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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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죽음이 우리곁에 와 있음을 느끼게 된다면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들까?

책제목처럼, '숨결이 바림 될 때' 그 순간을 가장 의미있게 보낸 사람의 이야기를 밤 늦도록 읽으면서 가슴이 아리도록 슬펐다. 그러나 그 슬픔 보다도 더 아름다운 이야기이기에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쉽게 잠이 들 수가 없었다.

저자인 '폴 칼라니티'는 '무엇이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지 알기 위해 '  스탠퍼드 대학에서는 영문학 석사를, 영국에 가서는 철학 석사를 받는다. 

그러나 작가가 되고 싶었던 생각은 생명 현상과 인간을 깊이 이해하려는 열망으로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예일 의과대학원에 들어가서 의학을 공부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유기체들이 세상에서 의미를 찾는데 뇌가 하는 역할을 알기 위해 신경과학을 공부하면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연구소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그는 신경외과 레지던트 7년 과정의 혹독한 수련기간 막바지에  폐암 선고를 받는다.

<숨결이 바람 될 때>는 1부에서는 암 선고를 받기 전에 그의 삶과 의사로서의 환자들을 진료하던 이야기가 주로 담겨 있고, 2부에는 암 선고를 받은 후에 그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활동을 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최고의 의사로 손꼽히며 여러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받는 등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무렵, 그에게 암이 찾아 왔다. 환자들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 오던 서른 여섯 살의 젊은 의사가 하루아침에 자신의 죽음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 (작가 소개글 중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환자를 돌보는 의사의 입장에서의 죽음에 대한 생각, 자신이 말기암 환자가 돼서 죽음을 생각하는 환자의 입장....

폴은 의사이자 환자, 그렇기에 삶과 죽음 사이의 관계를 더욱 잘 이해하고 있기도 했다.

폴은 그 누구보다도 유능한 신경외과 의사였다. 그가 레지던트로서 환자들을 수술하고 치료하는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는데, 그 이야기를 통해서 '폴'이 얼마나 훌륭한 의사인가를 가늠할 수 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때론 의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것일 수도 있고, 때론 의사로서 환자를 대하는 자세가 무감각하거나 감정적으로 흐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환자 입장에서 진료를 하고, 수술을 했다. 진료과정을 설명하는 내용들도 다수 담겨 있는데 어렵게만 느껴질 의학적 상식들을 쉽게 풀이해서 설명해 주기에 어떤 질병에 대해서는 많은 의학적 상식을 넓힐 수도 있다.

그는 발병 사실을 알고 치료를 하게 되면서 죽음을 의사와 환자 모두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죽음이 그를 엄습해도 그는 끝까지 어려운 신경외과 뇌수술, 척추 수술들을 해 나간다.

그건 죽음과 마주친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을 의미있고 가치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이런 순간에 환자와 함께하는 건 분명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었지만 보람도 있었다. 왜 내가 이 일을 하는지, 과연 가치 있는 일인지 의문을 품은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생명을 지켜줘야 한다는 소명의식은 이 일의 신성함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나는 환자의 뇌를 수술하기 전에 먼저 그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정체성, 가치관, 무엇이 그의 삶을 가치있게 하는지, 또 얼마나 망가져야 삶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수술에 성공하려는 헌신적인 노력에는 큰 대가가 따랐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실패는 참기 힘든 죄책감을 안겨 주었다. 이런 부감감은 의학을 신성하면서 동시에 불가능한 영역으로 만든다. 의사는 다른 사람의 십자가를 대신 지려다가 때로는 그 무게를 못이겨 스스로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 (p. p. 124~125)

"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우리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살고 숨 쉬고 대사 작용을 하는 유기체로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향해 속수무책으로 살아간다. 죽음은 당신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제프와 나는 몇 년 동안 죽음에 능동적으로 관여하고, 마치 천사와 씨름한 야고보처럼 죽음과 씨름하는 훈련을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삶의 의미와 대면하려 했다. 우리는 사람의 생사가 걸린 일을 책임져야 하는 힘겨운 멍에를 졌다. 우리 환자의 삶과 정체성은 우리 손에 달렸을 지도 몰라도, 늘 승리하는 건 죽음이다. 설혹 당신이 완벽하더라도 세상은 그렇지 않다. " (p. 142)

그는,  '만약 자신에게 석 달이 남았다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다. 1년이 남았다면 책을 쓸 것이다. 10년이 남았다면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삶으로 복귀할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그가 암 선고를 받은 후에 <뉴욕 타임즈>에 기고한 칼럼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How Long Have I Got Left?)’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칼럼을 통해 정확히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치병 환자의 딜레마를 절실하게 표현했다.
이 책의 글들을 읽어 보아도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독자들에게 공감을 주는 그런 필체를 보여주고 있다.

아쉽게도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지만 끝맺지를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Epiloque는 그의 아내인 '루시 칼라니티'가 이어서 썼다. '폴'은 발병한 지 22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다. 의미없는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가족들과 조용히 마지막 인사를 한다. 부부에게는 '폴'이 발병을 한 후에 얻은 딸 케이디가 있다.

의사이자 환자로서 죽음을 대면하면서 죽음을 이해하고, 마지막 순간을 의미있게 보내려고 노력했던 '폴

칼라니티'

그는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면 상당한 대우를 해주겠다는 병원들이 있을 정도로 신경과 의사이자 신경 과학자로서 훌륭한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의사였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의연한 모습을 보여 주었던 '폴'

책을 읽고, 글쓰기를 즐겼던 '폴'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삶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고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을씨년스러운 늦가을, 이 가을이 가면 추운 겨울이 우리를 기다리겠지....

그리고 멀지 않아서 꽃 피는 봄이 올 것이다. 자연은 이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듭나지만,  인간은 한 번 떠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그래도 '폴 칼라니티'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하고 떠났으니, 우린 그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으면서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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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새벽 4시 반 - 최고의 대학이 청춘에게 들려주는 성공 습관
웨이슈잉 지음, 이정은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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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는 원래는 성직자들에게 글을 읽을 수 있게 해 주려는 목적에서 설립되었지만 현재는 세계적인 명문대로 부상하였다. 하버드의 졸업생 중에는 8명의 미국 대통령이 나왔고, 75명의 노벨상 수상자 그리고 많은 퓰리처상 수상자와 글로벌 기업의 CEO를 배출하였다.

영국의 한 방송사가 제작한 '하버드 새벽 4시 반'은 학교 도서실 뿐만 아니라 학교 곳곳을 찾아 다니면서 취재를 했는데, 학교 어느 곳에서나 뭔가에 몰두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캠퍼스 구석 구석이 '움직이는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를 움직이는 인재들이 모여 있는 하버드, 물론 하버드의 학생들은 세계적인 인재들이겠지만, 그래도 그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들이 있으니,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보다 더 빨리, 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 성공은 남는 시간을 남 보다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하버드의 성공비결은 자신감, '나는 할 수 있다'

이 책은 하버드, 그 곳의 학생들, 졸업생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하버드의 성공비결을 10가지 찾아낸다.

노력, 자신감, 열정, 행동력, 배움, 유연성, 시간관리, 자기반성, 꿈, 기회가 바로 하버드의 성공비결 키워드이다.

책의 내용은 10가지 키워드를 하나 하나 찾아내는데, 하버드 성공비결의 키워드에 맞는 사례를 설명하고 그에 따른 부연설명, 그리고 여기에서 배울 수 있는 덕목을 정리하는 형식이다.

1. 노력 : 하버드는 선천적 재능과 후천적 학습능력 모두가 우수한 학생들을 선택하지만 남 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하버드의 불이 꺼지지 않는 캠버스가 이를 뒷받침하는 이유이다.

2. 자신감 : 긍지를 가지고 인류의 리더가 되어 세계를 이끌어 가는 인재들에게는 그 무엇 보다 자신감이 성공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덕목 중의 하나이다.

실패의 이유는 능력이 아닌 자심감 부족이다. 자신감만 있으면 절반은 성공한다. 성공을 이루기 위한 절반 정도의 자원, 나머지 반은 적극성과 꾸준함, 강한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은 실패를 실패로 여기지 않는다.

3. 열정 :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교수는 공부는 괴로운 것이 아니다. 공부가 힘든 원인은 공부하는 사람의 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 말했다. 공부에 열정이 없으면 공부는 재미가 없어진다. 공부는 열정의 습관화이다.

4. 행동력 :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행동하는 사람은 꿈이 현실이 된다. 최선을 다하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5. 배움의 가치 : 지식은 연속적인 학습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전문적이고 완전한 학습이 성공을 가져온다.

6. 유연성 : 정해진 틀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가로막을 수 있다. 독립된 자아를 기르려면 창의력을 길러야 한다. 상상력을 억압하는 기계적이고 습관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며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이디어와 영감을 찾아야 성공을 이룰 수 있다.

7. 시간관리 : 하버드 학생들에게 가장 귀중한 자원은 시간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결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성공하는 사람은 '지금 당장 시작'하지만, 평범한 사람은 '기다림'이라는 게으름으로 시간을 낭비한다.

학습이나 업무에 뛰어난 사람은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들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자원이다. 지금 이 순간의 1분 1초를 소중하게 관리하자.

8. 자기반성 : 자기자신을 수시로 점검하고 반성하는 능력을 자기통제라고 하는데, 끊임없는 자기관리와 자기통제가 필요하다. 먼저 자신의 정확하게 판단하고 타인을 판단하라.

하버드 졸업생 중의 한 사람은 하버드에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수확이 자신의 잘못을 바라보고 비판할 수 있는 용기였다고 말한다. 하버드에서는 사람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인 사람됨됨이에 대한 교육이 인재 양성의 기본적인 원칙이 된다.

사람을 충분히 이해한 다음 전문적 훈련을 거친 인재만이 사회의 엘리트가 되어 사회 각층에서 봉사하며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것이다.

9. 꿈 : 꿈을 갖고 용감하게 나아가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그에 따르는 해동이 있어야 한다. 어떤 행동을 해서 실현할 수 있는 것은 꿈이고, 실현할 수 없는 것은 망상이다. 꿈과 망상의 차이는 행동에 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은 목적있는 인생을 살게 해 준다. 각자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자.

10. 기회 : 운명을 바꾸는 비결은 자기자신에게 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 있어서 몇 번의 운명적 기회가 있는데, 그 기회를 잡는 사람은 성공을 할 수 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성공의 여부를 결정한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으나 아무나 기회를 알아보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신중한 사람은 기회를 놓친다. 과감한 결단력과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을 갖추어야 한다.

처음 <하버드 새벽 4시반>을 읽으려고 했을 때는 하버드의 일상 속에서 청춘들이 성공의 비결을 찾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조금 의미는 다르지만 하버드의 학생이나 졸업생, CEO들의 사례를 들어서 키워드를 맞추고 거기에서 성공의 비결을 찾는 그런 책이다.

그런 내용 보다는 하버드의 일상이나 그 속에서 노력하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기에 책을 구입한 목적과는 조금 맞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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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한정판 더블 커버 에디션)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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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스탕달', ' 닥터 러브' 라는 별명이 붙은 '알랭 드 보통'.

또한 그의 이름 앞에는 '일상의 철학자'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어쨌든 '알랭 드 보통'의 작품은 평범하지는 않다.

처음 읽었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ㅣ 청미래 ㅣ 2002>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남녀가 옆 자리에 앉을 확률까지 계산하고, 연인의 만남, 헤어짐 등에 철학자의 생각을 인용하면서 사랑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에 기가 (?)가 찰 정도로 특이한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서는 낭만적인 사랑 그리고 사랑의 전과정을 위트와 유머까지 곁들여서 철학적으로 분석한다.

어떻게 보면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도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같은 의도에서 출발한 소설이고, 소설의 형식은 좀 다르지만 그 책을 읽을 때의 생각이 문득 문득 떠오를 정도로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알랭 드 보통'이 21년 만에 쓴 소설이다. 그러나 소설이기는 하나 소설과 에세이가 한 권의 책에 함께 담겨 있다.

소설적인 내용과 그 내용을 곧바로 뒷받침하는 철학적 통찰이 담긴 에세이가 실린다.

사랑,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 순간부터 사랑하고 고백하고 결혼하고 2세를 낳고 키우고, 갈등하고 미워하고 헤어지려는 마음까지도 가져 보고....

그러나 결혼의 연륜이 쌓이면 그때는 정말 결혼의 의미를 느끼게 되고....

"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사랑이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 논의를 펼친다. " (작가 소개글 중에서 )

'알랭 드 보통'은 달콤하고 행복하기만 할 것같은 낭만적인 결혼에서 점점 멀어지는 결혼 생활의 현실을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 결혼의 시작은 청혼이 아니고, 첫 만남도 아니다. 그보다 훨씬 전에, 사랑에 대한 생각이 움틀 때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맨 처음 영혼의 짝을 꿈꿀 때 다. " (p. 12)

 

사랑, 결혼이란 잘못된 통념에서 벗어날 때에 결혼의 진실을 알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라 생각된다.

소설적인 재미 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만남에서 결혼 그리고 그 이후의 일상까지 들여다 보기에 어떤 내용들에서는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라 생각되어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이건 작가 자신의 체험에서 나온 내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결혼 :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 (p; 65)

 

" 현대사회는 부부가 모든 면에서 평등하기를 기대한다지만, 실제로는 고통의 평등을 기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괴로움의 복용량을 확실히 똑같게 측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불행은 주관적인 경험으로, 각 당사자가 실제로는 자신의 삶이 더 저주받았으면 파트너는 이를 인정하고 속죄하지도 않는다는 진지하면서도 경쟁적인 확신에 빠질 유혹이 상존한다. 자신이 더 힘들게 살고 있다는 자기 위안식의 결론을 피하려면 초인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 (p. 194)

" 결혼 : 자신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대단히 기이하고 궁극적으로 불친절한 행위." (p. 237)

" 이 세상에 항상 나쁘기만 한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 스스로도 고통스럽다. 그러므로 적절한 대응은 냉소나 공격이 아니라, 드문 순간이나마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사랑해 주는 것뿐이다. " (p. 270)

소설 속에서 라비 칸이 결혼의 준비는 결혼 생활이 16년 쯤 지난 후에 결혼이 무엇인가를 자각할  때  쯤에 느끼는 것처럼, 결혼이란 서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서로의 장단점을 이해할 수 있을 때에 진정한 결혼의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 보다 훨씬 지난 후에도 결혼의 의미를 찾지 못하기에 결혼을 깨뜨리는 이혼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결혼은 낭만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일찍 깨닫는다면, 일상의 사랑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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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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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만을 보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라오스를 여행하고 쓴 에세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이 책 속에는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미국의 보스턴, 포틀랜드, 뉴욕, 아이슬란드, 그리스의 미코노스 섬과 스페체스 섬, 핀란드,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일본의 구마모토에 관한 내용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가 대부분 그렇듯이, 이 책도 그동안(1995년~ 2015년) 하루키가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몇 개의 잡지에 기고한 에세이 열 편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그 중에는 일본 항공에서 발행하는 <아고라>에 연재되었던 일곱 편의 글이 있는데, 그당시에 <아고라>에 싣는 글을 쓰면서 나중에 단행본으로 묶을  때를 대비하여 짧은 버전과 긴 버전으로 따로 썼기 때문에 <아고라>에 실린 에세이 보다는 좀 긴 글이 됐다.

책제목인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는 하루키가 일본에서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에 가는 직항이 없어서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경유를 하게 되는데, 그때에 베트남인이 하루키에게 물어 본 말이다.

그 사람의 말인즉은, '베트남에는 없고, 라오스에는 있는 것이 무엇이냐?' 라는 뜻인데, 그러니까 왜 라오스에 가는냐는 질문이라고 볼 수 있다.

" 루앙프라방의 특징 중 하나는 어디에나 이야기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대부분 종교적인 이야기다. 사원 벽 곳곳에 이야기를 담은 듯한 그림들이 가득 그려져 있다. 하나같이 왠지 모르게 신비롭고 의미심장해 보인다. " (p. 178)

" 내가 라오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는, 소소한 기념품 말고는 몇몇 풍경에 대한 기억뿐이다. 그러나 그 풍경에는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고, 감촉이 있다. 그곳에는 특별한 빛이 있고, 특별한 바람이 분다. 무언가를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다. 그때의 떨리던 마음이 기억난다. 그것이 단순한 사진과 다른 점이다. 그곳에만 존재했던 그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 입체적으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꽤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 (p. p. 181~182)

한때 하루키가 살았던 보스턴에 관한 이야기는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스턴 마라톤에 6번이나 참가하기도 했던 하루키는 매일 아침 찰스강변을 달리곤 했었다.

하루키는 오래 전에 보스턴 주민으로 살았던 그곳을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찾게 된다.

세계 작가 회의 참석차 간 아이슬란드, 푸른 이끼와 온천이 있는 곳, 그곳 사는 퍼핀이라는 새는 부모새가 어느 정도 보살피다가 새끼만 두고 떠나는데, 남겨진 새끼 퍼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미국에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와 메인주의 포틀랜드가 있는데, 두 곳은 미국의 서해안쪽과 동해안쪽에 위치해 있어서 3시간의 시차가 있다. 이름은 같지만 역사와 성립 과정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는 두 도시에 가서 그곳의 맛집을 찾아 본다.

하루키의 여행기인 <먼 북소리>는 그리스의 스페체스 섬과 미코노스 섬에서의 하루 하루의 기록에서 시작되었고, 또한 미코노스 섬은 <노르웨이의 숲>을 집필하기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24년이 지난 후에 다시 찾은 미코노스 섬과 스페체스 섬에서 옛 추억에 잠겨 보기도 한다.

최근 이십 여 년간에 하루키가 방문했던 세계 몇 곳의 여행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는데, 음악을 좋아하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그의 이야기는 하루키의 일상과 인간적인 면을 엿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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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고독 아이슬란드
이준오 지음 / 홍익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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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아이슬란드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그 적은 사람들은 열정적이다. " ( 위스턴 휴 오든)

아이슬란드, '꽃 보다 청춘, 아이슬란드'를 통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좀 가깝게 느껴졌을 지는 모르겠으나 아직도 아이슬란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은 영화음악 감독이자, 캐스커의 리더인 '이준오'의 여행 에세이다. 3주의 여정으로 혼자 떠난 아이슬란드. 떠날 때까지도 아이슬란드 여행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어떤 정보를 많이 가진 것도 아닌 상태로 떠난 아이슬란드 여행.

그래서 아이슬란드 여행이 더욱 아름답고 외로웠을 지도 모르겠다.

" 태양에 반짝이는 바다가 눈부셔 저절로 눈이 감긴다. 눈을 감고 상상하던 이상향의 풍경이 눈을 뜨면 고스란히 상상 그래도 펼쳐져 있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이게 현실의 풍경이라는 것이 믿을 수 없엇다. 그렇게 망설이고 망설이다 온 여행, 나는 어디에 와 있는 걸까. 이 모든 것이 꿈은 아닐까.

단 한마디의 메시지를 서울에 보냈다. '여긴 미친 거 같아. ' "  (p. 52)

아무리 아이슬란드라고는 하지만 오로라를 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닌데, 예상치도 않은 오로라(Northen Lights)를 보다니...

한없이 얇은 실크가 바람에 흔드리듯 넘실거리는 빛의 협곡, 오로라.

낯설고 충격적인 경관과의 만남.

간헐천처럼 인간에게 끝없는 예술적 영감을 터뜨려 주는 곳이 바로 아이슬란드이다.

낯설고 외로운 곳이기는 하지만 대자연의 위엄 속에서 인간이 한없이 작아지는 곳이 바로 아이슬란드이다.

" 이렇게 잔뜩 흐린 날만 계속된다면

언제 다시 오로라를 만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지나간 일주일이, 행복하기에 더 슬픔 꿈처럼 느껴진다.

아이슬란드는 이렇게 나에게 환희와 고독을 동시에 던져 주었다. " (p. 106)

혼자 떠난 아이슬란드에서의 3주간의 여정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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