퍼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미국에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와 메인주의 포틀랜드가 있는데, 두 곳은 미국의 서해안쪽과 동해안쪽에 위치해 있어서 3시간의 시차가 있다. 이름은 같지만 역사와 성립 과정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는 두 도시에 가서 그곳의 맛집을 찾아 본다.

하루키의 여행기인 <먼 북소리>는 그리스의 스페체스 섬과 미코노스 섬에서의 하루 하루의 기록에서 시작되었고, 또한 미코노스 섬은 <노르웨이의 숲>을 집필하기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24년이 지난 후에 다시 찾은 미코노스 섬과 스페체스 섬에서 옛 추억에 잠겨 보기도 한다.

최근 이십 여 년간에 하루키가 방문했던 세계 몇 곳의 여행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는데, 음악을 좋아하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그의 이야기는 하루키의 일상과 인간적인 면을 엿 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의 모든 고독 아이슬란드
이준오 지음 / 홍익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아이슬란드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그 적은 사람들은 열정적이다. " ( 위스턴 휴 오든)

아이슬란드, '꽃 보다 청춘, 아이슬란드'를 통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좀 가깝게 느껴졌을 지는 모르겠으나 아직도 아이슬란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은 영화음악 감독이자, 캐스커의 리더인 '이준오'의 여행 에세이다. 3주의 여정으로 혼자 떠난 아이슬란드. 떠날 때까지도 아이슬란드 여행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어떤 정보를 많이 가진 것도 아닌 상태로 떠난 아이슬란드 여행.

그래서 아이슬란드 여행이 더욱 아름답고 외로웠을 지도 모르겠다.

" 태양에 반짝이는 바다가 눈부셔 저절로 눈이 감긴다. 눈을 감고 상상하던 이상향의 풍경이 눈을 뜨면 고스란히 상상 그래도 펼쳐져 있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이게 현실의 풍경이라는 것이 믿을 수 없엇다. 그렇게 망설이고 망설이다 온 여행, 나는 어디에 와 있는 걸까. 이 모든 것이 꿈은 아닐까.

단 한마디의 메시지를 서울에 보냈다. '여긴 미친 거 같아. ' "  (p. 52)

아무리 아이슬란드라고는 하지만 오로라를 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닌데, 예상치도 않은 오로라(Northen Lights)를 보다니...

한없이 얇은 실크가 바람에 흔드리듯 넘실거리는 빛의 협곡, 오로라.

낯설고 충격적인 경관과의 만남.

간헐천처럼 인간에게 끝없는 예술적 영감을 터뜨려 주는 곳이 바로 아이슬란드이다.

낯설고 외로운 곳이기는 하지만 대자연의 위엄 속에서 인간이 한없이 작아지는 곳이 바로 아이슬란드이다.

" 이렇게 잔뜩 흐린 날만 계속된다면

언제 다시 오로라를 만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지나간 일주일이, 행복하기에 더 슬픔 꿈처럼 느껴진다.

아이슬란드는 이렇게 나에게 환희와 고독을 동시에 던져 주었다. " (p. 106)

혼자 떠난 아이슬란드에서의 3주간의 여정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지금은 <책은 도끼다>로 유명세를 타는 저자이지만, 그 이전에는 그의 이름만 듣고는 누구인지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광고 카피를 보면 익숙할 것이다.

'잘 자 내 꿈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혁신을 혁신한다' 그리고 가장 감성적인 카피인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는 그 브랜드를 가장 잘 표현한 카피가 아닐까 생각된다. 지금도 그 브랜드의 자전거를 보면 이 카피가 생각나니....

<여덟 단어>는 저자인 박웅현이 인문학적인 삶의 태도에 던지는 여덟 개의 키워드이다. 

* 자존(自尊) : 자존은 행복의 기초가 되는 것, 스스로 존중하는 마음, Be Yourself

자존은 중심점을 바깥이 아닌 안에 찍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를 중심으로 본다면, 바깥은 타인을 의식하는 삶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그렇게 생각되는 어떤 기존점과 똑같은 모습으로 사는 것이 아린 자신의 모습 그래도 삶을 사는 것이 바로 자존이다.

* 본질(본질) : 본질은 삶을 대하는데 있어 잊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단어이다. 본질을 발견하려는 노력과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포기할 줄 아는 용기이다. 그리고 자기를 믿는 고집이 있어야 한다.

* 고전(古典) : classic, 그 견고한 영혼의 성(城), 고전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느껴야 한다. 고전을 궁금해 하고 책을 통해 발견해 내면 알려고 한다. 클래식은 삶을 풍요록게 해 주는 즐길 대상이다. 얕게 알려고 하지 말고 깊이 보고 들으려고 한다.

* 견 (見) : 눈으로 보는 것,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는 것이다. 본다는 것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낯설게 봐야 한다. 천천히 낯석게 봐야 진짜를 볼 수 있다. 너무 많이 보려고 하지 말고, 본 것들을 소화하려고 노력하도록 한다. 창의력과 연관지어서 생각하자.

* 현재(現在) : 현재에 집중하라. '카르페 디엠'

선택에는 정답과 오답이 공존한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선택하자. 그리고 선택을 했으면 돌아보지 말자. 그 순간을 보배롭다고 생각하면 보배로운 순간이 되는 것이다. 선택을 한 이상 그게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결정적인 순간, 현재이다.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의미를 부여한다.

* 권위 (權威) :기득권 세력은 권위를 보이면서 복종하고 따라 오라고 무언의 협박을 한다.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떤 위치에 있을 때 권위를 부리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윗사람들에게는 강하고, 아랫사람들에게는 약한,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약한.

* 소통 (疏通) : 소통이 안되는 세 가지 문제-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

소통을 위한 자세 : 다름을 인정한다, 문맥을 생각하자, 생각을 디자인하자.

* 인생 (人生) : 인생은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 인생은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모든 인생은 전인미답 (前人未踏 ), 인생은 공짜가 없다. 어떤 인생에든 어떤 행태가 될지 모르지만 반드시 기회가 찾아 온다.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세 가지 팁 : 인생에 공짜가 없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최선을 다해, 현명한 판단을 하고 인생을 좀 더 지혜롭게 살자.

저자는 20~30대 젊은이들을 만나 그들에게 꼭 필요한 것, 살아가면서 반드시 생각해야 할 여덟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된다.

이런 이야기는 8강에 걸쳐서 진행되는데, 그것을 책을 엮은 것이 바로 <여덟 단어>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두에게 해피엔딩 - 황경신 연애소설
황경신 지음, 허정은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황경신'이 쓴 책을 5~6권을 읽었다. 그런데 그 책들은 참 독특하다. 별로 두껍지 않은 책들인데, 각각의 책들은 그 책 나름의 다른 작가의 글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독특함이 담겨 있다.

<눈을 감으면 / 황경신 ㅣ 아트북스 ㅣ 2013>은 미술 작품 33 작품에 관한 이야기인데, 작품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고, 작가의 작품 감상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어떤 미술작품을 보고 나서, 한참 후에 눈을 감고 있으면 떠오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에 미술작품에 관한 해설이 담긴 책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읽어 내려가다가 이 책에 담긴 글들이 작가의 이야기인지, 작품을 보고 느낀 것을 쓴 글인지, 작품을 보고 떠오른 것들을 연상해서 짧은 소설을 쓴 것인지 한참을 헤맸던 기억이 난다.

<생각이 나서/ 황경신 ㅣ 소담출판사 ㅣ2010>는 '152 True Stories & Innocent Lies : 152 진실과 거짓말 !' 로 작가의 추억 속에서 152개의 진실과 거짓말을 찾는다.

     

 <밤 열한 시 / 황경신 ㅣ 소담출판사 ㅣ 2013>는 '120 True Stories & Innocent Lies' 가 담겨 있다. 밤 열한 시, 하루 중 가장 편안한 시간이 아닐까. 지친 사람들이 그들의 보금자리로 찾아 들어 오늘 하루를 생각하면서 하루를 마감하기 직전의 시간, 내일은 어떤 날이 될 것인지 한 번은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

<생각이 나서 >이후 3년 동안의 이야기를 책 속에 담아 놓았는데, 120 개의 이야기에는 날짜가 기록되어 있으며 어떤 하루이 기록은 때론 시로,  때론 에세이로 채워 나간다. 가을을 지나 겨울로, 겨울을 지나 봄으로, 봄을 지나 여름에 이르기 까지의 밤 열한 시의 이야기이다.

얼핏 생각하면 누구에게나 같을 듯한 것들이지만, 교차하는 듯한, 정반대인 듯한 그런 시간들, 아니 그런 삶들에 대해서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이다.

 

 

<국경의 도서관/ 황경신 ㅣ 소담출판사 ㅣ 2015>은  '초콜릿 우체국' 두 번째 이야기인데, 책의 부제로는 '38 True & Innocent Lies'이니 현실인 듯도 하지만, 환상인 듯도 한 그런 짧은 이야기이다.

 

특히, 명작 속의 문장을 근거로 하여 한 편의  짧은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명작을 근거로 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발췌해서 인용된 문장의 뒷 이야기, 숨은 이야기 같은 이야기이지만 그런 이야기는 황경신이 만들어 낸 이야기일뿐이다.

작가, 소설가, 음악 등의 이야기의 밑바탕이 되는 그런 이야기와 사랑과 이별, 남자와 여자, 그런 주제를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만들어 놓았으니, 황경신의 글쓰기의 독특함을 알지 못한다면 꽤나 혼란스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성은 때로는 동화나 우화와 같은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읽다보면 허무맹랑하게 생각되기도 하고, 때론 사랑과 이별에 대한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기도 하다.

생의 마지막 날에 악마가 찾아오고, 뒤이어 천사가 찾아온다면...

셰익스피어와 슈베르트가 시공간을 무시하고 찾아온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재조명해 본다면...

마음을 파는 가게가 있다면....

작가에게 상상력은 얼마든지 시공간을 뛰어 넘을 수도 있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그 이야기들을 읽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류의 이야기들에는 별로 공감을 받지 않기에 책을 읽으면서도 뭔가 불편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황경신의 글은 작가의 책을 많이 읽지 않은 독자들의 성향에는 좀 맞지 않는 감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본다. 

     

이렇게 '황경신'의 책은 평범하지는 않다. 특이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어떤 책은 깊은 공감을 갖게 하고, 어떤 책은 뭔가 평범하지 않은 책의 내용에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했었다.

여기까지는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황경신'의 책들에 대한 간단한 소견이다. 어쨌든 '황경신'의 필력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가의 책들이 모두 마음에 남는 것은 아니다. 어떤 책은 '나의 독서 취향과는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모두에게 해피엔딩>은 2003년에 출간된 황경신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장편소설이라고 해서 내용이 그리 길지는 않다.

200 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인데, 내용도 간결해서 그리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황경신의 연애소설이라고 하니 그냥 심심할 때에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어내려 갔다.

책 속에는 나와 에이, 비의 사랑이야기 (?), 연애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 어젯밤, 나는 문득 별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그 여름밤이 떠올랐고 사랑이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어. 기다리고 기다릴 때는 오지 않다가 방심하고 있을 때 문득 떨어지는.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 떨어졌구나, 라고 밖에." (p. 32)

 제 1부 : 덜 사랑하는 자 나와 에이의 만남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진도 찍고 출판 관계 일을 하는 여자 주인공인 나는 대학을 졸업한 후에 조교로 일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학교에 갔다가 에이에게 길을 묻게 되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서 만나게 된다. 서른 살인 나 보다 10살이나 어린 대학생 에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운명인지 아니면 나를 마음에 둔 에이의 의도된 계획인지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한 만남. 나에게는 비라는 소꼽친구이자 마음에 담아 둔 사람이 있기에 에이는 선배와 후배, 누나와 동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만났지만 에이는 나와의 첫 만남부터 사랑의 마음을 갖게 된다.

비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자상함과 편안함.

제 2부 : 더 사랑하는 자 에서는 나와 비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비는 오빠의 친구 동생으로 7살에 소꼽친구로 만난다. 초중고등학교를 거쳐서 대학 그리고 사회생활을 할 때까지 서로의 만남을 계속된다. 사랑인지 아니면 우정인지 때론 헷갈리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서로 사랑하기는 하지만 너무 어려서부터 만나서인지 오랜 친구이면서도 만나면 어색하고, 뭔가 빠진 듯한 그런 만남의 연속.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다가가지 않기에 자신들의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전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다시 수평선을 긋게 되는 그런 만남.

물론 제 1부와 제 2부에서 나와 에이, 나와 비의 이야기는 교차적으로 이야기되지만 '덜 사랑하는 자'에서는 에이와의 이야기가, ' 더 사랑하는 자'에서는 비와의 이야기가 비중적으로 다루어진다.

'덜 사랑하는 자'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에이와의 사랑은 별로 마음에 다가오지 않았다.

요즘이야 사랑에는 나이가 없지만, 나의 젊은 시절에는 사랑에도 나이가 있었다. 연애나 결혼에 있어서 남자가 여자보다 2~3살 많은 것이 보편적인 시절이었기에 지금처럼 열 살이 훌쩍 넘는 남녀간의 나이 차이, 그것도 남자가 연하일 경우에는 기이하게 여겨졌었다.

그래서인지 나와 에이와의 연애는 별로 달갑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의 마음 속에는 비가 있기에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제 3부 : 모두에게 해피엔딩'을 읽으면서 차츰 사랑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나의 젊은 날의 추억 내지는 기억들이 살포시 다가오는 것이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풋사랑, 첫사랑, 짝사랑 등등 사랑의 명칭도 많지만, 사랑이란 그 보다도 더 다양한 것 같다.

시작도 못하고 끝난 사랑,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런 사랑, 잊혀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문득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사랑....

나는 소설 속에서 에이와의 사랑 보다는 비와의 사랑에 더 마음이 간다. 나와 비, 친구인 듯, 연인인 듯...

우정으로 시작했기에 사랑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그 사랑이 못내 가슴이 아프다. 서로 마음은 있으나 자존심에서 였을까 아니면 서로의 마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을까. 서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한 그 사랑이 안타깝다.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덜 사랑하면 어떻고, 더 사랑하면 어떨까....

비를 더 사랑하면서, 덜 사랑하는 에이를 사랑을 받아주지도 못하는 나.

" 내 마음이 집착과 소유에 대한 갈망으로 어지러울 때 사람들은 그대로 내버려 두라고 충고해.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나도 곧 알게 되었지. 집착과 갈망이 사라진 자리에는 텅 비어 아름다운 마음이 들어앉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됐어. 욕심도 없고 질투도 없는 마음. 나는 서투르게 그걸 배웠고 그건 아주 어려운 일이었어. " (p. 126)

비가 나를 떠나기 위해서 결혼을 결심하지만 어쩌면 그건 가장 비겁하고 가장 잘못된 선택이 아닐까.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비가 결혼을 한 후에 나는 그런 이야기를 소설로 남기고, 출판사 일로 인터뷰를 하게 된 예술가를 통해서 비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에이에게서도, 비에게서도 진정한 사랑을 얻지 못한 나는 새로운 사랑을 위해 예술가를 선택하는데, 그것 역시 무모한 선택이 아닐까.

그것이 모두가 해피엔딩이 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리라.

" 내 인생은 너무 많이 읽어서 그 내용을 다 외워버린 한 권의 책과 같다. 한 발은 에이, 다른 한 발은 비에 담근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지지부진하게 세월을 낭비하고 있는, 죽어가는 나무와 같다. 수 년 동안 그 모든 것들이 되풀이 되어 왔다. 나는 비를 사랑하지만 비로부터 벗어나야 하고, 에이는 나를 사랑하지만 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두 사람을 끊어내는 일이 가능하지 않다면 내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도 수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망설였고, 몇 번이나 같은 자리로 돌아왔으며,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 (p. p. 183~184)

사랑한다면 망설이지 말자 !!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지 말자 !!

" 아주 사소한 어긋남, 아주 작은 실수, 알아 차리지 못한 미미한 오해들이 우리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던 거야 " (p. 197)

<모두에게 해피엔딩>은 나의 사랑이야기, 우리들의 사랑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에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는 내 인생에 있어서 어떤 순간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책 속의 문장처럼, 사랑이란 '만나서 기뻤고, 슬펐고, 울었고, 웃었고, 기억하고 또 잊었잖아. 그런데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그런 것이 아닐까....

덜 주었다고  사랑이 아니고, 더 주었다고 사랑일까? 이루어진 사랑만이 사랑일까. 잊혀진 사랑도 사랑이라 생각된다.

인생이란 훗날을 알 수 없기에 더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