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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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자인 '한강'은 워낙 좋아하는 작가이다. 몇 년전에 우연히 <희랍어 시간/ 한강 ㅣ 문학동네ㅣ 2011>을 읽은 이후에 '한강'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소설, 에세이, 동화를 읽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못 읽은 책이 있다. 

      

어느날 책꽂이에 꽂혀 있는 한 권의 책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29- 몽고반점 / 한강 등저 ㅣ 문학사상 ㅣ 2005>이다.

지금은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안 사지만 1990년대부터 쭈욱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구입해서 읽었는데, 그 중의 한 권이었고 그 책에는 '한강'의 <몽고반점>이 수상작이었다.

지금은 그 작품의 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되지만 2005년에 읽었다는 사실이 아닌가.

2005년 당시, 심사위원 7명은 전원일치 평결로 한강의 <몽고반점>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으로 선정했던 것이다.

그리고 2016년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한 것이다.

지금 창비에서 나온 <채식주의자>에는 3편의 중편소설이 담겨 있다.

첫 번째 작품은 <채식주의자>로 '창작과 비평' 2004년 여름호에 발표된 소설이고, 두 번째 작품인 <몽고반점>은 '문학과 사회 2004년 가을호에, 세 번째 작품인 <나무 불꽃>은 '문학 판' 2005년 겨울호에 발표한 작품이다.

그러니까,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 나무 불꽃>, 이렇게 3편의 소설은 연작소설이다. 각각 3편의 소설은 다른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지만 이 3작품이 합쳐지면 한 편의 훌륭한 장편소설이 완성된다.

이 소설들의 출발은 <내 여자의 열매>라는 소설의 집필에서 그 시작을 찾을 수 있으니, 그 소설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채식주의자>는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육식을 철저하게 거부하고, 채식만을 고집하는 영혜의 이야기인데, 화자는 영혜의 남편이 '나'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영혜는 어느날부터인가 채식만을 하게 되는데, 그녀는  납득하기 힘든 꿈이야기를 그 이유로 말한다. 영혜의 채식주의는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는데, 어느날 언니의 집들이에서 사건이 터지게 된다. 가족들의 만류에도 채식만을 고집하자 영혜의 아버지가 영혜의 입을 벌리고 고기를 먹이려는 과정에서 영혜가 손목을 긋는 자해를 한다. 영혜가 채식을 하는 이유는 어릴 적의 기억과 아버지의 폭력 등에서 비롯되는데...

<몽고반점>은 <채식주의자>에서 아버지의 육식 강요로 자해를 한 영혜를 업고 병원으로 간 영혜의 형부가 화자가 된다. 몽고반점이란 몽고인들만이 가지고 있다는 엉덩이의 푸른 반점을 말하는데, 영혜는 어른이 된 지금에도 푸른 몽고반점이 있다. 아티스트인 형부는 사람의 몸에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찍는 일을 하는데, 처제인 영혜의 몸에 나무를 비롯한 식물들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를 실행에 옮기면서 처제에 대한 욕정이 생기게 된다.

<나무 불꽃>은 동생인 영혜와 남편이 온 몸에 그림을 그리고 성행위를 한 모습을 담은 비디오 영상과 그 들이 잠든 모습에 충격을 받은 영혜의 언니가 화자가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남편과 헤어지고 영혜를 정신병원에 보낸 언니가 정신병원을 찾아 와서 점점 더 영혜가 채식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을 거부하는 행위를 보게 되는데....

이 3편의 연작소설은 각 소설마다 화자가 바뀐다. 영혜의 남편, 영혜의 형부, 영혜의 언니로.

그리고 3편의 이야기에는 영혜의 어린 적의 좋지 못한 기억 속의 육식이 스쳐 지나가면서 인간의 욕망을 동물적인 음식인 육식을 거부함으로써 인간의 욕망을 버리려는 영혜와 그 주변 인물들의 욕망이 대비되어 나타난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은 남편의 욕망, 처제의 몽고반점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그녀의 몸에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우는 파렴치한 행동도 서슴치 않는 형부의 욕망, 폭력적인 아버지의 행동을 피하고 남편의 처제에 대한 행동으로 인하여 동생을 정신병원에 보낸 언니.

영혜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으로든 모든 식음을 전폐하고 죽음 조차도 두려워 하지 않는데...

이런 모든 이야기에는 육식이란 욕망이란 단어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된다. 생명이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서 동물적인 욕망을 채워 나가는데, 식물이란 그런 욕망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한강'의 동화는 참 아름답고 쉽지만 '한강'의 소설은 좀 어렵다. 씌여진 그대로 읽기에는 그 내용 속에 많은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소설을 읽은 후에 문학평론가 '허윤진'의 해설이 담겨 있지만 그 해설은 소설의 내용 보다도 더 어럽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한강, 채식주의자 깊게 읽기/ 정미숙 등저 ㅣ 더 스토리 ㅣ 2016>이란 책도 나와 있다.  <채식주의자>에 담긴 깊은 의미는 잘 이해할 수 없었는지 모르겠으나, 그냥 내 나름대로의 소설읽기로 만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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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하고 싶은 말
김수민 지음, 정마린 그림 / 쌤앤파커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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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올린 글들이 꾸준히 네티즌들에게 공감을 주어서 방문객수가 늘어나고 그래서 그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출간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그런 책이다.

저자는 페이스북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의 운영자이다. 피아노를 전공하여 음대에 진학하려고 했지만 실패한 후에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글들이 자신에게 용기를 주었고, 글쓰는 일이 자신이 가장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 그동안 경험했던 일들과 사람들의 사랑, 이별, 고민, 아픔, 걱정... 내가 진짜 친구라면 상처받은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 수없이 글을 써내려갔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원고가 완성되었고 그렇게 지금 이 순간 책이 되었다. (...)

인생은 생각대로 살게 된다는 것.

그렇기에 과거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

이렇게 만들어진 '생각대로 살게 되는 마을'이

내가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

그게 내 작은 깨달음이었다. " (epilogue 중에서)

이런 과정에서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은 꾸준히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글로 남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지치고 외롭고 힘든 사람들, 그들에게 위안이 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글이기에 책 속에 담긴 글들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들이다.

좋은 의미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책을 계속 읽다보면 너무 착한(?)글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인간이라면 때론 원망도, 불만도 있을 법한데....

" 상처받을까 봐, 버림받을까 봐,

마음을 쉽게 주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아픈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예요.

하지만 이제는 안고 있는 선인장을

놓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내가 조금 더 아플지라도 함께하는 게 더 행복하고,

떠나보내는 게 더 아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p. 37)

" (...) 어떤 사랑를 하든

거리보다는 사랑에 대한 믿음과

한결같은 마음과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

사랑한다면 진심으로 기다리고, 믿어보세요.

그리고 노력하세요.

아름다운 사람을 만드는 것은

결국 당신들의 몫이에요." (p. p. 52~53)

" 남을 인정해봐요.

타인에 대한 인정에 인색해하지 마세요.

영화가 재미없어도 영화관에서 박수를 쳐주세요.

음악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도 환호를 해주세요.

글이 와닿지 않아도 끝까지 읽어주세요.

 

사람들은 누구나 남에게 노력을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안 좋게 평가를 해주는 것보다

그들의 성의와 노력을 봐서라도

조금 너그럽게 평가해주세요.

더 노력하고 인정받고 싶어할 수 있게 좌절을 주지 마세요.

 

누군가가 매일 아침 당신을 달콤한 목소리로 깨워준다면,

잊지 않고 밥 때를 챙겨준다면, 잠들기 전 좋은 꿈꾸라고 말해준다면.

다른 사람이 아닌, 그 사람에게 잘해야 해요.

당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하루의 중요한 순간, 늘 당신을 챙기고 있는 거니까요. " (p. 77)

" 많이 힘들지? 말 안 해도 알아, 힘든 거.

이루고 싶은 꿈도 사랑도 실현될 가능성은 없고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몸은 지쳤는데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지금 힘든 일이 있다면,

길을 걷다 만난 돌을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라고 생각하고 힘내요.

당신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랄게요.

당신은 언젠가 태양보다 더 빛나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꼭 기억하세요.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사랑때문에 마음이 힘들때,

우리가 모르는 사이였다는 걸 떠올려보면 좀 나아져요.

그동안 함께했던 추억들을 쉽게 잊을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난 후 보면, 단지

그 사람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 (p. 122)

" 사람에게 크게 데어도 마음의 문을 닫지 마세요.

 

사람을 너무 믿어 배신당하고 상처받고,

그러다 아파하고 누구도 믿지 못하고 무서워하고,

 

결국 사람을 만날 때마다 계산을 하게 돼요.

이 사람은 괜찮을까? 똑같지 않을까?

 

그렇다고 무조건 밀어내지 마세요.

세상에는 칼로 마음을 찌르는 도둑이 있는 반면에

마음을 치유해주는 의사도 있답니다. " (p. 126)

" 이 네 가지는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입 밖에 낸 말.

쏴버린 화살.

흘러간 시간.

놓쳐버린 기회. " (p. 180)

"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될 때,

그러나 되돌리기에 너무 늦었다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포기하자.

때로는 포기하는 것이 용기다. " (p. 205)

이 책은 2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얇은 책이다. 그리고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시처럼 짧은 글들이기 때문에 읽는데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면서 인간관계에서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용기를 복돋워주는 활력소가 되고, 에너지가 솟구치는 그런 글들이다.

우린 누구에겐가 이렇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읽어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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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발견 -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인문학
정석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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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도시 행정학, 도시 인문학, 도시 경제학, 도시 설계학, 도시 사회학, 도시 지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도시를 다룬 책들은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게 된다.

대학시절에 도시 지리학 과목을 수강했기에 <도시의 발견>이란 책에 관심이 가서 읽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별로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지 않았던 것들이 도시 안에는 많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저자인 '정석'은 도시공학을 전공한 대학교수인데, 도시 경관, 걷고 싶은 마을,  북촌 한옥마을, 인사동 보존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그리고 세계 여러 도시들과 우리나라의 도시들과도 비교하면서 우리나라의 도시 혁신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우리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그 속에서 행복한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골목길, 지하철 노선, 도시 안에 있는 많은 시설물, 건축물...

분명 불편했던 기억들이 있다. 집 근처에 지하철 5호선이 들어 왔을 때에 교통이 편해졌다고 좋아했지만, 노선도를 보고 큰 실망을 했었다. 이곳 시민들은 잠실로 나가서 환승을 해야 편한데, 5호선은 잠실을 가지 않아서 버스를 타고 나가는 편이 훨씬 편했었다. 나중에 8호선이 들어오면서 천호역에서 환승을 해서 잠실로 가서 또다시 갈 곳으로 환승을 하는 불편을 겪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강동지역을 다니는 버스 회사의 입김이 그런 지하철 노선을 만들었다. 나중에 이런 비리가 밝혀지고 회사 대표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이런 기억들이 책을 읽으면서 도시가 권력과 부에 의해서 얼마나 좌우되는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내용들도 담겨 있으니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우선, 책의 구성을 보면,

머리말-도시도 셀프다
1장 행복의 조건, 도시: 도시가 행복해야 내 삶도 행복하다
2장 도시에 대한 편견 깨기: 물건이 아닌 생명처럼, 연인처럼
3장 무엇이 도시를 움직이는가?: 자본과 권력 그리고 시민
4장 국내외 도시혁신 실험: 도시를 바꾸는 사람들
5장 변화의 시작, 마을: 내 삶에 맞게 마을부터 바꿔라
맺음말-시민, 그대에게 달렸다.

이 책을 전체적으로 보자면, 도시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 도시 속에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가 내 삶을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도시, 힐링 캠프의 역할을 해주는 도시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의 구성원인 시민이 좋은 시민이어야 좋은 도시가 된다.

근대를 거치면서 세계의 도시들은 모더니즘 도시계획을 멈추고 인간적인 도시, 다정다감한 도시,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모더니즘이 대세를 이룬다.

도시의 일부인 길의 경우를 보아도 재미있게 표현하자면, 홀로서기와 늘어서기로 길의 유형을 살펴볼 수 있다. 늘어서기는 보도를 따라서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서 건물들에 있는 가게 등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친근감이 가는 길을 늘어서기라고 한다면, 홀로서기는 재개발 등에 의해서 낮은 건물들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서 뚝 떨어져서 홀로 선 건물들이 들어선 길을 말한다.

우리들이 사는 도시에서 홀로서기와 늘어서기 유형의 길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건축가 황두진은 < 무지개떡 건축>이란 저서에서 건물의 층층이 용도가 다른 건물을 무지개떡 건축이라 했다. 이에 반하는 건물 전체가 한 가지 용도로 지어진 건물은 시루떡 건축이라 칭했는데, 무지개떡 건축이 많아야 도시가 좋아진다고 한다.

이렇게 재미있는 표현으로 도시를 섞어 찌개 도시, 따로 국밥 도시로 나눌 수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를 보면, 오래된 건축물, 오래된 장소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의 재건축, 재개발, 뉴타운 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고....

그런데 이런 현상들의 뒷이야기를 생각해 본 적이나 있는가?

도시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움직이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이런 도시의 변화를 꾀하는 것은 주거시설이 삶의 편안하게 해주는 곳이라는 것 보다는 재산가치를 높여주는 수단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를 이용하여 돈을 버는 집단이 있다는 것을.

청계천 복원과 같은 거대한 스펙터클에서 정권의 치밀한 도시 정치의 속성이 숨겨 있음을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

민자역사는 시민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기업을 위한 것일까.

기차를 타러 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대형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시민을 편하게 하는 것일까?

아니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젠트리피케이션, 북촌, 이태원의 경리단, 마포구의 연남동, 성동구의 성수동 등은 기존에 살고 있던 사람이나 가게들이 부자들이 들어오면서 기존의 서민층은 살 수 없는 곳으로, 장사를 할 수 없는 곳이 되어서 그들은 이곳을 떠나가고 있다.

도시를 움직이는 힘인 정치권력과 자본력, 권력과 자본이 어우러지면서 우리가 사는 도시를 움직이고 시민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하게 된다.

시민들은 이런 집단에 맞서서 그 힘을 보여줘야 한다. 어떻게....

선거를 통한 표로 시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지만 그런 인식을 가진 시민들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리는 없다.

사례를 중심으로 국내외의 도시혁신에 대해서 알아본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도로, 독일의 환승 정류장, 뉴욕의 센트럴파크에서 브루클린 다리까지 휴가기간 주말 보행자에게 내어주는 Summer Street, 인구절벽, 지방 소멸의 우려는 일본의 도시 혁신을 보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세계의 도시를 사례로 살펴보는데, 이는 다른 나라의 경우를 통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수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도시를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삶터로, 소중한 것과 가치있는 것들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의식이 고취되어야 한다.

좋은 도시는 좋은 시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우리는 도시의 주인으로서 시민답게 살려면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 멀어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쾌적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작은 실천부터 뒤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한다. 도덕성이 결여된 시민들을 보면서, 아무리 좋은 정책이 수행된다고 해도,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따라 주지 못한다면 좋은 도시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도시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담겨 있는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 인문학 입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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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사랑에 빠지는 여행법 (남부) - 당신이 몰랐던 숨겨진 프랑스 이야기(빛과 매혹의 남부) 프랑스와 사랑에 빠지는 여행법
마르시아 드상티스 지음, 노지양 옮김 / 홍익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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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의 몇 도시를 가 봤는데,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는 미술관을 비롯한 미술가가 살고 예술활동을 했던 곳을 둘러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마르시아 드상티스'인데, 뉴스 프로듀서였는데, 프리랜서 작가로 여행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그녀는 프랑스의 매력에 반하여 프랑스를 사랑하게 된다. 여러 차례에 걸쳐서 프랑스에 거주하기도 하였는데, 지금은 미국 코네티컷에서 학생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기도 한다.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는 흔히 시중에 많이 출간되어 있는 여행 정보 책이나 여행 에세이쯤으로 생각했는데, 그런 책들과는 차별화된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가 수 차례에 걸쳐서 프랑스 이곳 저곳을 여행을 했고, 때로는 몇 년 동안 프랑스에 살면서 많은 체험을 한 결과가 책에 녹아 있기에 여행 관련 서적이라기 보다는 프랑스의 역사, 문화, 예술, 인물 등의 이야기를 읽을 수도 있고, 프랑스 남부를 여행한다면 어떤 지역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남프랑스의 프로방스에 있는 마을 중에 그라스는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쓴 <향수>의 배경이 된 도시이다. 이곳에서는 그라스만의 전통적인 향수 제조법과 경영방식을 지닌 소규모 향수 하우스를 만날 수 있고, 국제 향수박물관을 가볼 수도 있다.

폴 세잔이 태어나고 죽은 곳인 엑상 프로방스는 감미로운 감수성의 도시라 할 수  있다. 프로방스의 매력인 라벤더를 볼 수 있다.

프랑스는 정원의 나라라고 한다. 산책을 하고 사색을 하기 좋은 정원, 프랑스에는 국가 지정 정원이 396개나 된다고 한다. 프랑스 정원에서 일몰을 감상하면 멋지지 않을까.

프랑스인이 아닌 미국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 중의 하나인 아르카숑, 이곳은 프랑스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비밀스러운 휴양도시이다. 굴양식장이 있어서 맛있는 굴요리를 즐길 수 있다.

 

샤모니 몽블랑은 프랑스 최고의 스키장이 있는 곳이다. 1924년에 최초의 동계 올림픽이 열린 곳이다.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가 열리는 칸도 지중해를 접한 프랑스 남부의 해안도시이다.

피카소 미술관, 마티스 미술관, 샤갈 미술관, 장 콕토 미술관....

나폴레옹과 관련이 있는 도시로는 코르시카섬을 떠올리게 되는데,

" 코르시카는 사람들이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는 장소들 보다 열 배는 더 아름다워" (p. 245)

프랑스 하면 와인, 최고급 와인의 명성은 보르도 와인.

" 프랑스 여행이 처음이든 101번 째든,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책" (책 뒷표지 글 중에서)

예술의 나라, 낭만의 나라, 패션의 나라 프랑스, 빛과 매혹의 프랑스 남부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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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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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을 일컫는 말은 여러 가지이지만 "변함없는 한 가지는 '끊임없이 읽고 쓰는 사람' 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 유용한 정보를 흥미롭게 조리해 평범한 독자에게 전달하는 '지식소매상'을 자처하고 있다.(<청춘의 독서> 책날개 글)

내가  '유시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시사토론의 사회를 보는 방송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었다. 그런 활동을 하기 전에 책을 통해서 먼저 알게 되었다. 일반인들이 유시민을 모르던 시절, 대학생들에게 많이 읽히던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와 <거꾸로 읽는 세계사'(구판)>를 통해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들에 대해서 재평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었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역사적인 사실 뒤에 감추어진 이야기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너무 흥미롭게 읽으면서 책에 밑줄까지 긋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속의 글 중에 "'거꾸로 읽은 세계사'는 99퍼센트 이상, 누군가 쓴 좋은 역사책들을 발췌 요약한 것이었다.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역사책이라고 하기 어려운 짝퉁이다." (p.310) 라고 적고 있다. 어쨌든 나에게는 유익하고 좋은 책이었다. 정치인이 아닌 '지식소매상'으로서의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인터넷 서점에서 접했을 때에 요즘에 많이 출간되는 유명인들의 독서편력쯤으로 생각했다. 자신의 인생에 지표가 되었던 몇 권의 책을 소개하고 신변잡기를 늘어 놓는 리뷰형식을 겸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책을 읽어 보니 깊이가 있는 내용들이 지식인으로서의 지적 능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시기적으로도 방황을 잃고 갈 길을 바로 잡으려는 그에게 오래된 지도를 다시 펴 보는 의미가 될 수 있는 책들을 다시 꺼내 읽어 보고 쓴 글들이다. 이 책에는 모두 14권의 책이 소개된다.

<청춘의 독서>이후에도 '유시민'의 책이 출간될 때마다 꾸준히 책을 구입해서 읽을 정도로 작가 '유시민'의 글에 관심이 많다.

유시민은 이전의 '지식 소매상'이라는 호칭 대신에 '작가'로 불러지기를 희망한다. 요즘은 JTBC 〈썰전>을 보면서 작가 유시민의 부드러워진 모습과 깊이있고 날카로운 시사 평론과 돌직구에 속이 시원해짐을 느끼기도 한다.

꾸준히 책을 읽고 읽은 책에 대해서 몇 자 끄적거리는 리뷰를 쓰면서 항상 글쓰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던 차에 <표현의 기술>을 있게 됐다.

이 책은 유시민의 글과 정훈이의 만화가 함께 실려 있다. 왜 한 권의 책에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장르의 글과 만화가 실려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 생각이지만, 비록 장르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표현의 기술은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에 글과 만화의 조합이 이 책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글쓰기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타인과의 소통이라 할 수 있는데,  글을 쓰면서 부딪히는 문제와 느끼는 감정을 자유롭고 자신있게 표현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다. 그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유시민은 자신이 글쓰는 이유를,

"저는 그저, 살아 숨쉬는 동안 열정을 쏟아서 멋진 글을 쓰고, 그 글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넓고 깊게 교감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p. 27)

'유시민'은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문제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쓴다고 말한다.

글쓰기란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 여론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로 나눌 수 있는데, 굳이 이렇게 나눌 필요성은 없다. 어떤 글이든지 글을 쓸 때는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고 실감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정치인 '유시민'은 아마도 악플이 많이 달렸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을 정도로, '같은 말을 해도 싸가지 없게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는 악플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치열한 무플'을 말한다. 악플이란 포털사이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문기사나 방송사의 뉴스에도 악플과 다름없는 글과 말이 전해질 수 있다.

악플이란 무조건 자신에게 불리하고 나쁜게 평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근거가 없는 비난이나 논리가 없는 공격이 악플이다. 그래서 비정상적인 악플과 정상적인 비판글은 구분된다.

" 사람은 저마다 다른 인격체이며 독립해서 활동하는 정보 처리 주체입니다. 이해관계, 경험, 학습, 개인적 성향에 따라 똑같은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며 똑같은 정보도 다르게 처리합니다. 이미 지니고 있는 인식과 가치관에 잘 들어맞는 정보는 쉽게 수용하지만 날카롭게 충돌하는 정보는 배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 뇌에 '폐쇄적 자기 강화 메커니즘'이 있다는 말, 혹시 들어보셨나요? 그런 것이 정말로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미 믿고 있는 것과 다른 사실, 다른 이론, 다른 해석은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습닏. 그래서 말이나 글로 남의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것이죠. 사람은 스스로 바꾸고 싶을 때만 생각을 바꿉니다. " (p. 95)

" 30년 넘게 말과 글로 살았고 10년 동안 무척 요란하게 정치를 했던 사람" (p. 99)인 '유시민'은 독자들에게 글을 쓸 때에 표현의 기술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려준다.

자기 소개서를 쓸 때에 반드시 챙겨야 할 것들,

" 자기 소개서는 정직하게  쓰되, 읽는 사람이 '우리한테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끼도록 써야 한다. (...) 읽는 사람이 다르면 자기소개서도 다르게 써야 합니다. " (p. 117)

정말로, 별 것 아닌 것같은 자기 소개서, 자신을 잘 표현하면 될 것 같은데, 막상 쓰려면 어떤 글로 자신을 표현해야 할 지 망설여지는데, 이 책의 내용을 읽어보니, 확실하게 마음에 다가오는 글들이 떠오른다.

인터넷 서점을 들락거리다 보면 이 책도 읽고 싶고, 저 책도 읽고 싶고, 그래서 한 권 두 권 사다보면 읽을 책이 책기둥을 이룬다. 이렇게 관심이 가는 책을 읽다보면 1년에 200권 가까이 책을 읽게 되는데, 작가는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하지 말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책을 읽으라고 한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이해할 수 있는 책, 감동을 주는 책....

독서에 관한 생각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정리가 된다.

그밖에도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요소가 들어가야 하는 논문쓰기, 비평, 서평 쓰는 방법, 생활 글쓰기, 보고서, 회의록 작성하기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서평에는 관심이 있어서 이 부분에 집중해서 읽었는데, 서평에는 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비평하는 사람의 주관적 해석이 담겨야 한다.

" 서평은 책 자체를 정확하게 소개해야 합니다. 누가 무엇에 관해 쓴 책이며 그 특성은 어떠한지, 책에 대한 핵심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p. 216)

비평이란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인 평론가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서평, 관전평, 탐방기, 맛집 기행, 여행기, 미술이나 예술작품에 대한 관람평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블로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이 쓰는 내용 중의 많은 부분이 이에 해당된다.

"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수준있는 비평을 쓰면서 산다면 자신의 인생이 깊고 풍부해지는 느낌을 가지게 될 겁니다. " (p. 225)

<표현의 기술>의 1장~10장은 유시민의 글과 글 내용에 해당하는 정훈이의 만화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장인 11장은 '정훈이의 표현의 기술 : 나는 어쩌다가 만화가가 되었나'로 꾸며져 있다.

11장은 만화가 정훈이의 자서전이라 할 수 있다. 유시민과의 만남도 여기에 담겨져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글쓰기와 만화는 장르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표현의 기술은 내면을 표현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거꾸로 쓰는 세계사>,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그리고 <청춘의 독서>로 시작된 유시민의 책과의 인연은 이제 작가 유시민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 실생활에 꼭 필요한 글쓰기 비법을 배워 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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