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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의 인생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나라 요시토모 그림 / 민음사 / 2009년 12월
평점 :
주인공의 이름이 원래는 일본꽃이름인 '히나기쿠'였는데,우리들이 알기 쉽게 '데이지'로 바뀌었다고 한다. '데이지'- 하얀색 꽃, 꽃송이도 아담하게 작은 그리고, 꽃술들이 노란꽃이다. 갸날픈듯, 상큼한 꽃- 이름만큼이나 오염되지 않고 잔잔하고 아름다운 소설이다. 그렇다고 데이지의 인생이 아름답기만한 것은 아니다.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고, 상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스스로 잘 치유해 가는 모습이 예쁜 소설이다. 이제는 책속의 그림만 보아도 반가운 '나라 요시토모'가 그만이 가진 독특한 화풍으로 그림동화를 읽는 기분을 맛보게 해준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들은 간결하고 짧은 글들이기에 손에 잡는 순간 어느새 끝장을 덮게 된다. 주인공 데이지의 친구인 달리아는 '데이지의 반쪽같은 존재','엇비슷한 운명을 지닌 친구', '이름이 똑같은 꽃이름', '죽음을 앞두고서도 꿈을 통해 교류를 이어가려 했던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밤에 친구를 부를 때에 피리를 불면 그 소리를 듣고 달려 오는 사이이지만 11살 때에 재혼한 엄마를 따라서 브라질로 이민을 가 버렸다. 꿈속에서 마른잎 냄새가 나면 가을 바람같은 느낌이 나면서 친구 달리아의 만날 수 있다. 그런데 25살의 데이지는 달리아의 꿈을 꿀 수가 없다.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피어난다. 데이지는 장맛비를 싫어한다. 비는 잔인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어렴풋한 사고의 기억속에서도 엄마는 피를 흘리면서 데이지를 위에서 꾹꾹 눌렸다. 데이지의 몸에서 빠져 나가려는 그 무언가를 막기 위해서... 장맛비가 내리는 저녁은 그 빗소리가 끔찍하다. 데이지는 미혼모의 아이였기에 아버지의 부재와 엄마의 교통사고로 이모집에 살았지만 더부살이를 청산하고 홀로 산다. 지금은 다카하루의 집에 살지만, 그것도 잠깐....
엄마와 이모가 동업을 하던 가게에서 '야키소바'를 만든다. 그 일은 즐겁다. 그렇지만 언제나 외롭고, 마음의 깊은 상실감은 항상 따라 다닌다. 엄마의 향을 찾아 다녔지만 찾지 못했던 엄마가 사용하곤 하던 무화과 향수를 찾아낸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죽는 순간에도 통하는 법일까? 달리아가 먼 브라질에서 죽던 날 데이지는 꿈속에서 천장에서 사진들이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데이지의 마음속엔 달리아의 죽음을 예감한다. 그리고 얼마후 달리아 엄마의 편지와 함께 온 사진들....
예감대로 달리아는 데이지를 그리워하며 마지막으로 죽기전에 '야키소바'를 먹었다. 그 바로 전에 가벼운 교통사고라고 생각했던 그 사고로...
그동안,'요시모토 바나나'가 발표한 소설들은 아버지나 부모의 상실이 많이 다루어지고 있다. '키친'도, '무지개'도... 작가가 많이 다루어 온 주제가 '상실''상처' '아픔'들이지만 소설의 분위기는 담담하면서도 어둡지 않다. '데이지의 인생'은 그 꽃이름처럼 소박하고 조용하고, 가슴아픈 상실감과 아픔도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 힘든 상황을 소리쳐서 외치지도 않고, 방황하지도 않고, 반항의 마음을 가지지도 않아서 아름답고 기특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아팠던 기억들을 세월과 함께 기억의 저편으로 조금씩 조금씩 살며시 밀어내는 모습처럼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그 아픔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퇴색되기는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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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상자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전부가 꼭꼭 들어차 있다. 누구에게 보이지 않고 누구에게 말하지 않아도, 그리고 내가 죽어도 그 상자가 있었다는 사실만은 남으리라. 우주에 둥실 떠 있는 그 상자의 뚜껑에는 '데이지의 인생'이라 쓰여 있으리라. (p119~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