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숲으로 와준다면
김용규 지음 / 그책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월든>의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하버드대학을 졸업하였지만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 집을 짓고 소박한 삶을 살았다. 그의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소박한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약 200여 년전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을 보는 듯한 그런 삶을 사는 '김용규'는 '숲속의 철학자'라고 불린다.

그는 여우숲 속의 오두막집 '백오산방'에서 10여 년간 살고 있다. 그는 숲 속에서 살면서 깨우친 가르침을 사람에게 전하는 강연도 하고, 글도 꾸준히 쓰고 있다. 그는 그동안 쓴 글들 중에서 일부를 이 책 속에 담아 놓았다.

"<당신이 숲으로 와준다면>은 위험을 추구하면서도 열망을 따라 숲으로 스며든 한 송이 여름 꽃의 운명을 가진 나의 고백같은 편지를 추려서 다시 쓰고 모은 책입니다. " (p. 7)

" 숲 ~ ~" 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머리 속을스쳐가는 이미지는 싱그러움....

이 책을 펼쳐드니 마침 봄꽃이 만발한 지금의 모습과 오버랩이 된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벚꽃과 목련은 봄바람에 꽃비를 날리더니 마지막 몇 송이만이 외롭게 흔들리고....

그 자리를 진한 라일락 꽃향기가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동안 줄곧 숲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들을 곁에 두었기 때문인지 이 책을 읽는 마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숲의 모습,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하고 소박한 모습의 작은 풀꽃들.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숲 속에서 삶의 순간을 느리게 아주 느리게 즐기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부러운 마음에 이 책을 정독한다.

책을 넘길 때에 불쑥 나타나는 숲의 모습을 담은 사진, 그 사진 속에는 숲의 사계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자연을 담은 사진들도 읽는 독자의 마음을 평화롭게 해 준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가 화들짝 놀라게 되는 부분이 있으니, 이런 숲에서 살고 있는 저자의 마음 속에도 화가 자리잡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니.

아마 지금은 그 화가 모두 사그라 들었겠지만...

" 그 삶은 언제 살아보려 합니까. 오직 내가 내 삶의 주인인 그 삶은 언제?" (p. 26)

" 그대는 어떤 삶을 살고 싶습니가? 많이 아는 삶입니까? 아니면 더 자주 가슴으로 만날 줄 아는 삶입니까 ?" (p. 37)

그는 우리들에게 '두려운 날이 있는가? ' 하고 묻는다. '때론 그리운 날이 있는가?' 하고 묻기도 한다.

귀농, 귀촌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조언을, 놓치지도 말고 잊지도 말아야 할 것들을, 누구에게나 잊히지 않는 충격적인 슬품과 분노의 첫 기억에 대해서도 짧은 글을 남긴다.

'숲 속에는 숲만의 시간이 흐른다고' 하니, 이는 벌거숭이 산이 깊은 숲이 되고, 작은 한 해 살이 풀부터 과목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마다의 시절을 이야기한다.

사람 이야기, 숲 이야기, 삶에 관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은 숲에서 찾을 수 있는 지혜들이 담겨 있으니,저자는 숲을 만날 수 있었기에, 그 속에서 살고 있기에 깨달을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아닐까.

" 숲이라는 치열한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살아남고, 결실 이룬다는 것은 그렇게 모두 눈물겹습니다. 모든 생명의 생존은 그래서 눈물겨운 감탄입니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의 삶이 모두 그렇게 자기의 한계를 넘어서며 제 길을 갑니다. 지리산 구룡계곡을 걷고 있는 지금 저들이 내게 자꾸 말을 겁니다. '너의 삶도 감탄이 되기를, 눈물겹더라도 기필코 '" (p. 133)

"우리의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자꾸 채우려 할 때 삶이 복잡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복잡해지면 집중하기 어렵고, 따라서 스스로 가고자 하는 길을 향해 하루 하루의 수련을 지속하기도 어려워집니다. 무슨 법칙처럼 꼭 그렇게 됩니다.  (...) 그런 비법을 알면서도, 요즘 내 삶은 자꾸 내 것이 아닌 무언가로 들어차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당분간 쇠뜨기처럼 살아야겠습니다. 비움, 그것으로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쇠뜨기의 지혜 말입니다. " (p. 213)

숲은 우리에게 편안한 마음을 가지라 한다. 숲은 우리에게 천천히 흘러가라 한다.

그래서 숲은 우리에게 언제나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아주 천천히 읽어 내려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