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다상담 2 - 일, 정치, 쫄지마 편 강신주의 다상담 2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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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 철학자 하면 떠오르는 '강신주', '길거리 철학자', '돌직구 철학자'라는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붙어 다니는데, 그는 강단에서 벗어나 대중 강연이나  책 등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강신주의 책 중에서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은 <철학의 시대 : 춘추전국 시대와 제자백가 / 강신주 ㅣ 사계절 ㅣ 2011>이었는데, 고대 중국의 혼란스러움 속에서 많은 사상가들이 자신의 사상으로 중국을 다스리고자 하여 많은 사상가들이 나오는데, 그들을 제자백가라는데, 그들의 사상이 중국 철학의 근간이 되었다. 이 책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강신주'라는 철학자를 그리 잘 알지는 못했다.

그런데 2013년에 흥미로운 책이 출간되는데, <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 강신주 ㅣ 민음사 ㅣ 2013>이다.

스피노자는 이성의 윤리학이 아닌 감정의 윤리학을 옹호했으며, 슬픔을 주는 관계를 제거하고 기쁨을 주는 관계를 지키라는 기쁨의 윤리학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48가지로 나누어 각각의 본질을 명확하게 규정하였다. 그 내용이 스피노자의 <에티카>에 실려 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에는  스피노자가 인간의 감정을 48가지로 분류하여 그 감정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데, 사랑, 탐욕, 멸시, 미움, 희망, 질투, 슬픔 등등등으로...

그런데, 철학자 강신주는 스피노자가 말한 48가지 감정들을 세계적인 명작들과 연결지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비루함의 감정에 <무무>, 탐욕의 감정에 < 위대한 갯츠비>, 박애의 감정에 <레 미제라블>, 절망의 감정에 <책 읽어주는 남자>, 호의의 감정에 <노르웨이의 숲>, 영광의 감정에 <노인과 바다>, 분노의 감정에 <죄와 벌>, 희망의 감정에 < 위대한 유산>, 복수심의 감정에 < 빙점>....

읽었던 작품들의 경우에는 훨씬 이해하기가 쉽지만 읽지 않은 작품들이라고 하더라도 강신주는 그 책 속에서 어떤 감정과의 연결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책 속의 48 작품을 통해서 어떤 작품이든간에 어떤 특정한 감정이 작품 속에 파고 들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위대한 작품은 이렇게 어떤 감정에 모든 등장인물과 사건들을 포섭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신주의 김정수업>을 통해서 다시 살펴보게 된 명작들 속에는 스피노자의 48 가지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이렇게 48 가지의 감정을 그 개념부터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두고 두고 또 읽어도 흥미롭고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은 후에 철학자 강신주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지금까지 계속된다.

물론, 두 권의 책을 읽을 때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철학자 강신주이다.

이후에도 강신주의 저서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었고, 그래서 읽게 된 책이 <강신주의 다상담 2>이다.

<강신주의 다상담>은 3권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는데, 1권은 사랑, 몸, 고독 편, 2권은 일, 정치, 쫄지마 편, 3권은 소비, 가면, 늙음, 꿈, 종교와 죽음 편이다.

<강신주의 다상담>은 2011년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대학로에 있는 '방커 1'에서 '강신주의 다상담'이 열렸는데, '다상담'은 단순한 것 같기도 하지만 애매한 문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을 풀어주었다. 실생활에서 갈등의 요인이 되는 것들,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혼란스럽게 생각하는 가치관이나 도덕적이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주는 강연이었다.

'다상담'은 고민사연들을 둘러싸고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에 대한 강연과 인터넷을 통해서 받은 고민 상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강연을 통해서 다루어 졌던 이야기와 더 담고 싶은 이야기를 덧붙여서 <강신주의 다상담>은 책으로 출간되었다.

<강신주의 다상담 2>의 주제는 일, 정치, 쫄지마. 각 주제에 대해서 강의, 상담, 추신의 순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이 주제들은 노동의 세계와 정치의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에 대해서 살펴보고, 이에 대한 실천 명령은 '쫄지마!'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철학자 '슬로터 다이크'의 말을 인용하여,

"'노'라고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예스'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직장에서 뿐만아니라 거의 모든 일에서 예스라고 말한다. 그건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용기가 있다면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면서 모든 것에 예스라고 말할 수는 엾을 것이다.

저자는 '왜 한국인은 죽도록 일만 하는가?'묻는다. 나의 삶에 일이란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기를 생각해 보라고 한다.

" '왜 한국인은 죽도록 일만 하는가?' 이제야 우리는 대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일만 했던 오래된 독재의 경험, 그리고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일자리 자체를 지상의 가치로 만들었던 산업 자본의 압력. 이 두 가지 요소가 서로를 강화시키면서 우리를 워커홀릭으로 만들었던 겁니다. 마침내 일만 하는 가축과도 같은 삶이 탄생했고, 사랑하고 창조하는 향유의 시간은 철저하게 망각되어 버린 겁니다.  (...) 그리고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는 어떤 덕목이 필요한지. 이제  눈에 들어오시나요?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진정한 덕목이 바로 용기라는 것이. 사랑하고 창조하는 시간, 즉 향유하는 시간을 위해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닐 테니 말입니다. " (p. p. 98~99)

정치에 있어서는 나의 문제라기 보다는 구조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리고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살펴본다.

" 최종적으로 보수는 자신을 사랑하고, 진보는 타인을 사랑한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만 타인을 사랑하는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그 사람은 눈앞에 보이는 타인들을 보지 않고 자신의 이념만을 고수하고 있는 겁니다. 아무리 진보적이라는 이론을 가지고 있으면 뭐해요?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거죠. (...) 그러니까 '인간이 먼저고 이념은 나중'이라는 사람이 진보라면 '이념이 먼저고 사람이 나중'이라는 사람은 보수라고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보수적인 사람은 높은 자리에 올라 자신의 이념을 관철하려고 하는 겁니다. (...) '오직 내 생각만이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요. 이런 아집과 독선 때문에 진보 세력 내에도 보수주의자가 생기는 거죠." (p.p. 147~148)

뭐라고 해야 할까? 철학자 강신주에 대한 좋은 이미지로 읽게 된 <강신주의 다상담2>였지만, 몇 페이지를 읽어내려가다가 뭔가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는 도덕, 윤리, 가치관과의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자면,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을 노예근성으로 보는 것, 열심히 일하기 보다는 적당히 일해라, 노동만 하는 노예의 삶이라고 한다든지....

정치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진보와 보수의 개념, 김지하 정신의 본질 등...

지금까지 내가 배우고 익히면서 사회생활을 하는데 기울였던 열정들을 깡그리 노예근성으로 치부하는 것과 같은 느낌은 무슨 느낌일까?

더군다나 책의 내용 중에는 이 내용들이 '방커1' 강연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해도 비속어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왜 강신주를 길거리 철학자, 돌직구 철학자 라고 말하는가를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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