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나서 참 좋았다 - 20년간 생명의 목소리를 들어온 의사가 전하는 진료실 에세이
김남규 지음 / 이지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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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되도록이면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아프다는 것은 어쩌면 죽음과도 연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에게는 아픈 이별의 장소이기도 하고, 그 기억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슬픔이고 아픔이다.

오래전에 어머니를 떠나 보낸 병원 앞을 지나노라면 항상 그당시의 어머니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마지막 가시기 전에 하셨던 말씀은 가슴 속에 커다란 여울물을 남겨 놓았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힘들었던 병마와의 싸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찾은 곳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병원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했던 곳, 새로운 삶을 찾은 곳으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장소이다.

이 책은 대장암 분야 '최고의 의사'에 선정된 명의 김남규의 진료실 풍경이 담겨 있다. 그의 진료분야인 대장암, 직장암 환자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젊은 나이에 대장암에 걸린 환자, 수술을 받아서 일상생활을 하다가 암이 재발된 환자, 말기암으로 고생하다가 세상을 떠난 환자....

그런 환자들곁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삶과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죽음이 닥쳐 왔을 때에 어떤 생각과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요즘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나 가능성 없는 환자의 심폐소생술을 거부하는 well dying 이나 집에서 가족과 함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려는 home dying이 확산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면 어떤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기 마련이고 그럼으로써 자연은 새로운 창조를 이어간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으면 새싹이 나는 것처럼, 낙엽이 대지에 떨어져 썩으면 나무의 거름이 되는 것처럼, 생과 사는 당연한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 (p. 39)

의사가 환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을 환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아주 큰 힘과 용기가 될 것이다.

수술, 완쾌, 재발, 전이, 항암치료 등의 수술실과 진료실 안팎의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환자와 가족에게 큰 고통을 주는 것은 암이 진행되고 있거나 암이 재발된 경우 그리고 더 이상 의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이다. 또한 환자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기에 이를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그 사연이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 환자를 치료하다보면 질병만 보면서 치료하는 것이 어쩌면 더 쉬운 것 같다. 사연이 있는 경우는 의사도 많은 부담을 안게 되고 그 상황에 안타까워한다. " (p. 155)

지금까지 병원안의 모습을 담은 책 중에서 마지막 임종을 앞둔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이야기를 여러 권 읽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런 책들과 비교하게 된다.

의사 입장에서의 진료실 이야기 보다 더 애잔한 이야기가 호스피스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바로 호스피스들은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저마다의 사연'을 중심으로 환자들의 마지막을 돌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켜보는 사람이기에 보람과 아쉬움이 함께 존재한다.

저자는 이 책의 끄트머리쯤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몇 통을 통해 의사가 아닌 아버지의 모습을 엿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에 대한 생각도 곁들인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가족, 지인, 환자들을 만나서 참 좋았다는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그렇다. 내곁에 있는 많은 사람들, 내가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

그들을 만나서 참 행복하다. 오늘도 산책로를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을 보면서 저 하늘 아래 내가 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길을 따라 피어 있는 꽃들을 보면서, 산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면서 내가 이 땅 위에 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그들을 만나서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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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미스터리 세계사 지도로 읽는다
역사미스터리클럽 지음, 안혜은 옮김, 김태욱 지도 / 이다미디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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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관련 서적들은 흥미롭고 재미있다. 선사시대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걸어온 길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된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역사에 관한 지식들은 또 다른 역사책을 통해서 다시 읽게 되고 그런 과정이 계속되어도 흥미를 잃지 않게 된다.

그런데 역사 속에 담긴 유물, 유적, 인물, 사건들의 이야기는 명쾌하게 밝혀진 이야기들 보다는 뭔가 애매하고 베일에 싸인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많다.

이런 이야기들을 TV 프로그램인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많이 다루고 있다. 이번에 읽게 된 <지도로 읽는다 미스터리 세계사>에 실린 이야기들 중에는 이미 그 프로그램에서 다룬 이야기들이 다수 담겨져 있다. 그래도 여전히 흥미롭기만 하다.

<지도로 읽는다 미스터리 세계사>는 역사 속의 이야기 중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의문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 기록이 없던 때의 이야기이거나 그 이후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에 미스터리한 역사 이야기

* 사건의 당사자가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고 죽었기에 미궁에 빠진 역사 속의 이야기

* 누군가 아니면 어떤 세력의 음모에 의해서 진실이 은폐되어 그 진상을 알 수 없는 이야기

* 오랜 기간에 걸쳐서 연구를 했지만 해결이 되지 않은 이야기

* 교과서에서는 가르치지 않았던 이야기 등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책의 구성은 1장 : 유럽의 미스터리

              2장 : 아시아의 미스터리

              3장 : 아메리카의 미스터리

              4장 : 아프리카의 미스터리로 지역별로 분류되어 있다.

특히 이 책의 특징은 역사 속의 미스터리를 그래픽 지도를 곁들여서 재미있게 살펴본다.

물론, 역사 속에서 가장 흥미롭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모아서 진실을 밝히려고 하지만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그래도 상황을 재구성해 보면서 미스터리의 전모를 밝히려는 노력을 한다.

책 속에 담긴 모든 항목에는 지도가 실려 있다. 그 지도는 독자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베일에 싸인 미스터리를 밝히기 위한 단서이기도 하고, 여러 상황을 재구성해 보는 수단이 된다.

역사 속의 사실일까 아니면 구전으로 내려오는 전설일까 하는 이야기로는 노아의 방주, 포세이돈이 만들었다는 아름다운 나라 아틀란티스, 중국의 신화 국가라는 하 나라의 존재 유무.고대문명과 관련된 미스터리.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는 예카테리나 궁전의 호박방의 6톤이 넘는 호박과 금은 보석의 행방, 영국의 거석 스톤헨지는 누가, 언제 왜 만들었을까, 이스터 섬의 모아이는 어떻게 그곳에 세워진 것일까, 솔로몬 신전의 성궤는 감쪽같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타락한 도시인 소돔과 고모라는 사해 바다에 묻여 있을까

진실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로는 루이 16세의 아들인 루이 17세의 죽음에 얽힌 진실, 투탕카멘의 무덤의 저주는, 타이타닉호의 침몰과 보험금과의 연관 관계는.

어떤 세력에 의한 음모가 있는 듯한 이야기로는 링컨의 암살, 케네디의 암살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이야기.

세계적인 추리소설가인 아가사 크리스티의 실종사건에 얽힌 이야기도 그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에 해당된다.

'믿거나 말거나', '說, 說, 說'

학교 수업 시간을 통해서는 배울 수 없었던 '미스터리 세계사'는 역사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고, 이 책을 통해서 역사의 한 부분들을 살펴보고,그 이야기들에서 흥미를 느낀다면  앞으로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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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의 연장통]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중용의 연장통 - 당신을 지키고 버티게 하는 힘
신인철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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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오경이라고 하면, 사서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이고 오경은 <역경>, <서경>, <시경>, <예기>,<춘추>를 말한다.

이 책들은 유교의 경전이며, 책 속에 담겨 있는 한문으로 인하여 그 뜻을 이해하기 이전에 한자를 읽기 조차 힘들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기피하는 책들이다.

그러나 학창시절에 '한문'이라는 과목을 배운 세대들은 수업시간을 통해서 그 책들에 담겨져 있는 내용 중의 일부를 공부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도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은 버릴 수 없다.

<중용의 연장통>은 재야의 고수인 석파 선생으로부터 한학을 배웠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사서오경 읽기에 몰두하였고, 대학 진학은 한문학과를 간 저자가 항상 <중용>을 읽고 공부하면서 실생활에서 <중용>에 담긴 내용들을 실천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사서오경 중에 <대학>과 <중용>은 <예기>에서 독립되어 별책이 되었는데, <중용>은 <예기> 33편에 해당하고, <대학>은 <예기> 41편에 해당된다.

그래서인지 <중용>은 사서삼경 중에서는 그 분량이 짧아서33개의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수는 약 3,500자에 이른다.

<중용>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집필하였으며, 자사는 증자로부터 학문을 배웠다.

즉, 공자 → 증자 → 자사 → 맹자로 학통이 이어진다.

<중용>은  문장의 내용, 구성이 간결하고 명쾌하여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으며, 현대인의 감각에도 잘 맞는 내용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용>은 온전히 혼자 익힌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동안 출간된 <중용>과 관련된 책들도 본문 내용과 해설 등이 담겨 있어서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었는데 <중용의 연장통>은 스토리텔링을 기본으로 <중용>의 본문, 해석, 문장에 담긴 깊은 뜻을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는가를 알려주기 때문에 다른 책들에 비해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중용>의 내용을 살펴보면,

*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

* 사람이 삶을 맞이하는 방식

* 사람이 자기 스스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진지하게 말해준다.

바로 이런 내용들이 이 책을 3부분으로 분류하여 설명된다.

저자는 10년 이상 <중용>을 수십 번 이상 읽고 모아둔 자료와 생각을 독자들이 알기 쉽게 그리고 본인의 생활에 적용했듯이 독자들의 생활에 쉽게 접목할 수 있도록 정리하여 설명해 준다.

책제목이 <중용의 연장통>인 것처럼 저자는 목수가 연장통에서 비장의 도구를 꺼내 수리하고, 연마하고, 손질하듯이 <중용>을 통해 삶을 다듬고 바로 잡고, 바꿔 나가도록 독자들에게 도움을 준다.

이 책은 <중용>의 내용을 순서대로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중용 33장을 위의 기준에 따라서 순서를 무시하고 각각 11장으로 분류하여 설명해 준다.

제1부는 사람사이에 습관을 짓다.

사람이라는 존재와 그 존재들 사이의 관계에 관한 내용들이다.  인간관계는 주고 받음의 상관관계로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내 생각과 행동을 조절함으로써 상대에게 주는 영향력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

제2부는 일상을 정리하여 다시 세우다.

<중용>을 통해 '삶' 즉 '인생살이'에 대해 함께 생각한다. 도를 행함에 있어서의 지나침과 모자람, 배운 대로 행하는 것의 어려움, 정말 필요한 강함을 선택할 줄 아는 것 등을 살펴본다.

제2부에 해당하는 20장 ' 잘 닫아야 비로소 잘 통한다'는 <중용> 중에서 가장 길고 난해한 문장이다. 개인으로부터 시작해서 친지, 지인 더 나아가서 사회, 국가, 천하를 다스린다는 것들이 알고 보면 일맥상통한다는 개념이 주된 내용이다.

제3부는 일에 제자리를 찾아 주다
회사에서의 업무, 학교에서의 학업, 가정에서의 가사 등, 실제 매일 매일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중용'이란 말을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중용'이란 모든 일의 가운데(중간)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한곳으로 치우치지 않고,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으며, 때와 장소와 상황에 맞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본질적인 지혜들을 말한다. 즉, 끝까지 해내는 정신과 힘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 사람은 홀로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 사회, 시대, 세계와의 상호작용 속에 의미를 부여받음으로 인해 존재감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혼자 리더인 것 같아도 부하 직원이 없으면 리더가 될 수 없고, 제자가 없으면 스승이 될 수 없으며, 적이 없으면 아군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나 아닌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입니다. 내가 먼저 그들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그들도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법입니다. " (p.124)

<중용>을 읽는다는 것은 삶 속에서 중용을 행하고 <중용>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들을 실제로 실천하고 그를 통해 얻은 것들에서 다시 삶에 필요한 것들을 배워 나가는 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중용>이라고 하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용의 연장통>을 읽어보면 과연 <중용>은 오래전에 씌여졌음에도 현대인들이 꼭 읽어 보고, 그 뜻을 마음에 새겨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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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7 22: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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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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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 수상 작가'

문학상이란 문학상은 모두 수상한 작가 김연수.

작가의 작품들에 관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이러 저러한 이유로 많이 읽지는 못했다.

겨우 내가 읽은 작품이라고는 소설 <원더 보이>와 에세이 <지지 않는다는 말>이 고작이다.

<원더보이>는 조금은 어수선한 생각들을 하게 해 주었기에 작가의 명성에 비해서 그다지 큰 감동은 없었던 소설이다. (지금 다시 읽으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같다)

또한 <지지 않는다는 말>은 에세이이기에 소설가의 에세이란 신변잡기로 흐르는 경향이 있고, 여기 저기 한 번쯤은 실렸던 글들이기에 소설가의 진면목을 알아 보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글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정말, 이 소설은 김연수 작가를 새롭게 평가하게 된 작품이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작가는 이 소설을 끝내면서 그 다음에 <작가의 말>을 싣고 있다. 그중에 한 문장을 여기에 소개하면,

작가는 소설에서 그가 쓰지 않았지만 독자들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여운을 남긴다. 그 여운이 책을 덮은 후에 한동안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확실하게 내 생각이 작가의 생각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이야기는 미국으로 입양된 카밀라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양모 앤의 죽음으로 인하여 양부는 젊은 여자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카밀라에게 전달되는 여섯 개의 상자.

그 상자 속에는 유년의 물건들이 들어 있다. 그 상자 속의 물건들은 그녀의 입양된 삶의 분량만큼이기에 <너무도 사소한 기억들>인 것이다. 그 <너무도 사소한 기억들>을 끄집어 내서 글을 쓰게 되고 그 글들이 책으로 출간되게 된다.

26살 카밀라 포트만(정희재)에게 '자신의 뿌리찾기'라는 기획의 프로젝트가 출판사로부터 의뢰되면서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의 고향인 진남을 찾게 된다.

17살 미혼모의 흔적을 찾는 과정에서 맞부딪히게 되는 여러 사건들.

엄마인 정지은의 존재를 속이려는 사람들과 어딘지 석연치 않은 진남 사람들의 차가운 언행.

진남 여고의 교장인 김미옥은 왜 친모인 정지은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출생을 철저하게 비밀로 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러나 사라져 버린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조각들은 하나 하나 밝혀지게 되는 것이다.

" 저는 제 엄마를, 그녀의 고통을, 절망과 외로움을 받아들이기 위해 한 번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정지은의 아버지는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이다가 투신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벌어지게 되는 냉혹한 현실들.

소설 속에는 고통받았던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학교를 비롯한 사회에서 철저하게 소외당하는 한 여학생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 거기 고통과 슬픔이 있었다면, 그것은 그 아이의 고통과 슬픔이었다.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은 고통스럽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다. 우리와 그 아이의 사이에는 심연이 있고, 고통과 슬픔은 온전하게 그 심연을 건너 오지 못했다.

심연을 건너와 우리에게 닿은 건 불편함뿐이었다. 우리는 그런 불편한 감정이 없기를 바랐다. 그럴 수 밖에. 그때 우리는 고작 열여덟 살, 혹은 열아홉 살이었으니까. 우리는 저마다 최고의 인생을 꿈꾸고 있었으니까. " (책 속의 글 중에서)

우리와 그 아이의 사이에 있었다는 심연.

정지은의 고통과 슬픔은 진남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이 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외면당한 고통과 슬픔. 그것은 오히려 정지은을 더 깊은 심연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그러나 진남 사람들의 과거가 담긴 조각들은 '아카이브'를 만들었고, 그것은 모든 진실이 담겨 있는 곳이 된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각 부마다의 화자가 바뀐다. 제 1부는 카밀라, 제 2부는 정지은, 제 3부는 우리 등으로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오가는 것이다.

제 2부에서 카밀라의 친모 정지은은 사후의 세계에서 자신의 딸을 지켜보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2012년의 카밀라, 혹은 1984년의 정지은' (소설 속의 소제목)

"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을 때, 어둠 속에서 포옹할 때, 두 개의 빛이 만나 하나의 빛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듯이.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우리가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 혹은 당신이 내 소설을 읽는 것, 심연 속으로 떨어진 내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 작가의 말 중에서)

 

카밀라가 찾고 있던 모든 진실은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밝혀진다. 그 사실들만으로도 이 소설을 따라가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다.

 

작가는 그 이상의 무언의 이야기를 이 소설 속에 담아 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독자들이 스스로 찾아야 할 몫인 것이기도 한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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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숲으로 와준다면
김용규 지음 / 그책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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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의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하버드대학을 졸업하였지만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 집을 짓고 소박한 삶을 살았다. 그의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소박한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약 200여 년전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을 보는 듯한 그런 삶을 사는 '김용규'는 '숲속의 철학자'라고 불린다.

그는 여우숲 속의 오두막집 '백오산방'에서 10여 년간 살고 있다. 그는 숲 속에서 살면서 깨우친 가르침을 사람에게 전하는 강연도 하고, 글도 꾸준히 쓰고 있다. 그는 그동안 쓴 글들 중에서 일부를 이 책 속에 담아 놓았다.

"<당신이 숲으로 와준다면>은 위험을 추구하면서도 열망을 따라 숲으로 스며든 한 송이 여름 꽃의 운명을 가진 나의 고백같은 편지를 추려서 다시 쓰고 모은 책입니다. " (p. 7)

" 숲 ~ ~" 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머리 속을스쳐가는 이미지는 싱그러움....

이 책을 펼쳐드니 마침 봄꽃이 만발한 지금의 모습과 오버랩이 된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벚꽃과 목련은 봄바람에 꽃비를 날리더니 마지막 몇 송이만이 외롭게 흔들리고....

그 자리를 진한 라일락 꽃향기가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동안 줄곧 숲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들을 곁에 두었기 때문인지 이 책을 읽는 마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숲의 모습,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하고 소박한 모습의 작은 풀꽃들.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숲 속에서 삶의 순간을 느리게 아주 느리게 즐기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부러운 마음에 이 책을 정독한다.

책을 넘길 때에 불쑥 나타나는 숲의 모습을 담은 사진, 그 사진 속에는 숲의 사계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자연을 담은 사진들도 읽는 독자의 마음을 평화롭게 해 준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가 화들짝 놀라게 되는 부분이 있으니, 이런 숲에서 살고 있는 저자의 마음 속에도 화가 자리잡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니.

아마 지금은 그 화가 모두 사그라 들었겠지만...

" 그 삶은 언제 살아보려 합니까. 오직 내가 내 삶의 주인인 그 삶은 언제?" (p. 26)

" 그대는 어떤 삶을 살고 싶습니가? 많이 아는 삶입니까? 아니면 더 자주 가슴으로 만날 줄 아는 삶입니까 ?" (p. 37)

그는 우리들에게 '두려운 날이 있는가? ' 하고 묻는다. '때론 그리운 날이 있는가?' 하고 묻기도 한다.

귀농, 귀촌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조언을, 놓치지도 말고 잊지도 말아야 할 것들을, 누구에게나 잊히지 않는 충격적인 슬품과 분노의 첫 기억에 대해서도 짧은 글을 남긴다.

'숲 속에는 숲만의 시간이 흐른다고' 하니, 이는 벌거숭이 산이 깊은 숲이 되고, 작은 한 해 살이 풀부터 과목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마다의 시절을 이야기한다.

사람 이야기, 숲 이야기, 삶에 관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은 숲에서 찾을 수 있는 지혜들이 담겨 있으니,저자는 숲을 만날 수 있었기에, 그 속에서 살고 있기에 깨달을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아닐까.

" 숲이라는 치열한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살아남고, 결실 이룬다는 것은 그렇게 모두 눈물겹습니다. 모든 생명의 생존은 그래서 눈물겨운 감탄입니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의 삶이 모두 그렇게 자기의 한계를 넘어서며 제 길을 갑니다. 지리산 구룡계곡을 걷고 있는 지금 저들이 내게 자꾸 말을 겁니다. '너의 삶도 감탄이 되기를, 눈물겹더라도 기필코 '" (p. 133)

"우리의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자꾸 채우려 할 때 삶이 복잡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복잡해지면 집중하기 어렵고, 따라서 스스로 가고자 하는 길을 향해 하루 하루의 수련을 지속하기도 어려워집니다. 무슨 법칙처럼 꼭 그렇게 됩니다.  (...) 그런 비법을 알면서도, 요즘 내 삶은 자꾸 내 것이 아닌 무언가로 들어차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당분간 쇠뜨기처럼 살아야겠습니다. 비움, 그것으로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쇠뜨기의 지혜 말입니다. " (p. 213)

숲은 우리에게 편안한 마음을 가지라 한다. 숲은 우리에게 천천히 흘러가라 한다.

그래서 숲은 우리에게 언제나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아주 천천히 읽어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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