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3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기풍 미생 3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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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만화가 '윤태호'하면 <이끼>가 떠오를 것이다. <이끼>는 미디어 다움에서 연재되었던 웹툰인데,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강우석 감독에 의해서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만화 <이끼>도, 영화 <이끼>도 보지를 않았기에 그 작품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작가는 이번엔 바둑과 인생의 이야기를 결합시킨 <미생>을 그려내고 있다.

 

 

바둑알이라고는 오목을 두기 위해서 잡아 본 것 뿐이니, 바둑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보기에는 좀 어려운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한 번 읽어 볼까 하는 생각에 <미생 3> 을 펼쳐 들게 되었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바둑에 대한 어떤 지식이나 상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카툰이다.

물론, 바둑을 둘 줄 아는 독자라면 훨씬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전편에 이어서 '제 1회 응씨배 결승5번기 제 5국' 중국의 '녜웨이핑 九단 (백)과 한국의 조훈현 九단의 바둑 34수에서 49수가 실려 있고, 기보 해설이 담겨 있다.

 

 

그들이 둔 바둑의 수를 가지고 인생에 있어서의 가르침이나 깨달음을 알려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잠깐 책 제목을 이야기하자면, '미생'이란 바둑에서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이라고 하는데, 두 집을 만들기 전을 '미생'이라고 한다고 한다. 즉, '미생'이란 아직은 완전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전편을 읽지 않았어도 <미생1>과 <미생2>에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었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미생 3>의 이야기는 어릴적에 삼촌이 장난삼아 가르쳐 준 바둑에 재능을 보여, 10대 때는 하루 열 시간 넘게 기보를 보고 바둑을 두면서 프로기사를 꿈꾸어 온 장그래가 가정 사정으로 인하여 그 꿈을 접고 원 인터내셔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신입사원 체험기이다.

입사 첫 날부터 험난한 직장생활은 시작된다. 장그래와 함께 입사한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 그리고  오과장, 김대리...

그들은 모두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안영이는 무슨 일이든, 찾아서 열성적으로 하는 타입인가 하면, 장백기는 소극적이어서 직장 선임이 무슨 일을 시키기만을 기다리지만, 그에게 일이 주어지면 물, 불을 안 가리고 찾고 뒤져서 깔끔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는 능력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비하여 한석율은 업무보다는 인간관계를 먼저 생각하여 붙임성있게 직장 선배에게 다가가는 인물이다.

 

 

직장생활이란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팀별로 성과가 주어지는 것이기에 신입사원들은 그에 적응하여 가게 된다.

 

 

 

나는 바둑의 세계를 잘 모르기는 하지만, 바둑이란 그날의 대국이 끝나면 승자와 패자가 마주 앉아서 왜 이겼는지, 왜 졌는지에 대해서 복기를 한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장그래는 어릴 적부터 바둑의 세계에서 길들여졌기에 자신이 바둑을 두면 시절처럼 하루의 일과가 끝난 후에는 자신의 하루를 되짚어 보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이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서 직장생활에서 많은 애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하루를 열심히 산 것 같지만 막상 하루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대관절 오늘 나는 그렇게 바쁘게 생활했는데, 뭘 했단 말인가?'하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하루를 되돌아 보고, 경쟁사회인 직장에서 어떻게 하면 잘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을 제기해 주는 것이 바로 바둑의 수를 읽어 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바둑은 전체가 부분을 결정한다.

19 × 19 의 바둑팜이 결정한 세계.

바둑판이 무한하다면, 세상이 무한 캔버스라면,

이기고 지는 게 가능할까.

이 땅이란 전체가

'나'라는 부분을 결정한다.

위로받기 위해

이해받기 위해

나를 보여주는 사람들. " (p. 239)

 

 

<미생>을 통해서 들여다 보는 직장이라는 세계.

바둑을 안다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바둑을 전혀 모른다고 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바로 <미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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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9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종국, 완결 미생 9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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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이 9권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바둑판 앞에는 오목을 둘 때만 앉아 본 나에게 이 책은 처음에는 좀 생경스러웠다.

그건 이 책의 배경으로  조훈현 9단과 녜웨이핑 9단이 1989년 9월에 제1회 응씨배 결승5번기 제5국(최종국)의 기보 해설이 바탕이 된다. 이 대국이 어떤 대국이었는지, 녜웨이핑이 누구인지 조차 모르는 내가 이 책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바둑을 둘 줄 안다면 훨씬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겠지만, 바둑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라고 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기 때문이다.

미생(未生)이란 바둑에서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이 되는데, 두 집을 만들지 못한,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상태를 말하는 바둑 용어이다.

아직 완전하지 않으니, 상대방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미생>은 바둑의 세계에  직장생활을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 나가니, 미생이란 책 제목 자체에서 직장생활의 애환이 묻어 나는 그런 이야기이다.  

원 인터네셔널의 계약직 직원인 장그래와 영업 3팀이 보여주는 활약상은 요르단 건을 꼼꼼하게 처리하면서 큰 활약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중국건이 문제가 된다.

중국통 전무가 밀어 부치는 중국과 관련된 사업, 전무는 그동안 자신이 중국건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했기에 영업 3팀에게 내려진 이 건 보다는 그 다음에 준비하는 사업에 더 집중을 하게 되는데...

장그래는 중국에 가 있는 사원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그 곳의 실정을 알게 되고, 밀어 부치려던 중국건에 제동이 걸린다. 전무는 중국의 상황으로 본다면 중국으로 부터 '절'을 받아야 할 것을 회사가 '인사'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니...

이 사건을 계기로 전무가 그동안 쌓아 놓았던 경력과 실적은 추풍낙엽처럼 땅에 떨어지게 되고, 그동안 그가 누렸던 명예와 부도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니....

그렇게 회사를 떠나야 하는 전무를 보면서 영업 3팀은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 회사가 원하는 임원이란 구름 위를 기어 오르는 자가 아닌 두 발을 굳게 땅에 딛고서는 별을 볼 수 있는 거인이었다. " (pp. 92~93)

직장에서는 그 직위에 따라서 책임(역할)이 있으며, 그 평가도 거기에 준하게 된다. 그래서 그 평가는 직장인들을 '진급이냐', ' 유지냐', ' 퇴출이냐'로 판가름되기도 한다.

마치 조훈현과 녜웨이핑이 1989년 9월에 제1회 응씨배 결승5번기 제5국(최종국)의 139수 기보 해설과 같이.

" 비정한 바둑판에서 삶과 죽음은 동의어나 다름 없다. 한쪽의 삶은 다른 한쪽의 죽음에 닿아 있다. "

직장생활이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곳을 떠나게 되는 사람이 있고, 남게 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면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 수도 있는 것이 직장인이 갖는 선택의 권한일 수도 있다.

아니, 그건 유능한 직장인에게만 따라 다니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의 장그래, 원 인터내셔널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처음에는 부족하기 짝이 없는 직장인이었는데, 어느새 직장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잘 해 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곳에 뿌리를 내리지는 못한다. 상사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정착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 장그래는 다시 백수로 돌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직장을 찾아 가야 할까, 아니면 정규직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은 미생으로 태어나 완생이 되고자 노력하는 삶을 산다.

지금은 미생인 직장인들에게 직장생활을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이 바로 <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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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반양장) -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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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 분야의 서적 중에서 가장 핫한 책이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일 것이다. 그 이전의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쾌도난마 한국경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등도 꾸준히 읽히는 경제분야의 서적이다. 이 책들의 저자인 '장하준'. 그는 대중들에게 더 인기가 있는 경제학자이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경제학 교수로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안을 제시하는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을 받았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을 비롯한 국가들에서 채택하고 있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반하는 이론을 내세우는 경제학자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의 저서의 대부분은 영어로 쓰여지고, 그것을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을 통해서 국내에 출간된다. 그것은 영국 대학 교수로서의 학문적 성과를 나타내기 위한 결과물(실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가 쓰는 책들은 한국사람만을 위한 책은 결코 아니다.

이번에 출간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그동안 대중들이 경제학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제 정책에 대해서 판단할 소양이 없기에 이렇다 할 반응을 나타내지도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에서 쓴 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을 통해서 '경제학은 결코 어렵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수준 정도는 무난하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서 경제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의 비중이 어느 정도가 될까?

수능에서 사회탐구는 선택과목이다. 그 많은 사회탐구 과목 중에 아주 일부만을 선택하여 수능을 치르면 된다. 사회탐구에서 경제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상위권 학생들 뿐이다. 장하준이 생각하는 것처럼 경제는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학교에서는 제대로 된 경제 과목을 배우고 있을까? 그것 역시 아니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경제 과목에 대한 지식은 수준 이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은 대중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이다. 흔히 경제학의 입문서라 하는 맨큐의 경제학에 비하면 그 순서나 내용에서 큰 차이를 가져온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깊이있는 경제학 이론을 쓴 책이 아니라, 경제의 기본 개념부터 역사, 주요 학파, 통계의 함정까지 경제를 제대로 보는 눈을 키워주기 위한 경제학 전공자가 아닌 대중을 위한 책이다.

경제학 이론은 서로 다양하며 각 이론은 복잡한 현실의 서로 다른 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로 다른 도덕적, 정치적 가치 판단을 적용해 결국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린다. 각자 초점을 맞추는 분야에서 마저도 실제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예측하는데 실패를 하고 있다.

그래서 장하준은 경제이론 9개를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하준의 경제학 칵테일을 만든다. 그가 제시한 경제학 칵테일 중에서 MDKI (마르크스학파, 개발주의 전통, 케인스 학파, 제도학파가 교차하는 점)를 추천한다. 복지제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의 역할은 어떤 식으로 재정립할 것인가 등을 이런 이론의 교차점에서 찾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대부분의 경제학 서적들이 신고전주의적 접근법으로 경제를 정의하는데, 이 책은 경제학을 하는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 나는 방법론이나 이론적 접근법이 아닌 다루는 대상으로 경제학의 영역을 규정하고 성격을 정의해야 한다고 믿는다. " (p. 33)

통계 수치에 대한 맹신을 금한다. 경제학에서 나오는 숫자는 절대 객관적일 수 없음을 강조한다. 현재의 금융 시스템에 대해서는 너무 복잡해져서 제어할 수 없으며 얽히고 설킨 금융상품이 확산되는 것을 제한해 단순화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 책은 독자들이 경제에 대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가 아닌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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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살림)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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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에 <미 비포 유>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을 덮는 순간의 느낌은 '가슴이 먹먹하다'는 표현 보다 더 적합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한참을  아무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있다가 문득 인터넷을 검색해 보게 되었다. 검색창에 '스위스 안락사'라고 치니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두 편의 동영상 중에 한 편을 보았다. 어떤 이유로 이런 선택을 하였는가는 알 수 없으나 곱게 늙은 할머니가 치사량에 달하는 수면제를 마시고 생을 마감하는 모습이다.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생을 마치는 모습이지만 차마 마지막 '졸립다'는 말을 한 이후의 동영상까지는 볼 수가 없다.

존엄사와 안락사는 환자가 죽음을 선택한다는 공통점은 있으나 존엄사는 무의미한 치료행위의 중단으로 자연적으로 죽을 수 있는 것을 말하며, 안락사는 인위적인 약물을 사용해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것으로 조력자살이라고 하기도 한다. 

스위스에서는 엄격한 기준에 한하여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이런 존엄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 <미 비포 유>이다.

이 책의 저자인 '조조 모예스'는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인데, <미 비포 유>로 인하여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된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로맨스 소설로 읽을 수 있는 주인공 윌과 루의 사랑이야기와 그들을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지만 그 바탕에는 불의의 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장애인의 힘겨운 세상과의 사투 그리고 그가 선택하고자 하는 조력자살에 대한 깊이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야기는 2007년 어느날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시작되지만 시간을 건너 뛰어 2년 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35살 윌리엄 존 트레이너는 영국의 작은 마을의 성을 가진 촉망받는 젊은 ceo인데, 누군가가 일으킨 오토바이 사고의 폭발로 인하여 사지마비 환자가 된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성공적이고 활동적인 삶을 살았던 윌이지만 지금은 간병인의 도움이 없이는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 그런 일상 속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윌은 지금의 자신의 처지에 적응하지 못하고 끊임없는 굴욕과 좌절 속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요, 미스 클라크. 이제는 아무 것도 못한다고요. 앉아 있어요. 그냥 존재한다고 할까" (p. 56)

성 밑의 마을에 살고 있는 루이자는 카페에서 일을 하다가 카페가 문을 닫는 바람에 실업자가 되어 직장을 찾던 중에 사지마비 환자인 윌의 6개월 간병인으로 들어가게 된다.

간병인으로서의 자질도 능력도 없지만  윌의 기분전환을 도와주는 일을 하면 높은 시급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끌려 일을 하게 되지만 첫 출근부터 루이자는 순탄하지 못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다.  

활기차게 활동을 하던 젊은 사업가인 윌은 휠체어에 앉아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런 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으니 극도로 짜증스럽고 까다로운 환자로 루이자를 힘겹게 만든다.

그런데, 그 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윌은 그런 삶을 살기 보다는 스위스로 가서 삶을 마감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부모들은 그런 윌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간병인으로 루이자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윌의 가족들은 암묵적인 동의하에 6개월의 시간이 흐르면 윌이 원하는 바 대로 해 주기로 결정한 상태이다.

" 보통 사람의 시간이 있고 병자의 시간이 따로 있다. 시간은 정체되거나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고 삶은, 진짜 삶은 한 발짝 떨어져 멀찌감치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 (p. 114)

"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어머니. 이건 내가 선택한 삶이 아니에요. 회복될 가망은 없으니까. 내가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방식으로 끝내 달라는 부탁은 철저히 합리적이란 말입니다. " (p. 155)

그런데, 그렇게 까다롭고 날카로웠던 윌의 마음이 서서히 열리게 된다. 루이자는 윌에게 삶의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경마장, 바이올린 콘서트, 자신의 생일파티, 화랑 방문, 소풍 등의 집 밖의 세상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물론 장애인의 바깥 나들이가 그리 쉽지는 않은 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기도 한다.

루이자는 이렇게 윌에게 그가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는 확신을 주려고 노력을 하고....

윌은 루이자에게, 루이자는 윌에게 사랑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윌이 계획한 스위스로 떠나는 죽음의 여행을 어떻게 될까....

'인생에서 의미를 찾고, 세상 밖으로 여행을 떠나고, 야심을 갖고, 용기를 있게 도전을 하고...' 윌은 루이자에게 모든 걸 바라보는 생각을 바꿔 놓는 사람이 된다.

윌 자신이 그렇게 살았던 것처럼.

이 소설의 화자는 루이자이지만 25장에서는 루이자의 동생인 카트리나의 시선으로 바뀐다. 그만큰 힘든 일을 겪게 되는 루이자를 대신하여 윌과 루이자의 마지막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카트리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그리고 2009년 9월 4일 작성된 서류가 첨부되고, 윌의 편지글까지 에필로그에 실린다.

소설을 읽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독자들은 이 부분에서 소설에서 벗어나 실제 상황을 대하는 듯한 생각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미 비포 유>는 소설이지만 소설 그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내가 이런 경우에 처하게 된다면', '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불의의 사고로 고통 속에 삶을 유지하게 된다면' 이런 생각이 가슴을 울린다. 그래서 책장을 덮는 독자들의 마음은 소설을 읽었다는 생각 보다는 실제 상황 속의 이야기를 접하는 그런 느낌으로 가슴이 더욱 먹먹해진다.

진정한 삶의 의미를 그리고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책을 덮고 한참을 생각해 보면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아름답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닉 부이치치', '스티브 호킹'

<미 비포 유>를 읽은 후에 맞은 아침은 다른 날의 아침 보다 더 아름다웠다. 공원길에서 만난 산새들의 지저귐. 풀 숲 사이로 수줍게 내민 이름 모를 풀꽃, 파아란 하늘을 수놓은 구름들.

이미 책은 다 읽었지만 아주 천천히 다시 한 번 읽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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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자기계발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위대한 해체

 

 출판사 소개글 중에서 이 글이 이 책을 가장 잘 말해준다고 생각해서 이곳에 적어 보았습니다.

 

 “산업화 시대의 권력이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의해 분화되고 파편화되어 이동하고 있다. 쏟아지는 신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장악하는 금융, 3D 프린팅이 대체하는 제조, 가상공간으로 이동한 소매, 인간을 넘어선 초연결, 아직도 권력이 거대기업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권력은 이제 힘이나 소유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세계 권력의 핵심은 접근성이다.”

 

 

 

 

 

 

 

2. 대화의 신

 래리킹을 통해서 대화의 노하우를 알고 싶습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3. 삼성의 몰락

 

삼성에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는데, 그중에 이 책은 삼성의 몰락이라는 제목부터가 관심을 끌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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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8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