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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바이 바이, 블랙 버드>의 작가 '이사카 코타로'는 일본의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받는 작가이다.
<마왕>, <그래스 호퍼> 등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낯익은 작가이다.
그러나, 나는 작가의 작품을 이번에 처음 접하기에 큰 기대가 되기도 했다.
기대를 가지게 된 이유 중의 또 하나는 이 소편이 우편소설이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사라져 가는 편지에 대한 향수라고나 할까.
우편소설이란 작가가 집필한 원고를 미리 뽑힌 소수의 독자들에게만 우편으로 보내 주는 것이란다.
이 책의 구성은 6화로 되어 있는데, 이 소설의 5화까지의 이야기는 각각 집필할 때마다 우편발송이 되고, 마지막 6화가 완성되면 그것을 모두 묶어서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한다는 것이다.
집필 중인 소설을 1화씩 받아서 읽을 수 있는 독자들은 참 행운의 독자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다음의 이야기가 언제 도착할 지 기다리는 마음도 오래전 누군가의 편지를 기다리던 그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 이사카 고타로의 책은 인기가 있을까. 너무나 분명한 결론이지만 요는 압도적인 가독성과 오락성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골격이 분명하고, 통쾌하며 유머러스할 뿐만 아니라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때로는 눈물짓게 만든다. 이것들을 다 갖췄는데 재미있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모범 같은 작품을 쓰는 작가, 그것이 이사카 고타로인 것이다.
그런 이사카가 다자이 오사무의 절필로 미완이 된 소설 《굿바이》에 감명을 받은 작품을 썼다. - 몬가 미오코 (문학평론가)의 말 중에서 발췌"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몬가 미오코'의 추천평에도 나온 것처럼 일본 문학의 거장인 '다자이 오사무'가 1988 년에 <굿바이>라는 작품을 쓰다가 절필을 하게 되어 미완성 작품으로 남게 되었는데, 출판사의 우편소설이라는 획기적인 제안에 '이사카 코타로'가 원작의 기본 설정을 그대로 두고 작가의 상상력과 유머러스한 감각을 가미하여, 그만의 탄탄한 구성력과 문장력으로 <바이 바이, 블랙 버드>를 쓰게 된 것이다.
그러니, <바이 바이, 블랙 버드>는 기획과 출간만으로도 화제작이 될 수 밖에 없는 요소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엉뚱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주인공 '호시노 가지히코'의 행동에서부터 엉뚱 그 자체이다.
그는 5명의 여자들과 교제를 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양다리 걸치기인 것이다.
그 여자들을 만나게 되는 과정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황당하게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호시노'에게는 빚이 있고, 그 빚으로 인하여 사채업자 조직이 보낸 사람에게 끌려 갈 판이다.
끌려가기 전에 마지막 부탁이 5명의 여자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싶다는 것이다.
'호시노'를 감시하는 '마유미'와 그 여자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이별을 고하게 된다.
그후에는 어떤 버스를 타고 어디인지도 모를 곳으로 향해야만 한다.
아마도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 올 수 없는 어떤 곳으로 끌려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2주일 뒤면 '그 버스'를 타야 한다. '그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 왜 사람을 태우는지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마유미와 마유미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평화로운 환경하고는 먼 곳으로 가는 게 분명했다. " (p100)
이런 이야기가 <바이 바이, 블랙 버드>이다.
그런데, '호시노'가 만났던 여자들은
딸기밭에서 만났던 회사원.아들이 딸린 이혼녀, 만화 마니아, 숫자 마니아, 톱 여배우까지 다양한 모습의 여자들이고, 그들을 처음 만나게 된 배경도 다양한다.
감시원인 '마유미'는 180cm의 키에 180kg의 체중을 가진 거구인데, '호시노'는 그녀와 함께 애인을 찾아가서 '마유미'와 결혼을 하게 되었으니 이별을 하자고 한다.
그때의 그녀들의 반응은 5명의 여자와 양다리를 걸쳤던 '호시노'이건만 모두 좋은 감정으로 보내주는 것이다. 그리고 '호시노'역시 그녀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어떤 도움까지도 주면서 떠나게 되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실망감과 분노를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건만....
<바이 바이, 블랙 버드>는 6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1화에서 5화까지는 '호시노'가 각각의 애인들과 처음 만나게 된 배경, 그리고 찾아가서 이별을 하는 이야기로 쓰여졌다.
그리고 6화는 그 다음의 이야기.
" <바이 바이 블랙 버드>라는 곡입니다. 아세요?"
사노 씨는 핸들을 쥔 채 말한다.
"고민이나 슬픔을 전부 가득 채우고 떠나요. 나를 기다려 주는 곳으로. 이곳의 누구도 나를 사랑해 주지 않고 알아주지도 않아, 이런 가사입니다."
왜 갑자기 그 노래가 튀어나왔는지 물어 보려는데 먼저 사노 씨가 말했다.
"블랙버드라는 말은 불길하다거나 불행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바이 바이 블랙 버드. 너와 헤어져 이제부터행복해진다, 그런 얘기입니다.
아, 마유미가 소리치며 손뼉을 친다. 몸집도 크지만 행동도 큰 그녀의 박수 소리에 차 안에서 뭔가가 터진 것만 같았다.
"그거, 네 얘기야, 불운의 새, 호시노 짱, 바이 바이 호시노 짱" (p 324~325)
이 소설의 내용도 평범하지는 않은 이야기인데, 나오는 인물들의 캐릭터도 특이하고, 그들의 생각과 행동들도 평범하지는 않은데, 각각의 캐릭터들은 그들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흥미롭게 읽힐 수 있는 요소는 엉뚱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이 작가의 강한 유머 감각에 의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인 <바이 바이, 블랙 버드>는 재즈곡으로 트렘펫 연주가 일품이라고 하는데, 한 번 들어 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