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 법정과 최인호의 산방 대담
법정.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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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법정, 최인호.

이제는 두 분의 글을 접할 수 없다. 법정 스님은 2010년 3월 11일에 길상사에서 입적을 했고, 최인호 작가는 2013년 9월 25일에 선종을 했기때문이다.

그런데, 최인호의 글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생전의 글을 모아서 몇 권이 출간이 됐다. 그중에 유고집인 <눈물/ 최인호 ㅣ 여백미디어 ㅣ 2013>은 읽는내내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눈물>의 첫 부분에는 최인호의 눈물 자국이 새겨진 탁상의 사진이 실려 있다. 묵주기도를 드릴 때마다 흘린 눈물자국이 그가 떠난 탁상 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작가는 어느날인가는 두 방울의 눈물을 알코올 솜으로 지워 보지만 아이 발자국처럼, 탐스러운 포도송이처럼 다시 눈물 흔적이 살아난다.

무슨 기도를 그리도 간절히 드렸기에 눈물 자국이 이렇게 또렷하게 남아 있을까....

<눈물/ 최인호 ㅣ 여백미디어 ㅣ 2013>중에서

"오늘 자세히 탁상을 들여다보니 최근에 흘린 두 방울의 눈물 자국이 마치 애기 발자국처럼 나란히 찍혀 있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가장자리가 별처럼 빛이 난다는 겁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알코올 솜을 가져다 눈물 자국을 닦았습니다. 눈물로 탁상의 옻칠을 지울만큼 저의 기도가 절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탐스러운 포도송이 모양으로 흘러내린 탁상 겉면의 눈물자국도 제게는 너무나 과분했기 때문입니다. " (최인호의 <눈물> p. 13)

법정 스님은 무소유의 대명사로 일컬어진다. 스님은 입적하기 전에 유언을 남긴다. 자신이 쓴 책을 모두 절판시키라고.... 그런데, 출판사에서는 일정기간을 둔 후에 출간을 할 수 없게 했다.

그래서 법정스님의 책은 이미 소장하고 있거나 중고서적에서 구입하지 않으면 스님의 청아한 글들을 읽을 수가 없다. 법정 스님의 책이 중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스님의 글이지만 종교적인 색채보다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주옥같은 글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미 법정 스님이나 최인호 작가는 세상을 떠났지만 뒤늦게 두 사람의 산방대담이 담긴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가 출간됐다.

책 속에 담긴 글들은 2003년 4월에 월간 <샘터>가 지령 400호를 기념하여 길상사의 요사채에서 법정스님과 최인호 작가의 대담을 마련하게 되고 그때의 이야기가 책 속으로 엮어지게 된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을 법정스님의 기일에 맞추서 펴내려고 했지만 스님이 입적한 후 그도 역시 암투병을 하게 되면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책의 첫 부분인 '들어가는 글'에는 작가가 암투병중이지만 법정스님의 열반 소식을 듣고 길상사로 문상을 가면서 스님과의 인연을 되새기는 글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2003년 4월에 길상사에서 법정 스님과 최인호 작가가 4시간에 걸쳐서 대담을 한 내용을 싣고 있다. 11가지 주제로 나눈 대담은 행복, 사랑, 가족, 진리, 삶, 지식, 고독, 용서, 종교, 죽음 등이다.

지금은 두 사람의 새로운 글을 접할 수 없기에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크다고 생각된다. 주제에 따라서 최인호 작가는 주로 묻고 법정 스님은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그리고 스님의 생각에 덧붙여서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마지막 즈음에 작가는 스님에게 묻는다. 죽음에 대해서..... 스님은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하니....

" 소욕지족(少慾知足), 작은 것을 갖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알면, 행복을 보는 눈이 열리겠지요. 일상적이고 지극히 사소한 일에 행복의 씨앗이 들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 (p. 41)

" 사랑은 따뜻한 나눔이고 보살핌이고 관심이지요. 더 못 줘서 안타깝고 그런 것이 사랑인데 말이지요. " (p. 52)

" 인간관계의 기본은 신의와 예절이지요. 가족이 해체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신의와 예절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 (p. 60)

" 저는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나 자신이며 소중히 지녀야 할 것도 나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소유, 내 편견, 내 지식, 내 위선... 진짜 내가 아니라 나로 위장된 본체가 아닌 나를 버려야 하지요. " (p. 74)

" 참된 지식은 사랑을 동반한 지혜겠지요. 반면 죽은 지식이란 메마른 이론이며, 공허한 사변이고요. " (p. 135)

" 죽음을 삶의 끝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생각이 확고해지면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어요. 거부하려 들면 갈등이 생기고 불편이 생기고 다툼이 생기는데,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편안해 집니다. " (p. 176)

" 죽음 앞에서 두려워한다면 지금까지의 삶에 소홀했던 것입니다. 죽음은 누구나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자연스러운 생명 현상입니다. " (p.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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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든, 어디에 있든
김나래 지음 / 리스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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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살, 무작정 뉴욕으로 떠났다 !!'

그 땐 맞았을 지 몰라서, 지금은 어쩌면 위험한 발상이 아닐까....

트럼프 시대에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민족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데, 과연 무작정 뉴욕으로 떠나도 될까?

저자는 국내에서 모델로 활동을 했고, 뮤직 비디오와 CF촬영도 하고 있던 20대 여자이다. 그러니 직업도 있고, 어느 정도의 수입도 있는 생활인이다.

그런데, 그녀와 비슷한 나이의 청춘들을 생각해 보자. 정상적으로 대학을 다녔다면 (요즘은 취업 때문에 휴학을 많이들 하기에) 겨우 대학을 졸업했지만 우리 사회의 어디에서도 쉽게 받아 주지 않으니, 신림동에서, 노량진에서 컵밥을 먹으면서 강의실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서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차디찬 길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그런 우리의 청춘들을 생각할 때에 '김나래'가 말하는 '꿈이 없었다', '무엇을 잘하는 지, 무엇을 원하는 지 몰랐다'는 건 사치스러운 투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튼 그건 우리의 혹독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청춘들을 생각하니 드는 생각들이었다.

책을 돌아가서,

그녀는 자신이 '유리 상자에 갇힌 가녀린 인형'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뉴욕으로 떠난다.

유학원을 통해서 F1 유학 비자를 받아 떠난 뉴욕에서의 생활, 초기에는 허탈감과 자괴감도 들었지만 서서히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게 된다.

막연한 동경의 도시였던 뉴욕은 그녀에게 공부와 생활을 할 수 있는 터전이 된다.

때론 아르바이트도 하고, 뉴욕에서 패션쇼에 참여하기도 한다. 학생 비자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지는 의문이지만...

그녀는 어느날 친구로 부터 책 한 권을 선물받게 되는데, 그 책은 전 세계 아티스트들의 스케치를 모아 놓은 책이었다. 그 한 권의 책은 마침내 그녀에게 인생의 새로운 길을 찾게 한다.

그림을 그려야 겠다는 인생의 목표를 정하게 된다.

뉴욕에서의 생활 속에서 진짜 '나'를 찾게 되면서 그녀는 현재 아티스트로 한국과 뉴욕에서 활동한다.

책 속에는 자신의 무작정 뉴욕으로 떠나게 된 이유, 그리고 뉴욕에서의 생활, 뉴욕에서의 진짜 자신을 찾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 뉴욕 지하철을 타보는 것은 뉴욕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지도 모른다. 뉴욕 지하철은 뉴욕 특유의 다양성, 역동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어서 뉴욕을 한 눈에 다 담기에 제격인 곳이니까. " (p. 94)

" 당신은 누구입니까?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면

여행을 떠나라 ." (p. 220)

'진짜 자신을 찾아 떠나라'는 메시지는 어찌 생각하면 청춘들에게는 자괴감만 드는 사치스러운 글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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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읽게 된 <희랍어 시간>을 계기로 한강의 작품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소설은 은유적인 표현들로 씌여진 그대로 읽기에는 그 내용 속에 담겨진 의미가 많습니다. 한강의 작품 중에는 동화도 있는데, 참 아름다워요. 그리고 산문집인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는 한강이 직접 부른 노래 CD까지 있답니다. 소곤소곤 속삭이는 듯하지만 한강의 문장은 힘이 있습니다. 작가의 글은 일상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욕망과 삶의 진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멘부커상의 수상은 한강의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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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좋아하세요... - 미술관장 이명옥이 매주 배달하는 한 편의 시와 그림
이명옥 지음 / 이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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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를 즐겨 쓰던 시절에 편지글 속에 시를 한 편 꼭 담아 넣었다. 그 시절에는 애송시 몇 편 정도는 자연스럽게 읊을 수 있었고, 책꽂이에는 시집 몇 권은 꽂혀 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시집을 사거나 시를 읽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를 좋아하세요>를 쓴 '이명옥'은 사바나 미술관장이다. 사바나 미술관은 전시 기획이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관람객들과의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다.

저자는 어릴 적에 가졌던 꿈이 시인이었고 지금도 시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끔은 애송시 낭송 이벤트를 가지기도 한다.

그녀는 가깝게 지내던 지인에게 일주일에 한 편씩 시를 추천해 주었고, 그 시를 받은 사람은 추천시에 대한 감상을 보내 왔는데, 이를 '시 큐레이션 서비스'라 말한다.

그래서 추천했던 시들 28편과 그 시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문학작품이나 문장들을 소개해 주고 마지막으로 미술관장답게 미술작품(그림, 사진, 조각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시, 문학작품, 미술작품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 시 쓰기는 꿈과 사랑을 찾는 일이며 더 나아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이라는 뜻이지요." (p. 19)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정지요, 한용운, 윤동주, 김수영, 기형도, 잠, 로버트 프로스트, 예리츠, 마프크 샤갈, 르네 마그리트, 에곤실레....

이렇게 시와 미술작품이 접목된 책으로는 얼마전에 읽은 < 사랑은 시처럼 온다 / 신현림 ㅣ 북클라우드 ㅣ 2016 >이 있는데, 그 책을 읽을 때에 느꼈던 느낌과 같은데, 시와 소설 그리고 그림을 넘나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예이츠'의 시 <그는 하늘의 천을 소망한다>와 마르크 샤갈의 <라일락 꽃밭의 연인들>의 접목이 아름딥게 느껴진다.

* 그는 하늘의 천을 소망한다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내게 금빛 은빛으로 수 놓인

하늘의 천이 있다면

밤과 낮과 어스름으로 물들인

파랗고 희뿌옇고 검은 천이 있다면,

그 천을 그대 발밑에 깔아드리련만

허나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다.

내 꿈을 그대 발밑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꿈이오니. (p. 46)

이 시를 보면 진정한 사랑이란, 헌신과 희생을 통해서 얻어지는  기쁨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미술작품으로는 연인에 대한 사랑과 동경, 숭배의 감정을 작품에 담는 화가로 잘 알려진 '마르크 샤갈의 <라일락 꽃밭의 연인들>이 소개된다. 샤갈과 부인 벨라의 사랑이야기를 이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은 두 작품 모두 너무도 좋아하는 시와 소설이기에 더욱 관심이 간다.

'한용운'하면 <님의 침묵>이 떠오르지만, 이 책에서는 <해당화>를 추천시로 담았다. 화가 '이인성'은 '한용운'의 <해당화>에 감명을 받아 같은 제목의 그림을 그렸다.

* 해당화   - 한용운 -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머 일찍 왔나 두려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 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 (p. 84)

" 시와 그림은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기다림이라고 말해줍니다. " (p. 87)

'이명호'의 사진작품 시리즈 중의 <나무 2번>의 작업과정을 보여 주는 내용은 사진작가가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힘든 작업을 하는가를 알게 해 준다. 이 작품은 완성하는데 적어도 1년 이상의 고단한 여정을 거치게 되니....

* 바람이 옹이 위에 발 하나를 잃어버린 나비 한 마리로 앉아 - 김선우

봄꽃 그늘 알래 가늘게 눈 뜨고 있으며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좋아

 

먼지처럼 가볍고

물방울처럼 애틋해

비로소 몸이 영혼 같아

내 목소리가 엷어져가

 

이렇게 가벼운 필체를 남기고

문득 사라지는 것이니

 

참 좋은 날이야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참 근사한 날이야

인간이 하찮게 느껴져서 (p. 240)

또한 사진작가 '이정록'의 <나비> 시리즈 중의 <나비 19번>, <나비 7번>은 그 흔한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필름 카메라를 이용하여 장노출로 찍은 사진인데, 황홀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이처럼 <시를 좋아하세요>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 등에게 다양한 작품의 접목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기획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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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언
안드레이 마킨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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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언>은 책의 장정(裝幀)부터 특이하다. 책의 옆부분이 표지로 덮여 있지 않고 몇 장씩 묶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그 중간 중간에 책의 옆부분을 지탱해 주는 실부분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그런 세심한 부분들에 눈길이 간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먼저 작가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책을 40여 페이지 읽다가 책의 뒷부분에 있는 작가 소개글과 옮긴이의 글을 먼저 읽으니, 책을 읽기가 수월해 진다.

작가 '안드레이 마킨'은 1957년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출생한다. 1987년에는 프랑스를 여행하던 중에 정치적인 망명을 하고 1990년에는 <어느 소년 영웅의 딸>을 출간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1995년에 출간된 <프랑스 유언>은 공쿠르상, 고등학생 선정 공쿠르상, 메디치상을 받은 작품이다. <프랑스 유언>은 작가의 자전적 삶과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기에 그의 삶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작품에서 " 화자의 삶을 이중분열적으로 몰고 갔던 매혹의 대상인 동시에 배척의 대상인 프랑스라는 유산은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작가 자신에게서도 드러난다. " (작가 소개 글 중에서)

화자는 어린시절에 누나와 함께 여름이면 시베리아 초원의 사란짜에 있는 외할머니를 찾아간다. 외할머니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시베리아에 살고 있다. 외할머니는 손주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자신이 살았던 프랑스에서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중에는 난리통에 얼떨결에 도망을 치는 과정에서 들고 나온 큰 가방에 든 신문 스크랩 내용을 들려준다.

어느해에는 대홍수가 나서 센강이 넘쳐 바다처럼 변했었던 이야기, 러시아 황제 니콜라스 2세가 프랑스를 방문했던 이야기, 어느 군인이 외할머니 손에 쥐어주고 간 조약돌을 간직하게 된 사연, 전쟁 중에 간호사로 있었던 때의 이야기....

이런 샤를로트 할머니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에는 미쳐 알지 못했던 것들을 소년이 커서 러시아를 떠나 프랑스에 와서 살게 되면서 깨닫게 되는 부분들이 있게 된다.

그리고 외할머니집에서 발견한 한 장의 사진 속에 얽힌 사연은 이야기가 끝날 때에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

화자는 어린 시절에는 러시아 속의 프랑스인으로, 청소년기에는 러시아인으로 살아가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프랑스인이 아닌 러시아인으로 살게 되다보니 프랑스에서도, 러시아에서도 항상 이방인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삶을 산다.

외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는 프랑스 역사와 러시아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도 함께 한다.

" 그리고 또 이 젊은 프랑스 여인은 우리 나라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자신의 삶 속에 응축시켰다는 명붐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황제 치하에 살았고, 스탈린의 숙청 시대 때 살아 남았으며, 전쟁을 겪었고, 그 수많은 우상들이 추락하는 것을 목격했다. 어른들이 볼 때, 제국이 가장 많은 피를 흘린 세기를 그대로 복사해 놓은 듯한 그녀의 삶은 한 편의 서사시를 연상시켰다. " (p. 138)

<프랑스 유언>은 화자인 소년의 삶의 이야기이자, 소년의 외할머니 샤를로트의 삶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샤를로트의 삶을 격동의 역사 속에서 조명한다. 특히 그녀가 가지고 있는 프랑스인의 피가 흐른지만 러시아에서 살아 가면서 힘들었던 삶의 이야기를 화자 아니 작가 자신이 러시아인이면서 프랑스에서 살아야 하고, 러시아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글을 써야 하는 언어적인 부분들에 대한 부분들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화자에게 어린 시절에 외할머니를 통해서 듣게 된 프랑스는 매혹의 대상이었지만 또한 배척의 대상이기도 했다. 화자가 물려 받은 프랑스적 특성은 어린 시절에는 숨겨야 했던 것들이었고, 프랑스에서 살게 되면서는 러시아인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의 그는 '프랑스어로 글을 쓰기 시작한 이상한 러시아인'이다. 그렇기에 그에게 프랑스의 유산은 그가 어른이 될 때까지 가지고 다녀야 하는 짐인 동시에 이상화된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는 한때 묘지에서 살기도 하는데, 어느날 비문에 새겨진 글을 보게 된다.

" ... 그것은 하나의 추억이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 아니, 나는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이었다. "  (p. 333)

바로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이 문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인 '안드레이 마킨'은 "섬세하고 독특한 스타일의 작가로 자리를 잡았는데, 그의 문체는 시적이고 세련되었다고 평가를 받는 한편 지나치게 고전적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 (작가 소개글 중에서)

확실히 이 소설은 다른 소설과는 많은 점에서 다르다. 배경지식이 없다면 읽기가 그리 쉽지 않기도 하지만, 요즘 많이 읽히는 흥미를 위주로 한 소설과는 차별화가 된다.

읽으면서 생각을 해야 하고, 그 생각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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