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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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놀라운 스릴러이다.

 

이 책의 저자인 S.J. 왓슨은 물리학을 전공하고 청각 장애아동을 진단 치료하는 곳에서 일을 하면서 2009년부터 주말에는 런던의 파버 아카데미에서 작문 수업을 받는 사람이다.

 


중견 작가가 아닌 작가 지망생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한 치의 부족함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짜여진 구성과 주인공인 기억상실증 환자의 내면을 잘 엿볼 수 있는 심리적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모티브는 실화에서 얻었다고 하는데, 1953년에 간질 수술을 받은 후에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지 못해서 과거 속에서만 살다가 세상을 떠난 어떤 환자의 죽음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되면서 이 소설의 골격을 찾아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기억상실증 환자의 삶에서 일부 영감을 얻었을 뿐이지 책 내용은 허구라는 것이다.

 


이 소설은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천재 수학자가 단기 기억상실증으로 80분간의 기억만을 가질 수 없었기에 자신의 옷에 자신의 기억을 종이에 적어서  주렁주렁 달고 다녔던 이야기가 얼핏 생각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치매라고 하는 병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도 이런 유형의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니 이 소설의 심리적 묘사는 더욱 관심을 끌기도 하는 것이다.
어느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에, 자신의 옆에서 잠들어 있는 남편이라는 사람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리고 거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이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모습보다 20년은 훌쩍 늙어 보인다면...
집안의 모든 광경이 낯설기만 하다면...
어느날 자신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충격은 얼마나 클까.
잃어버린 과거, 크리스틴에게는  단 하루만의 기억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29살에 교통사고에 의해서 기억을 상실하게 된 크리스틴의 47살 어느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모든 것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 (...) 차가운 타일이 등에 느껴질 때까지, 문득 어렴풋한 기억이 떠오른다. 흐릿한 기억, 잡히지 않는 기억이다. 잡으려고 하면 미풍에 날아가는 재처럼 날아가  버린다. 내 인생에도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그런 시절, 과거가 있었구나. 그리고 지금 현재가 있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는 나를  이곳에, 그 사람에게 이 집에 데리고 온 기나긴 침묵의 공허밖에 없다. " (p16)

그녀의 주치의 낸시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의사는 옷장 속의 일기장을 보라는 말과 함께 만나기를 청한다.
그리고 의사를 통해서 알게 되는 사실들은 그녀가 단기 기억 상실증 환자라는 것이다.
단 하루만을 기억할 수 있는 기억을 가진 환자.
24시간까지는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동안 기억되었던 내용은 침대에 들어가는 순간 모두 사라진다.
크리스틴은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 의사의 지시에 따라서  매일 매일 자신의 모든 행동을 한 권의 일기장에 써 놓는다.
오늘의 일을, 오늘 알게 돈 사실들을 기록해 두어야 한다. 아니면 모두 잊어 버린다.
그녀는 일기를 쓰면서 더 많은 사실들을 기억해낸다.
일기는 기억이 의식의 표면에 되살아 나는 것을 도와준다.
그러나, 그 일기마저 의사가 전화를 해서 일기가 옷장 속에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어야만 기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일기 속에 자신이 기록해 놓은 사실들과 섬광처럼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인지 상상인지 모를 생각들을 기록해 나가면서 그녀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들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일기장 첫머리에 써 놓은 "벤을 믿지 마시오" (p44) 라는 자신의 글.
남편인 벤은 무엇인가 자신에게 숨기는 사실들이 있다는 것을 자신이 적어 놓은 일기를 통해서 알게 된다. 또한, 자신이 기억을 찾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 (...) 무얼 숨기려 하고 무얼 말해주려는 걸까?  (p145)
의사 낸시와의 만남도, 일기장의 존재도 숨긴채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일기를 통해서 차츰 차츰 찾아가는 단편적인 기억들.
물론, 그 기억들도 다음날 아침에는 모두 사라진다.
의사가 전화를 해서 일기장이 있는 곳을 알려 주지 않으면...
기억을 찾으면 찾을수록 혼란스러움과 불안함을 더욱 가중된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어떤 것이 거짓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진실,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은 마치 한 장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힘겹지만, 차츰 윤곽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 속에서 크리스틴의 과거의 삶의 이야기, 그리고 잃어버린 자아를 찾으려는 몸부림이 애처럽게 그려진다.
이 작품이 돋보이는 것은 스릴러다운 그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머리카락이 솟구치고, 닭살이 돋을 정도로 오싹한 반전....
상상이상의 클라이맥스.
광적인 클라이맥스.
그 이상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 번  이 책을 잡으면 이야기 속으로 푹 빠질 수 밖에 없는 <내가 잠들기 전에>를 읽을수 밖에 없는 것이다.

크리스틴의 사랑, 배신, 상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영원한 사랑의 이야기를 이 책은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의 이야기를 빌어서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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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혹은 여행처럼 - 인생이 여행에게 배워야 할 것들
정혜윤 지음 / 난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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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정혜윤  PD의 글을 참 좋아한다. 그의 글에는 느낌이 있고, 감동이 있고, 유익함이 함께 있다.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를 읽으면서 그의 독서기에 매료되기도 했지만, 그가 만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11명의 인터뷰이들의 삶을 바꿔 놓았던 책들에 관한 이야기가 정혜윤 PD의 독특한 구성에 의해서 전개되는 내용의 글을 읽으면서 참 많은 깨달음을 가졌던 것이다.
그 책이가져다 주었던 인터뷰와 독서 에세이의 절묘한 만남은 그 어떤 책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나에게 유익함을 안겨 주기도 했던 것이다.



내가 이번에 출간된 <여행, 혹은 여행처럼>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꼭 읽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도 바로 저자의 책들이 주는 그런 느낌들때문이었던 것이다.
저자가 대단한 독서광이라는 것도, 여행을 즐긴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들이기에, 그녀에게 여행, 독서, 삶이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곁에 다가올까 참 궁금하기도 했다.

역시, 이번에도 나에게 기대이상, 그 이상을 가져다 준 책이다.
여행과 삶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우리는 여행에서 어떤 깨달음을 갖게 될까.
그런 깨달음을 삶에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을까.
나의 여행에 대한 생각들도 차분하게 되짚어 보게 되는 시간이다.
여행은 일상의 탈출이 아니라, 일상의 연속이 아닐까.
여행은 삶은 참 많이 닮아있다. 그러나 또 여행은 삶에서는 행하지 못하는 그 이상의, 아니 그 반대의 행동을 가능하게도 해주는 것이다.


 
" 오로지 익숙하고 낯익은 것에만 머무르려하지 않음, 낯선 것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두려 함, 도리어 차이에서 어떤 가치를 끌어내려 함, 일상에 돌아올 우리가 여행에서 바로 이런 간절함을 배운다면 우리는 길을 물어보는 낯선 사람, 우리와 완전히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도 더 친절할 수 있을지 모른다. " (p99)

여행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삶에서도 여행의 이런 점을 배운다면 우리는 덜 과시적이고, 덜 속물적이고, 덜 불행해질 것이다.
물론, 저자의 생각을 옮겨 놓은 것이지만, 나 역시 그런 생각이다.

"우리는 여행지에서 가끔 이런 절박함을 갖는다. 내가 언제 또 이 도시를 찾을 것인가? 그 여행은 단 한 번 주어진 기회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에서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언제 또 이 모습으로 이 삶을 살아 갈 것인가?
그 질문 속에서 우리 인생은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다. " (P192)

<여행, 혹은 여행처럼>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여행과 삶의 연관관계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가 여행에서 깨달을 수 있었던 것들을 어떻게 삶에 적용시키면서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저자는 자신에게 스스로 물어보지만, 그것은 독자들을 향한 목소리인 것이다.
이 책의 첫부분에는 저자의 부모가 어떻게 만나서 자신이 태어났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에 대한 이야기가 책 이야기와 함께 담겨 있다.
그것은 바로 저자 자신에 대한 여행인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여행을 떠나듯이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그 이야기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담아낸다.
그것 역시 독자들을 향한 또다른 목소리인 것이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했다>처럼 우리들이 모두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군대에 간 남편이 보내오는 편지를 읽지 못하는 문맹이었지만, 꼬박꼬박 편지를 보내오던 남편에게 뒤늦게 답장을 보낼 수 있게 된 시골 할머니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이제는 한글을 배우고, 노인들을 위한 시창작반에서 시까지 쓰신다는 할머니의 <무식한 시인>이란 시를 비롯한 몇 편의 시는 시골 할머니의 시라고 보기에는 순수하기도 하지만 읽는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그밖에 캄보디아를 매년 찾아간다는 사진작가 임종진, 버마에서 온 이주노동자 소모뚜, 인생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 기막힌 사연인 시인 송경동, 나무를 세다 보니 어느덧 나무 박사가 된 강판권, 그리고 진드기와 진딧물도 구별 못하던 진딧물 박사 김효중, 지도를 만드는 송규봉 박사, 라틴어를 따라 여행을 다니는 교수 안재원 등의 인생 이야기를 정혜윤 PD는 인터뷰하고, 그 속에서 여행과 인생, 그리고 독서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것이다.

책 첫부분에 나오는 해바라기 한 송이를 들고 파리의 오스카 와일드 무덤을 찾아온 더블린의 부부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오로지 동화 '행복한 왕자'를 읽고 작가의 무덤을 찾겠다고 돈을 모으고, 그날을 기다리던 그 부부의 이야기가 너무도 아름다운 것이다.
여행은 바로 이런 것이고, 이것이 인생이고, 이런 것들에서 우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2011년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었지만, 그 책들 중에서 그 어떤 사람에게 추천을 해 주어도 좋을 듯한 책.
책 속에 여행이 있고,
책 속에 책이 있고,
책 속에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책.
그 책은 <여행, 혹은 여행처럼>이다.


     ( 책표지가 펼치니 한 장의 사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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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서야 알 수 있는 것들
노승현 지음, 박건주 사진 / 시공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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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때에 열다섯 살이었던 저자.
일흔 살도 훌쩍 넘은 나이에 한 편의 에세이를 우리 앞에 내 놓았다.



저자가 누구인지도 우린 잘 모른다.
저자 소개글에 보면 "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 대한도시가스의 고문과 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도시가스 명예회장으로 있다."라는 글이 있을 뿐이다.
책 내용을 보면 근대기 최고의 출판사였던  박문서관의 맏손녀로 태어나서 굶주리고 가난한 시절에도 남부러울 것없이 여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의 사진첩에 보면 어머니가 시집올 때의 예단을 싣고 오던 사진이 있는데, 인력거가 여러 대에, 예단을 나르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물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남편도 일찍 세상을 떠났으니, 그 시대의 여성으로는 어려운 세월을 살았을 수도 있지만, 남편이 하던 사업을 이어 받아 경제계에서 활동을 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젊은 층의 세대들에게는 좀 공감이 가기 힘든 이야기일 수도 있다.





<지금에서야 알 수 있는 것들>은 저자가  인생의 뒤안길에서 자신이 지나온 날들의 이야기를 24절기에 맞추어서 독자들에게 인생과 삶의 철학을 들려주는 형식의 글인 것이다.
" 겪어 온 세월의흐름 속에서 변한 세상의 모습과 그 안에서 변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 ( 프롤로그 중에서, p7) 가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을 쓴 이유라고 생각된다.

인생에 있어서 그 시기, 시기마다 우리들이 느끼고 깨닫는 것들은 매우 다르기도 하다.
20대에 미처 느끼거나 깨닫지 못한 것들이 그 다음 30대, 40대.... 로 가면서 또다른 깨달음을 가져 오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 30대를 살았을 때는 내가 보였고
                 40대를 살았을 때는 가족이 보이고
                 50대를 살았을 때는 주변이 보였다
                 50년
                 그리고 이제,
                 70년을 조금 넘게 산 지금에서야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이 보인다."
                                                                ( 저자 소개글 중에서) 






라고 말하고 있듯이 70 고개를 넘어서면서 저자는 자신의 깨달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기에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러기엔 출판계에는 너무도 많은 에세이와 자기계발서가 쏟아져 나와 있으니, 공감을 얻기는 그리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노인이 되는 것과 같은 순리를 닮은 24절기.
책의 구성이 24절기에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들보다는 24절기에 맞춘 삶의 철학이 담긴 글들이 아름답기도 하고, 교훈적이기도 하고, 많은 깨달음을 갖게 하기도 한다.
"누군가 그랬다. '인생의 깊이는 주름의 깊이와도 같다'고
세상과 함께 늙어가는 기쁨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 (p185)





그리고 한 권의 사진집으로 소장해도 좋을 것같은 포토 그래퍼 박건주의 감성적인 사진들이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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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시집보내기
사쿠노 쓰키네 지음, 김소영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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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시집보내기>는 미야쟈키 아오이가 주연을 한 영화의 원작으로 2010년 부산국제 영화제 해외초청작으로 상영되기도 한 작품이다.


 
그 영화를 보지 못했기에 이 소설에 대한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게되었다.
작가인 '시쿠노 쓰키네'는 일상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행복과 기쁨을 주로 다루는데, 그의 일상을 담은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한다.
이 책은 처음에 읽을 때의 느낌과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의 느낌이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일본의 여성 작가들의  소설이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으며 너무 가볍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엄마 시집 보내기>를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막장 드라마의 소재를 고루 갖추었다고 해야 할 정도로 막 나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의 내용은 경박스럽다.
엄마와 딸, 그리고 애완견이 함께 사는 가정.
어느날 엄마는 만취하여 연하남을 데리고 온다. (엄마 나이 45세, 연하남 30세, 딸 25세)
엄마는 딸에게 그 남자를 소개하기를 스테오라고 한다. 그 뜻은 누군가 버린 남자라는 말이다.
그리곤 딸에게 그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 그 다음날은 그 남자와 함께 살기로 했다고 한다.
딸인 쓰키는 엄마가 다니는 병원의 의사와 연애를 한다.  그 남자가 엄마를 짝사랑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어느 날 밤, 엄마가 남자를 주워왔다." (p9)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엄마와 딸 쓰키와의 대화, 쓰키와 새 아빠가 될 남자인 하토리 겐지와의 대화.
물론, 그들의 대화도 정상적인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에서 벗어나 있고, 가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엄마의 행동도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예외적인 모습인 것이다.
여기까지를 읽으면서  '가관인 가정도 다 있구나 !!'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다음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리고 또 그 다음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슴이 시리도록 아픔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구나'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집주인인 사쿠 할머니의 이야기, 사쿠 할머니와 엄마의 만남, 스테오인 하토리 겐지와 그의 할아버지 이야기, 그리고 하토리 겐지와 엄마의 만남, 딸인 쓰키의 이야기.
겉으로는 나타내지  않았지만, 그들에게는 그 어떤 사람들보다 깊은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또 그렇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겉으로 나타나는 언행에 의해서만 평가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의 중심에 있는 엄마에게는 딸인 쓰키조차도 알 수 없었던 진실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딸이 쓰키가 그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알게 되는 진실은 하나 하나 퍼즐처럼 맞추어지는 것이며, 그 퍼즐이 맞추어지는 과정에서 쓰키는 가족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미야자키 아오이'가 전하는 말의 의미는 책의 엔딩부분에서 모든 독자들의 마음에 큰 울림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 가족이 함께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함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이라는 점을 공감하면 좋겠어요" ( 책 뒤표지 글 중에서) 


<엄마 시집보내기>는 엔딩부분까지 읽어야만 이 소설의 진가를 올바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초반부의 시끌벅적한 듯하면서도 가벼운 이야기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기때문이다.
철없는 엄마, 명랑엄마, 엉뚱 엄마. 
그녀의 진짜 모습은 겉모습과는 다르다는 것.
또한, 무거운 짐을 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티내지 않으려는 듯 웃고 있는 사람들. 
꿋꿋하게 웃는 얼굴로....
그래서 그 모습이 더 슬픈 것이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생각한다.
그날 밤, 엄마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다른 이야기였을 거라고.
웃음으로 얼버무린채 차마 말하지 못한 것. '할 이야기 있는데'라고 했을 때 살짝 떨리는 것처럼 들렸던 엄마의 목소리 뒤에는 분명 떨고 있던 엄마가 있었던  거라고." (p151)



<엄마 시집보내기>는 아픔을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는 것이 참다운 가족임을 일깨워주는 작품인 것이다.
엔딩이 엔딩이 아닌...
독자들이 그 다음의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 나가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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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모차르트의 놀라운 환생
에바 바론스키 지음, 모명숙 옮김 / 베가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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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 가면 모차르트가 이 지역사람들에게 톡톡히 한 몫을 챙겨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종 상품에 모차르트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중의 하나가 모차르트 초콜릿일 것이다. 
또한, 빈의 슈테판 대성당가는 길에서는 돈조반니를 비롯한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홍보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그들은 모차르트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환생한 모차르트가 자신의 오페라 공연을 홍보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자신의 이름을 붙인 고가의 모차르트 초콜릿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말로, 모차르트는 200년후의 이런 광경들을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모차르트는 음악의 신동으로 음악사에 많은 공헌을 하였지만, 그의 최후는 비참하기 그지 없었다.
비와 눈이 내리던 겨울밤에 그의 씨늘한 시체는 입회인조차없이 인부들에 의해서 매장되었고, 그후에 매장 장소를 찾았지만, 정확한 자리조차 찾을 수 없었다고 하니, 천재 음악가의 마지막은 이처럼 쓸쓸했던 것이다.
그날이 1791년 12월 5일.
그로부터 215년후인 2006년 12월 5일 모차르트는 환생하게 된다.



'에바 바로스키'의 소설 <미스터 모차르트의 놀라운 환생>을 통해서....
에바의 첫번째 소설인 이 작품을 처음 접할 때에는 책표지 그림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유머러스한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소설은 음악적 소양이 있어야만 제대로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작품 속의 묘사가 음악과 관련지어진 부분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 있다.
소설의 내용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모차르트 자신이 서서히 정신이 들면서 죽지 않고 살아났음을 깨닫게 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전혀 알 수 없는 세상.
죽지 않고 살아나서 그가 찾아 간 곳은 빈의 스테판 성당근처의 자신의 집.
낯익은 듯하지만 낯선 동네로 바뀐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 200년도 더 후의 세상에 오게 된 것을 알게 된다. 


" 그가 차가운 돌이 성가시기라도 한듯 머뭇거리며 손가락 끝을 모서리 기둥에 올려 놓았다. 하마터면 대리석판을 못 보고 지나칠 뻔했다. 그 대리석판은 위쪽에 높이 장착되어 있어서, 금빛 푯말을 해독하려면 머리를 뒤로 한참 젖혀야 했다. 모차르트가 1791년 12월 5일 세상을 떠난 집이 1849년까지 이 자리에 있었다. " (p61)  


18세기의 의상을 걸친 거지꼴을 한 모차르트.
자신이 볼프강 아마데 모차르트(모차르트는 자신의 이름을 이와같이 부른다. 실제로 그당시에도 프랑스어로 : Amade라 했다)라고 한들 그 누가 믿겠는가.
그는 볼프강 무스터만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200년이 지난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신기하고 두려운 것들이다.
지하철, 자동차, 핸드폰, 수세식 화장실, 전기, 신분증, 여권, 청바지.
소설 속에서 모차르트는 자신의 옷을 벗어 던지고 청바지를 사 입는다.
흥미롭지 않은가.... 
모차르트가 CD 플레이어를 접하게 되는 장면은 이야말로 유머라고 해야 할까.
그 작은 원반 속에 많은 음악이 수록되어 있으니, 휘둥그래질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음악성이 인정을 받아서 취업을 하거나 콘서트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신분증, 여권이 필요한데, 그것에 대한 지식은 무지한 상태.
그런 문화적 충격이 상당히 재미있게 다루어져 있고, 마치 정말 200 년을 훌쩍 넘어온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차르트가 알 수없었던 200 년 후의 세상.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지만, 모차르트는 경험할 수 없었던 세상.
어떻게 이런 세상이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작가는 왜 모차르트를 환생시켰을까.
모차르트는 자신이 완성하지 못한 미완성 레퀴엠이 있다.
그의 사후에 제자에 의해서 완성되기는 했지만, 모차르트 자신의 작품은 아닌 것이다.
그는 처음 접해보는 현대음악, 재즈까지를 섭렵하면서 자신의 음악을 완성해 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랑도 하게 되는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평이할 수도 있지만, 소재가 특이하고, 소설 속의 내용이나 묘사가 음악과 관련이 많기 때문에 작가가 수준이상의 음악적 소양을 갖춘 인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F장조, 빌어먹을 경박한 F장조! 그는 고개를 흔들고 허둥지둥 뛰어갔다.
 F장조!  엷은 녹색의 음표들은 작은 요정들처럼 흥분을 억제할 길 없는 윤무를 맨살로 추다가 격렬한 16분의 1박자 룰라드(두 음 사이의 빠르고 연속적인 장식음)로 비약하더니 갑자기 짓궂은 장난으로 변했다.  (..) 그리고 남성복 매장에 도착하여 최대한 정신을 집중하며 음악을 품위있는 안단테로 제어하자, 그제야 비로소 마음이 진정되었다. " (p140)

" 볼프강은 피아노 위를 계속 나는 듯이 움직이며, 블루노트에서 종종했듯이 수백 년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세  가지 저녁 테마로 즉흥 연주를 했다. 때때로 무조음악 (악곡의 중심이 되는 조성이 없는 음악)적인 것의 한계를 부수고, 드디어 딸림음(주음에 대하여 5도의 관계를 가진 음)상의 긴 트레몰로와 함께 지휘자가 원하는 바로 그 부분으로 되돌아갔다. " (p266)
소설의 전개도 빠르고, 흡인력도 강해서 읽을수록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책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스터 모차르트의 놀라운 환생>은 독일 최고의 권위 있는 상인 '프리트리히- 횔덜린'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기발한 소재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나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사람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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