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진실 - 우리가 몰랐던 뜻밖의 디자인 이야기
로버트 그루딘 지음, 제현주 옮김, 박해천 해설 / 북돋움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디자인은 디자이너, 건축가들의 전유물은 이미 아니다.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디자인이 들어와 있기에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접하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실제로 <디자인과 진실>도 디자인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일반인을 독자로 삼은 책이다.
여기까지만 생각한다면 이 책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우리의 생활과 디자인의 관계를 파헤치는 내용의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디자인을 바라다 보는 디자인 교양서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접해보지 못했던 독특한 디자인의 세계를 살펴 볼 수 있는 것이다.

디자인 연구자인 '박해천'은 '한국어판 해제'라는 글을 통해서
" (...) 한국 독자들에게 이 책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디자인 관련 문제들에 대한 산뜻한 해답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성급한 기대는 마시라. 이 책은 독자의 고민을 해결해 주겠다며 섣불리 앞장서는 그런 부류의 책이 아니라 독자에게 함께 고민해보자고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유형의 책이기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독자들이 이 책에서 눈여겨 볼 것은, 미국 자본주의의 흥망성쇠를 몸소 경험한 세대의 노학자가 개인적 경험과 인문학전 지식을 서로 교직해가며 새로운 디자인의 개념을 찾아 나서는 지적인 여정이다." (p13)

또한, 옮긴이인 ' 제현주'는 '옮긴이의 말'에서
" 이 책은 디자인에 대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하나는 '소통으로서의 디자인', 또 하나는 '자기 창조로서의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디자인이 주는 것은 경쟁력이 아니고, 진실이요 자유라고 말합니다. " (p16)

두 사람의 말처럼 <디자인과 진실>은 예술서적이 아니라 인문학서적인 것이다.
그래서 디자인관련 서적이지만 생소한 시각의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것이다.
디자인의 의미부터 복합적이라는 것을 알고 읽어야 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디자인이란 "디자인 행위의 대상과 그로부터 창출되는 모든 결과물을 일컫는다. 물질적인 인공물뿐 아니라 무형의 사상, 행동의 패턴 등도 디자인 행위의 대상이자 결과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인공물의 외양부터 총체적인 설계까지, 그리고 철학이나 사상의 골조, 특정행위나 일상에서 반복되는 절차나 계획 등을 디자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p25)

철학이나 사상의 골조, 특정행위나 일상에서 반복되는 절차나 계획 등을 우리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이에 관한 내용은 이 책의 2장을 읽게 되면 자연스럽게 복합적인 디자인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처음부터 쉽지 않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 책의 구성은
1부 : 소통으로서의 디자인
2부: 자기창조로서의 디자인
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 '소통으로서의 디자인'에서는



'좋은 디자인은 진실을 말한다'는 명제를 시험해 본다고 할 수 있다.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세상과 호흡을 하도록 해주는 것인데 반하여 나쁜 디자인은 얕은 식견 혹은 속임수에 가까운 착취적 생산전략의 징후라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디자인은 진실을 말하고 나쁜 디자인은 거짓을 말하는 것이다."
그에 관한 내용으로 '과잉 디자인'에 관한 사례로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을 든다.
나도 로마에 갈 기회가 있어서 성베드로 성당을 간 적이 있는데, 그 웅장함에 찬사를 보내기보다는 권위적인 종교의 힘에 회의를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다.
성베드로 성당이 건축될 당시에 여러 차례 설계의 변경이 있었음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브라만테의 디자인을 채택한 후에 카를로 마데르나의 설계가 추가되어 거대한 건출물로 변했던 것이다.
이 거대한 성당은 로마와 교황의 압도적인 권력을 선포하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권력이나 금권을 드러내는 과잉 디자인은 대중들에 대한 눈속임이기에 나쁜 디자인이고, 그런 디자인은 거짓말을 하게 된다.
또한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게리의 작품인 스타타 센터의 조각조각 해체되어 떨어지는 것같은 디자인도 결국에는 떨어지지 않았던가....


좋은 디자인은 거짓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좋은 디자인은 자연에 가까워짐으로 자연의 진실을 흉내내기  때문인 것이다.
권력과 돈을 향한 추구와 결부된 거짓된 문화를 만들어낸 나쁜 디자인으로는 성베드로 성당, 베를린 시민회관, 세계무역센터, 자동차 엣셀의 예가 그 이유를 말해주는 것이다.
세기적인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역시 거대한 프로젝트에 개입된 금전적 정치적 이해관계로 디자인의 왜곡을 가져왔던 사례의 건축물이다.
이에 대한 설계단계에서부터 붕괴까지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왜 좋은 디자인이 진실을 말해주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건물은 야마사키가 설계했는데, 처음에는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생각한 80층 타워였는데, 항만청의 야망이 110층의 타워로 만들게 한 것이다.
특히 이 건물은 이슬람 전통의 디자인이 들어가게 된다. 이것은 일종의 기호적 선언을 만들어 낸 것인데,이는 이슬람 근본주의, 이슬람 법 에 의하면 신성한 언어를 침범한 것이다.
그러니 쌍둥이 빌딩이 비극적 참사의 주역이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이슬람 디자인을 향한 건축적 오마주가 이슬람에 대한 모독으로 해석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히틀러와 그의 숙적인 윈스턴 처칠의 그림을 비교한 내용이다.



  


 사진에 나타나듯이 히믈러의 그림은 미술조차도 히틀러를 마음 속의 감옥에 가두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처칠의 그림에서는 일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즐거운 도피처가 미술임을 느끼게 해준다.
단 한 장의 그림이지만 이 그림은 그린 사람의 심리까지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에서 좋은 디자인이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진실을 가르쳐준다.



2부: '자기 창조로서의 디자인'



이 부분은 1부의 내용과는 많이 다른 이야기이다.
디자인이 심리적, 사회적 구동에 끼치는 영향을 탐색해 보는 것이다.
사물에 대한 디자인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다양한 활동영역에 디자인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제퍼슨의 삶, 마키아벨리의 삶 등을 조명해 본다.
이들의 삶은 자기 디자인의 연속이었고, 그들은 자신이 참여한 포로젝트에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들은 디자인이 인간 절대성의 한 종류, 자아실현의 형태임을 가르쳐준다.
결국에 이 책의 저자인 그루딘이 말하는  '소통으로서의 디자인'은 통제력을 행사하는 행위이며, 여기에서의 디자인은 사물에 관한 디자인이 아닌 자기자신에게, 나아가 더 많은 사람에게 삶의 지평을 넓히고 자유를 선사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디자인을 이와같은 시각으로 접한다는 것은 이 책을 읽기 전에 독자들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일 것이다.
디자인에 관한 폭넓은 에피소드를 생각하고 이 책을 접했던 나에게는 디자인의 두 형태인 '소통으로서의 디자인'과 '자기 창조로서의 디자인'이라는 색다른 두 이야기를 인문학적으로 분석하는 내용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