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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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이야기하려면 <7년의 밤>을 건너 뛰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11년에 이 소설이 출간된 이후에 독자들에게 그리 많이 읽힌 것은 책을 손에 잡는 순간에 도저히 중간에 읽기를 멈출 수 없는 강한 흡인력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7년의 밤>에 대한 '박범신' 작가의 추천의 글처럼

" 뒤돌아 보지 않는 힘있는 문장과 압도적인 서사, 그리고 정교한 취재를 기반으로 한 생생한 리얼리티" (<7년의 밤> 뒷표지 글 중에서)라는 글이 정유정 작가의 모든 소설을 말해주는 듯하다.

정유정의 소설인 <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는 3년의 구상과 집필로, <내 심장을 쏴라>는 작가 자신이 직접 폐쇄병동을 취재하고 체험하고 자료를 조사해서, <28>은 2년 3개월의 집필기간을 거쳐서...

그것도 모자라서 다 쓴 작품을 고스란히 백지화하고 또 다시 쓰기로도 한다.

그런 열정이 바로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정유정의 작품 중에서 처음 읽었던 <7년의 밤>은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감상하는 듯, 글만으로도 생생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고, 글만으로도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음을 알게 해 주었다. 도저히 여성 작가가 쓴 작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하게 무섭고 섬뜩한 소설이다.

<7년의 밤>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악몽을 꾸면서 깨어나고 싶어서 발버둥을 치는데 눈이 안 떠지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아니면, 등장인물의 행동이 괴기스럽고 무서워서 마음을 졸이면서도 그 끝이 궁금해서 도저히 영화 보기를 중단할 수 없는 스릴러 영화라고나 할까.

그래서 독자들은 정유정의 새로운 소설이 출간될 때마다 그 소설을 읽게 된다.

<7년의 밤>을 읽으면서 '인간은 어디까지 악마적인 근성을 드러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종의 기원>도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게 되고, 악이 점점 커지는 과정을, 그리고 그 악이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는가를, 악마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의 심리상태, 파괴된 청춘에 대한 애증과 연민.

그러나, 이 책을 덮는 순간에 깊은 생각에 빠지면서 드는 결론은 악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고, 합리화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 소설은 '프롤로그'를 통해서 한유민과 한유진 형제가 첫 영성체를 받는 과정에서 유진이가 영성체에 받기 위해서 제단에 오르다가 쓰러져서 정신을 잃게 되는 것으로 악인의 출발을 예고한다.

유진은 온통 피범벅이 된 채로 피냄새에 잠에서 깨어난다. 그에게 들려오는 노랫소리와 어머니의 목소리.

16년전에 아버지와 형을 잃고, 간질증세가 있어서 자신의 꿈인 수영선수의 길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지난날....

그런데 잠에서 깨어난 유진은 지난밤 12시부터 오전 2시 30분까지의 2시간 30분의 기억이 사라졌다. 그 기억을 찾아야만 거실에 목이 베어져서 죽은 어머니의 죽음을 밝혀낼 수 있다.

우선, 유진은 어머니의 사체를 처리하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집안 청소를 한다. 그러던 중에 어머니의 방에서 발견된 일기인지 메모인지 무언가를 기록한 노트를 발견하게 된다.

어젯밤의 이야기에서 16년 전의 이야기까지가 날짜 순으로 담겨 있는 노트, 기록된 내용을 읽으면서 유진은 그당시의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더듬어나간다.

어젯밤에 일어난 살인사건에서 출발하여 10살적의 기억까지를 되짚어보면서 유진이 왜 지금의 모습으로 변할 수 밖에 없었는가를 유진의 입장에서 합리화해 나간다.

수영대회에서 간질 증세를 보인 후에 정신과 의사인 이모의 대응과 그에 따르는 엄마의 행동은 유진이 그가 하고 싶은 일을 접게 하고, 엄마와 이모의 말에 순응하는 인간이 되기를 강요한다.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무탈하고 무해한 존재로 살 수 있도록. 사람 속에서 살되 사람과 어울려 살지 않도록'하는 그녀들의 언행.

자식의 인생을 죄지우지하는 엄마들의 언행이 여기에서도 나타난다. 과연 그것이 자식을 위한 것이었을까?

겉으로는 말 잘 듣는 아들이지만 그 안에 내재된 인간의 본성은 차츰 악인으로 변해간다. 발작 증세가 일어나기 전에 느낄 수 있는 피비린내.

그 피비린내는 이 작품 속에 처음부터 끝까지 심하게 악취를 풍긴다. 유진을 더 힘들게 만든 것은 어머니가 입양한 해진이 형의 위치에 있게 되는 것과 어머니와 해진의 친밀감도 한 몫을 한다.

유진이 악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는 정신적인 결함이나 이모와 어머니의 언행이 큰 몫을 하기에 책을 읽는 중간중간 유진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는 연민이 솟구치기도 하지만 그건 절대로 합리화될 수 없는 것이라 생각된다.

정유정은 '작가의 말'에서,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의 말을 빌린다.  ‘살인’은 인간이 경쟁자를 제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고, 이 무자비한 ‘적응구조’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우리의 조상이라는 것이다. ‘악은 우리 유전자에 내재된 어두운 본성이며, 악인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누구나일 수 있다’고,  살인과 악, 나아가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생각이 즉, 작품을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가 된다. (작가의 말 중에서 발췌)

사이코패스들의 살인사건을 접하면서 이웃 오빠, 아저씨같은 순수한듯한 그들의 모습에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던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바로 사이코패스가 이렇게 탄생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악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안에 있다는 생각을 말하는 작가의 변을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서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인간에게 악의 심연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밖으로 분출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행동이고, 그것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도덕과 교육, 윤리적인 행동이 무엇인지를 학습해 왔기에 이성에 의해서 올바른 인간이 될 수 있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유에서든 악인을 정당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사회를 떠들섞하게 했던 계모의 살인사건을 보면서 우린 어떤 생각을 했던가.

점입가경은 계모의 말, '나도 어릴 적에 계모한테 학대를 받았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악은 악일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미화되어서는 안된다.

" 유진이 너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바르르 떨렸다. 면도칼을 움켜 쥔 손도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숨결에선 쌕쌕 소리가 났다.

" 이 세상에 살아서는 안 될 놈이야"

죽창을 날리는 듯한 말이었다. 나는 목을 꿰인 짐승처럼 바르작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나를 향해 다가드는 어머니를 내려다봤다. 아무런 감정도 일지 않았다. 대꾸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스위치를 내린 것처럼 머릿속이 껌껌했다.

" 그때 끝냈어야 했어. "

어머니는 어느새 내 가슴 밑에 와 있었다. 날 선 도끼 같은 눈으로 나를 쪼갤듯이 노려봤다. 나는 뒷발질로 더듬어서 계단 한 칸을 올라갔다.

" 그때, 죽었어야 했어, 너도 죽고, 나도 죽고." (p. 78)

내 생에 이모의 영혼이 지금처럼 궁금했던 적은 없었다. 어떤 눈을 가진 영혼이기에, 일곱 살짜리가 그린 그림을 '모친 살해'의 암시로 읽을 수 있었는지. 어떤 입을 가진 영혼이기에 열 살짜리 조카에게 포식자라는 선고를 내릴 수 있었는지. 어떤 낯짝을 가진 영혼이기에 한 인간의 삶을 '치료'라는 명붐으로 조져놓을 수 있었는지. 어떤 심장을 가진 영혼이기에 '포식자'의 홈그라운드로 혈혈단신 쳐들어 올 수 있는지. (p.p. 263~264)

평범한 소년이 살인자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점점 교활해지고 지능화되어갈 악인의 모습이 소름끼친다.

이 책을 읽던 삼복의 한 밤중, 느닷없이 폭우가 내렸다. 하늘이 뻥 뚫린 듯 내리는 빗소리에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이 소설을 도저히 더 읽어내려갈 수가 없었다.

이 소설은 처음 시작부터 마지막 부분까지 피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살인의 기법이나 사후의 처리과정까지 적나라하게 묘사되어서 한여름에 섬뜩함에 무서움을 느낄 정도로 잔인하고 지독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세밀한 묘사와 치밀한 구성은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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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고맙다
전승환 지음 / 허밍버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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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고맙다>의 저자인 '전승환'은 북 테라피스트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서 아름다운 글과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가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는 글들이 담긴 책이 바로 <나에게 고맙다>이다.

우린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외롭고 힘들 때에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은 누군가가 전하는 '고맙다'는 말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쉽게 하는 '고맙다'는 말, 그런데, 자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치열하게, 악착같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 줘서 '고맙다'고 자신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건낸 적이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을 아주 천천히 읽으면서 한 문장, 한 문장, 그 의미를 생각해 보자.

물론, 책 속의 글들이 진부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많이 들었던 말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말 힘든 사람들에게 이런 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반문해 볼 수도 있다.

당연히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는 내용들이지만 가슴으로까지 받아 들이지 못하는 내용일 수도 있다.

그러니 천천히 읽어 내려 가면서 자신의 마음에 새겨보자....

지금까지 많은 책들이 완벽한 인생을, 포기하지 않는 인생을, 성공하는 인생을 말했다면, 이 책 속의 내용 중에는 때로는 허술해도 좋고, 빈틈이 엿 보여도 좋고, 게으름을 피워도 좋다고 말하기도 하니, 마음의 문을 열고 그 내용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책을 읽자.

힘들면, 힘들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울고 싶으면 펑펑 울어도 되는 것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이면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바람이 불면 공허한 마음을 바람에 실어 보내고

햇빛이 내리쬐는 날이면 햇살의 온기를 가득 담아보고

적막한 새벽이면 깊은 사색에 빠져 보고

부드럽고 신선한 향기를 품은 감성 가득한 하루를 보내자.

 

그러다 보면,

하루의 매 순간순간이 특별해질 테고,

소소한 일에도 행복의 의미를 찾아내며,

계산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일상의 낭만을 은은하게 즐기는

뜻깊은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p. 30)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그곳이

누군가에게 희망이거나

닿을 수 없는 간절한  꿈일지 몰라요.

머무르고 싶은 아늑한 곳일 수도 있고요.

그러니 우리 이곳에서 바쁘면 바쁜 대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그 열정으로

하루를 살도록 애써 봐요.

그렇게 살아가요. (p. 33)

그래서 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우편함이 열릴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시간 말이야.

우편함 속에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일 때 마다

묵혀 왔던 이야기들도 하나씩 풀어내야.

우편함 속 어딘가에 '공감'이 생길테니까.

 

꽁꽁 묶어 넣어 두었던 너의 이야기를 꺼내 봐.

눈물로 번져 알아보기 힘든 슬픈 기억도 괜찮아.

상처로 찢겨 꺼낼 엄두도 못 냈던 아픈 기억도 괜찮아.

 

그저, 너와 내가

가득 찬 우편함을 열어 조금씩 흘려 내려보낼 수 있게.

그렇게 비워진 공간에 행복한 기억들을 채울 수 있게.

혹시라도 남은 공간에 나의 공감도 자리하게 해 줘.

또 다른 나쁜 기억이 숨어 들어가지 않도록.  (p.p. 44~45)

철저히 혼자만의 아픔을 고스란히 겪어 내는 일.

울어야 할 때를 피하지 않고,

소리치고 싶을 때 내지를 수 있는....

아무도 할 수 없는 곳에서

나를 위로하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p. 83)

인연을 소중히 하여, 낭비되는 사랑은 하지 않기를.

지금 옆에 있는 그 사람이 하는 말들이

나를 위한 것임을 깨닫기를.

그가 하는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기를.

그 이야기 속에 담긴 마음을

한 번쯤은 꼭 헤아려 보기를.

그 시작이 서로에게 멀어져 가는 끈을

다시 잡을 수 있게 도와줄 지도 모르니까.... (p. 113)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

어떤 이에게는 사소한 인연일지 모르나

나에게는 그 사람의 인생을 만나는 일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그 사람의 인생을 숨 막히게 받아들이는 일

 

이제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나이가 되었다.

내가 그의 인생극장에

조연일지도 모르니....   (p. 164)

어차피 지나가면 잊힐 것을.

 

몽글몽글 풋풋했던 내 첫사랑도

파릇파릇했던 내 청춘도

뒤죽박죽 얽혔던 인간관계도

죽을만큼 힘들었던 모진 고난도

영원할 것 같던 나의 친구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잊힐 것을....

 

사라질 것을 붙잡지 말고

흐르는 빗 속에 흘려보내길.

 

아늑한 미소 한번 지어주며

다가올 폭풍을 뚫고 나가길.     (p.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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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그대, 러시안 블루 - 명품 백 대신 비행기 티켓을 택한 그녀, 배낭 한 가득 러시아를 담아오다!
서현경 글.사진 / 시그마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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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우면서도 먼 나라, 러시아. 그동안 정치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적대적 감정을 가지고 있던 러시아.

이제는 러시아 여행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래도 선입견이 있어서 그런지 멀게만 느껴지는 여행이기도 하다.

저자는 러시아에 살고 있는 친구의 놀러오라는 말 한 마디에 러시아 여행을 떠난다.

'할까? 말까?' 할 때는 해라, 그녀는 단 돈 백만 원을 가지고 비행기 티켓을 과감하게 끊는다. 아이를 두고 혼자 떠나는 러시아 여행.

좌충우돌 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고, 이 책에는 저자의 여행 경험이 여행 정보와 함께 적당하게 잘 어우려져 담겨 있다.

" 한밤에 해가 뜬 백야처럼 과거와 현재, 투박함과 아름다움, 도도함과 다정함이 모순처럼 공존하는 모스크바 " ( 책 속의 글 중에서)

" 어차피 여행이란 떠남 그 자체인 것을, 내가 이 먼 곳까지 떠나 온 것은 그 어떤 목적도, 실천해야 할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나는 가장 중요한 여행의 본질을 잊고 있덨다. 멈추고 싶으면 잠시 멈추고, 달리고 싶으면 함껏 달릴 자유, 여행자에게는 무한으로 있는 것이 아닌가" (p. 163)

러시아 여행은 러시아 인형인 마트로슈카처럼  열어도 열어도 점점 작아지면서 또 나오고, 또 나오고, 또 나오는 그런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 열어도 열어도 계속 인형들이 나오는 마트로슈카, 러시아는 내게 어쩌면 마트로슈카와 비슷한 나라일지도 모르겠다. 특별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비로소 진짜 매력을 알게 된 것, 열어도 열어도 계속 나오는 인형처럼 아직도 그 얼굴을 다 보지 못했다는 것, 러시아는 내게 마트로슈카와 같다. " (p. 180)

러시아에 하면 모스크바 보다 더 가고 싶은 곳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이다. 어릴 적에 러시아의 황제 표트르 1세의 전기를 읽으면서 그곳을 가고 싶었었는데...

상트페테르부르크는 18세기초에 표트르 1세가 수도를 옯기기 위해서 만든 도시이다. 유럽으로 향한 창이기도 하고, 유럽의 어느 도시 보다 더 유럽같은 분위기의 도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러시아 속의 진짜 유럽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매년 6월에서 7월에 상트페테르브르크 백야 축제가 열린다.

그리고 런던의 대영박물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에 속하는 에르미타주 박물관도 꼭 가보고 싶다.

" 미술 작품만이 아니라 황제들의 화려한 궁전 생활을 볼 수 있는 것도 에르미타주의 볼거리다. 사실 유럽 어느 궁전을 가도 그 화려함에 왕 한 번 해볼 만하겠군, 하는 마음이 들지만 에르미타주는 여느 유럽의 궁전과 배교해도 뒤지지 않을 화려함이 극치를 보여준다. 겨울 궁전의 황금색과 붉은색, 녹새, 흰색이 주를 이루는 분위기 연출은 화려하며 웅장한 러시아 문화의 감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p. 269)

저자는 러시아를 2번 여행을 했고 그 이야기를 한 권의 책 속에 담아 놓았다.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계획도 없이 떠난 러시아 여행이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 여행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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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창업자들
김종춘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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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 이후에 인공지능에 의해서 새롭게 변화하게 될 가까운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얼마 후에 사라질 직업들, 평생 직장이란 개념을 떠나서 제2, 제3의 직업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미래를 설계해야 된다는 등의 이야기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변화할 대전환기, 즉 '정답이 없는 격변기'에는 지금과는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여야 하는데, 기존의 생각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집중해야 할 것에는,

1. 이전에 없던 경험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더 자기 다울 수 있게)

2. 완전히 다른 각도로 볼 수 있어야 한다.

3. 고양이형 인재를 기를 수 있어야 한다.

고양이형 인재란, 이 책의 저자가 <슈퍼 창업자들>에서 각 주제마다, 주제에 들어가기 전에 개형 인재와 고양이형 인재를 비교하면서 개형 인재는 이러 이러한 사람이고, 고양이 인재는 이러 이러한 사람인데 앞으로는 고양이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개와 고양이의 습성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데, 쉽게 풀어 말하자면, 규율적인 충견이기 보다는 강요하지 않아도 되고, 자율성을 가진 유연한 고양이 형 인재에 초점을 맞춰 책의 내용을 전개해 나간다.

(고양이의 유전자에는 호랑이, 사자, 표범의 그림자가 숨어 있다.)

또한 이 책의 특색은 책제목처럼 슈퍼 창업자들에게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 주제를 정해서 설명을 한 후에 마지막에는 성경을 인용하여 책의 내용을 접목시킨다는 점이다.

즉, 경영, 조직, 관계, 창의성 등을 종교와 연결시킨다.

물론, 그런 점이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좋은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비신자들에게는 꼭 이렇게까지 성경과의 연결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에 그 부분을 읽지 않고 지나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잠깐, 저자 소개글을 살펴보면,

" 그는 교회와 사회, 성경과 여러 학문의 교차지점에서 양쪽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에게 있어 교회는 예배당을 넘어 사회와 자연, 그리고 우주까지 확장하는 개념이다. " (저자 소개글 중에서)

책의 구성은 PART 1 :  이전에 없던 경험을 판다.

              PART 2 :  완전히 다른 각도로 본다.

  

책 내용은 창의적인 사고로 성공을 이룩한 기업, 기업인들에 대한 사례를 중심으로 펼쳐지기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원 타임피스의 경우에는 새로운 시각으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시계를 만들었는데, 시각 장애인이니까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색상, 디자인 기능을 생각한 고급 디자인의 쇠구슬 시계를 만든다.

안경업체인 외비파커는 인터넷을 통해서 소비자가 안경 5개를 고른 후에 배송된 안경을 써보고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1개를 선택하면 그 제품을 완전 맞춤으로 제작하여 배달해 주는 시스템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세련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직접 착용 후에 선택한다는 발상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 잡게 되고, 회사는 안경을 팔 때마다 저소득층과 저개발국가에 안경기부를 한다.

조 말론 향수는 향수의 향이 섞여서는 안되다는 기존의 발상에서 벗어나 고객이 여러 향수를 섞어 뿌려 자신만의 향기를 낼 수 있는 향수의 DIY로 특별하고 창의적인 향수를 생산한다.

짝짝이 신발과 짝짝이 양말은 비슷한 발상에서 나오는데, '론리 슈즈'인 블랙마틴 싯봉이란 브랜드는 3쪽을 한 세트로 한 짝짝이 신발을 생산한다. 두쪽은 한 켤레로 같은 문양의 자수를 넣고, 나머지 한 쪽은 일부러 색다른 자수를 넣어 때에 따라서 한 컬레의 신발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짝짝이로 신어도 되는 신발이다.

솔메이트 삭스는 이와 유사한 짝짝이 양말로 선풍을 일으킨 양말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물건을 구입한다. 여기에 착상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하는 O2O (Online to Offline)마케팅이 치열해지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각각 다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를 유인하는 마케팅이다.

" 금전, 승진, 포상, 칭찬과 같은 외부 보상을 바라보며 움직이게 하지 말고 위대한 가치, 숭고한 목적, 관심, 흥미와 같은 내부 동기에 따라 움직이며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고 결정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무엇으로 어떻게 고양이형 인재의 심장을 흔들어 깨우며 움직이게 하는가. " (p. 244)

앞으로 인공지능을 극복하려면 더 창의적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완전히 다른 시각, 남다른 발상을 해야 한다.

근면하고 성실하게 일을 하면 미래가 보장되던 시대에는 갯과 인재가 필요했지만, 자율과 창의성의 시대에는 유연한 창의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양잇과 인재가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이전의 갯과 인재에서 벗어나 고양잇과 인재가 되기 위한 발상들을 창의성을 가지고 성공한 기업들, 기업인들의 사례를 통해서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경험이 필요하고, 이는 차별화 프로세스를 만들어 가동하여야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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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다상담 2 - 일, 정치, 쫄지마 편 강신주의 다상담 2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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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 철학자 하면 떠오르는 '강신주', '길거리 철학자', '돌직구 철학자'라는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붙어 다니는데, 그는 강단에서 벗어나 대중 강연이나  책 등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강신주의 책 중에서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은 <철학의 시대 : 춘추전국 시대와 제자백가 / 강신주 ㅣ 사계절 ㅣ 2011>이었는데, 고대 중국의 혼란스러움 속에서 많은 사상가들이 자신의 사상으로 중국을 다스리고자 하여 많은 사상가들이 나오는데, 그들을 제자백가라는데, 그들의 사상이 중국 철학의 근간이 되었다. 이 책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강신주'라는 철학자를 그리 잘 알지는 못했다.

그런데 2013년에 흥미로운 책이 출간되는데, <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 강신주 ㅣ 민음사 ㅣ 2013>이다.

스피노자는 이성의 윤리학이 아닌 감정의 윤리학을 옹호했으며, 슬픔을 주는 관계를 제거하고 기쁨을 주는 관계를 지키라는 기쁨의 윤리학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48가지로 나누어 각각의 본질을 명확하게 규정하였다. 그 내용이 스피노자의 <에티카>에 실려 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에는  스피노자가 인간의 감정을 48가지로 분류하여 그 감정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데, 사랑, 탐욕, 멸시, 미움, 희망, 질투, 슬픔 등등등으로...

그런데, 철학자 강신주는 스피노자가 말한 48가지 감정들을 세계적인 명작들과 연결지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비루함의 감정에 <무무>, 탐욕의 감정에 < 위대한 갯츠비>, 박애의 감정에 <레 미제라블>, 절망의 감정에 <책 읽어주는 남자>, 호의의 감정에 <노르웨이의 숲>, 영광의 감정에 <노인과 바다>, 분노의 감정에 <죄와 벌>, 희망의 감정에 < 위대한 유산>, 복수심의 감정에 < 빙점>....

읽었던 작품들의 경우에는 훨씬 이해하기가 쉽지만 읽지 않은 작품들이라고 하더라도 강신주는 그 책 속에서 어떤 감정과의 연결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책 속의 48 작품을 통해서 어떤 작품이든간에 어떤 특정한 감정이 작품 속에 파고 들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위대한 작품은 이렇게 어떤 감정에 모든 등장인물과 사건들을 포섭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신주의 김정수업>을 통해서 다시 살펴보게 된 명작들 속에는 스피노자의 48 가지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이렇게 48 가지의 감정을 그 개념부터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두고 두고 또 읽어도 흥미롭고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은 후에 철학자 강신주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지금까지 계속된다.

물론, 두 권의 책을 읽을 때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철학자 강신주이다.

이후에도 강신주의 저서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었고, 그래서 읽게 된 책이 <강신주의 다상담 2>이다.

<강신주의 다상담>은 3권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는데, 1권은 사랑, 몸, 고독 편, 2권은 일, 정치, 쫄지마 편, 3권은 소비, 가면, 늙음, 꿈, 종교와 죽음 편이다.

<강신주의 다상담>은 2011년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대학로에 있는 '방커 1'에서 '강신주의 다상담'이 열렸는데, '다상담'은 단순한 것 같기도 하지만 애매한 문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을 풀어주었다. 실생활에서 갈등의 요인이 되는 것들,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혼란스럽게 생각하는 가치관이나 도덕적이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주는 강연이었다.

'다상담'은 고민사연들을 둘러싸고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에 대한 강연과 인터넷을 통해서 받은 고민 상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강연을 통해서 다루어 졌던 이야기와 더 담고 싶은 이야기를 덧붙여서 <강신주의 다상담>은 책으로 출간되었다.

<강신주의 다상담 2>의 주제는 일, 정치, 쫄지마. 각 주제에 대해서 강의, 상담, 추신의 순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이 주제들은 노동의 세계와 정치의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에 대해서 살펴보고, 이에 대한 실천 명령은 '쫄지마!'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철학자 '슬로터 다이크'의 말을 인용하여,

"'노'라고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예스'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직장에서 뿐만아니라 거의 모든 일에서 예스라고 말한다. 그건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용기가 있다면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면서 모든 것에 예스라고 말할 수는 엾을 것이다.

저자는 '왜 한국인은 죽도록 일만 하는가?'묻는다. 나의 삶에 일이란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기를 생각해 보라고 한다.

" '왜 한국인은 죽도록 일만 하는가?' 이제야 우리는 대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일만 했던 오래된 독재의 경험, 그리고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일자리 자체를 지상의 가치로 만들었던 산업 자본의 압력. 이 두 가지 요소가 서로를 강화시키면서 우리를 워커홀릭으로 만들었던 겁니다. 마침내 일만 하는 가축과도 같은 삶이 탄생했고, 사랑하고 창조하는 향유의 시간은 철저하게 망각되어 버린 겁니다.  (...) 그리고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는 어떤 덕목이 필요한지. 이제  눈에 들어오시나요?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진정한 덕목이 바로 용기라는 것이. 사랑하고 창조하는 시간, 즉 향유하는 시간을 위해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닐 테니 말입니다. " (p. p. 98~99)

정치에 있어서는 나의 문제라기 보다는 구조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리고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살펴본다.

" 최종적으로 보수는 자신을 사랑하고, 진보는 타인을 사랑한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만 타인을 사랑하는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그 사람은 눈앞에 보이는 타인들을 보지 않고 자신의 이념만을 고수하고 있는 겁니다. 아무리 진보적이라는 이론을 가지고 있으면 뭐해요?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거죠. (...) 그러니까 '인간이 먼저고 이념은 나중'이라는 사람이 진보라면 '이념이 먼저고 사람이 나중'이라는 사람은 보수라고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보수적인 사람은 높은 자리에 올라 자신의 이념을 관철하려고 하는 겁니다. (...) '오직 내 생각만이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요. 이런 아집과 독선 때문에 진보 세력 내에도 보수주의자가 생기는 거죠." (p.p. 147~148)

뭐라고 해야 할까? 철학자 강신주에 대한 좋은 이미지로 읽게 된 <강신주의 다상담2>였지만, 몇 페이지를 읽어내려가다가 뭔가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는 도덕, 윤리, 가치관과의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자면,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을 노예근성으로 보는 것, 열심히 일하기 보다는 적당히 일해라, 노동만 하는 노예의 삶이라고 한다든지....

정치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진보와 보수의 개념, 김지하 정신의 본질 등...

지금까지 내가 배우고 익히면서 사회생활을 하는데 기울였던 열정들을 깡그리 노예근성으로 치부하는 것과 같은 느낌은 무슨 느낌일까?

더군다나 책의 내용 중에는 이 내용들이 '방커1' 강연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해도 비속어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왜 강신주를 길거리 철학자, 돌직구 철학자 라고 말하는가를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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