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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7
서머싯 몸 지음, 안흥규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달과 6펜스>는 '서머싯 몸'을 세계적인 작가가 되게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인생관이 가장 강렬하고도 아름답게 표출되었다. 작가는 고문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8살에 어머니가 죽고 2년 후에는 아버지가 죽으면서 숙부 밑에서 자랐다. 독일 유학을 한 후에는 영국에서 의과대학을 다녔고 의사 자격증도 있다. 작가로서는 특이한 학력과 경력이다. 그의 대표작인 <인간의 굴레>는 자전적 소설이니 이 작품도 함께 읽어 보면 좋을 듯하다.

<달과 6펜스>에서는 40세의 나이에 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사회와 가정을 버리고 비참하리만큼 가난에 찌든 생활을 마다하지 않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7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한 그는 어느날 갑자기 부인과 두 자녀를 버리고 파리로 떠난다. '17년 동안 부양을 했으니 이제 혼자 힘으로 살아야 하지 않겠소'아내는 그런 남편이 바람이 나서 어떤 여자와 함께 떠났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의 화자가 파리에서 찰스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그동안 주식 중개인으로 살았지만 이제는 자신의 꿈인 화가가 되겠다고 한다.
5년 후에 다시 파리를 찾은 화자는 프랑스 친구 더크 스크로브에게서 스트릭랜드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는 그린 그림을 팔지도 않고 겨우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가난한 생활을 한다.
" 난 과거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오. 중요한 것은, 영원히 지속되는 현재일 뿐이오" (p. 125)
스크로브는 스트릭랜드의 그림을 호평을 하지만 그의 아내는 자신의 남편의 그림을 무시하는 스트릭랜드에게 경멸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
어느날 홀로 병에 걸려 죽어가는 스트릭랜드를 스크로브는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설득을 하여 자신의 집에 데려 와서 극진히 간호를 한다.
그런데 스크로브의 아내와 스트릭랜드가 사랑에 빠지고....
물론, 스트릭랜드는 스크로브를 자신의 그림의 모델 정도로 여겼을 지도 모른다.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그들의 사랑은 스크로브의 아내인 블란치의 자살로 끝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관찰자 시각의 '나'는 타이티에서 스트릭랜드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이 당시에는 이미 스트릭랜드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그림이 훌륭한 평가를 받은 시점이다.
" 세상은 고통스럽고 잔인한 곳이야. 우리는 이유도 모르고 이곳에 왔다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훌훌 떠나야 한다네. 겸허해야겠지. 고요 속의 아름다움을 찾아야 한다네. 운명의 신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조용하게 살아야 해. 소박하고 무지한 사람들의 사랑을 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일세. 그들의 무지는 우리의 어떤 지식보다 귀중한 것일세. 우리는 왜 우리의 작고 사소한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들처럼 순진하고 온화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그게 바로 인생의 지혜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p.p. 208~209)
"스트릭랜드를 사로 잡았던 건 아름다움을 창조하려는 열정이었습니다. 그는 한 시도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 열정이 그를 이리저리 몰고 다녔으니까요. 그는 어떤 신성한 향수에 사로잡힌 영원한 순례자였고, 그의 몸 소게 도사린 악마는 너무나도 무정했지요. 진리에 대한 욕구가 너무도 강렬한 나머지 그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자기 세계의 기반마저 깡그리 산산조각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트릭랜드가 바로 그런 인간이었어요. 그의 경우에는 다만 아름다움이 진리를 대신했을 뿐이지요. 그래서 나는 그에게 깊은 공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 (p.p. 310~311)
스트릭랜드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아내와 자녀를 버렸고, 파리에서는 죽어가는 자신에게 호의를 보였던 친구의 가정을 파괴하고 끝내는 친구의 부인 마저 자살하게 했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한 치의 미안함도 없었다.
그는 인생을 살아 가면서 한 번도 뉘우치거나 후회를 하지 않았다. 오직 그림을 위해서 구차한 삶도 마다하지 않았다.
타히티 섬에서도 가정을 이루어 자녀를 두었고, 나중에는 나병에 걸려 사람들의 기피 대상이 돼서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나병으로 눈 먼 그는 오두막 벽에 그림을 그리지만 자신의 죽음과 함께 태워 버리라고 한다.
가족도, 친구도 모두 파괴하고 자신의 꿈만을 이루기 위해 걸인처럼 살았던 그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악마, 괴물같은 행동도 서슴치 않고 행했던 그에게 예술적 성공만을 했다고 높이 평가해야 할까.
소설의 제목인 '달과 6펜스'는 '달'은 '광기와 예술의 극치'를. '6펜스'는 '재산과 세속적인 명성을 갈망하는 감정의 상징'이라고 한다.
스트릭랜드는 '달'을 향해 인생을 불태웠을지는 몰라도 '6펜스'와는 무관한 인물이었다. 그가 원한 것은 '달'이 아니었을까.
예술가들이 괴팍한 성격에 자신이 살던 시대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인물들이 많은데, 소설이기는 하지만 이런 유형의 인간의 삶은 아무리 훌륭한 화가라 할 지라도 이해하기 힘든 인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