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을 일컫는 말은 여러 가지이지만 "변함없는 한 가지는 '끊임없이 읽고 쓰는
사람' 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 유용한 정보를 흥미롭게 조리해 평범한 독자에게 전달하는 '지식소매상'을
자처하고 있다.(<청춘의 독서> 책날개 글)
내가 '유시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시사토론의 사회를 보는 방송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었다. 그런 활동을 하기 전에 책을 통해서 먼저 알게 되었다. 일반인들이 유시민을 모르던 시절, 대학생들에게 많이 읽히던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와 <거꾸로 읽는 세계사'(구판)>를 통해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들에 대해서 재평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었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역사적인 사실 뒤에 감추어진 이야기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너무 흥미롭게 읽으면서 책에 밑줄까지 긋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속의 글 중에
"'거꾸로 읽은 세계사'는 99퍼센트 이상,
누군가 쓴 좋은 역사책들을 발췌 요약한 것이었다.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역사책이라고 하기 어려운 짝퉁이다." (p.310)
라고 적고 있다. 어쨌든 나에게는 유익하고 좋은 책이었다. 정치인이 아닌 '지식소매상'으로서의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인터넷 서점에서 접했을 때에 요즘에 많이 출간되는 유명인들의 독서편력쯤으로 생각했다. 자신의 인생에 지표가 되었던 몇 권의 책을 소개하고
신변잡기를 늘어 놓는 리뷰형식을 겸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책을 읽어 보니 깊이가 있는 내용들이 지식인으로서의 지적 능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시기적으로도 방황을 잃고 갈 길을 바로 잡으려는 그에게 오래된 지도를 다시 펴 보는 의미가 될 수 있는 책들을
다시 꺼내 읽어 보고 쓴 글들이다. 이 책에는 모두 14권의 책이 소개된다.
<청춘의 독서>이후에도 '유시민'의 책이 출간될 때마다 꾸준히 책을 구입해서 읽을 정도로 작가 '유시민'의 글에 관심이 많다.
유시민은 이전의 '지식 소매상'이라는 호칭 대신에 '작가'로 불러지기를 희망한다. 요즘은 JTBC 〈썰전>을 보면서 작가 유시민의
부드러워진 모습과 깊이있고 날카로운 시사 평론과 돌직구에 속이 시원해짐을 느끼기도 한다.
꾸준히 책을 읽고 읽은 책에 대해서 몇 자 끄적거리는 리뷰를 쓰면서 항상 글쓰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던 차에 <표현의
기술>을 있게 됐다.
이 책은 유시민의 글과 정훈이의 만화가 함께 실려 있다. 왜 한 권의 책에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장르의 글과 만화가 실려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 생각이지만, 비록 장르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표현의 기술은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에 글과 만화의 조합이 이 책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글쓰기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타인과의 소통이라 할 수 있는데, 글을 쓰면서 부딪히는 문제와 느끼는 감정을 자유롭고
자신있게 표현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다. 그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유시민은 자신이 글쓰는 이유를,
"저는 그저, 살아 숨쉬는 동안 열정을 쏟아서 멋진 글을 쓰고, 그 글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넓고 깊게 교감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p.
27)
'유시민'은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문제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쓴다고 말한다.
글쓰기란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 여론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로 나눌 수 있는데, 굳이 이렇게 나눌 필요성은 없다. 어떤 글이든지 글을
쓸 때는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고 실감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정치인 '유시민'은 아마도 악플이 많이 달렸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을 정도로, '같은 말을 해도 싸가지 없게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는 악플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치열한 무플'을 말한다. 악플이란 포털사이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문기사나 방송사의 뉴스에도 악플과
다름없는 글과 말이 전해질 수 있다.
악플이란 무조건 자신에게 불리하고 나쁜게 평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근거가 없는 비난이나 논리가 없는 공격이 악플이다. 그래서
비정상적인 악플과 정상적인 비판글은 구분된다.
" 사람은 저마다 다른 인격체이며 독립해서 활동하는 정보 처리 주체입니다. 이해관계,
경험, 학습, 개인적 성향에 따라 똑같은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며 똑같은 정보도 다르게 처리합니다. 이미 지니고 있는 인식과 가치관에 잘 들어맞는
정보는 쉽게 수용하지만 날카롭게 충돌하는 정보는 배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 뇌에 '폐쇄적 자기 강화 메커니즘'이 있다는 말, 혹시
들어보셨나요? 그런 것이 정말로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미 믿고 있는 것과 다른 사실, 다른 이론, 다른 해석은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습닏.
그래서 말이나 글로 남의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것이죠. 사람은 스스로 바꾸고 싶을 때만 생각을 바꿉니다. " (p.
95)

" 30년 넘게 말과 글로 살았고 10년 동안 무척 요란하게 정치를 했던 사람" (p.
99)인 '유시민'은 독자들에게 글을 쓸 때에 표현의 기술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려준다.
자기 소개서를 쓸 때에 반드시 챙겨야 할 것들,
" 자기 소개서는 정직하게 쓰되, 읽는 사람이 '우리한테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끼도록
써야 한다. (...) 읽는 사람이 다르면 자기소개서도 다르게 써야 합니다. " (p. 117)
정말로, 별 것 아닌 것같은 자기 소개서, 자신을 잘 표현하면 될 것 같은데, 막상 쓰려면 어떤 글로 자신을 표현해야 할 지 망설여지는데,
이 책의 내용을 읽어보니, 확실하게 마음에 다가오는 글들이 떠오른다.
인터넷 서점을 들락거리다 보면 이 책도 읽고 싶고, 저 책도 읽고 싶고, 그래서 한 권 두 권 사다보면 읽을 책이 책기둥을 이룬다. 이렇게
관심이 가는 책을 읽다보면 1년에 200권 가까이 책을 읽게 되는데, 작가는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하지 말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책을
읽으라고 한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이해할 수 있는 책, 감동을 주는 책....
독서에 관한 생각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정리가 된다.

그밖에도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요소가 들어가야 하는 논문쓰기, 비평, 서평 쓰는 방법, 생활 글쓰기, 보고서, 회의록 작성하기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서평에는 관심이 있어서 이 부분에 집중해서 읽었는데, 서평에는 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비평하는 사람의 주관적 해석이 담겨야
한다.
" 서평은 책 자체를 정확하게 소개해야 합니다. 누가 무엇에 관해 쓴 책이며 그 특성은
어떠한지, 책에 대한 핵심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p. 216)
비평이란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인 평론가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서평, 관전평, 탐방기, 맛집 기행, 여행기, 미술이나
예술작품에 대한 관람평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블로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이 쓰는 내용 중의 많은 부분이 이에 해당된다.
"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수준있는 비평을 쓰면서 산다면 자신의 인생이 깊고
풍부해지는 느낌을 가지게 될 겁니다. " (p. 225)
<표현의 기술>의 1장~10장은 유시민의 글과 글 내용에 해당하는 정훈이의 만화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장인 11장은
'정훈이의 표현의 기술 : 나는 어쩌다가 만화가가 되었나'로 꾸며져 있다.

11장은 만화가 정훈이의 자서전이라 할 수 있다. 유시민과의 만남도 여기에 담겨져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글쓰기와 만화는 장르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표현의 기술은 내면을 표현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거꾸로 쓰는 세계사>,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그리고 <청춘의 독서>로 시작된 유시민의 책과의 인연은
이제 작가 유시민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 실생활에 꼭 필요한 글쓰기 비법을 배워 나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