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에 혼자 서다 - 34살 영국 여성, 59일의 남극 일기
펠리시티 애스턴 지음, 하윤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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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어떤 한계에 도전하는 것을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이 책은 바로 한 여성의 남극 횡단일기이자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여 성공을 이룬 한 여성의 내면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인 '펠리시티 애스턴'은 23살이 되던 해에 영국 남극조사단 로테라 연구기지로 가는 길에 처음 남극대륙을 보게 된다. 그때 그녀는 기후와 오존을 관측하는 기상학자의 자격으로 그곳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후 2009년에는 최대 규모의 국제 여성팀을 이끌고 남극해안에서 남극점까지  900km 에 이르는 길을 스키를 타고 원정하였다. 그밖에도 여성팀으로 구성된 탐험대와 그린란드 횡단, 아이슬란드 원정 등을 한 경험도 있다.

그녀는 다시 혼자서 남극대륙을 횡단하게 되는데, 이 여정의 기록이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완벽하게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자신만의 주도성에 의지하여 남극 대륙을 횡단하게 되는데, 그 일정을 첫 째날 부터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남극대륙이란 우리에게는 연구기지가 존재하는 곳이라는 생각만을 갖고 있는데, 그곳은 그 어떤 곳보다 아름답지만 무섭기도 한 곳이다. 장엄함의 진수라고 표현해야 할까... 눈으로 덮인 크레바스가 곳곳에 있기에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하고, 혹독한 추위에 견디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그런 위험한 곳이 남극이다.

또한 남극은 대륙이라고는 하지만 해안선을 알아보기도 쉽지 않은 곳이다. 대륙을 뒤덮은 두꺼운 얼음 층이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 내려와 빙붕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단을 형성하기에, 대륙과 바다를 육안으로 구분하기가 힘든 곳이다.

 홀로 스키를 타고 남극 대륙을 횡단하기 시작한 첫 날, 일정이 끝나갈 무렵 더할 나위 없는 희열이 몰려 오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깐 그녀는 깊은 침묵의 두려움이 밀려옴을 느끼게 된다.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벅찬 남극대륙 횡단, 날이 갈수록 날씨는 혹독해지고 얼굴까지 꽁꽁 감싸매 보지만 그 추위를 견디기는 힘겨울 뿐이다. 더군다나 수분 유지를 위해서 하루에 4L의 물을 마시다 보니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데, 추위 속에 신체를 노출 시킨다는 것은 뻣뻣한 마비 증세를 보이게 되기도 하고 날카롭게 살을 파고드는 고통은 감내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렇다고 물을 안 마시면 탈수증에 걸려서 혈액 순환이 느려지고 신체의 말단이 추위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 평상시에는 아무 것도 아닌 이런 일 조차도 남극대륙에서는 크나큰 일이 된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 스콧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남극점에 도달했지만 이미 노르웨이인들이 남극점에 먼저 도착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절망감. 스콧은 절망감을 안고 귀환을 하던 중에 안전지대를 몇 km 앞둔 상황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스콧은 아마도 그당시에는 누군가가 혼자서 그것도 여성이 홀로 스키를 타고 남극대륙을 횡단하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애스턴에게 스콧은 불굴의 정신을 가진 영웅이기는 하지만 롤모델은 될 수 없다 고 한다.

'펠리시티 애스턴'은 59일간에 걸쳐서 1700 km의 여정으로 남극대륙을 횡단한다. 그 여정으로 인하여 그녀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물론, 그녀는 남극대륙을 횡단한 후에 많은 변화를 느끼게 된다. 새로운 확신과  단호한 평정심이 생기게 되고, 앞으로 자신에게 있어서 의미를 지니게 될 도전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뚜렷하게 알게 된다.

지금까지 남극대륙을  혼자 횡단한 사람은 딱 세 사람이 있다. 그 중에 2명은 남자이고, 여성으로는 펠리시티 애스턴이 처음이다. 

그만큼 미지의 세계에 대한 위험이 뒤따르고, 혹독한 추위를 견디어야 하고, 홀로 외로움을 감당해야 하는 모험이지만 그렇기에 어떤 여정보다도 가치있는 모험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 책은 우리에게는 아직까지도 낯선 남극에 대한 정보와 함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불굴의 용기와 가슴 벅찬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놓았다. 

'펠리시티 애스턴'은 진정한 용기를 가진 영웅이자 우리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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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 꿈나무 파워 클래식 꿈꾸는소녀 Y 시리즈 2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꿈꾸는 세발자전거 옮김 / 미다스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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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 중에 < 작은 아씨들>, < 빨간 머리 앤>, < 키다리 아저씨>가 '꿈꾸는 소녀 y 시리즈'로 나왔다. 이 세 권의 책들은 소녀적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책들이니 소녀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누구나 행복감에 젖었을 그런 책들이다.

 그 중에도 나는 <작은 아씨들>을 제일 좋아했다. 이 소설은 네 자매의 이야기이기에 딸이 많은 우리집 이야기와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인공들과 우리 자매들을 대비시키는 재미도 있었다.

그런 책으로는 좀 더 커서 읽은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과 박완서의 < 휘청거리는 오후>가 있었는데, 그 책들은 자매들의 이야기를 다루기는 하지만 욕망을  좇아 가는 물질 숭배의 사상들이 당시의 세태와 어우러진 소설들이어서 우리 자매들과 빗대어 읽기에는 거북스러운 내용들이 많았다.

그런 반면에 소녀적에 읽은 <작은 아씨들>은 물질적으로는 궁핍한 가정이지만 서로가 큰 힘이 되어 주는 네 자매의 이야기가 밝고 맑아서 희망적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초등학교 시절 읽었던 그 소설을 몇 번인가를 또 읽었고,  TV 만화 영화나 외화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보게 되었다.  

이번에 다시 읽게 된 <작은 아씨들>은 소설만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꿈꾸는 소녀 y시리즈>로 소설을 읽기 전에 이 작품에 대한 발표시기, 소설의 배경과 유형, 작가 소개, 주요 등장인물의 상세한 정리를 해 준다.

그리고 일정 부분의 이야기가 끝나면 국어 자습서처럼 이 책을 읽는 대상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에 대하여 어휘의 뜻을 짧게 풀어주고, 단어의 뜻이 소설에서 어떻게 쓰였는가를 알아 본다.

그리고 좀더 심층적으로 단어와 관련되 여러가지  뜻, 유의어, 반의어 등을 알아 보고, 함께 나오는 한자의 뜻풀이까지 살펴본다.

이런 과정이 어떻게 보면 소설을 읽는데, 방해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아직 소설에 나오는 어려운 단어들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소설을 읽으면서 어휘력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을 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국어공부를 위한 가이드 맵'의 역할을 해 준다고 볼 수도 있다.

<작은 아씨들>의 배경은 1860년 미국, 당시는 남북전쟁을 하던  때이다.

이 소설은 순수하고 예쁜 소녀들은 메그, 조, 베스, 에이미, 네 자매들이다. 그리고 남북전쟁에 목사로 참전한 아빠와 현명한 엄마. 그리고 가난한 이들과는 다른 부유한 로렌스가의 겉으로는  쌀쌀맞고 냉정해 보이지만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로렌스 할아버지와 병약한 손자 로리가 등장한다.

네 자매는 성격도 다르고, 소질도 다르지만 누구 보다도 사랑이 넘치는 소녀들이다. 메그는 생각이 깊고 성실하지만 약간은 허영심을 가지고 있지만 곧 자신에게 맞는 결혼 상대자를 찾게 된다.

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둘째 딸 조는 솔직하고 천진난만하고 쾌활한 소녀로 학교를 다니는 대신 할머니의 도우미로 일한다.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조는 바로 이 소설의 작가인 '루이자 메이 올콧'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소설은 작가의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인데, 소설 속의 셋째 딸인 베스는 작가의 동생 중에 세상을 일찍 떠난 동생과 비슷한 설정이다. 이 소설에서는 수줍음이 많고 음악을 좋아하는 소녀인데, 병에 걸려서 여러 날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막내인 에이미는 막내답게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지만 고집스러운 면이 있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날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다음 해 크리스 마스 날의 이야기로 끝맺는다. 전쟁터에 간 아빠가 없는 크리스마스, 경제적으로도 힘들기에 크리스마스 선물도 기대할 수 없는 딸들은 엄마의 선물을 준비하고 연극공연을 하고...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조와 로렌스가의 로리가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활기차게 돌아간다. 가난하지만 화목한 조의 가정과는 달리 부유하지만 부모를 일찍 여위어서 외로운 로리의 가정은 쉽게 친해지고...

얼마후 메그 언니가 2주간의 휴가로 모팻가에 가게 되면서 메그는 잠깐 허황된 생각에 빠지기도 하지만, 착한 언니는 자신의 잘못을 곧 깨닫게 된다.

그리고 에이미가 연극 공연에 자매들이 데리고 가지 않은 것에 화가 나서 조가 몇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쓴 소설을 난로 속에 넣어 태워 버리는 일이 생기고,

아빠가 전쟁터에서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가 그곳으로 떠난 사이에 베스가 병에 걸리게 되고, 아빠의 병간호를 로리의 과외 선생이 맡아 주게 되며서 엄마는 베스 곁으로 돌아온다.

1년이 지난 크리스마스.... 아빠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는 가족들.

여기에서 가족들의 행복은 엄마의 딸에 대한 교육이 은연중에 나타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자매들이 서로를 아껴주고 보듬어 주는 속에서 활짝 피어난다. 가난하지만 서로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가족들.

" (...) 난 내 딸들이 아름답고, 착하고, 훌륭하게 자라기를 바란단다.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칭찬받고 존경받기를 원해. 행복한 젊은 날을 보내고 현명하게 결혼하고, 근심걱정 없는 보람된 삶을 살기를 원하지. 여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은 좋은 남자의 사랑을 받는 것이란다. (...) 아무리 화려하고 좋은 저택이 있더라도 사랑이 없다면 아무 소용없어. 물론 돈이란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서는 안 돼 (...)" (p.176)

" 원래 슬픔이 지나면 기쁨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워 준단다. 올해는 우리에게 정말 힘든 해였어. 이제부터는 고통 대신 행복이 가득할 거야 " (p. 383)

요즘 소녀들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이 책은 마치 가문의 네 딸들의 사랑과 이해, 갈등, 꿈의 이야기가 여러 사건들을 바탕으로 잘 꾸며져 있다. 세월이 흘러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명작소설. 이 책을 통해서 가족간의 사랑을 되짚어 볼 수 있다.

그런데 <작은 아씨들>에서는 메리와 브룩의 사랑이야기가 끝부분에 나오고, 조도 로리와 좋은 관계를 가지게 되는데,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그들의 결혼 이야기가 궁금했던가 보다.

그래서 독자들은 은 아씨들은 누구와 결혼을 하는지에 관한 편지를 작가에게 많이 보냈다고 한다.

작가는 <작은 아씨들>의 속편으로 <좋은 아내들>을 선 보였는데, 이 책도 <작은 아씨들>과 마찬가지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이 책의 작가 소개글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나는 아직 <좋은 아내들>이란 책을 알지 못했으니 그 이야기들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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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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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는 일본의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트, 에세이스트인데, 우리에게는 '수짱 시리즈'의 만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수짱 시리즈'인 <지금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 <수짱의 연애> 중에 2권을 읽었는데, 그 만화들의 공통점은 30~40 대 여성들이 느낄 수 있는 사소하고 소소하지만 그래도 누구나 몇 번씩은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보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혼을 한 여성인 경우에는 결혼 후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일 경우에는 결혼을 해도, 결혼을 하지 않아도 고민스러운 그런 일상과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아주 소소한 일상 속에서 찾아 내고 있다. 그래서 '수짱 시리즈'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그저 그런 별 볼 일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그 만화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 점은 공감 그 자체이다.

'바로 이건 내 이야기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맞아,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지!' 하는 속삭임을 마음 속에서 부터 듣게 된다.

'수짱 시리즈'외에도 '마스다 미리'의 만화로는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주말엔 숲으로>를 읽었는데, 그 책들도 역시 여성들의 꿈, 휴식 등을 다룬 책으로 '수짱 시리즈'와 같은 맥락의 만화이다.

그동안 '마스다 미리'의 만화 4권을 읽으면서 내용이 너무 간단하고 이야기의 흐름도 간결하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그것은 바로 30~40대 여성들이 느끼는 사소하지만 그들 모두가 느끼는 그런 생각들을 담아 놓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보면 유명 일러스트레이트 임에도 불구하고 만화 속의 주인공이나 배경 등, 그림이 너무 어설픈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세밀한 디테일은 전혀 찾아 볼 수 조차 없다. 그래서 그녀의 만화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성의없는 일러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마스다 미리'의 일러스트의 매력이자 트렌드이다.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만화만 소개된 '마스다 미리'의 첫 번째 산문집이다. 이 책은 '여자공감만화가'에서 '여자공감 에세이스트'로 나아가는 첫 번째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 그녀는 에세이로도 우리와 친숙해 질 수 있다는 여지를 보여 준다.

이 책의 내용은 '마스다 미리'의 만화가 글로 변환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녀가 만화를 통해서 아주 간결한 만화로 찾아 왔다면 그 이야기에 좀 더 자세하게 상황 설명과 심리 분석 등을 살린 문장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그녀의 만화 주인공인 '수짱'이 바로 작가 자신처럼 느껴지듯이 이 책의 이야기들도 모두 작가의 이야기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우리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 아니 그 보다도 더 소소해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야기거리도 되지 않을 것 처럼 느끼고 있는 그런 이야기를 쏟아 놓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더 공감이 되는 것은 바로 이 이야기들이 '수짱'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바로 내 이야기이기도 하지 때문이다.

작가는 1969년생이고 미혼이다. 이 책 속의 한 토막 이야기 중에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그녀의 나이 42세 때에 쓴 글이다. 40대의 나이, 그리고 미혼이라면 누구나 느끼게 될 자신의 나이, 과연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을 하게 될까... 그런데, 이런 숫자 놀음은 어떨까?

'마스다 미리'가 일 때문에 받은 편지 속의 젊은이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 14세를 2회 산 젊은이 입니다." 28세란 나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래서 작자는 자신의 나이를 " 14세를 3회 산" 이라고....

마치 우리나라에서 어르신들이 '5학년 8반', '6학년 5반'이라고 자신의 나이를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이렇게 부르면 좀 더 부드럽고 어려지는(젊어지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새삼 정겹게 느껴진다.

작가는 이 책 속에 '수짱'이란 이름이 만화 주인공이 된 이유, 흙냄비에 밥짓기, 친구와 수다떨기, 피아노 배우기, 미대 입시, 이메일, 가족 이야기, 동창생들과의 15 년만의 재회 등의 이야기를 그녀 특유의 진솔함과 담백한 위트로 풀어나간다.

특히, 수짱 시리즈 중에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가 <수짱, 마이짱 & 사와코 상>이란 제목으로 영화로 만들어 졌는데, 그 영화를 보면서 울어 버렸다고 한다. 그 대목을 읽으면서 가슴이 찡해진다.

" 아버지나 엄마 뿐만이 아니라 많은 바깥 세상 사람들이 어린 내게 마음을 써주었다. 그런 많은 '애정 담긴 한 마디'의 힘이 어른이 된 내게는 가득차 있다. " (p. 148)

그러나 그녀도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으니, 저녁  무렵 붐비는 백화점 지하에서 '오징어 튀김 100그램 주세요'라고 말하는데, 외로움이 밀려 왔다는 대목에 가슴이 짠해진다.

여자 나이 40대 미혼 여성이 느끼는 쓸쓸함이 스멀스멀 다가온다.

'수짱 시리즈' 그리고 그녀의 다른 만화들, 에세이 모두 중년으로 넘어가는 여성들의 일상을 소소하게 담아 놓았기에 여성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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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 더 깊고 강한, 아름다운 당신을 위한 마음의 당부
김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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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김미라'는 라디오 방송작가이다. 그녀가 원고를 집필하는 라디오 방송 중에 '별이 비차는 밤에'만을 알고 있지만, 내가 그 음악 방송을 들은 것은 이미 수십 년이 지났으니, 나는 저자의 대본으로 방송되는 라디오 방송을 듣지는 못했다.  그래도 짐작되는 것은 그 프로그램은 특성상 한 밤중에 잔잔하게 소곤거리는 듯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들이 아닐까 하는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된 <삶이 내게 무엇을 묻러라도>는 정말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시끄럽고 부정적인 세태에서 이런 긍정적인 글들을 읽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낀다.

이 책 속 표지에 씌여 있는 작가 소개 글부터 마음에 와닿는다.

" (...)매일 마주하는 소박한 세상살이 속에서 생의 위대함을 발견하는 사람, 인생의 정답보다는 아름다운 답을 찾으려는 사람(...)" 이런 수식어로 설명해 주는 그녀. 역시 책 속의 글들이 편안함을 가져다 주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누군가는 김미라의 언어를 '밑줄을 긋고 싶게 만드는 글'이라고 극찬을 한다. 그의 말처럼 이 책 속에 밑줄을 긋는다면 온통 붉은 글을 긋고, 돼지 꼬리 몇 개씩을 그려 넣어야 하리라.

" 마중 나간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의 특권, 마중 나갈 수 있을 때 마중하러 가야 한다. 언젠가 마중 나갈 수 없는 시간이 오기 전에, 혹은 마중할 사람이 사라지고 없는 시절이 오기 전에" (p.35) 

" 한 번에 모든 것을 볼 수는 없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들을 수도 없다. 살아 보기 전에는, 그 나이에 이르기 전에는, 그런 현실에 이르기 전에는, 그런 입장이 되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러므로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 것, 성급하게 절망하지 말 것. " (p. 61)

" 사랑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지금껏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그 사람의 아름다움을 발굴하는 힘. 그가 지금껏 발휘하지 못한 능력까지도 알아차리는 힘. 사랑이란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순간에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오해에도 흔들림 없는 믿음을 보여주는 순간에 만개하는 꽃, 유통기한이 짧은 연정만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 (p. p. 104~105)

" 아릅다운 순간은 우리곁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단풍처럼. 그러니 그 시기를 놓치지 말고 가슴 벅차도록 누릴 것, 빈 나뭇가지에더소 꽃과 단풍을 충만하게 찾아낼 수 있는 만큼. " (p. 202)

평범한 날들, 사소한 일들, 그저 그렇게 지나쳐 버리는 일상 속에서 우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작가는 일상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영롱한 보석들을 건져낸다. 그래서 삶에 지친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전달한다.

그래서 이 책 속의 글들은 모두 마음 속에 담아두고 싶고, 그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나 혼자 읽기에는 아까운 글들, 멀리 멀리 전해주고 싶은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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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나이팅게일
문광기 지음 / 김영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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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우연처럼 다가온 일에서 새로운 변환의 시점을 찾기도 한다. 여기 남들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에는 모든 것을 갖춘  잘나가는 대기업 직원의 변신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인물이 있다.

'제 직업은 간호사입니다'라고 멋지게 말하는 문광기 이다. 남자 간호사, 예전에는 있지도 않았던 여자만의 직업으로 우린 그들은 '백의의 천사'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제는 병원에서 가끔씩 만나게 되는 남자 간호사. 그러나 아직도 그들에 대한 편견은 남아 있다.

'미스터 나이팅게일'은 남자 간호사인 문광기의 삶의 이야기이자 병원일기이다. 그는 여행을 좋아했는데, 중국여행 중에 위급한 상황에 처한 외국인을 기지를 발휘해서 도움을 준다. 그리고 얼마 후에 여행중에 병에 걸린 자신이 그의 도움을 받게 된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았던 그들은 이야기를 하던 중에 그 외국인이 남자 간호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남자 간호사란 직업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필리핀 발리카삭 섬에서 스킨 다이빙을 배우던 중에 과거에 성취했던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아닌 오히려 그것들이 상실감으로 변해 다가옴을 느끼게 되면서 인생 최대의 변환을 맞이하게 된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삶을 선택하기로 한다. 그래서 다니던 대기업도 그만두고, 상견례를 앞둔 여자 친구와의 만남도 결국에는 이별로 끝맺게 된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벗어 버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는 그렇게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간호학과에 편입을 하고 지금은 8년차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에게 큰 힘이 되어 준 글은 "주어진 삶을 살아라. 삶은 멋진 선물이다. 거기에 사소한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 " (p.55)

<미스터 나이팅게일>은 이렇게 저자가 남자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 길을 가게 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의 직업이 간호사이기에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병원.

사연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사연도 역시 다양하다. 모두가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이 책을 읽는내내 슬픔으로 다가온다. 

평생을 고생만 하신 어머니, 이제 자식들이 용돈을 드릴 만큼의 형편이 되었지만 어머니는 폐암이란 진단을 받게 된다.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서 아들과 딸은 어머니가 폐렴이라고 속이지만....

어머니는 자신의 병이 폐암임을 알고 '앞으로 나 얼마나 남았어요?'하고 저자에게 묻는다. 자식들이 폐암임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기에 병명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지만 어머니는 수술 후에 세상을 떠난다.

그는 환자에게 진실을 알려 주어야 한다는 생각과 어머니에게 병명을 숨겨서 좀 더 편안한 마음을 가지길 바랬던 자녀들의 결정에 대한 판단 사이에서 마음의 방황을 했지만 그의 생각은 환자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더 좋은 결정이었다는 생각을 이 책 속에 싣고 있다.

나 역시 저자의 생각에 공감을 한다. 삶도 중요하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들은 그 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 죽음을 앞둔 시간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표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이다.

" 인생은 한 번 밖에 없고 죽음이라는 것도 인간에게는 단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 한 번뿐인 시간을, 비록 생을 다하는 순간일지라도, 주위 의지가 아닌 본인의지로써 충분히 존중받으며 보낼 수 있다면 환자에게 있어서 그것이 최선일 것이다. 내 삶이 내 것인 것처럼 결국 목숨의 주인공도 본인이라는 것을 본인도 주위 사람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 (p. 135)

독거노인의 죽음, 에이즈 환자가 내원해서 검사를 받을  때에 의료인이 가져야 할 태도,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 대한 생각, 국내외 의료봉사 등에 관한 저자 자신의 경험에서 느꼈던 생생한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서 들을 수 있다.

흔히 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곤한다. 자신들이 봉사를 하려고 갔던 곳에서 오히려 그들에게 위로의 마음과 희망을 발견했다는 말을. 그 역시 그런 생각을 말한다.

그의 꿈은 간호사가 되는 것이었을까. 거기에 대한 글을 마지막으로 실어 본다.

"지금 이 순간을 떠나서 다른 내 인생이란 존재할 수 없다. 현재에서 기회를 찾고 배우고 도전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 (p. 259)

"원래 나의 꿈은 간호사가 아니다. 아니, 꿈을 말하는데 직업으로 대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꿈은 항상 진행형이다. 간호사가 되고 보니 배운 기술로 의료 봉사도 할 수 있고, 나누려고 했던 것들이 오히려 내 내면을 채워주었다. 더 나아가 내 삶을 이야기로 쓸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진행형들이 나의 꿈이다. 삶의 귀로에서 이제까지 선택한 길, 그리고 앞으로 선택해야 할 길이 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유일 한 것은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어제를 보았고 오늘을 사랑하고 만족하기에, 내일 또한 두렵지 않고 기대된다. " (p.p. 261~262)

그는 삶의 모든 순간 순간을 이렇게 의미있는 시간들로 채워 나가고 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내면에서 울리는 작은 속삭임에 귀기울여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주인이 되어 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삶이 영롱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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