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자체를 우울하게 생각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을 숨기기 위해서 주름살을 없애고 보톡스를 맞으면서 외모에 신경을 쓴다. 그러나 외모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영화 '로마의 휴일'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미모로 기억되는 '오드리 헵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 Daum 이미지)
젊은 날의 아름다운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에는 주름살이 굵게 패여 있지만 그녀의 모습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유니셰프 친선대사로 전 세계
굶주린 어린이들을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했기 때문이다.
오드리 헵번은 "어린이 한 명을 구하는 것은 축복입니다. 어린이 백만 명을 구하는 것은 신이 주신 기회입니다." 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 Daum 이미지)
독일의 철학자인 '빌헬름 슈미트'는 쉰 번째 생일을 앞두고 '나이듦'에 대한 강연을 하게 된다. 당시에는 자신의 경험이 아닌 자신의
어머니를 보면서 얻게 된 깨달음, 즉 어머니의 '평정은 어디에서 왔을까?' 라는 생각을 토대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 그가 60세 가까이 되면서 자신 스스로가 노년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나이듦'에 있어서 '마음의 평정'이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나이듦에 맞서 싸우느라 모든 힘을 낭비하는 대신, 주름살에 새겨진 삶을 자신 있게
내 앞으로 가져 오고 싶다. (...) 노화방지 대신 노화의 기술, 나이든다는 것에 맞서 살아가는 대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긍정하고 그것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나이듦의 기술. 멋지게 나이 들어가기 위한 삶의 기술들은 저마다의 자기 방식으로 자극을 줌으로써 인생이 아름답고 긍정할 만한
가치를 지닌 채 잘 흘러가도록 도와 줄 수 있다." (p.13)
책의 '들어가면서'에 나오는 문장을 읽다가 정말 아름다운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내용이 정말 좋아서 여기에 적어 본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순하게 받아 들이고 그것에 맞서지 않으며, 아름답게 채색하지도
폄하하지도 않고, 삶의 편익과 어려움, 아름다움과 처참함이 만들어낸 스펙트럼 속에서 나이들어가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나는
분홍색 렌즈의 안경도, 그렇다고 검은 렌즈의 안경도 아닌, 최대한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안경을 통해 나이들어가는 것을 인식해내기 위해 기꺼이
준비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물에 대한 분별있는 시각은 나이들어 가는 삶이 주는 각별하고도 크나큰 특전이니까!" (p.p.
9~10)

저자가 대중철학자이기에 책의 내용은 다분히 철학적이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생각을 가진 노년을 준비하는 사람 또는 노년층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나이듦'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생활 속에서 '나이듦'에 대한 평정심을 가질 수 있는 '마음의 평정에 이르는 10가지 길'을 제시해 준다.
1. 시기 : 인생의 단계
2. 특성 : 늙음과 나이듦에 대하여
3. 습관 :
삶을 수월하게 살아가도록 해주는 것
4. 행복 : 즐거움 누리기
5. 고통 : 불행과 사귀기
6. 접촉 : 친밀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
7. 사랑 : 관계를 맺거나 지속하게 해주는 것
8. 사색 : 마음을 즐겁고 차분하게 해주는 것
9. 준비 : 죽음과
함께 사는 마음
10. 그 후 : 죽음 후에 가능한 삶에 대하여
1단계 (시기) : 인생의 각 시기에 대한 생각과 함께
노년을 준비하는 과정을 말한다. 삶의 시기를 하루의 일과로 설명한다. 하루 중의 어떤 시간이 가장 의미있는 시간이 아니듯이 삶의 각 시기도
그것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2단계 (특성) : 마음의 평정을 가능하게 하는 변화에 대한
열린 관심 그리고 이 마음의 평정을 얻는 데 필연적으로 따르게 되는 도전에 대한 이해. 나이듦과 함게 '인생의 마이스터'가 되리라는 희망을
가져라.
나이듦의 현저한 징후들을 잘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3단계 (습관) :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힘들이지 않고 그
안에 머물 수 있는데 그것은 경험을 통해서 얻은 습관 때문이다. 습관이란 반복 가능성과 신빙성이라는 특징을 구축하기에 삶을 꾸려 가는데 점점 더
습관이 중요해 진다.
4단계 (행복) : 커피 한 잔의 행복, 여행의 행복,
대화의 즐거움,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이웃과의 즐거움, 여유의 즐거움 등은 소박한 즐거움이면 이것이 바로 행복이다.
5단계 (고통) : 마지막 날까지 완벽하게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을 때 자기 자신, 다른 사람들 인생 그리고 온 세상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중년의 끝자락, 노녁에 있어서 울적한 기분이 드는 것은 노년에 있어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런 우울함은 실존적인
고독에 있다.
6단계 (접촉) : 접촉은 일종의 관심이다. 여기에서의
접촉이란 신체적 접촉 뿐만 아리라 정신적인 접촉까지를 말한다. 인간은 대화를 할 때마다 타인의 생각에 접촉되며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타인의
생각에 접촉한다. 사람과 우정으로 뱆은 관꼐는 살아가는 데 있어 마음의 평정을 위한 가장 아름다운 가능성들을 제공한다.
7단계 (사랑) : 나이들면 자식이란 존재가 마음의 평정을
위한 하나의 이유가 된다. 부모 자식간의 사랑, 조부모와 손주간의 사랑, 형제간의 사랑 등....
" 성장하는 아이들과 함께 스스로가 한 번 더 성장하는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운 시간이다. " (p. 114)
8단계(사색) : 문제 해결이 필요할 때 폭넓은 도움을
준다. 회고의 시선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넘어서는 새로운 미래로의 시선이 열린다.
" 나이가 들면 점점 더 삶 전체를 심사숙고하게 된다. 그 무엇을 후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이 '의미를 제공하는지' 발견해 내기 위해서 말이다." (p.130)

9단계 (준비)
: 죽음과 함께 사는 마음, 죽음, 노년이 되면 마음의 평정을 잃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죽음이란 것에 대한 두려운 마음 때문이 아닐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생명의 한계, 여기 저기 아프기 시작하면서,
예전같지 않은 건강 상태 때문에 죽음에 대한 생각은 더 깊이, 더 자주 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죽음을 받아 들이는 태도이다.
" 활용 가능한 시간 안에 아름다운 순간들이 농축되는 보석같은 삶을 위한 노력은 시간의
한계성에서 나온다. " (p. 141)
" 죽음은 삶을 가치있는 것으로 만드는 경계선을 그어준다." (p.
148)
10단계 (그 후) : 이 책과 유사한 주제를 다루는 책들을
읽어보면 그 끝은 죽음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죽음 그 후, 즉 죽음 후에 가능한 삶에 대해서 살펴본다는 점이 특이하다.
죽음이 곧 삶의 끝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죽음이란 끝이 아닌 또 하나의 과정이 끝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는 그런 단계로 본다. 즉, '또
다른 새로운 삶'의 가능서에 희망을 건다.

" 죽음이 또 다른 하나의 생명으로 이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죽음은 여전히 아름답고
긍정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 " (p. 165)
'나이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은 그 주제 자체가 이미 많은 철학자를 비롯한 사람들의 저서를 통해서 다루어진 주제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른 책에서 읽을 수 없었던 노년, 죽음 등을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철학적인 사고가 그 바탕에 깔려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내용이 아닌
우리의 삶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간결하면서도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생각을 하게 하는 문장들은 읽은 후에도 긴 여운을 남겨준다. 천천히 그리고
생각을 하면서 읽는다면 지금 노년이 아닌 독자들이라고 해도 충분히 자신의 삶의 갈 길을 살펴 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