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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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제목이야기부터 하려고 한다. '고등어를 금하노라' 는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책정보를 검색하여 보니 재독 한국인의 가족 이야기이다. 머리에 스쳐가는 생각으로는 우리가 여행을 하다보면 그 도시에서 풍기는 냄새가 있다. 대만에 가면 야시장이나 음식점 근처에서 나는 초두부 냄새, 터키의 거리거리에서 풍기는 케밥의 냄새... 역시 유럽의 도시에서도 뭐라고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서양 특유의 음식 냄새들이 있다. 고등어 역시 비릿한 냄새가 심하니 독일의 식탁에서 고등어 요리가 풍기는 냄새로 인해서 생기는 에피소드가 담겨 있지 않을까하는 얄팍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제목은 은유적이고 상징적이라는 것을 책을 읽는 중간에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때 가족들과 함께 독일로 이주를 한 후 35년 동안 그곳에 살고 있는 한국인 건축가인 임혜지 씨가 그곳에서 독일인 남편을 만나서 아들과 딸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돈보다는 시간을, 순간의 안락함보다는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강요와 간섭보다는 자유를 존중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가치관을 가진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가족들은 아주 유별나다.(?) 고집이 센 남편은 물리학 박사이지만 첨단기기를 개발하는 회사의 말단 직원이다. 그리고, 이 글의 저자인 아내 역시 고집이 남편 못지 않게 센 프리랜서 문화재 실측조사업무를 담당하는 건축학 박사이다. 아들은 어릴때 난독증으로 책읽기와 구구단 암기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당당한 물리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은 가족중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유행도 즐기면서 남자 친구와도 어울릴 줄 아는 예쁜 고등학생이다. 이런 가족들은 식탁이 곧 토론의 장소가 되는 것이다. 몇 시간이고 자신들의 주장을 펼 수 있는 자유분방한 모습의 저녁 식탁인 것이다.
책의 구성은 3부로 되어 있다.
* 자유로워라, 즐거워라
* 내가 자유로운 만큼 내 아이도 자유롭게
* 공존을 위한 예의


'자유로워라, 즐거워라'는 저자를 중심으로 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적고 있다. 물론, 평범하지 않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다. 항상 그들의 관심사는 돈대신 시간이다. 남편이 환경보호가이기에 그들의 에너지 생활습관은 남다르다. 추운 겨울에도 난방대신 물주머니를 가지고 침대에 들어가며 온수 역시 마찬가지로 생활에서 포기했다. 자동차대신 자전거로 다니며, 심지어는 자전거를 타고 가족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고등어를 금하는 이유도 가족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독일은 바다를 접하지 않은 내륙국가이다. 그러니 고등어가 자국에서 잡힐 수가 없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바다 생선을 먹지 않았다. 바다 생선을 먹지 않고도 살아 왔는데, 자신들이 고등어를 먹는다면, 생선에 맛이 들여지고 그 결과는 바다 생선들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식탁에서 고등어를 포기하기로 했다. 가족이 포기한 '난방, 온수, 자동차, 고등어' 이것들은 우리곁에 너무도 착 달라 붙어 있기에 소중한지도 모르고 살아 가는데, 이들 가족들에게는 커다란 결단의 포기인 것이다.
'환경이라는 공동의 자산을 지키는 것이 내 것을 남에게 주는 것보다 훨씬 공평하고 당연할 뿐아니라 쉽기도 하다'(p46)는 말로 책에서는 표현되고 있다.

20년간에 걸쳐서 습관이 되어 버린 그들의 '검약 습관'은 문명이 발달한 현대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짜디짜고 지독하다. 그런데, 이런 짠돌이 가족들이 사회에 기부하는 일에는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도움의 손길을 베풀고 있다. 1유로, 2유로에도 목숨을 걸듯이 계산하고 따져가면서 근검 절약하지만, 기부에 있어서는 50유로, 100유로도 서슴치 않고 내놓을 뿐더러, 다른 독일인에게도 그 파장이 번져서 기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내가 자유로운 만큼 내 아이도 자유롭게' 아들과 딸을 키운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난독증이었던 자녀의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것에 조급해 하지도 않고 스스로 좋아질 수 있게 한다든가, 딸이 미국 유학을 가려고 하자 스스로의 힘으로 가라는 말을 하는 엄마의 모습이다. 부모의 선택에 의해서 자녀들이 교육을 받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역할이 저자의 교육 방법이다. 우리의 시선으로 본다면 이런 교육방법이 자녀들이 시행착오를 거듭하거나 인생에서 실패할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가 않다. 그것이 진정으로 자녀들을 위하는 방법인 것이다.
여기까지의 내용들을 읽으면서의 나의 생각은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있기에 이 책의 내용이 모두 다 본 받을 만한 이야기들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분명히 세계의 환경을 생각하고 인류를 생각하는 마음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속에서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고, 나의 생활에서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쳐야 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의 가족들은 너무 특색이 있고 지나칠 정도이기에 꼭 닮고 싶은 생각은 없을지라도 근검절약과 기부문화, 그리고 환경문제에서 우리들이 고쳐 나가야 할 점은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장인 '공존을 위한 예의' 독일사회에 관한 이야기들이기에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다. 2차세계대전이후의 독일 사회의 변화, 전쟁후의 피해국가나 피해 국민들에 대한 사과와 배상 문제, 그리고 '신나치주의'등에 대한 이야기가 깊이 있게 다루어 지고 있다. 아직도 독일인에게는 '나치'라는 말을 그들앞에서는 금해야 하는 단어가 되어 있듯이, 반세기가 훌쩍 지났지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을 하고 있다. 저자가 잘 아는 일본인 칼럼니스트와의 대화를 통해서 독일이 전후에 행했던 상황과, 일본이 전후에 행했던 상황을 비교해서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독일사람들은 역사적 사실에 별로 주목을 하지 않는데 반하여 일본인을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일본인 입장에서 본 이 문제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일본을 움직이는 힘은 일본 지성인들에게서 나온다'(p197)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일본 칼럼니스트의 말을 빌리면 러일전쟁에 대한 생각이나 한일의정서의 불법성에 대하여 지난 사실을 사실대로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지 그 죄과를 묻는 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러니까 역사적 사실은 인정하되, 배상이나 사과는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이다. 일본에서도 지식인들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불법성만은 인정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꼭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고 생각된다. 시도 때도 없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거나, 일본의 침략행위를 정당화하는 일본 고위층의 행태를 어제 오늘 보아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못된 장난'이라는 소설에서도 독일의 사회 문제로 소설의 사회적 배경이 되기도 했던 독일내의 외국인에 대한 이야기도 거론된다. 독일은 인구의 9%가 외국인이다. 2차세계대전이후 전후의 건설을 목적으로 외국인들이 들어 왔고, 그들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사람들이지만 독일인들은 외국인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독일인이 낸 세금으로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로 생각하고 멸시하는 것이다. 독일 국적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살고 있는 외국인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당당히 결혼으로 독일 국적을 당연히 가질 수 있지만 당당히 대한민국 국민으로 남아 있다.
이쯤 되면 '고등어를 금하노라'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 환경을 위해서, 인류를 위해서 우리가 포기할 수 있는 부분들을 금하라는 것이라는 것을....
모두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서 고등어를 금하라는 것임을.....
자유와 자긍심으로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독일 사회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책이 '고등어를 금하노라'이다. 그러나, 읽고 이 가족들의 생활이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그리고 본받을 점이 있다면 본받으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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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의 인생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나라 요시토모 그림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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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이름이 원래는 일본꽃이름인 '히나기쿠'였는데,우리들이 알기 쉽게 '데이지'로 바뀌었다고 한다. '데이지'- 하얀색 꽃, 꽃송이도 아담하게 작은 그리고, 꽃술들이 노란꽃이다. 갸날픈듯, 상큼한 꽃- 이름만큼이나 오염되지 않고 잔잔하고 아름다운 소설이다. 그렇다고 데이지의 인생이 아름답기만한 것은 아니다.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고, 상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스스로 잘 치유해 가는 모습이 예쁜 소설이다. 이제는 책속의 그림만 보아도 반가운 '나라 요시토모'가 그만이 가진 독특한 화풍으로 그림동화를 읽는 기분을 맛보게 해준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들은 간결하고 짧은 글들이기에 손에 잡는 순간 어느새 끝장을 덮게 된다. 주인공 데이지의 친구인 달리아는  '데이지의 반쪽같은 존재','엇비슷한 운명을 지닌 친구', '이름이 똑같은 꽃이름', '죽음을 앞두고서도 꿈을 통해 교류를 이어가려 했던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밤에 친구를 부를 때에 피리를 불면 그 소리를 듣고 달려 오는 사이이지만 11살 때에 재혼한 엄마를 따라서 브라질로 이민을 가 버렸다. 꿈속에서 마른잎 냄새가 나면 가을 바람같은 느낌이 나면서 친구 달리아의 만날 수 있다. 그런데 25살의 데이지는 달리아의 꿈을 꿀 수가 없다.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피어난다. 데이지는 장맛비를 싫어한다. 비는 잔인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어렴풋한 사고의 기억속에서도 엄마는 피를 흘리면서 데이지를 위에서 꾹꾹 눌렸다. 데이지의 몸에서 빠져 나가려는 그 무언가를 막기 위해서... 장맛비가 내리는 저녁은 그 빗소리가 끔찍하다. 데이지는 미혼모의 아이였기에 아버지의 부재와 엄마의 교통사고로 이모집에 살았지만 더부살이를 청산하고 홀로 산다. 지금은 다카하루의 집에 살지만, 그것도 잠깐....

 
엄마와 이모가 동업을 하던 가게에서 '야키소바'를 만든다. 그 일은 즐겁다. 그렇지만 언제나 외롭고, 마음의 깊은 상실감은 항상 따라 다닌다. 엄마의 향을 찾아 다녔지만 찾지 못했던 엄마가 사용하곤 하던 무화과 향수를 찾아낸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죽는 순간에도 통하는 법일까? 달리아가 먼 브라질에서 죽던 날 데이지는 꿈속에서 천장에서 사진들이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데이지의 마음속엔 달리아의 죽음을 예감한다. 그리고 얼마후 달리아 엄마의 편지와 함께 온 사진들....

예감대로 달리아는 데이지를 그리워하며 마지막으로 죽기전에 '야키소바'를 먹었다. 그 바로 전에 가벼운 교통사고라고 생각했던 그 사고로...

  
그동안,'요시모토 바나나'가 발표한 소설들은 아버지나 부모의 상실이 많이 다루어지고 있다. '키친'도, '무지개'도... 작가가 많이 다루어 온 주제가 '상실''상처' '아픔'들이지만 소설의 분위기는 담담하면서도 어둡지 않다. '데이지의 인생'은 그 꽃이름처럼 소박하고 조용하고, 가슴아픈 상실감과 아픔도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 힘든 상황을 소리쳐서 외치지도 않고, 방황하지도 않고, 반항의 마음을 가지지도 않아서 아름답고 기특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아팠던 기억들을 세월과 함께 기억의 저편으로 조금씩 조금씩 살며시 밀어내는 모습처럼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그 아픔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퇴색되기는 할 것이다.



'나라는 상자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전부가 꼭꼭 들어차 있다. 누구에게 보이지 않고 누구에게 말하지 않아도, 그리고 내가 죽어도 그 상자가 있었다는 사실만은 남으리라. 우주에 둥실 떠 있는 그 상자의 뚜껑에는 '데이지의 인생'이라 쓰여 있으리라. (p119~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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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이틀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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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인터넷 서점에 들어올 때마다 마주치는 광고의 책이었다.얼핏보면 글씨체가 특이하고, 사진에 가려서 책 제목이 구월의 아들(?)인가 하면서 얼핏 얼핏 지나쳤는데, 눈길을 끄는 것은 또한 작가의 사진이었다.'M 자형 대머리를 한' (p125) 작가였다. 별로 낯익은 작가가 아니라는 생각과 호기심때문에 읽게 된 소설이다. 제목에서 부터 시작되었던 오류는 책을 몇 장 넘기면서 더욱 혼돈스러웠다. 별 생각없이 읽게 된 책이지만, 이런 주제는 좀 불편한 느낌이 든다. 시대적 배경은 노무현 정부의 출범에서 탄핵까지이다. 정치적 색깔이 들어간다는 것부터 별로라는 기분....
그건 내가 정치적 이슈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때문이다. 시사토론에 나와서, 나올 때 중무장을 하고 나온 사람들처럼, 상대방의 의견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 옳든 그르든 끝까지 사생결단을 낼 것처럼 말하는 그런 사람들이 싫은데, 소설에서까지 그런류의 내용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싫었다. 그렇다고 내가 참정권을 포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꼬박꼬박 그래도 선거를 하는 민주(?)시민이다. 
'좌파'와 '우파','보수'와 '진보'를 이분법적 잣대로 나누는 것이 과연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역사를 더듬어 보면, 정치 권력에 있었던 자들도, 우매한 국민들도 정권, 정권마다 모두 잘잘못이 있지 않았을까?  '이건 아니다'라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가 있을 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해서 읽다말고 '작가후기'와 '작가 인터뷰'를 훑어 보았다.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20년간에 걸쳐서 한국의 성장 소설은 좌파 청년 일대기면서 예술가 소설이었다고 한다. 결말은 대개가 소설가나 시인이 되었단다.그래서, 우리나라처럼 뿌리가 얕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서는 길을 잃고 길을 찾아가는 두  젊은이의 모습을 통해서 우파 성장 소설을 쓰기로 했고, 그리고 실제로 2002년부터 대학교 내에서 뉴라이트 단체가 생기고 있는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둘째는 성장소설, 연애 소설이 천편일률적으로 이성을 찾는 이야기인데 작가는 인간은 전부 다 잠재적인 '양성애자'이고 젊은이들이 연애에 앞서 남자와 연애를 할까? 여자와 연애를 할까? 하는 것을 정해야 하며, 이제 남자와 여자 찾기 게임으로서의 성장소설을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 는 두 가지 의도가 결합된 소설이라고 인터뷰기사가 나와 있었다. '모호하다'. 아니 '모호 그이상이다.'
그렇다면 더 모호한 소설의 제목은? 이것에 대한 자세한 답은 책 (p125~133)까지에 소설의 내용으로 나온다. 앞에 잠깐 썼던 'M 자형 대머리를 한 키 작은 교수 ' (p125) 는 '현대문학의 이해'를 강의하는 소설속 주인공인 '금'과 '은'의 교수이다. 그 교수는 신입생 첫 수업에서 매번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에 수록된 詩인 '구월의 이틀'을 설명해 준다. 이 '구월의 이틀'은 꼭 '구월'이 아니어도 된다. '이틀'이면 된다. 그 '이틀'은 절대적인 것이며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p131)이다.        '이 詩로부터 찾아낸 문학의 비밀'(p132)은'문학은 내 삶을 구구절절이 받아 적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내 삶이 망각해 버린 이틀, 혹은 내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2인치를 잡아 내는'(p132)것이다. "'구월의이틀'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또 하나의 비의는 '인생'또는 '청춘'에 관한 것"(p132)이다. '구월의 이틀'에 나오는 이틀은 '모란이 피기까지는'에 나오는 하루와 같(p133)다. 즉, 이 '이틀'의 의미는 '문학'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고 '삶'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인생은 청춘의 어느 한때가 지나고 나면 나머지 인생은 내가 생각할 때 부록, 덤 같은 것이다. 20대 초반이 청춘의 끝이다. 그래서 빛나는 인생의 이틀 즉 스무살 시절 1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소설이다."(모 인터넷 서점의 인터뷰 기사 중에서)  소설속에서 이 '이틀'을 다시 요약해 본다면, "빙하시대를 불태울 열정으로 이 짧은 청춘을 살아라"하는 것이다.
그런데, '금과 은'  19살 두 주인공의 1년간의 생활은 과연 이런 취지의 생활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구태여 이분법적 잣대로 나누었던 좌파, 우파를 대변하는 가정을 가진 두 주인공의 대학 생활은 실제 대학생들의 생활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생활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많은 대한민국의 대학생들은 이데올로기라든가, 정치적 이슈보다는 그들 나름대로의 목표를 향해서 묵묵히 면학을 하면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살의 청소년이 40살 가량의 여인과의 사랑(?)을 하거나, 양성애적 사랑을 하는 것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 설정일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리고,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우파 성장소설의 모델인 '은'의 사고 방식이다. "강한 것은 선하고, 강한 것은 아름답다. 못 배우고 못 가지고, 못난 것들은 죽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끽소리 없이 고분거리고 있거나! 사실 그런 떨거지들은 볼펜의 똥 찌꺼기보다도 못하다. 못 배우고 못 가지고 못난 것들은 국가는 물론이고 문명의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함께 진화하며 성장하고 함께 적자생존의 단맛을 나누지 못할 낙오자들은 대한민국을 위해서나 인류 문명을 위해 빨리 사라져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못 배우고 못 가지고 못난 것들이 어떻게 나라를 경영하나? 대한민국의 명운을 위해 다시는 노무현 일당처럼 못 배우고 못 가지고 못난 선동 전문가들이 권력을 넘보거나 나눠 먹자고 덤벼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강하고, 실력있고, 아름답다." 은이 쓴 글을 일고 난 작은 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런 조카와 대학가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자유의 나무'의 젊은 대학생들로 부터 희망의 전조가 보였다. " 그래, 은 네가, 아주 정확하게 파악했다. 젊은 우파라면 적어도 이런 수준에서 시작해야 해(...) " (p268~269)
앞서도 이런 류의 내용들이 있었지만, 여기에 제시된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작가는 인터뷰 기사에서 이 소설은 대학 신입생들이 읽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런 글을 19살 청소년들이 읽는다. 그리고, 그 청소년들 의 '이틀'을  "빙하시대를 불태울 열정으로 이 짧은 청춘을 살아라"라고 이야기 한다는 것인가?
'은'의 작은 아버지는 대학 교수이다. 그리고 '은'은 명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신입생이다. 장차 중고등학생을 가르칠 예비 교사의 사고방식이 이렇다면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앞날이 걱정된다. 아니면 '은'이 소설가나 시인이 된다고 해도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걱정이 되는 것이다. 문장의 단어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떨거지''볼펜의 똥 찌꺼기''적자생존의 단맛''문명의 애물단지''빨리 사라져야 한다''일당'....
이것이 '우파 성장소설'(?)  더이상의 아무런 글도 리뷰로 작성하고 싶지는 않다. 소설이 허구의 세계이기는 하지만, 소설이 미치는 파장은?
마지막으로 '인터뷰 기사'에서 작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세번 크게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책값이 아깝지 않을 것 아니냐고....그러나, 나는 단 한 번의 미소도 나오지 않았다.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독자들의 수준만큼이기에 나의 리뷰는 이 수준밖에 안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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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
이영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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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 -'환상 문학 단편선'이다. 나는 판타지 소설을 즐겨 읽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는 작가들이지만, 판타지 소설 장르에서는 그래도 꽤 이름이 있는 작가 10명이 쓴 소설이다.  '드래곤 라자'로 한국 판타지 문학의 신기원을 이룩한 이영도, 그리고 1억원 고료로 화제가 된 SBS 멀티문학상 제1회 수상작인 장편 소설 '절망의 구'의 작가 김이환을 포함하여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장편 소설 '7인의 집행관'을 연재하는 등 최근 SF 및 환상 문학 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김보영 등이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중편 정도의 소설에서 에세이 1꼭지 정도의 적은 분량의 소설들도 있다. '환상'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소설이 배경이 현실과는 확연하게 분리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서 부터 현실의 이야기인듯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서 각색된 이야기들이 선 보인다.

첫번째 이야기인 박애자의 '학교'는 우리와 친숙한 남여공학 고등학교의 이야기인데, 그 학교에서는 1달에 1번꼴로 선거를 한다. 각자 1표씩을 투표한다. 좋은 사람에게 투표하면 플러스 점수, 싫어하는 사람에게 투표하면 마이너스 점수. 이렇게 투표한 점수가 집계되어 가장 마이너스 점수가 많은 학생은 학교의 제물로 교실 바닥이 열리면서 용광로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만약, 독자가 학생이라면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해야 할까? 최대한 다른 학생들의 눈에 띄지 않게, 그리고 적을 만들만한 행동이나 말을 해서는 안된다. 가장 조용하게 있는 듯 없는 듯 학교 생활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1표는 자신을 위해서 투표해야 한다. 플러스 1점을 만들 수 있을니까. 이것이 혜경이 이 학교에서 살아 남기 위한 생존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여러 사정에 의해서 학교는 혼란에 빠지고 근처 학교와의 교류때문에 혜경은 근처 학교에 가야하는 표적이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 학교 밖으로 도망을 쳐서 그곳에서 생활을 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환상의 세계에서만 가능한 일이지만, 작가의 상상력에서 소설로 탈바꿈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환상의 세계에서 가장 쉽게 탈바꿈 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사물의 의인화일 것이다. 은림의 '노래하는 숲'이 그런 경우인데, 작가가 말하듯이  '걷고 노래하고 살아 있다고 소리치는 모든 꽃들을 위해' 쓴 작품이다. 아베의 정원에서는 가장 볼품없는 토란이지만, 밤이 되면 먼 곳까지 걸어 다니면서 세상의 식물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낮에는 소리높여 노래도 부르면서 행복을 만끽한다. 아베는 다른 꽃들처럼 미모를 갖추고 나비들이 선택해 주기를 기다리라고 하지만, 거기에는 아베의 숨겨진 비밀을 있음을 알고 도망쳐서 추운 겨울을 견디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 가는 이야기는 동화같은 이야기이다.
만약에, 당신이 양치질을 하는데 달팽이 한 마리가 나와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한다면, 커피잔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 온다면 바로 그것이 판타지의 세계일 것이다. 이 소설이 바로 표제이기도한 김이환의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의 내용이다. 정지원의 '장미의 정원'은 아름다운 장미꽃과 장미향이 어우러진 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처음의 느낌은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읽을수록 뭔지 모르는 어두운 느낌, 그리고 스산한 기분.... 아니나 다를까, '스릴러'이다. 아들의 뼛가루를 갈아서 장미 정원에 묻은 고모의 비밀, 그리고, 주인공인 조카도 결국엔 '도망가고 싶은데, 일어나서 달려가고 싶은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장미 향기. 사방에 가득한 장미 향기가 나의 코를 틀어막고 폐를 가득 채운다. (...) 작디 작은 세상, 도망칠 수 없는 늪. 짙은 장미 향기. (...) 장미 한송이에 야수의 성으로 가야 했던 미녀, 나는 미녀는 아니지만. (p335~336) 그 아름다운 꽃의 여왕, 장미에 숨겨진 가족의 비밀이 이렇게 끝난다.

그런데, 가장 교훈적이고 서양의 탈무드같은 정말로 에세이 1꼭지에 해당하는 글이 인생의 지침을 주기도 한다. 김보영의 '노인과 소년'이다.여인이 문간에 두고 간 젖먹이가 어느새 소년이 되었다. 이 소년은 예배당의 의자를 광을 내서 매일 닦는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그런 소년이 사제에게 자기의 꿈 이야기를 하고 그 해답을 구한다. 사제의 답 "너는 이제 그 답을 안다." 소년의 꿈인 '같은 지점에서 출발했지만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된 여덟 사람의 이야기'를 소년은 스스로 그 해답을 찾았다. 그리고, 소년이 매일 광을 내는 그 의자의 주인도 어젠가는 사제가 아닌 소년임을 이미 깨달은 것이다. '인생에 대한 깨달음'에 대한 탈무드식의 이야기가 짧고 간결하지만, 깊이가 있다. 이 작품은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새로운 시도를 한듯한 작품들이 있지만, 약간은 어설프고 혼돈스럽고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환상 소설'이라는 장르가 '해리포터'시리즈를 통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많은 독자들 곁에 가까이 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너무 이질감을 느끼거나 괴리감마저 든다면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가 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젊은 세대들을 환상속의 세상이 좀더 가까이 다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10작10색'(?)이라고 해야 할까? 색다른 소재를 가진, 그것도 환상소설을.... 각각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난다는 것이 새로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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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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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여개의 리뷰가 달린 소설.... 내 기억에 아마도 출간과 함께 '리뷰'대회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까지 리뷰를 쓴다는 것이 좀 어색한 느낌마저든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김훈의 소설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은 언제나 거북스러운 느낌이 들어 왔다. 내가 작가의 의도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읽었는지를 항상 물어보게 되는 글들이었다. '칼의 노래'도, '남한산성'도...
나는 이 책이 출간 된 당시에 '칼의 노래'나 '남한산성'이 그러했듯이,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 대한 작가만의 새로운 시각이 부여된 그런 고전적 주제를 가진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다. 학창시절 '고전'앞 부분에 나와서 누구나 쉽게 접했던 '공무도하가'의 시대적 배경을 고스란히 담은 소설로 알았다. 그런데 작가는 '공무도하'의 여옥의 노래를 주제(?)로 빌려 온 것도 아니고 백수광부가 물에 빠져 죽어서 강을 건너갔다고 생각하는 '피안의 세계'를 노래한 것도 아니고, 강건너가 아닌 강을 건너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다. 백수광부의 혼을 떠나보낸 여옥의 울음만이 남겨진 세상의 이야기를.... 
작가가 첫 연재를 시작하면서 한 말을 여기 적어 본다.
멀고 아득한 것들을 불러서 눈앞으로 끌어오는 목관악기 같은 언어를 나는 소망하였다. 써야 할 것과 쓸 수 있는 것 사이에서 나는 오랫동안 겉돌고 헤매었다. 그 격절과 차단을 나는 쉽사리 건너갈 수 없었다. 이제, 말로써 호명하거나 소환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을 터이고, 나의 가용어(可用語) 사전은 날마다 얇아져간다.(……) 제목으로 정한 공무도하(公無渡河)는 옛 고조선 나루터에서 벌어진 익사사건이다. 봉두난발의 백수광부는 걸어서 강을 건너려다 물에 빠져 죽었고 나루터 사공의 아내 여옥(麗玉)이 그 미치광이의 죽음을 울면서 노래했다.이제 옛노래의 선율은 들리지 않고 울음만이 전해오는데, 백수광부는 강을 건너서 어디로 가려던 것이었을까.백수광부의 사체는 하류로 떠내려갔고, 그의 혼백은 기어이 강을 건너갔을 테지만, 나의 글은 강의 저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강의 이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그 옛노래는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그 사내의 뒷모습을 떠오르게 했는데, 들리지 않는 옛노래의 선율이 나의 연필을 이끌어주기 바란다._‘연재를 시작하며’
5월 1일 첫 일일연재를 시작하며 작가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는 또한,
“약육강식은 모든 먹이의 기본 질서이고 거대한 비극이고 운명이다. 약육강식의 운명이 있고, 거기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이 있다. ‘공무도하가’는 강 건너 피안의 세계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더러운 세상에서 함께 살자는 노래이다. 나는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 희망을 쓸 것”이라 밝혔었다. “말로써 호명하거나 소환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을 터”이고, 그의 “가용어 사전은 날마다 얇아져간다”고 했지만, 그의 책상 위에 쌓인 지우갯가루는 매일같이 높아져갔고, 그렇게 5개월, “멀고 아득한 것들을 눈앞으로 불러왔던” 긴 노래는 끝이 났다.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다. (이 문장은 소설에서 여러번 반복되어서 나온다)

작가의 글에서 볼 수 있는 '써야 할 것과 쓸 수 있는 것 사이에서 나는 오랫동안 겉돌고 헤매었다'는 것은 작가가 오랜 세월 기자로서 활동을 했고, 그이후에 작품 활동을 하면서 '써야 할 것과 쓸 수 없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했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도 문정수라는 신문사 사회부 기자의 생활을 통해서 그런 면이 많이 나타난다. 써야 할 기사와 쓰지 말아야 할 기사를 스스로 선택하기도 하고, 자신이 올린 기사가 몇 줄로 줄어들거나, 아예 삭제되기도 한다. '해암'과 '창야'라는 지방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들.... 그것을 취재하는 기자.

우리 사회가 지금 안고 있는 문제점이 그대로 나타난다. 그리고, 언제였던가 신문 기사로 등장했던 사건들이다. 문정수가 군복무 시절에 간첩이 출몰하고 한 명의 도주 간첩을 잡는 과정에서 간첩을 생포하지 않고 쏘아 죽인다. 그 간첩이 잡힐 경우에 밝혀지게 될 간첩 침투 루트와 행동 반경이 미치는 파장을 없애기 위해서 였다. 그 밖에, 뱀섬이 미군 폭격기들의 폭격지였기에 겪게 되는 생태계의 파괴문제와 그 근처 주민들의 삶과 생명의 고통, 노학연대 수배자였던 장철수라는 인물의 배신과 그이후 도주하여 해망에서의 생활, 베트남 신부들의 결혼과 그녀들이 우리나라에서 겪는 아픔, 개에 물린 아이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본 빈곤층의 사회 현실, 캐피털 백화점 화재사건을 통해서 본 백화점 사주의 대책과 그 화재 현장에서의 소방관의 비리, 노동분규에 참여했던 노동자의 투신을 통해 본 진실과 거짓, 1만 년을 내려온 패총이 도로 공사로 도로포장속으로 깔려 들어가 버리고, 패총의 일부는 닭의 사료로 쓰여져 버리는 사적 관리의 행정 허점과 무지와 이기주의, '효순이'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도로공사 클레인에 치여 죽게 되는 여고생 방미호의 이야기.  이 모든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생각해 보았던 사건들이었고, 또 새로운 시각으로 보아야 할 문제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쩌면, 문정수의 '발가락에 들러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기생하는 무좀처럼,그냥 데리고 살아야 하는'(p222)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가는 결코 이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책의 내용중에서) 그래서 작가는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 희망을 쓸 것(책 소개글 중에서)이라고 했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무엇이 '보이는 것'이고 무엇이 '숨겨진 사실'인지.....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보고, 잘못된 많은 부분을 고쳐 나가야 한다. 문정수의 발가락에 들러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기생하는 무좀처럼,그냥 데리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삼십여 년 기자생활을 한 작가가 ‘기자’의 눈으로 들여다본 우리 삶의 이야기
“약육강식은 모든 먹이의 기본 질서이고 거대한 비극이고 운명이다. 약육강식의 운명이 있고, 거기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이 있다. ‘공무도하가’는 강 건너 피안의 세계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더러운 세상에서 함께 살자는 노래이다.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 희망을 쓸 것이다.” (책소개 글 중에서)
그러나 작가는 이 소설을 쓴 후에도 자신의 모든 관계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고 다시 제자리에 온 자신을 느낀다. 이것은 바로 작가가 '공무도하'를 통해서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었던 그리고, 쓰고자 했던 이야기를 제대로 다 하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리라.

작가가 다시 한 번 붓을 들어서 무엇인가를 외칠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그런데, 이젠 조금은 부드럽게 변한 모습으로 독자를 찾아 와도 좋지 않을까하는 나만의 생각을 적어 본다.
끝으로 이 소설을 마친 작가의 말을 적어 본다.
'나는 나와 이 세계 사이에 얽힌 모든 관계를 혐오한다. 나는 그 관계의 윤리성과 필연성을 불신한다. 나는 맑게 소외된 자리로 가서, 거기서 새로 태어나든지 망하든지 해야 한다. 시급한 당면문제다. 나는 왜 이러한가. 이번 일을 하면서 심한 자기 혐오에 시달렸다. 쓰기를 마치고 뒤돌아 보니, 처음의 그 자리다. 남은 시간들 흩어지는데, 나여, 또 어디로 가자는 것이냐.' 2009년 가을에 김훈 쓰다. (작가의 말,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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