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스탕달', ' 닥터 러브' 라는 별명이 붙은 '알랭 드 보통'.
또한 그의 이름 앞에는 '일상의 철학자'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어쨌든 '알랭 드 보통'의 작품은 평범하지는 않다.
처음 읽었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ㅣ 청미래 ㅣ
2002>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남녀가 옆 자리에 앉을 확률까지 계산하고, 연인의 만남, 헤어짐 등에
철학자의 생각을 인용하면서 사랑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에 기가 (?)가 찰 정도로 특이한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서는 낭만적인 사랑 그리고 사랑의 전과정을 위트와 유머까지 곁들여서 철학적으로 분석한다.
어떻게 보면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도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같은 의도에서 출발한 소설이고, 소설의
형식은 좀 다르지만 그 책을 읽을 때의 생각이 문득 문득 떠오를 정도로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알랭 드 보통'이 21년 만에 쓴 소설이다. 그러나 소설이기는 하나 소설과 에세이가 한 권의
책에 함께 담겨 있다.
소설적인 내용과 그 내용을 곧바로 뒷받침하는 철학적 통찰이 담긴 에세이가 실린다.
사랑,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 순간부터 사랑하고 고백하고 결혼하고 2세를 낳고 키우고, 갈등하고 미워하고 헤어지려는 마음까지도 가져
보고....
그러나 결혼의 연륜이 쌓이면 그때는 정말 결혼의 의미를 느끼게 되고....
"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사랑이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 논의를 펼친다. " (작가
소개글 중에서 )
'알랭 드 보통'은 달콤하고 행복하기만 할 것같은 낭만적인 결혼에서 점점 멀어지는 결혼 생활의 현실을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 결혼의 시작은 청혼이 아니고, 첫 만남도 아니다. 그보다 훨씬 전에, 사랑에 대한
생각이 움틀 때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맨 처음 영혼의 짝을 꿈꿀 때 다. " (p. 12)
사랑, 결혼이란 잘못된 통념에서 벗어날 때에 결혼의 진실을 알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라 생각된다.
소설적인 재미 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만남에서 결혼 그리고 그 이후의 일상까지 들여다 보기에 어떤 내용들에서는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라 생각되어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이건 작가 자신의 체험에서 나온 내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결혼 :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 (p;
65)
" 현대사회는 부부가 모든 면에서 평등하기를 기대한다지만, 실제로는 고통의 평등을
기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괴로움의 복용량을 확실히 똑같게 측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불행은 주관적인 경험으로, 각 당사자가 실제로는
자신의 삶이 더 저주받았으면 파트너는 이를 인정하고 속죄하지도 않는다는 진지하면서도 경쟁적인 확신에 빠질 유혹이 상존한다. 자신이 더 힘들게
살고 있다는 자기 위안식의 결론을 피하려면 초인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 (p. 194)
" 결혼 : 자신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대단히 기이하고 궁극적으로
불친절한 행위." (p. 237)
" 이 세상에 항상 나쁘기만 한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 스스로도
고통스럽다. 그러므로 적절한 대응은 냉소나 공격이 아니라, 드문 순간이나마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사랑해 주는 것뿐이다. " (p.
270)

소설 속에서 라비 칸이 결혼의 준비는 결혼 생활이 16년 쯤 지난 후에 결혼이 무엇인가를 자각할 때 쯤에 느끼는 것처럼, 결혼이란
서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서로의 장단점을 이해할 수 있을 때에 진정한 결혼의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 보다 훨씬 지난 후에도 결혼의 의미를 찾지 못하기에 결혼을 깨뜨리는 이혼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결혼은 낭만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일찍 깨닫는다면, 일상의 사랑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