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남자 - 부제 : 색다르게 인생을 정주행하는 남자들을
찾아서>는 작가 백영옥이 만난 15명의 남자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작가는 '프롤로그'를 통해서 " 나는 인터뷰하는 것과 인터뷰 당하는 것 사이에는 많은
것들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말하면서, " 이
인터뷰는 누군가 나를 인터뷰할 때, 이렇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작가 백영옥은 인터뷰이도 인터뷰어도 되어 보았다는 말이 아닐까.
내가 백영옥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스타일>을 통해서 였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패션잡지 기자이다. 젊은
여성들에게는 관심의 초점이 될 수 있는 패션과 사랑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야기이다. 바로 백영옥 자신이 문단에 등단하기 이전에 패션잡지 기자로
일하면서 인터뷰어가 되었었다. 그리고 작가가 된 후에는 인터뷰이가 되기도 했다. 그러니 그 누구 보다도 인터뷰에 대한 바람이 있었을
것이다.
인터뷰는 기본적으로 인터뷰이의 직업세계나 인생관, 가치관 등을 비롯한 많은 점들을 잘 파악해야만 좋은 인터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는 순전히 인터뷰어의 몫이기 때문이고, 그 결과는 인터뷰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2013년 2월~11월까지에 걸쳐서 경향신문에 연재되었던 기사를 정리한 이 책에는 15명의 남자 인터뷰이가 소개된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사람들을 골랐을까 할 정도로 쟁쟁한(?) 인물들이 소개된다.

서천석 : 마음을 여행하는 남자
조수용 : 경계를 거부하는 남자
박상연 :
자기 자신을 시청하는 남자
권일용 : 악인의 내면을 읽는 남자
윤광준 : 감각을 다림질하는 남자
유성용 : 길 위의
남자
홍성남 : 분노할 줄 아는 남자
박찬일 : 온전한 한 끼를 찾는 남자
금태섭 : 개인의 힘을 믿는 남자
김영하 :
지속 가능한 남자
박웅현 : 현실을 붙잡는 남자
정구호 : 옷으로 이야기하는 남자
문훈 : 스스로를 방목시키는 남자
김창완
: 무중력 상태의 남자
강신주 : 자본을 소외시키는 남자

정신과 의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드라마 작가, 국내 최초 프로파일러, 사진작가, 여행생활자, 신부, 셰프, 변호사, 소설가, 광고,
패션디자이너, 건축가, 가수, 철학자 등이지만 그들의 활동 무대는 그들의 직업에 국한되어 있기 보다는 다방면에 걸쳐서 활동을 하고 있는
르네상스적인 인물들이다.
거기에 기본적으로 저서 몇 권은 낸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그들과의 만남은 이미 책을 통해서 이루어졌었다.

서천석은 <마음 읽는 시간>, 윤광준은 <잘 찍은 사진 한 장>, 유성용은 <다방기행문>등, 박찬일은
<보통날의 파스타> 등, 김영하는 <살인자의 기억법>등, 강신주는 <감정수업>등을 통해서 이미 그들의 생각을 엿
보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작품이 아닌 인터뷰를 통해서 더 진솔하고 자신의 삶에 밀접하게 다가가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었다. 그것을 바로 <다른
남자>를 통해 백영옥이 질문하고 그들의 말을 듣게 된 것이다.

15인 15색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에서 인터뷰이들이 얼마나 르네상스적인 인물인지는 몇 분의 경우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정신과 의사인 '서천석'은 MBC 라디오에서 <마음연구소>진행을 하면서 정신적 문제를 세심하게 다루어 주고 있는 것은 본업에
가까운 일이지만 그 이외에도 증권 사이트 팍스넷 전략기획 담당을 하기도 했다.
사진 작가인 '윤광준'은 오디오 칼럼니스트, 커피와 와인 애호가, 세상 물건을 탐하는 예민한 감각을 소유한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카메라를 '세상의 새로움을 발견해 주는 도구'라고 말한다. 또한 그의 작업실인 B1은 윤광준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상 물건들이
잡동사니처럼 많이 수집되어 있다고 한다.
셰프인 '박찬일'은 문예창작과를 다녔던 기자인데, 하루 아침에 인생을 180도로 바꿔서 요리를 배우기 위해서 이태리행을 결정하였고, 지금은
글쓰는 요리사라고 할 정도로 집필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그 사람은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인 '권일용'이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가장
악랄한 사건과 악의 현장에는 반드시 그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그는 이와같은 말을 남긴다.
" 인간이 아름답지 않으면 뭐가 아름답겠습니까? 인간이기 때문에 꽃이 화사하고 아름다워
보이지, 꽃이 아름답게 피려고 했겠어요? 그걸 보는 인간이 그렇게 느끼기 때문이죠?" (p.95)
정말로 의미있는 한 마디이다.
백영옥과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게 되는 작가 김영하, 나도 김영하의 작품을 좋아해서 작가의 작품이 출간되면 꼭 읽곤 하는데, 그는 방랑벽이
있는지, 세계 속으로 자꾸 나간다.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고양이도 기르고, 번역도 하고....
백영옥은 대학원생일 때에 김영하에게 인터뷰를 부탁하고, 그는 흔쾌히 응해준다. 그리고 5년 후에 저자가 잡지사 기자로 일할 때에 또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이번에 <살인자의 기억법>이 출간 된 후에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된다.

백영옥의 책제목도 긴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이란 소설을 읽고 <스타일>보다는 장소적 배경이나 이야기의 소재 등이 좀 더 폭넓어졌으며
구성이나 문장력도 훨씬 좋아졌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읽게 된 <다른 남자>를 통해서 백영옥의 인터뷰어로서의 역량을 알게
되었다.
이 책 속의 담겨진 15 인물들, 그들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르네상스적인 활동을 하는 남자들로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의 각기 다른
삶의 모습, 가치관, 인생관 등을 엿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소개된 15 남자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게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