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문학 - 현장의 인문학, 생활 속의 인문학 캠페인
구효서 외 지음 / 경향미디어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인문학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마음은 인문학 책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문학 책을 접할 때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꼼꼼히 검색을 해 본 후에 읽는 습관이 있다.
흔히, '인문학'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들도 많이 하고 있다.
그런 현상은 대학생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입학할 때는 합격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했던 인문학 관련 학과들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소위 말하는 취업이 잘 되는 학과의 수업을 들으면서 제 2 전공이라는 명목하에 학과 세탁(?) 하는 경우가 많이들 있다.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에 관한 책들도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고, 책 내용들 역시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워서 수월하게 읽히지 않기에 자연 책상머리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길 위의 인문학>은 인문학을 일반인들이 좀더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고, 쉽게 이해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 진 책이 아닌가 한다.


"2010년 3월부터 인문학을 '일상생활 속에 심고, 대중과 인문학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취지로 시작된 '길 위의 인문학'은 인문학의 학문적 뼈대인 역사, 문학, 철학을 전공한 학자와 문인, 대중이 함께 매월 두 차례 우리 역사 속의 주요 인물들의 삶의 현장을 답사하고 서로 체험을 교감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인문학 대중하 사업이었다. 이 책은 그동안 진행된 강의와 답사의 결과물이다. (p4)

'길 위의 인문학'은 바쁘게 무심코 지나쳐 가는 길이 아닌, 무관심과 무감동의 길이 아닌,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의 교감을 길 위를 스쳐 지나가는사람들과 소통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은 우리의 생활과의 괴리감때문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중고등학교에서의 교육이 너무 피상적이고 암기위주의 교육이었던 것도 한 몫을 하리라 본다.
일례로 이황과 이이의 사상의 비교에 있어서 학습자들과는 무관한 듯한 "이"와 "기"를 논하니, 어려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책처럼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학습이 이루어졌다면, 그렇게 어려운 이론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1부:사람의 자취를 따라 떠나는 길 위의 인문학 으로
퇴계, 남명, 추사, 다산, 김이재, 허균 등을 만나러 그들의 삶의 모습이 어려있는 곳으로 길을 떠난다.
지금부터 100 여년전 중국의 최고 지도자와 사상가였던 양계초와 려원홍의 칭송을 받았던 퇴계.
그의 인품과 사상적 깊이는 어떤 유학자보다 뛰어났었음을 그가 살았던 곳에서 삶의 모습을 엿보면서,그리고 그가 남긴 <자성록>을 통해서 살펴본다.


<자성록>은 (...) '사람은 사람답기 위해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어떻게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가?'등 공부를 향한 반성과 열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자성록>은 인간의 내면적 '성찰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알려주는데, 특히 정밀하면서도 심오한 철학적 사색, 열렬한 구도자의 자세로 일관하는 퇴계 스스로의 수양과정은 보는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p26)
또한 그의시 <도산에 품은 뜻>에서도 퇴계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서당이 반이나 지어져 기쁘기 그지없는데
산속에 살며 몸소 밭 일구는 일이 편하다네.
서책을 점차 옮기니 옛 책 상자 다 비었고
대나무 심어 바라보니 죽순이 새로 돋는구나.윱
샘물 소리 고요한 밤 방해함도 못 깨닫고
산 빛 좋은 맑은 아침 더욱 사랑하네.
예부터 산림 선비 만사를 온통 잊고
이름 숨긴 그 뜻을 이제야 알겠네. (도산에 품은 뜻, p43)

유,불, 선이 공존하던 곳, 다양한 지식인들이 깃들어 살던 곳, 지리산.
여기에서 남명 조식을 만난다.
남명은 백이나 엄광처럼 현실을 떠나 지리산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공자처럼 끝까지 현실에 남는 길을 택하기도 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남명은 권력을 지향하는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도 소신있게 자신의 향기를 내는 선비였던 것이다. 남명이 유람을 다니면서 남긴 여덟 자.


그는 유람을 하면서 "산을 보고 물을 보고, 그리고 역사 속의 고인을 보고 그들이 살던 세상을 보라. (看水看山看人看世)"고 했다. (p75)
산수를 보면서 고인을 생각하고 고인이 살던 세상을 생각하는 것은 남명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길 위의 인문학>팀은 이런 일을 매월 두 차례씩에 걸쳐서 실행했던 것이다.
<추사 김정희 선생과의 대담>은 글의 구성부터 특색이 있다.
<추사>를 쓰기도 했던 작가 한승원은 꿈인지 생시인지 추사 김정희를 만나, 그와의 대담을 적고 있다.
추사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컸으면 꿈에까지 나타날까?
추사의 대표작은 <세한도>이기도 하지만, 또한<불이선란도>역시 그의 대표작이다.
 


"신명이 난 난초를 쳤지만 그것은 난초가 아니고, 난초가 아닌 것도 아니다. (...) 이것이 '불이선란'이네" (p102)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명필 추사. 그러나, 추사는 명필가를  뛰어 넘는 권력의 역사 속에 있었던 것이다.


"추사와 그의 시대를 읽어보면, 아주 슬프고 절망적인 현실과 광기어린 삶을 만나게 됩니다. 청나라로부터 근대문명을 받아들여 개혁하려는 북학파인 추사를, 지긋지긋하게 탄핵하고 공격해 죽이려 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그들은 오늘날 이 땅의 어떤 거대한 보수집단하고 같습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저는 '추사와 그의 시대 이야기를 통해 그 반복되는 슬픈 일을 나 스스로 각성하고 경계하고 싶었습니다. " (p104)

이외에도 다산 정약용과 김이재의 만남, 다산에게 다산초당이 단순한 유배지의 의미가 아닌, 다산의 학문을 꽃피웠던 곳이고 이 세상에 나온 보람을 가져다 주었던 곳임을 알기 위해서는 강진을 찾아야 할 것이다.
최초의 국문소설을 쓴 허균을 우린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던가?
그가 유불선을 두루 통달하고, 현실 정치를 뜯어 고치기 위해서 <홍길동>을 썼고, 벽서 사건에 연루되었던 개혁 사상가임을  알고 있었던가?
이런 이야기들이 역사 속에서 들어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한 이야기들이기도 하지만, 역사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졌기에 많은 진실이 가려져 있거나, 각색되어서 알고 있지는 않았었던가.
이 책의 2부·:역사의 흔적을 따라 떠나는 길 위의 인문학 이다.






서울의 발자취를 따라서 서울 성곽을 걷기도 하고, 오욕의 현장인 남한산성을 오르기도 하고,
강화와 대관령 토박이를 따라 그 길을 걸으면서 어릴 적 이야기도 들어본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가끔 대관령 말랑을 찾아간다. 그곳에는 내 어린 날의 꿈이 아직도 숨 쉬고 있고, 지금도 나의 상처를 달래주는 곳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관령을 그린 단원의 그림 앞에서 마음이 울컥했던 것은 바로 그 이유에서였다.(p231)


 

마치 대학시절 답사를 떠나기 전에 사전조사를 하고, 현지에 도착하여 이곳 저곳을 살펴보고, 돌아와서 답사 보고서를 쓰던 그 시절이 생각나다.
깊고 넓은 인문학의 세계가 그리 어렵지도 않고, 그리 낯설지도 않고, 나의 삶 속에 항상 함께 하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친근함을 느끼게 해준다.
아니, 내가 역사, 지리, 인물 등에 관심이 많고, 그런 인문 서적들에 심취하곤 했기에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 보았지만, 그 누군가가 읽어도 재미있고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문학이기에,
또한, 우리가 길 위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인문학이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앞으로도 <길 위의 인문학> 행사가  꾸준히 열리고, 그 보고서격인 <길 위의 인문학>이 출간되어 독자들 속으로 파고 들어 간다면, 위기의 인문학은 사라지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일인의 사랑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31
막스 뮐러 지음, 장혜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을 다시 읽어 본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독일인의 사랑>은 소담출파사, 1991년판이고, 이번에 새로 읽게 된 <독일인의 사랑>은 푸른숲 주니어, 2011년판이다.



세월은 많이 흘렀어도, 그 내용이야 어디 달라졌겠는가~~
<독일인의 사랑>은 내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기에, 가끔씩 꺼내서 읽어 보곤한다.
책도 얇아서 120~150페이지 (출판사에 따라 )정도되니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어느핸가는 책장 정리를 하다가 손에 잡히길래, 몇 페이지 넘겨 보다 보니,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읽고 일어서기도 했다.
나는 왜 이렇게 <독일인의 사랑>에 깊은 감명을 받는 것일까.
이번에 출간된 <독일인의 사랑>은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시리즈 중의 한 권이어서 작품 뒤에는 현직 국어 교사들이 직접 쓴 해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해설부터 읽어 보기로 했다. 책 속에 나오는 독일 문학, 작가, 음악, 독일신학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 책을 다각적으로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책 속의 이런 모든 부분을 이번에는 놓치지 않으리라.
이 책의 저자인 막스뮐러는 소설가는 아니다. 동양학과 비교 종교학, 비교 언어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이고, 1866년에 발표한 <독일인의 사랑>은 그의 유일한 소설인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된  것은
"시처럼 음악처럼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의 본질을 말하기 때문인 것이다."


사랑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담긴 이야기인 만큼,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우리는 인간이 어떻게 성장하여 다른 이를 만나고 사랑을 키워 가는지, 남녀 간의 사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우리의 사랑은 결국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p160. 독일인의 사랑 제대로 읽기 중에서 )



 
  

이 작품은 8개의 회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나와 마리아.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두 사람의 맑고 고귀한 사랑을 다루고 있다.
구성도 아주 간단하고, 등장인물도 두 주인공을 제외하곤 소수의 인물들이 잠깐 등장할 뿐이다.
사랑의 이야기라고 하니, <로미오와 줄리엣>를 비롯한 이야기들 처럼 갈등 요소가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 역시 거의 없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마리아의 주치의가 나에게 마리아의 건강을 위해서 곁을 떠나 주기를 말하는 정도와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전부인 것이다.
"어제 밤새도록 그녀 옆을 지켰네, 그건 자네 탓이야. 마리아가 오래 살길 바란다면 다시 찾아가지 말게나. 가능한 빨리 시골로 보낼 생각이네, 자네도 잠시 여행이라도 다녀오는 게 좋겠지." (p81)



두 번째 회상은 어릴적(6살 쯤)의 회상 속에서 교회보다 더 큰 웅장한 성을 방문하게 되어 후작부인에게 아버지가 가르쳐 준 입맞춤 대신 어머니를 대하듯 입맞춤을 하여 야단을 맞게 되면서 나는 스스럼없이 사랑을 표현했지만, 그것은 웃음거리와 야단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것은 "타인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는 과정" 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성장이기도 하고....
"아이는 '낯선 타인'의 존재를 배우는 순간부터 더 이상 아이일 수 없다. " (p24)
세 번째 회상은 성에 살고 있는 마리아를 알게 되면서, 그가 어릴적부터 병약하여 자신과의 놀이에는 끼어 들지 못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구경을 한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반지를 나누어 주는 과정에서 마리아가 죽을 때에 가지고 가려고 했던 반지를 나에게 주는 것이다.
나는 그 반지를 돌려 주면서 "네 것은 곧 내 것"이라고 말하게 된다. 여기에서 마리아의 고통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을 자각하게 되는 "내 것과 남의 것에 대한 아리송한 자각"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 이 반지를 나한테 주고 싶다면 그냥 네가 간직하는게 좋겠어, 네 것은 곧 내것이니까." (p36)
이렇게 나의 여덟 개의 회상은 '나'가 마리아를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통해서 느끼게 되는 사랑의 단계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각 장의 내용은 인간이 경험하는 사랑의 여러 빛깔을 나타내기에 그에 걸맞은 각각의 제목을 붙여 볼 수 있다. 여러 빛깔의 무지개가 어우러져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이야기들은 각각의 의미를 가지는 동시에 신비로운 그림 하나로 완성된다. (p160. 독일인의 사랑 제대로 읽기 중에서)

이 작품이 더욱 마음에 감동을 주는 것은 마리아는 어려서부터 병을 가지고 있었기에 항상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그의 마음이 그렇게 맑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 소설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이기에 나의 생각과 마음상태를 세밀하게 표현해 주는 것이다.
그것은 사랑에 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적 사유들이 담긴 내용들이다.
소설이면서도 시처럼 아름답고 함축적인 표현들이며,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운율감을 가지고 있으며, 철학적 사유를 내포하고 있기에 한 문장 한 문장이 영롱한 구슬처럼 가슴에 와닿아 박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시리도록 아프기도 하고, 마음이 환하게 밝아 오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소설 속에 매슈 아널드의 <파묻힌 생명>과 윌리암 워즈워스의 <고지의 소녀> 전편을 그대로 담아 놓기도 한다.
"저 램프를 좀 더 가까이 당겨 놓고 네가 다시 한 번 그 시를 읽어 주면 좋겠어, 그 시를 들으면 기운이 솟는 것 같거든, 그 시에는 눈덮인 산의 순결한 가슴을 살아과 축복의 팔로 껴안는, 저 무한하고 고요한 저녁노을 같은 정신이 깃들여 있어. " (p104)
일곱 번째 회상에서 나는 마리아에게 진심을 담아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 마지막 회상에서 나와 마리아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천사가 하늘나라로 떠났네"
그는 이렇게 말하고서 편지 한 통을 건네주었다.
"이것이 그녀가 자네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라네"
편지 속엔 그 옛날 그녀가 내게 주었고 내가 그녀에게도로 주었던, '신의 뜻대로'라는 말이 새겨진 반지가 들어 있었다.
반지는 아주 해묵은 종이에 싸여 있었는데, 그 종이에는 그녀가 오래전에 적어 놓은 듯한 글이 있었다.
어린 시절 내가 그녀에게 했던 말이었다.
'네 것은 곧 내 것이야, 너의 마리아. '
우리는 한참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짊어지기에는 너무 엄청난 고통이 닥칠 때 하늘이 선사하는 정신의 기절 상태였다. ( p143)



해묵은 종이에 싸인 반지, 마리아가 주었던 반지, 그리고 '나'가 되돌려준 반지.
"네 것은 곧 내 것이다."
어린시절부터 마리아를 지켜보면서 마음을 키워온 아름다운 사랑.
그리고, 여기에 단 몇 줄로 이야기되는 의사 선생님의 희생적인 사랑.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아름다운 사랑이 무엇인가를 가슴 깊이 아로새기게 하는 <독일인의 사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한 때는 권총자살을 유행시켰다면, <독일인의 사랑>은 자살을 막았다고 한다.



자살을 선택하는 이기적인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다른 사람의 삶을 위해 사랑은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임을 의사는 마지막 말로 전하기때문인 것이다.
"그러니 내가 그랬듯이 자네 역시 삶이라는 짐을 짊어지게나, 단 하루라도 쓸데없는 슬픔으로 허비해서는 안되네, 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을 돕고 그들을 사랑하게. 그리고 이 지상에서 그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이를 만나 알고 사랑하게 허락하신 신께 감사드리게, 그녀를 잃어버린 것마저도" (p145~146)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독일인의 사랑>
그래서 나는 생각날 때마다, 아니 가끔씩 이 책을 다시 펼쳐본다.
처음 <독일인의 사랑>을 만났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또, 언젠가 <독일인의 사랑>을 다시 만나리라. 
그때는 지금보다 더 성숙한 마음으로 읽어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의 추천사를 쓴 작가 신경숙은 "봄빛같은 당신이 계셔서 나는 참 좋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해인의 꽃은 봄에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책들이다.


 
수녀님의 책들의 내용이 항상 행복한 이야기들만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희망은  깨어 있네/ 마음산책,2010>를 출간할 당시에는 저자가 2008년부터 암 투병에 있었고, 그의의 지인들이 세상을 떠남으로 하여 많은 아픔을 견디어야 해었다.
이번에 출간된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의 6장이 '그리움은 꽃이 되어 - 추모일기'로 꾸며진 것과 같이 아주 짧은 기간내에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의 곁을 떠났다.
피천득, 김수환, 김점선, 장영희,김형모, 법정, 이태석, 박완서와  몇 분의 수녀님들이.....



박완서 님의 경우에는 이 책이 출간되면 추천서를 써 주시기로 했고, 수녀님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는 순간 인간의 존재에 대한 생각과 함께 겸허해지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 내년 이맘때도 이곳 식구들과 짜장면을 (그때는 따뜻한 )같이 먹을 수 있기를, (...) 당신은 고향의 당산나무입니다. 내 생전에 당산나무가 시드는 꼴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꼭 당신의 배웅을 받으며 이 세상을 따나고 싶습니다. (...) 2011.4.16  박완서




그 몇 달을 못 참으시고 서둘려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 이해인 수녀님의 배웅을 받으면서....
이런 아픔 속에서 수녀님은 시와 함께 자신의 마음을 우리들에게 전하는데, 아픔 속에 영글어 맺힌 열매들을 발견하게 되기에 수녀님의 마음은 가을과 겨울을 오가지만, 우리들은 그 마음 속에서 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우린 정말 잎을 보았을까?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핀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에 경이로움을 느끼면서도 꽃이 진 후의 잎에는 별 생각없이 지나치지는 않았을까?
수녀님이 꽃진 자리에서 잎을 볼 수 있었던 그 마음이 바로 우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인 것이다.
그동안 많은 지인들을 떠내 보내시고, 자신의 힘든 투병 생활 속에서도, 우리처럼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 마음은 바로 꽃진 자리에서 푸르름을 보이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자라나는 잎의 마음인 것이다.
또한,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더 잘 보이듯이, 누군가 내곁을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빈 자리가 더 크게 다가오는 그 마음이기도 한 것이다.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조차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배웠다"(책 뒷표지, 추천사 중에서)고 말하는 이유일 것이다.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 시가 되어 살아온다// 둥글게 길쭉하게 / 뾰족하게 넓직하게 // 내가 사귄 사람들의/ 서로 다른 얼굴이 / 나무 위에서 웃고 있다// 마주나기잎 어긋나기잎/ 돌려나기잎 무리지어나기잎//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 서로 다른 운며이 / 삶의 나무 위에 무성하다// (애해인 ,잎사귀 명상 전문)-p23

구름수녀님(이해인의 수도명이 클라우디아여서 지인들이 구름수녀로 부른다)에게 보낸 법정스님의 편지는 한 편의 묵화같고, 수채화같은 느낌을 주는 편지인데, 그 편지 속에서 떠난 스님이 좋아하시던 푸른 소나무와 작설차 향기를 느낀다.





또 수녀님의 곁을 떠나 분 중에는 엄마도 있다. 그 이름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엄마.
언젠가 엄마가 보내주신 말린 분꽃씨앗을 고이 간직하고, 봄이 되어 심은 씨앗이 진분홍빛, 노란 빛 분꽃으로 피면 그 꽃잎을 몇 개 따서 수첩에 넣어 말리고 꽃잎 편지를 쓰시려는 수녀님의 마음.
분꽃을 엄마를 대하듯, 그 누군가가 혹시가 분꽃을 없앨까 조마조마하시는 마음을 가지신 소녀같은 수녀님의 마음. 
이 마음은 나도 같은 분꽃과 엄마로 연결이 된다. 살아 계실 적에 엄마의 정원에서 가져온 분꽃 모종이 해를 거듭해 가면서도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
분꽃, 꽈리, 도라지꽃, 봉숭아꽃, 금낭화, 라일락, 장미, 모두 나에게도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꽃들이다. 



"내가 아플 때 찾아온 네가 내 손에 쥐어준 색연필 한 자루... 
마음을 희망으로 물들여 꽃보다 아름다운 시를 쓰라는 거지?
너는 내게 진주 조개도 한 개 주었지긴 말 안해도 다 알아
오늘의 아픔을 잘 견디어 나도 마침내 빛나는 진주가 되라는 거지 ? (제 2장 우정편지 중에서-p100)






수녀님이 본 뮤지컬 <빨래>의 이야기는 나도 얼마 전에 보았기에 공감이 간다.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거야 / 시간이 흘러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 슬픈 눈물도 마를거야 / 자, 힘을 내 (빨래 노랫말 중에서)


  
일상의 나날을, 어딜 가도 네가 있어서 친구에 대한 생각이 담긴 우정일기,수도원 일기, 누군가를 위한 기도인 기도일기, 1998년 1월 1일부터 1999년 12월 31일까지의 묵상일기, 그리움이 꽃이 된 추모일기 등으로 구름수녀님의 맑은 마음이 빚어낸 글들이 시와 함께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새로운 느낌보다는 오랜 동반자의 글을 대하는 듯한 느낌의 글들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마음 속 깨달음을 가져다 주리라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 지금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1
신현림 엮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은 신현림 작가가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시들 중에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90편의 시를 모아서 한 권으로 책으로 묶은 것이다.



나에게 시를 항상 아름다움을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한 편의 시를 도마위에 올려 놓고 이리 저리 나누고 자르고, 해부하였던 시를 까지도 나에게는 마음을 평화롭게 해 주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윤동주의 <서시>가 빼앗긴 조국의 아픔과 관계가 있건 말건,
나에게는 나만의 해석으로 내 마음 속에 자리잡은 시들이었다.
그래서 시를 외워 오라는 과제조차도 나에게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는 일이었었다.
예쁜 노트에 어설픈 삽화들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시들을 담아 나가던 일들도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추억들로 기억된다.
어른이 되면서 왜 인지는 모르나 시는 점점 일상 속에서 멀어져 갔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아주 간만에 접하게 되는 시를 읽으면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에 젖기도 했는데....
신경림에게 시는 언제나 어머니와 함께 떠오르는 일인가보다.
그녀는 "시집을 보면 엄마가 떠오른다."고 한다.
시인의 위치는 아마도 지금 중간적 위치인가 보다.
시인의 엄마에게는 딸의 위치, 시인의 딸에게는 엄마의 위치.
그래서 시인은 시를 보면 엄마가 떠오르듯, 시를 보면 딸이 생각나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딸에게 전한다는 마음으로 그녀는 90편의 시를 우리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딸아, 네가 상처받고 아파할 때 엄마는 같이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결국은 네가 짊어질 인생이기에 말없이 지켜볼 수 밖에 없음을 말이다. " (p12)


이보다 엄마가 자식을 더 사랑하는 말이 있을까?
이 말에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내 아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마음이기에.
묵묵히 아들이 짊어진 인생의 길을 지켜 보아야 하는 엄마이기에.
그것이 가장 최선임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또한 가장 힘든 일이기도 하고, 아들을 믿는 마음이기도 하기에.
이쯤에서 신현림 작가에 대해서 잠깐 알아 보려고 한다.
<시인을 찾아서>의 신경림 작가와 얼핏 혼동을 겪을 수도 있으리라.
신경림 작가 역시 시인이며, 독서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시는 분이니, 그분의 책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현림은 시인이자 사진작가이다. 문학을 먼저 공부하고, 사진을 공부했다. 그녀는 그동안 다수의 시집을 냈고, 번역도 하기에 역서도 다수 있다. 거기에 동시집도 냈으며, 사진전까지도 열었다.


"신선하고 파격적 상상력, 특이한 매혹의 시와 사진으로 장르의 경걔를 넘나드는 전방위작가다." (작가 소개글 중에서)


서평을 쓰기 위해서 작가의 프로필을 검색하던 중에 그녀의 모습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낸시 틸먼'의 글과 그림에 신현림 역으로 나온 <네가 어디에 있든 너와 함께  할거야>의 그림책의 번역을 했다는 사실.




<네가 어디에 있든 너와 함께 할거야>의 리뷰 : http://blog.yes24.com/document/3397741
 

그리고 < The Blue Day Book>의 번역.

  
<신현림의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 바다 출판사 /2008>는 미술 관련 서적. 
몇 년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앨리스 카이퍼스'의 소설 <포스트 잇 라이프>의 역자였다는 것도 오늘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유방암에 걸린 싱글맘과 철없는 사춘기 소녀가 매일 냉장고에 포스트 잇을 붙이면서 서로의 생각을 소통하던 이야기의 책이다.

 

그 밖에 <신현림의 싱글맘 스토리/휴먼 앤 북스,2005>는 자신이 마흔 살에 낳은  딸과의 아빠없이 살아가면서 웃고 우는 싱글맘의 좌충우돌 에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읽지를 않았다)
궁금해서 이 책의 책소개글과 작가 인터뷰까지 찾아보니, 그녀는 2005년 당시 마흔 넷이었는데, 남편과 이혼을 하고 (그녀는 자신의 이혼을 실패가 아닌 실수라고 한다) 홀로서기를 하는 싱글맘이자 워킹맘이었다.

이 책의 작가인 신현림은 내가 읽은 책 속에 있었지만, 그동안 그냥 지나쳤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림책, 소설책에서 역자로, 그동안 만났던 작가인 것이었다.
"전방위적 작가"라는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현재 예약판매중인 <엄마 살아 계실 때 함께 할 것들/ 흐름출판사.2011.4월 29일 판매예정)도 그녀의 출간 예정 책이다.



이렇게 신현림에 대해서 알고 나니,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에서 시를 보면 그녀가 엄마를 그리고 딸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가 있었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은 그동안 접해 보았던 시들이 많이 있다.



시들은 어떤 공통점을 가졌다기 보다는 무작위적으로 시인이 딸에게,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들이 실렸다는 생각이 든다.
시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아닌, 틱낫한, 체게바라, 정약용, 노자, 맹자, 인디언 격언에서 부터
우리와 친숙한 시인인 정호승, 정지요, 강은교, 서정주, 도종환, 서정주, 김남조,
그리고 외국의 바이런, 헤르만 헤세,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시가 있다.
공선옥이 자신의 소설 제목으로 차용했던 이바라기 노리코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언제나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와르르 무너지고
생각지 못한 곳에서
파란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변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이 섬에서
나는 멋 부릴 기회도 없었다.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아주 불행했고
나는 아주 얼빠졌고
나는 무척 쓸쓸했다.

나는 결심했다. 될수록 오래 살기로
나이가 들어도 아주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불란서의 루오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중에서)

한때 나의 시 노트에 가장 첫 장에 적어 놓았던 카를 부세의 <산너머 저쪽>
산너머 고개너머
먼 하늘에
행복은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네.

아, 나도 님따라
찾아 갔다가
눈물만 머금고 돌아왔다네.

산너머 고개너머
더욱 더 멀리 행복은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산 너머 저 쪽)
나는 산너머 저쪽에서 행복을 찾지 않으리라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내 아들에게도 주고 싶은 시 랭스턴 휴스의 <엄마가 아들에게 주는 시>
아들아, 너에게 말할 게 있다.
내 인생은 수정으로 된 계단이 아니었어.
계단에는 못도 떨어져 있었고
가시도 있었다.
그리고 판자에는 구멍이 었었지.
바닥엔 양탄자도 깔려 있지 않았다.
맨바닥이었어.
그러나 난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계단을 올라왔다.
층계참에 도달하고
모퉁이도 돌고
때론 전깃불도 없는 캄캄한 곳까지 올라갔지.
그러니 아들아, 너도 돌아서지 마라.
주저않지 마라.
왜냐하면 넌 지금
조금 힘든 것일뿐이니.
너도 곧 그걸 알게 될 거야.
지금 주저앉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얘야,나도 아직
그 계단을 올라가고 있단다.
나는 아직 오르고 있어.
그리고 인생은 내게
수정으로 된 계단이 아니었지. (엄마가 아들에게 주는 시)

 
사람에게
사랑받았다는 추억은 좋은 것이다.
언제나 향긋한 산들바람이 눈처럼
남몰래
이쪽을 향해 윙크하고 있다. (도노키 다쓰오의 '사랑에 관하여 2연)

나는 나의 길을 갔고, 그녀는 그녀의 길을 갔네.
지난날 우리의 사랑을 생각할 때면
나는 아직도 후회하네.
'그때 왜 나는 아무 말도 못했을까?'
그려도 후회하고 있을 것이네. (구스타보 베케르의 "그때 왜 나는 아무 말도 못 했을까 3연)

기쁨이란,
슬픔의 또 다른 모습

웃음이 번지던 바로 그 눈가에
때로 눈물이 맺히지 않나요?
슬픔이 내부 깊숙이 파고 들수록
그대의 기쁨은 더더욱 커질 겁니다.
(...)
지금 기쁨을 주는 그것이
예전에 당신에게 슬픔을 준
바로 그것이니까요.
슬픔에 잠길  때,
다시 그 속을 가만히 바라보세요.
예전에 기쁨인 것들이
지금은 울고 있잖아요.   (칼릴 지브란의 "기쁨과 슬픔)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강은교의 "사랑법)

이처럼 시 속에는 인생이 깃들어 있다. 삶의 지혜도 있다.
기쁨, 아픔, 이별, 사랑, 엄마, 그리움~~~~~
너무도 많은 절제된 내용들이 은유적으로 숨어 있는 것이다.
그녀는 책 소개글을 통해서 "이 책을 읽는 당신들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전하는데,
나는 90편의 시를 읽으면서 정말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졌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바이 인도차이나 - 어느 글쟁이의 생계형 배낭여행
정숙영 지음 / 부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해외 여행의 스타일은 여행자마다 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와 여행 방법이 각각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사람들은 짧은 여름 휴가를 이용해서 해외 여행을 해야 하기에 , 여행지에 눈도장만을 찍고 오는 것을 알면서도 패키지 여행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행기간이 자유로울 수 있다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서 배낭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명 관광지를 둘러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여행 에세이를 쓰는 작가들을 보면, 참 용감한 사람들이 많다.
일정 나이가 되는 것에 대한 혼란스러운 마음에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가족 모두가 살고 있는 집을 팔고, 다니던 중고등학교도 휴학을 하고, 몇 년씩 세계일주를 하는 가족들도 있는 것이다.
"여행을 갔다 와서는 어떻게 하지?" 이런 걱정은 여행에서 돌아 오면 또 해결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용기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번에 읽게 된 <사바이 인도차이나>.
제목부터 궁금해지는데, '사바이'은 태국어, 라오스어로 "평안"이란 뜻이란다.
그러니, 구태여 해석하자면 <안녕 !! 인도차이나>라고 할 수 있겠지....
이 책의 저자인 정숙영도 꽤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유럽에 꽂혀서 유럽을 들락거리면서 <노플랜 사차원 유럽여행>, < 무대책 낙천주의자의 무규칙 유럽여행>을 출간했고,
일본에 꽂혀서 일본을 몇 차례 드나들면서 <도쿄만담>, <도쿄 내비게이션>을 썼다고 한다.
어떻게 되었던 정숙영은 여행을 즐기고, 남은 것은 몇 권의 여행 서적들을 출간하였으니 밑지는 여행을 하지는 않은 것같다.
그런 저자가 이번에 선택한 곳은 인도차이나 이다. 
더운 것이 싫어서 가기 싫었던 나라들인데,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과 여행을 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곳을 고르다 보니,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기회가 되어서 지금은 치앙마이, 씨엠립 등지에서 반교민처럼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직업은 프리랜서 일본어 번역과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여행도 하고, 일도 하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여행~~
그것이 저자가 떠나는 인도차이나 여행이다.


그렇게 나는 통러, 우기, 서른다섯 살, 이 세 지점을 잇는 어느 선상을 걷고 있었다. 앞으로 이 점은 계속 그 좌표를 이동할 것이다.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나는 어떤 좌표 이동을 하고,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 '이대로 마흔을 맞을 수 없다.'던 한 인생 선배가 답을 찾기 위해서 왔던 이곳, 방콕, 태국, 인도차이나. 이곳에서 나는 어떤 여행을 하고, 어떤 답을 얻어갈 수 있을까. (p37~38)

 
  
첫 여행지인 Thailand Bangkok Pai.
빠이는 산골마을이다, 얽매이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천천히 사는 사람들이 모인 Slow Life 동네,
그리고 배낭여행자의 천국이라는 카오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는 세계의 다른 곳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비행기, 기차표를 다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세상의 모든 길은 카오산으로 통하다."
'박준'이 쓴 <카오산에서 만난 사람들 - On the Road>를 읽었기에 이곳의 이야기는 낯설지가 않다.
그리고 라오스 방비엥

" 내 눈에 방비엥이라는 곳은 라오스의 아름다운 자연과 싼 물가를 이용해 서양 여행자들의 입맛과 비위에 맞는 놀이장소를 꾸며 놓은, 어딘가 기형적인 공간으로 보였다. 순수한 자연, 소박한 인심, 도시 문명에 찌든 인류가 잃어버린 인간성의 마지막 보루. 이러한 라오스의 모습은 적어도 방비엥의 여행자거리 일대에서는 이미 끝을 맺고,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p172)


 
 
그녀가 간 돈뎃이라는 곳은 전기도 하루에 3시간 밖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것도 자가발전을 통해서...

"생존이 필요한 정도로만 손을 댔을 뿐, 원초 그대로의 자연인 듯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제 나름의 흐름과 요령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었다. " (p203)

문명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다분히 살기 힘든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노트북으로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 그녀에게까지 이곳은 문명이 비껴간 곳이 아닌 것이다.
행복이 깃든 곳인 것이다.

 


"마법같았다. 강렬한 빛의 붉은 빛과 보랏빛, 그리고 푸른빛이 하늘을 감싸고, 그 아래로는 하늘빛에 물든 강물이 세 가지 빛깔을 혼합하며 출렁인다. 배들은 가끔씩 그 현란한 색이 혼합을 가로지르며 긴 자취를 남긴다." (p214)

라오스에서 필요한 것은 '비움'이다.
그동안 우리들은 문명의 혜택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아무 생각없이 누리던 것들이 그 모두 욕심이었고, 욕망이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녀가 간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은 강박관념이나 욕망같은 묵직한 마음의 옷을 벗고, 벌거숭이에 가까운 여유와 순수함으로 여행자를 대하는 땅들인 것이다.
<사바이 인도차이나>는 그 흔한 여행 정보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마치 한비야가 오지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그 감정들처럼 정숙영이 인도차이나 반도의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그 곳에서 자신의 일을 평소처럼 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좌충우돌 여행기인 것이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나 별 다를 것없는 인도차이나에 대한 생각들이 그녀가 직접 그 곳에서 생활하고 여행하면서 그동안 가졌던 생각들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편견이 가득했던 생각이었는가를 깨닫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인도차이나에 대한 이미지는 저마다 색깔과 개성과 의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그곳에서 생활인으로 살고, 여행하면서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나 역시, 인도차이나에 대한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곳을 여행하게 될 경우에 당하게 되는 불편한 숙소, 비위생적인 식당, 언제 떠날지 몰라서 무작정 기다리고, 가다가 몇 번씩 고장나는 버스들, 택시의 바가지 요금, 국경에서의 여권비용외의 돈뜯는 관행 등.
이런 이야기들이 인도차이나 하면 떠오르던 생각들이었다.
저자는 여행이 계속 될수록 그곳의 풍경이나 명물보다는 사람과 그들의 생활 속에 끼어들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도차이나의 매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