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인호'의 유고집인 <눈물>을 읽은 후에 작가의 책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책이 <나는 바람처럼
자유롭다>이다.
여행 에세이인 이 책의 저자가 '최인호'였기에 관심이 갔다. 소설가 '최인호'가 여행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것을 느꼈을지가
궁금했다.
그러나 무심코 접하게 된 <나는 바람처럼 자유롭다>는 소설가 '최인호'가 쓴 책이 아니었다. '최인호'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이 쓴 에세이다.
이 책을 소설가 '최인호'가 쓴 책으로 생각하게 된 이유는 저자 프로필에 연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는 내용이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하니
소설가 '최인호'는 작가이지만 국문학 전공이 아닌 영문학을 전공했다는 것을 저자 프로필을 살펴보던 중에 알게 되었으니, 우리의 뇌는 이렇게 이미
입력된 내용도 착각을 일으키는가 보다.

어쨌든 그렇다고 해서 나의 착각에서 읽게 된 책이지만 이 책으로 인하여 또다른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여행을 통한 자기 성찰을 자신이 좋아하는 독서와 그리고 자신의 철학적 사유와 잘 연결지어서 쓴 책이다.

저자는 여행 자유화가 있자마자 배낭여행을 떠난 여행을 좋아하는 아니 즐기는 사람이다. 약 20여 년에 걸쳐서 40개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했다. 물론 얼마나 많은 나라를 여행했는가 보다 그가 여행을 통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가가 더욱 중요하겠지만, 그는 여행이란,
"환절기 마다 찾아 오는 감기, 고열을 동반한 몸살감기"라는 표현으로 정리한다.
낯선 곳에 대한 무의식적인 욕망은 그를 여행을 떠나도록 유혹을 한다. 저자는 여행도 좋아하지만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해서 책벌레라고 불릴
정도로 책을 많이 읽었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과 책이 결합된 에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여행지에서의 느낀 자신의 생각들과 함께 책 이야기, 책의 구절들이 함께
담겨 있다.

여행과 문학작품과의 연결이 담긴 책들은 밋밋한 여행 에세이 보다는 나의 관심을 더욱 끄는 작품이기에 이 책은 여행 그리고 문학 이라는
일석이조의 독서가 될 수 있었다.
삶과 죽음의 세계가 공존하거나 역전되어 있는 곳 바리나시,
축구와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정열적이지만 애환이 담겨 있는 탱고의 도시 부에노스 아리레스
잉카 문명의 공중도시 마추픽추.

" 나는 꾸스꼬의 '초라한 현재'에서 천천히 마추픽추의 '화려한 과거'로 들어가고 있다.
꾸스꼬는 슬프다. 거리 어디에서도 화려했던 태양신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보이는 것은 오직 가난에 찌든 후손들과 낡은 도시들뿐이다. 먼지의
무게조차 힘겨워하고 있는 그래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집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그렇게 뒤엉켜 있다. 푸른 하늘은 손에 닿을 듯 낮게 내려와
있지만 도시의 회색빛은 구멍가게 앞에서 졸고 있는 노인처럼 우울하다. 하지만 길은 살아 있다. 마추픽추로 향하는 그 길은 좁게 그리고 끈질기게
이어져 있다. 글 길만이 허물어져 가는 그들의 삶을 어머니의 탯줄처럼 지켜주고 있는 듯 보인다. " (p.
89)
저자는 그 이외에도 스페인, 프랑스, 페루, 이집트, 티베트, 중국, 독일, 스위스, 그리스 헝가리 등을 여행한다.


그는 여행이란 낯선 것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낯섦이란 처음에는 가슴 두근거리고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만 익숙한 것 보다
더 짜릿한 만남을 주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만나게 되면 또 언젠가는 아쉬움으로 헤어져야 하는 것으로 발전을 하게 된다.
그래서 여행은 항상 새롭고 가슴 두근거리는 것이 아닐까.

" 여행의 끝에는 아쉬움과 슬픔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편안함과 휴식도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장소와 시간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서글픔인 동시에 기쁨이다. 돌아간다는 것은 우리곁으로 죽음이 바싹 다가오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쓸쓸하고 서글프다. 하지만 우리는 그곳에 편안히 누울 수 있다. 무거웠던 배낭을 내려놓듯 우리의 삶도 하나씩 내려놓기만
하면 된다. 그럴 때 우리는 어디에서도 느껴 보지 못한 편안함을 맛보게 될 것이다. " (p. 309)

"(...) 한 시간을 헤매도 나는 보물을 찾지 못한다. 그래도 나의 소풍은 재잘거리는
웃음소리다. 여행은 이렇게 느릿느릿 숨겨진 보물을 찾아가는 일이다. 설령 보물을 찾지 못했을지라도 슬퍼하거나 우울할 필요는 없다. 보물을 찾아
헤맨 시간들이 바로 내 여행의 가장 큰 보물이기 때문이다. " (p. 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