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3부작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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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의 작가인 '폴 오스터'는 현대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이며, 미국 문학계에서 진지한 소설을 고집하는 작가이다. 1947년 미국의 뉴저지에서 출생했으며 그의 이모부가 남긴 방대한 문학 서적을 읽으면서 12살에 벌써 작가가 될 것을 결심했다. 
작가의 대표작인 <뉴욕 3부작>은 '소설의 새로운 강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 3부작>에는 '폴 오스터'의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 있는 방>의 단편 모음집이다. 이 작품들은 단편이라기 보다는 중편 정도의 길이로 씌여졌는데, 이 소설들을 읽다보면 작품들이 서로 관련이 없는 듯하지만 전체를 이루는 구성 요소는 관련성이 있다.
" 이 세 편의 소설에서 폴 오스터는 줄거리 보다는 아이디어, 내용 보다는 문체에 더 관심을 기울인 미스터리를 전개한다. 사실 어떻게 본다면 이 세 편의 소설은 줄거리는 없다. <유리의 도시>는 잘못 걸려 온 전화를 받은 뒤 사설 탐정 역할을 떠맡은 좌절한 소설가 퀸의 행적을 좇고 <유령들>은 분명치 않은 이유로 화이트에게 고용되어 블랙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블루를, 그리고 <잠겨 있는 방>은 어느 날 갑자기 홀연히 사라져 버린 옛 친구의 방대한 문학 작품들을 관리하게 된 한 작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오스터는 탐정 소설의 얽히고설킨 사건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 보다는 작가의 이미지, 말하자면 희박한 대기 중에서 사람들을 창조해 내는 주제에 훨씬 더 매혹되어 있다. " ( p. 467, 옮긴이의 말, 옮긴이(황보석)
옮긴이인 '황보석'가 쓴 위의 글이 이 작품을 가장 적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유리의 도시>는 어느날 탐정소설 작가인 퀸에게 전화가 온다. 다짜고짜 그를 탐정 '오스터'라고 하면서 사건을 의뢰한다.  퀸은 탐정소설 작가이니 호기심에 자신이 '오스터'라는 탐정인 척하면서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보스턴 스틸먼 가문의 피터 스틸먼은 어머니가 약물과다 복용으로 자살을 하게 되자, 아버지가 아파트 방에 9년간을 가두어 둔다. 피터의 아버지는 철학과 종교를 전공한 다방면에 뛰어난 교수이다. 
어느날 아파트에 화재가 나면서 이런 만행이 알려지게 되고, 피터는 구조되어 병원에서 언어 치료를 받게 되고, 아버지는 실형을 받게 된다. 그 아버지가 출감하게 되면서 피터의 아내가 아버지를 미행해 달라는 의뢰를 한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생각하지도 못한 결론으로 끝난다. 
<유령들>에서도 화이트의 의뢰를 받은 블루가 그레이를 감시하는 이야기인데, 누가 누구를 감시하는 것인지 모르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잠겨 있는 방>에서도 자신의 시, 소설 등을 출판해서 세상에 내놓기를 원한다는 친구의 아내 말을 듣고 성공적으로 친구의 작품들을 출간하게 되는데...
<뉴욕 3부작>은 탐정 소설의 형식을 빌린 작품들이다. 누군가를 미행하고 감시하고 어떤 단서를 잡으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미행당하고 감시받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 여기에는 교묘한 알레고리가 숨어 있다. 작품 속의 '추적자들'은 단서를 찾아, 감시를 하면서, 사람을 찾아 차근차근 진실에 접근하는 수순을 밟아 나가지만 종국에 가서마주치는 것은 결구 자기 자신의 모습이다."  (출판사 리뷰중에서)

얼마 전에 '폴 오스터'의 <환상의 책>을 읽어서인지 작품의 내용들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뉴욕 3부작>을 읽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면 작가의 <달의 궁전>과 <빵굽는 타자기>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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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7
오스카 와일드 지음, 임종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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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는  19세기 영국 최고의 극작가이자 단편소설의 대가이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그가 쓴 아름다운 동화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행복한 왕자>가 있다. 그의 작품의 특색은 풍자와 유머 그리고 극적인 유미주의이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자신의 지나친 외모 지상주의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 온 작품이다. 완벽한 외모를 가진 청년인 도리언 그레이는 화가 바질 홀워드에게 극찬을 받게 된다. 화가가 그려 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는 완벽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외모는 영원할 수 있을까.도리언 그레이가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에 갖고 영원히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할 것이라는 생각은 헛돼고 헛되다. 그러나 도리언 그레이의 외모가 늙지 않고 청년의 모습을 간직할 수록 초상화는 늙고 흉하게 변하게 된다.
어느날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이 나쁜 행동을 하게 되면 초상화가 추악하고 잔인한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알게 된다. 
" 운명이 나를 위해 최상의 기쁨과 더 없는 슬품을 함께 준비해 놓은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 (p. 20)


도리언 그레이는 시벌 베인이라는 청순한 연극 배우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의 연기하는 모습을 함께 보러 간 화가인 바질 홀워드와 헨리 워튼 경 앞에서 시벌 베인은 형편 없는 연기를 보이게 되자 분노한 도리언 그레이는 시벌 베인과의 절교를 선언한다. 
17살의 어린 연극 배우는 절망감에 자살을 한다. 이로부터 도리언 그레이의 비행이 시작된다.
그럴수록 초상화는 추악하게 변하는데...
초상화는 마술적 거울이 될 것이며 자신의 몸을 보여주듯이 자신의 영혼도 보여 줄 것이다. 
이런 타락의 원인으로는 해리경의 영향도 크다. 
도리언 그레이는 점차 자신의 아름다움에 매혹되고 점점 그의 영혼은 타락하게 된다. 영혼과 외모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는 이렇게 말한다."바질 홀워드는 제가 생각하는 저의 모습이고, 헨리 경은 세상이 바라보는 저의 모습이며, 도리언은 제가 되고 싶어하는 저의 모습입니다. " (오스카 와일드의 말, p. 387)
과연 도리언 그레이는 어떤 삶을 원했을까, 어떤 자신의 모습을 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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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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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좋아하고 사색에 잠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구름을 좋아한다. 하늘의 구름은 계절에 따라서 시간에 따라서 날씨에 따라서 각양각색으로 변한다. 아마도 이 세상의 어떤 것 보다도 변화무쌍할 것이다.
나는 하늘의 구름을 보기를 좋아한다. 요즘처럼 다양한 구름이 떠 있는 가을의 하늘을 좋아한다. 그래서 하늘을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헤세는 초기 작품인 <페테 카멘친트>에서 만년의 소설인 <유리알 유희>에 이르기까지 헤르만 헤세는 자연의 묘사로 하늘 위의 마법의 현상인 구름을 표현하고 해석해 왔다.  아마도 헤세가 시, 소설 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조예가 깊었기에 하늘의 구름들에 관심이 많았고, 그를 작품 속에 녹여 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는 독일의 '폴커 미헬스'가 '헤르만 헤세'의 초기 작품부터 마지막 작품까지에서 구름과 관련된 글들을 모아서 엮은 책이다. 
이미 '폴케 미헬스'는 '헤르만 헤세'의 유고집을 출판하는 일을 했고, 최초의 헤세 전집을 발간했다. 헤세의 글을 모아서 엮은 <헤르만 헤세, 내게 손을 내밀다>, <화가 헤세>, <헤르만 헤세의 시와 음악> 등의 책도 출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요즘 가을의 하늘은 너무도 아름답다. 뭉게구름 속에 자세히 보면 무지개 다리를 건넌 강아지의 모습도 있고, 풀밭에서 뛰노는 토끼의 모습도 있다.
'헤르만 헤세'는 이런 구름의 변화하는 모습에서 다채로운 변주를 찾아내 그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작품 속의 몇 줄의 글로 표현했다. 


헤세에게 있어서 구름은 또 다른 자아였다고 할 수 있다. 구름은 헤세의 이상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하늘위를 곱게 수놓은 구름은 인간의 한계를 넘는 영원과도 맞닿아 있었다. 구름이 의미 있는 것은 바로 구름이 흘러간다고 표현하는 움직임 때문이다. 구름에는 색이 있다. 흰색, 쟂빛, 핑크빛, 황금빛....
해 뜰녘의 구름, 해질녘의 구름은 태양의 영향을 받아서 붉게 물든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의 구름은 성난 파도처럼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구름을 작품 속의 글에 섞어 써놓은 헤세의 시, 산문 등에서 발췌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그래서 구름과 헤세의 마음을 한꺼번에 읽을 수 있다.



*** 꽃가지 ***
쉼 없이 이리저리
꽃가지가 바람결에 나달거린다.
쉼 없이 아래위로
내 마음이 아이처럼 사부작거린다.
환한 날과 흐린 날 사이에서.
욕망과 고행 사이에서

꽃잎이 바람에 흩어지고,
가지에 열매가 달릴 때까지.
아이 상태에 지친 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삶의 소란스러운 놀이도 무척 즐거웠고
헛되지 않았다고 고백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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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 단편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0
0. 헨리 지음, 이성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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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는 약 10여 년간 작가 생활을 하면서 단편 300편을 발표한 단편 작가이자 소설가이다. 단편소설 작가로는 '지 드 모파상' '애드거 앨런 포', '안톤 체호프' 등이 유명 작가이다. 
'오 헨리'는 어려서 어머니가 일짝 돌아가셨기 때문에 숙모 밑에서 자란다. 숙모가 경영하는 사숙에서 초등 교육을 받고 숙부의 약국에서 일하면서 독서와 교육을 통해 작가가 될 추리력과 투시력을 키웠다. 
이후 자립을 하여 텍사스 주에 가서 카우보이, 점원 등의 직업을 갖게 된다. 결혼 후에는 은행에서 근무를 하면서 주간지를 창간하고 신문에 글을 기고하기도 한다. 
은행 근무 중에 공금횡죄로 고발되어 남미로 피신을 하는데 아내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받고 귀국했다가 체포되어 5년형을 받게 된다. 그래서인지 '오 헨리'의 단편 중에서 경찰, 범죄인, 수감 등에 관한 단편이 있는데 이런 체험에서 나온 작품이 아닌가 한다. 


'오 헨리'의 단편 중에 크리스마스 시즌에 많이 회자되는 작품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가난한 부부의 애틋한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인데, 아내는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긴 머리를 잘라 남편의 금시계에 어울리는 백금 시계줄을 사고, 남편은 자신의 물건 중에서 가장 귀한 금시계를 팔아서 아내의 긴 머리에 어울릴 머리핏을 사오는 이야기이다.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의 이야기, 자신의 가장 귀한 물건을 아낌없이 팔아서 상대방의 선물을 사는 마음이 애틋하지만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 작품과 함께 겨울이면 생각나는 소설은 <마지막 잎새>이다. 가난한 화가들이 모여 사는 화가촌의 허름한 벽돌집에서 일어나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폐염에 걸린 존시는 창문 밖의 담쟁이의 잎새를 세고 있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버만 할아버지는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는 밤에 담장에 떨어지지 않는 잎새를 하나 그려 놓고 세상을 떠난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들은 아주 짧으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다. 학창시절에 <크리스마스 선물>, < 마지막 잎새> 그리고 <20년 후>는 영어시간에 원문을 해석하는 숙제를 했던 작품들이다.
당시, 친구들과 <20년 후>를 해석하는 숙제를 하면서 5친구가 '우리도 20년은 아니지만 10년 후 어느날, 학교 앞에서 만날까?' 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실행에 옮겨 지지는 않았다. 
<20년 후>는 두 친구의 이야기로 20년 어느날 '빅 조 브래드' 레스토랑 앞에서 밤 10시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지미 웰스는 경찰관이 되었고, 서부로 간 친구는 밥은 경찰에 쫒기는 범죄자가 됐다.
경찰이 된 웰스는 약속 시간에 그 장소에 나왔으나 친구 밥이 경찰이 찾는 범죄자임을 알고 몇 마디를 건넨 후에 그 곳을 떠난다. 다른 경찰이 와서 밥을 체포하면서 친구 웰스가 약속 장소에 나왔음을 이야기해 준다.
이외에도 '경찰관과 찬송가', '도시물을 먹은 사람'등은 경찰과 범인의 이야기이다. 
단편소설의 특징이 뜻밖의 결말에 있는데, 그것이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단편소설이 가지는 장점이 아닌가 한다.
'오 헨리'의 작품의 테마는 우의(友誼)기 넘치는 이해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밀도있는 구성과 풍부한 어휘, 위트, 간결한 문장으로 묘사하여 독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가져다 준다. 
오래 전에 읽었던 작품들을 다시 끄집어 내서 읽는 묘미는 추억을 상기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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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과 6펜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7
    서머싯 몸 지음, 안흥규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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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과 6펜스>는 '서머싯 몸'을 세계적인 작가가 되게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인생관이 가장 강렬하고도 아름답게 표출되었다. 작가는 고문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8살에 어머니가 죽고 2년 후에는 아버지가 죽으면서 숙부 밑에서 자랐다. 독일 유학을 한 후에는 영국에서 의과대학을 다녔고 의사 자격증도 있다. 작가로서는 특이한 학력과 경력이다.  그의 대표작인 <인간의 굴레>는 자전적 소설이니 이 작품도 함께 읽어 보면 좋을 듯하다.


    <달과 6펜스>에서는 40세의 나이에  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사회와 가정을 버리고 비참하리만큼 가난에 찌든 생활을 마다하지 않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7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한 그는 어느날 갑자기 부인과 두 자녀를 버리고 파리로 떠난다. '17년 동안 부양을 했으니 이제 혼자 힘으로 살아야 하지 않겠소'아내는 그런 남편이 바람이 나서 어떤 여자와 함께 떠났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의 화자가 파리에서 찰스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그동안 주식 중개인으로 살았지만 이제는 자신의 꿈인 화가가 되겠다고 한다. 


    5년 후에 다시 파리를 찾은 화자는 프랑스 친구 더크 스크로브에게서 스트릭랜드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는 그린 그림을 팔지도 않고 겨우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가난한 생활을 한다.


    " 난 과거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오. 중요한 것은, 영원히 지속되는 현재일 뿐이오" (p. 125)


    스크로브는 스트릭랜드의 그림을 호평을 하지만 그의 아내는 자신의 남편의 그림을 무시하는 스트릭랜드에게 경멸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
    어느날 홀로 병에 걸려 죽어가는 스트릭랜드를 스크로브는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설득을 하여 자신의 집에 데려 와서 극진히 간호를 한다. 
    그런데 스크로브의 아내와 스트릭랜드가 사랑에 빠지고....
    물론, 스트릭랜드는 스크로브를 자신의 그림의 모델 정도로 여겼을 지도 모른다.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그들의 사랑은 스크로브의 아내인 블란치의 자살로 끝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관찰자 시각의 '나'는 타이티에서 스트릭랜드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이 당시에는 이미 스트릭랜드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그림이 훌륭한 평가를 받은 시점이다.


    " 세상은 고통스럽고 잔인한 곳이야. 우리는 이유도 모르고 이곳에 왔다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훌훌 떠나야 한다네. 겸허해야겠지. 고요 속의 아름다움을 찾아야 한다네. 운명의 신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조용하게 살아야 해. 소박하고 무지한 사람들의 사랑을 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일세. 그들의 무지는 우리의 어떤 지식보다 귀중한 것일세. 우리는 왜 우리의 작고 사소한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들처럼 순진하고 온화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그게 바로 인생의 지혜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p.p. 208~209)


    "스트릭랜드를 사로 잡았던 건 아름다움을 창조하려는 열정이었습니다. 그는 한 시도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 열정이 그를 이리저리 몰고 다녔으니까요. 그는 어떤 신성한 향수에 사로잡힌 영원한 순례자였고, 그의 몸 소게 도사린 악마는 너무나도 무정했지요. 진리에 대한 욕구가 너무도 강렬한 나머지 그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자기 세계의 기반마저 깡그리 산산조각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트릭랜드가 바로 그런 인간이었어요. 그의 경우에는 다만 아름다움이 진리를 대신했을 뿐이지요. 그래서 나는 그에게 깊은 공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 (p.p. 310~311)


    스트릭랜드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아내와 자녀를 버렸고, 파리에서는 죽어가는 자신에게 호의를 보였던 친구의 가정을 파괴하고 끝내는 친구의 부인 마저 자살하게 했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한 치의 미안함도 없었다.
    그는 인생을 살아 가면서 한 번도 뉘우치거나 후회를 하지 않았다. 오직 그림을 위해서 구차한 삶도 마다하지 않았다. 
    타히티 섬에서도 가정을 이루어 자녀를 두었고, 나중에는 나병에 걸려 사람들의 기피 대상이 돼서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나병으로 눈 먼 그는 오두막 벽에 그림을 그리지만 자신의 죽음과 함께 태워 버리라고 한다.
    가족도, 친구도 모두 파괴하고 자신의 꿈만을 이루기 위해 걸인처럼 살았던 그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악마, 괴물같은 행동도 서슴치 않고 행했던 그에게 예술적 성공만을 했다고 높이 평가해야 할까. 
    소설의 제목인 '달과 6펜스'는 '달'은 '광기와 예술의 극치'를. '6펜스'는 '재산과 세속적인 명성을 갈망하는 감정의 상징'이라고 한다. 
    스트릭랜드는 '달'을 향해 인생을 불태웠을지는 몰라도 '6펜스'와는 무관한 인물이었다. 그가 원한 것은 '달'이 아니었을까. 
    예술가들이 괴팍한 성격에 자신이 살던 시대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인물들이 많은데, 소설이기는 하지만 이런 유형의 인간의 삶은 아무리 훌륭한 화가라 할 지라도 이해하기 힘든 인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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