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 수상 작가'

문학상이란 문학상은 모두 수상한 작가 김연수.

작가의 작품들에 관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이러 저러한 이유로 많이 읽지는 못했다.

겨우 내가 읽은 작품이라고는 소설 <원더 보이>와 에세이 <지지 않는다는 말>이 고작이다.

<원더보이>는 조금은 어수선한 생각들을 하게 해 주었기에 작가의 명성에 비해서 그다지 큰 감동은 없었던 소설이다. (지금 다시 읽으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같다)

또한 <지지 않는다는 말>은 에세이이기에 소설가의 에세이란 신변잡기로 흐르는 경향이 있고, 여기 저기 한 번쯤은 실렸던 글들이기에 소설가의 진면목을 알아 보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글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정말, 이 소설은 김연수 작가를 새롭게 평가하게 된 작품이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작가는 이 소설을 끝내면서 그 다음에 <작가의 말>을 싣고 있다. 그중에 한 문장을 여기에 소개하면,

작가는 소설에서 그가 쓰지 않았지만 독자들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여운을 남긴다. 그 여운이 책을 덮은 후에 한동안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확실하게 내 생각이 작가의 생각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이야기는 미국으로 입양된 카밀라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양모 앤의 죽음으로 인하여 양부는 젊은 여자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카밀라에게 전달되는 여섯 개의 상자.

그 상자 속에는 유년의 물건들이 들어 있다. 그 상자 속의 물건들은 그녀의 입양된 삶의 분량만큼이기에 <너무도 사소한 기억들>인 것이다. 그 <너무도 사소한 기억들>을 끄집어 내서 글을 쓰게 되고 그 글들이 책으로 출간되게 된다.

26살 카밀라 포트만(정희재)에게 '자신의 뿌리찾기'라는 기획의 프로젝트가 출판사로부터 의뢰되면서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의 고향인 진남을 찾게 된다.

17살 미혼모의 흔적을 찾는 과정에서 맞부딪히게 되는 여러 사건들.

엄마인 정지은의 존재를 속이려는 사람들과 어딘지 석연치 않은 진남 사람들의 차가운 언행.

진남 여고의 교장인 김미옥은 왜 친모인 정지은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출생을 철저하게 비밀로 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러나 사라져 버린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조각들은 하나 하나 밝혀지게 되는 것이다.

" 저는 제 엄마를, 그녀의 고통을, 절망과 외로움을 받아들이기 위해 한 번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정지은의 아버지는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이다가 투신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벌어지게 되는 냉혹한 현실들.

소설 속에는 고통받았던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학교를 비롯한 사회에서 철저하게 소외당하는 한 여학생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 거기 고통과 슬픔이 있었다면, 그것은 그 아이의 고통과 슬픔이었다.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은 고통스럽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다. 우리와 그 아이의 사이에는 심연이 있고, 고통과 슬픔은 온전하게 그 심연을 건너 오지 못했다.

심연을 건너와 우리에게 닿은 건 불편함뿐이었다. 우리는 그런 불편한 감정이 없기를 바랐다. 그럴 수 밖에. 그때 우리는 고작 열여덟 살, 혹은 열아홉 살이었으니까. 우리는 저마다 최고의 인생을 꿈꾸고 있었으니까. " (책 속의 글 중에서)

우리와 그 아이의 사이에 있었다는 심연.

정지은의 고통과 슬픔은 진남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이 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외면당한 고통과 슬픔. 그것은 오히려 정지은을 더 깊은 심연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그러나 진남 사람들의 과거가 담긴 조각들은 '아카이브'를 만들었고, 그것은 모든 진실이 담겨 있는 곳이 된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각 부마다의 화자가 바뀐다. 제 1부는 카밀라, 제 2부는 정지은, 제 3부는 우리 등으로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오가는 것이다.

제 2부에서 카밀라의 친모 정지은은 사후의 세계에서 자신의 딸을 지켜보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2012년의 카밀라, 혹은 1984년의 정지은' (소설 속의 소제목)

"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을 때, 어둠 속에서 포옹할 때, 두 개의 빛이 만나 하나의 빛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듯이.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우리가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 혹은 당신이 내 소설을 읽는 것, 심연 속으로 떨어진 내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 작가의 말 중에서)

 

카밀라가 찾고 있던 모든 진실은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밝혀진다. 그 사실들만으로도 이 소설을 따라가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다.

 

작가는 그 이상의 무언의 이야기를 이 소설 속에 담아 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독자들이 스스로 찾아야 할 몫인 것이기도 한 것이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