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발견 -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인문학
정석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도시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도시 행정학, 도시 인문학, 도시 경제학, 도시 설계학, 도시 사회학, 도시 지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도시를 다룬 책들은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게 된다.

대학시절에 도시 지리학 과목을 수강했기에 <도시의 발견>이란 책에 관심이 가서 읽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별로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지 않았던 것들이 도시 안에는 많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저자인 '정석'은 도시공학을 전공한 대학교수인데, 도시 경관, 걷고 싶은 마을,  북촌 한옥마을, 인사동 보존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그리고 세계 여러 도시들과 우리나라의 도시들과도 비교하면서 우리나라의 도시 혁신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우리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그 속에서 행복한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골목길, 지하철 노선, 도시 안에 있는 많은 시설물, 건축물...

분명 불편했던 기억들이 있다. 집 근처에 지하철 5호선이 들어 왔을 때에 교통이 편해졌다고 좋아했지만, 노선도를 보고 큰 실망을 했었다. 이곳 시민들은 잠실로 나가서 환승을 해야 편한데, 5호선은 잠실을 가지 않아서 버스를 타고 나가는 편이 훨씬 편했었다. 나중에 8호선이 들어오면서 천호역에서 환승을 해서 잠실로 가서 또다시 갈 곳으로 환승을 하는 불편을 겪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강동지역을 다니는 버스 회사의 입김이 그런 지하철 노선을 만들었다. 나중에 이런 비리가 밝혀지고 회사 대표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이런 기억들이 책을 읽으면서 도시가 권력과 부에 의해서 얼마나 좌우되는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내용들도 담겨 있으니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우선, 책의 구성을 보면,

머리말-도시도 셀프다
1장 행복의 조건, 도시: 도시가 행복해야 내 삶도 행복하다
2장 도시에 대한 편견 깨기: 물건이 아닌 생명처럼, 연인처럼
3장 무엇이 도시를 움직이는가?: 자본과 권력 그리고 시민
4장 국내외 도시혁신 실험: 도시를 바꾸는 사람들
5장 변화의 시작, 마을: 내 삶에 맞게 마을부터 바꿔라
맺음말-시민, 그대에게 달렸다.

이 책을 전체적으로 보자면, 도시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 도시 속에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가 내 삶을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도시, 힐링 캠프의 역할을 해주는 도시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의 구성원인 시민이 좋은 시민이어야 좋은 도시가 된다.

근대를 거치면서 세계의 도시들은 모더니즘 도시계획을 멈추고 인간적인 도시, 다정다감한 도시,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모더니즘이 대세를 이룬다.

도시의 일부인 길의 경우를 보아도 재미있게 표현하자면, 홀로서기와 늘어서기로 길의 유형을 살펴볼 수 있다. 늘어서기는 보도를 따라서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서 건물들에 있는 가게 등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친근감이 가는 길을 늘어서기라고 한다면, 홀로서기는 재개발 등에 의해서 낮은 건물들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서 뚝 떨어져서 홀로 선 건물들이 들어선 길을 말한다.

우리들이 사는 도시에서 홀로서기와 늘어서기 유형의 길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건축가 황두진은 < 무지개떡 건축>이란 저서에서 건물의 층층이 용도가 다른 건물을 무지개떡 건축이라 했다. 이에 반하는 건물 전체가 한 가지 용도로 지어진 건물은 시루떡 건축이라 칭했는데, 무지개떡 건축이 많아야 도시가 좋아진다고 한다.

이렇게 재미있는 표현으로 도시를 섞어 찌개 도시, 따로 국밥 도시로 나눌 수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를 보면, 오래된 건축물, 오래된 장소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의 재건축, 재개발, 뉴타운 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고....

그런데 이런 현상들의 뒷이야기를 생각해 본 적이나 있는가?

도시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움직이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이런 도시의 변화를 꾀하는 것은 주거시설이 삶의 편안하게 해주는 곳이라는 것 보다는 재산가치를 높여주는 수단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를 이용하여 돈을 버는 집단이 있다는 것을.

청계천 복원과 같은 거대한 스펙터클에서 정권의 치밀한 도시 정치의 속성이 숨겨 있음을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

민자역사는 시민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기업을 위한 것일까.

기차를 타러 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대형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시민을 편하게 하는 것일까?

아니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젠트리피케이션, 북촌, 이태원의 경리단, 마포구의 연남동, 성동구의 성수동 등은 기존에 살고 있던 사람이나 가게들이 부자들이 들어오면서 기존의 서민층은 살 수 없는 곳으로, 장사를 할 수 없는 곳이 되어서 그들은 이곳을 떠나가고 있다.

도시를 움직이는 힘인 정치권력과 자본력, 권력과 자본이 어우러지면서 우리가 사는 도시를 움직이고 시민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하게 된다.

시민들은 이런 집단에 맞서서 그 힘을 보여줘야 한다. 어떻게....

선거를 통한 표로 시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지만 그런 인식을 가진 시민들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리는 없다.

사례를 중심으로 국내외의 도시혁신에 대해서 알아본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도로, 독일의 환승 정류장, 뉴욕의 센트럴파크에서 브루클린 다리까지 휴가기간 주말 보행자에게 내어주는 Summer Street, 인구절벽, 지방 소멸의 우려는 일본의 도시 혁신을 보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세계의 도시를 사례로 살펴보는데, 이는 다른 나라의 경우를 통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수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도시를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삶터로, 소중한 것과 가치있는 것들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의식이 고취되어야 한다.

좋은 도시는 좋은 시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우리는 도시의 주인으로서 시민답게 살려면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 멀어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쾌적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작은 실천부터 뒤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한다. 도덕성이 결여된 시민들을 보면서, 아무리 좋은 정책이 수행된다고 해도,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따라 주지 못한다면 좋은 도시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도시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담겨 있는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 인문학 입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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